
존 햄은 지질하게 나오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지질하게 나와도 풍기는 이미지가 지질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그나마 살을 찌워서 등장해서 조금 지질함에 다가갔지만 그마저도 정장을 입고 있으면 지질함과는 멀어지는 이미지다. 존 햄이 거의 190인데 날씬하게 나왔던 베이비 드라이버나 탑건 매버릭에서 너무 멋진 거 아니야 할 정도였다.
정말 무서운 역할로 나온 건 파고 시리즈인데 거기서도 거구로 살을 찌워 나왔는데 정말 살벌한 연기를 보여줬다. 존 햄이 연기를 할 때 얼굴을 잘 보면 로버트 드니로의 얼굴도 보인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도 미국의 부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꽤 재미있다. 부촌에서 살고 있고 잘 나가는 해지펀드에 다니는 쿱은 신입 시절 멜과 만나 단칸방부터 시작해서 딸과 아들을 낳아서 점점 열심히 일해서 부촌으로 오게 되었다.
물론 대출이 잔뜩 있지만 꽤 괜찮은 중년의 중심에 올랐으나 어느 날 집에 일찍 와 보니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 멜이 은퇴한 농구선수와 자기 침대에서 붕가붕가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본다. 이혼을 하고 홀로 살고 있는 쿱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 때문에 술렁술렁 일을 할 수도 없는데 믿었던 회사의 동료에게 배신을 당해 해고를 당하게 된다.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멜을 만나는데 멜을 만나면 어김없이 돈 타령에, 바람피우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현재의 남편이 된 잘 나가는 은퇴한 농구 선수 놈과도 그럭저럭 지낸다. 보는 눈도 있어서 최고급 차를 바꿀 수도 없고 돈은 떨어지고 그러다 부촌의 친구들 집에 들어가 하나씩 물건을 훔치는데 그게 리처드 밀(24만 달러짜리 한정판)이나 파텍 필립 노틸러스 최고급이나, 에르메스 한정판 등(이런 물건을 내레이션으로 설명을 한다.
왜 이런 물건이 고급이고, 이런 고급을 사용하는 친구들은 하나 정도 없어져도 모른다며)을 훔치면서 점점 일이 커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 쿱은 17세 딸이 20세 남자 친구와 만나 데이트하는 모습과 부모 몰래 둘이서 방에서 옷을 벗다가 쿱에게 들키는데, 미국 드라마를 보면 항상 아빠들은 이런 일에 화를 잔뜩 내고 엄마들은 관대하다.
엄마들은 이제 17세니까 마음대로 데이트하게 놔둬라, 그러나 아빠들은 항상 발끈해서 딸과 엄마에게 동시에 미움을 받고 멀어진다. 쿱은 지질하게 멜과 딸과 아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잘 안 된다.
그러면서 훔친 물건을 팔려고 하니 받아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렇게 고가의 물건은 보증서가 있어야 하지만 그게 없어서 장물최급소에 가지만 거기도 보통이 아니다. 쿱은 그렇게 몰래 부촌의 친구 집들을 다니며 물건을 하나씩 훔치며 점점 희열을 느끼다가 누군가 뒤에서 총을 겨눈다.
그 집의 섹시한 가정부인데 같이 일을 하게 된다. 부촌의 비밀은 전부 각 집의 가정부들이 다 알고 있다. 세세하게 비밀을 알고 있어서 가정부 모임에서 모든 비밀들이 줄줄 물 흐르듯이 흘러나온다. 대체로 비밀이란 바람피우는 것을 말한다.
정말 그러지 않을 것 같은 부부가 집들이 워낙에 크고 주인들은 바쁘니까 몰래몰래 여기저기서 다른 남녀와 몸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대부분 호사스러운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은 점점 허전하고 사랑하던 사람과 멀어지는 것에 대해서 힘들어한다.
힘 좋고 잘 나가는 은퇴한 농구선수와 함께 살고 있는 멜 역시 몸의 대화는 만족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점점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낀다. 쿱과 가정부 엘레나는 훔치는 물건이 커지다가 결국 엄청난 그림을 훔치면서 일은 염병청병 크게 발전한다. 9부작인데 지금 6화까지 공개되었다.
재미있다. 이 부촌의 한 가족 중에 한국가족이 나온다. 이렇게 어눌한 한국말을 쓰는 한국가족은 이제 좀 안 나왔으면 한다. 존 햄의 지질하지만 지잘하게 보이지 않는 스릴러도 아닌 것이 스릴러 요소를 가진 드라마 ‘프렌즈 앤 네이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