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깅을 하다가 하늘에 뜬 달을 봤다. 달은 언제나 저기 저 하늘에 외롭지만 쿨하게 떠 있다. 떨어지는 법도 없고 그렇다고 저 멀리 아예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지도 않은 채 저기에 뜬 채 내가 바라보면 고독하게 나를 바라봐준다.
달은 늘 같은 모습일 테다.
400년 전의 달도 지금의 달이었다.
300년 전의 사람도 지금 내가 보는 달을 고개를 꺾어 바라보았다. 윤동주도 감옥에서 조그맣게 난 창으로 보이는 달을 보며 ‘달을 쏘다’를 썼다.
그 달을 지금 내가 보고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삶이란 몹시도 기이하고 이상하다는 기분이다.
달은 그렇게 오래 전의 사람들과 나를 이어준다. 달은 항상 똑같은데 매일 다르게 보인다. 그건 달과 나 사이에 있는 불순물 때문이다.
가스층이 없는 맑은 날은 진하게 보이더니 습도가 높고 대기에 먼지가 많으면 달은 뿌옇게 보인다.
구름이 하늘에 많은 날은 달이 가려지기도 하고, 아주 흐리게 보인다. 저렇게 쿨하게 떠 있으려면 달은 꽤나 힘들지도 모른다. 이 말은 일큐팔사에도 나온다.
아오마메가 두 개의 달이 뜬 하늘을 올려다보고 든 생각을 한다. 어느 날 1984년에서 1q84년으로 와 버린 아오마메가 매일 달을 쳐다본다. 요즘 일큐팔사를 다시 읽고 있지만 참 재미있다. 읽을 맛이 난다.
그 분위기, 주위의 건물이나 사건들이 상상력으로 떠오른다. 노부인이 살고 있는 주택의 모습도, 심지어 아오마메의 얼굴도 떠오른다. 누군가의 얼굴과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