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서기 위해 내가 택한 것은 ‘공부’였다. 아니, 공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나이 많은 여자였고, 전공도 아닌 분야에 도전해야 했으며, 처한 상황 또한 공부에 최적화된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감각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간절한 바람은 사막에도 우물을 낸다고 했던가. 그 간절함은 막연한 희망에 머물지 않고,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고, 다시 책을 펼치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임정열은 우유 배달, 입주 청소, 가사도우미 등의 일을 하며 살아왔다. 나이 오십이 다가왔을 즈음, 인생의 마지막 반전을 위한 승부수로 '공부'를 택했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며 새벽마다 공부한 끝에 공인중개사, 소방설비기계기사, 소방설비전기기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처음으로 회사원이 되었다. 그의 나이 46살이었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공부는 절박한 사람의 무기였다(1장), 내 이름으로 세상에 우뚝 서고 싶었다(2장), 공부는 출발선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다(3장), 가장 늦은 시작은 가장 멀리 간다(4장) 등을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인생 승부수를 내보인다.
공인중개사에 합격하다
차량 접촉사고를 당해 수술까지 받은 후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 상태였음에도 다시 일터로 나가 학습지 교사로 일했고, 주말엔 청소 도우미 일을 했다. 입주 청소는 일반 가정집 도우미 일과 달리 하루에 네 집을 서너 명이 한 팀이 되어서 처리해야 했다. 점심은 중국 음식 배달로 신속하게 먹고 믹스커피 한 잔을 이동하면서 마셔야 할 정도였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거듭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공부'였다. 이미 몇 번의 실패로 사업 감각의 부족은 검증된 바였고, 특별한 재능도 없어서 공부만큼은 해볼만 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편에게 이를 설명해 동의를 구하고 본격적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다. 처음엔 1차만 합격하고 2차는 다음 해에 도전할 생각이었는데 학원 원장의 강권으로 2차까지 한꺼번에 준비한 끝에 과락을 겨우 면한 턱걸이 합격을 했다. 공부 시작 3개월 만에 느낀 감격이었다.

(사진, 51쪽)
소방기술사에 도전하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공법 과목을 담당했던 교수는 수차례 반복하면서 강조한 내용이 있었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아랫층의 화재로 인한 불길이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도전을 결심하고 남편과 함께 서점에 들러 공부할 책들을 구매했다. 공부에 매달렸던 노력은 기쁨으로 화답했다. 111회 기술사 필기에 이어 면접 시험까지 합격했다. 아들과 딸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합격이라는 카톡을 보내왔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은사 교수님이 복도 끝에서 두 팔 번적 들어 환영했다.
"우리 최고령 합격자 임정열 기술사님, 합격을 축하해요"


(사진, 103쪽)
비록 공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란 판단이었지만 당장 눈앞에 달콤한 열매가 열리는 선택은 아니었다. 오히려 공부 때문에 당분간 수입이 더 줄어들 확률이 컸다. 그럼에도 자격 시험에 합격한 후 미래에 펼쳐질 그림만 바라보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마침내 2011년, 50살에 소방시설관리사 시험에 합격했고, 2014년에는 53살에 소방기술사 자격증을 거머 쥐었다. 간절하게 마음 속 깊은 곳에 품어왔던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과거 힘든 시절 역곡에 거주할 때 우유 배달하던 곳을 찾았다. 폭우 속을 내달리는 비옷 입은 아기 엄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해질 무렵에 찾았던 압구정 카페거리에선 “아줌마! 여기 오렌지 주스 다섯 병 주고 가요!”라고 환청이 들렸다. 그 당시 28살의 주스 아줌마였다.
"멍과 상처는 갑옷이 되고고군분투는 경험으로 남는다.이런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된다"
- 라이언 홀리데이, <브레이브> 중에서

(사진, 저자의 자격정보)
합격 비결은 특별한 비법이나 요령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준비가 덜 되었음을 알면서도 시작을 미루지 않았고 두려움이 있었지만 화살을 쏘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주저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공부하며 쌓은 지식에 현장에서 몸으로 겪은 경험을 더해 이들을 차곡차곡 쌓고 연결해온 것, 그것이 저자만의 방식이었다.
공부엔 나이가 없다
우리들은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정작 내 주위에서 이를 실감하는 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말 나는 책을 읽으면서 가슴 뭉클한 순간을 간접 경험한 셈이다. 이미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님께서 평소 말씀하셨던 "공부엔 나이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이것저것 너무 재지 말자.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 바로 내 몸을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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