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월에 눈이 내리고 날이 시리고 차가운 게 실화냐 하다가도, 생각해 보면 그때에도 이렇게 날이 차가워서 밤에 오들오들 떨어가며 팽목항에서 실오라기 같은 소식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세월호가 서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차디차게 변하고 숨이 끊어진 채 퉁퉁 부은 아이들을 받아 든 부모들은 오열했다. 뺨은 축축하고 차가웠다. 반쯤 뜨인 눈에서 바닷물이 계속 흘러나왔고 흔들면 깰 것 같았다. 하지만 심장이 멎었다. 이것은 현실이었다.
구명조끼의 줄을 허벅지에 칭칭 묶었다. 물이 들어오는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살고 싶어서 아이들은 허벅지가 터져라 줄을 묶었다. 어른들이 살려줄 거라 믿었다.
그 뒤로 촛불을 들고 집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지방의 5차 촛불집회는 정말 추웠다.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렸다. 차가운 비는 운치 있지만 그날은 너무 밉게 보였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소리를 높였다.
모르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고마워했고 눈앞을 흐리게 만들었다.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일상을 돌려주고 싶어서 모두가 초에 불을 켰다.


그날 장갑도 끼지 않은 이 아이들이 다음 주에는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기를 바랐다. 집회에서 받은 새누리당 해체 전단지를 문에 하나씩, 하나씩 붙여 놓기 시작했다. 그다음부터 극우들이 와서 욕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서 무서워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이후 탄핵 소추가 가결되었고 청문회가 몇 차례 열렸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2016년 12월이 되었을 때까지도 전혀 변하는 게 없었다. 하지만 끝내 국민이 이기고 박근혜를 교도소에 보낼 수 있었다.

극우들이 날뛰고, 모든 잘못은 밑의 사람들이 한 짓이며 입만 열면 거짓말을 내뱉고 있어서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윤석열도 이 같은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