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알게 된 시리즈
중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란 것이 있어. 중세 시대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이었지. 작년에 1권을 읽고 계속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2권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읽었단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오래 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가 작년에 새롭게 디자인되어 개정판이 출간되었어. 천천히 가끔씩 읽어봐야겠구나.
주인공은 시리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캐드펠이라는 수사란다. 작년에 1권에서 주인공의
소개를 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나이
든 수사 캐드펠이 잉글랜드의 베네딕토회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농사일 등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잖아. 그런데 아빠는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가상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수도원장을 비롯하여 많은 인물들이 실존 인물이더구나. 그리고 당시 잉글랜드 역사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어.
2권에서는 특히 당시 잉글랜드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2권은 1138년 잉글랜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당시 잉글랜드는 왕권을 두고 내전을 벌이고 있던 시기라고 했어. 헨리
왕(헨리 1세)은
자신이 죽기 전에 후계자로 자신의 딸이었던 모드 황후를 후계자로 지명했단다.
모드 황후가 왜 황후라고 불렀냐면,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5세 황제의 아내였거든… 그런데 하인리히 5세가 죽어서 자신의 딸을 잉글랜드로 소환한 거야. 왜냐하면 헨리 왕도 후계자였던 아들이 죽어서 뒤를 이을 사람이 모드 황후밖에 없었거든… 그런데, 헨리 왕이 죽고 나서, 모드
황후의 사촌이 스티븐이 무력으로 왕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스티븐 왕을 지지하는 세력과 모드 황후를
지지하는 세력 간의 전쟁이 벌어진 거야.
1.
캐드펠 수사가 머물고 있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 그래서 수도원이 있는
슈루즈베리 성 사람들은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 웨일즈로 가기도 했어. 당시 슈루즈베리는 모드 왕후를
따르는 이들이 다스리고 있었어. 피챌런, 애더니, 아놀프 등이 그들이었단다. 그런데 스티븐 왕의 부대는 슈루즈베리
성을 공격해서 점령했단다. 피챌런, 애더니는 도망을 갔고, 아눌프는 체포당했어.
…
캐드펠 수사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는데, 수도원장이 그의 보조로 17살 소년 고드릭을 보내주었단다. 캐드펠이 유심히 살펴보니 고드릭은
소년이 아닌 소녀였단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소년으로
위장하여 수도원에 와 있는 것이었어. 그런데 누구라도 유심히 살펴 보면 소녀라는 정체를 알 수 있겠다
싶었어. 캐드펠은 이유는 묻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게 소년으로 잘 위장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단다. 그러자 소녀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 자신은 애더니의 딸, 고디스 애더니라고 했어. 아빠가 방금 전 이야기했던 모드 황후 측 사람이었다가 피신한 애더니의 딸이었던 거야. 아버지는 성을 빠져 나가고, 자신은 잠시 몸을 숨기기 위해 수도원으로
피신한 것이라고 했어.
…
휴 베링어라는 사람이 있단다. 어린 시절 집안 어르신들에 의해 고디스 애더니와 약혼한 사이였단다. 휴
베링어는 원래 모드 황후 진영 사람이었는데, 배신하고 스티븐 왕 진영으로 붙어 버렸어.
…
스티븐 왕의 부대가 슈루즈베리를
점령한 다음, 모드 황후의 군인들을 교수형으로 죽였어. 얼라인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스티븐 왕을 후원하는 사람의 딸인데, 오빠
자일스는 모드 황후 편에 들어 전쟁에 참여했었어. 얼라인은 교수형 당한 시신을 확인하다가 오빠의 시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단다.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비극을 낳는구나. 교수형을
당한 군인들의 시신 수습과 장례식 준비를 수도원에서 맡았는데, 그 일을 캐드펠 수사가 하게 되었단다.
모두 94명을 교수형에 처했다고 했는데, 캐드펠 수사가 시신을 헤아려보니 95개였단다. 다른 수사 같으면 숫자를 잘못 알려주었나, 하고 그냥 넘어갔을 텐데, 캐드펠은 이런 걸 그냥 넘길 사람이 아니었단다. 그는 교수형에 의해 죽지 않은 하나의 시신을 찾았단다. 젊은 사람의
시신이었는데, 낚싯줄 같은 것에 의해 죽음을 당했단다. 그래서
이번 캐드펠 시리즈의 제목이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로구나. 캐드펠은 이 시신의 정체의 밝히기 위해서 여기저기 알렸는데, 이
시신을 아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았단다.
캐드펠은 의문의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되자, 수도원으로 데리고 와서 신도들에게 보여주었단다.
신도들 중에 그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고디스가 캐드펠을 조용히 찾아와서 말하길,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고 했어. 그 시신의 주인공은 니컬리스 페인트리라는 사람이고, 모드 왕후 측
인사인 피챌런의 향사로 일했던 사람이야. 피챌런은 앞서 이야기했든 고디스의 아버지 애더니와 함께 스티븐
왕으로부터 피신한 사람이란다. 니컬리스 페인트리는 토럴드 브런드와 함께 피챌런의 보화들을 숨기는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변을 당하게 된 것이었어. 이제 캐드펠은
니컬리스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했단다.
2.
며칠 뒤 고디스는 부상당한 젊은
남자를 발견하고 캐드펠 수사에게 이야기했어. 캐드펠을 오두막으로 옮기고 치료를 해주었단다. 정신을 차린 젊은이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 버로 토럴드 브런드였단다. 니컬리스의 파트너말야. 니킬리스와 함께 보화 옮기는 일을 하다가
니컬리스는 죽고 자신을 부상당했다고 했어. 토럴드는 자신을 구해준 고디스가 애더니의 딸이란 것을 알게
되자 더 많은 것을 알려주었어. 토럴드는 부상당하는 와중에도 피챌런의 보화를 강물 속에 잘 숨겨두었다고
했고, 자신의 몸이 다 나으면 그 보화들을 모드 황후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디스가 토럴드를 보살펴 주면서 그들 사이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단다.
…
휴 베링어는 계속 캐드펠 수사를
찾아오는데, 뭔가 감시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찾으려는
것 같기도 했어. 아무래도 사라진 고디스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그러면서 이상한 부탁을 하나 했어. 전쟁에 징발되기에 아까운 말 두 마리가 있는데, 그걸 숨겨달라는 부탁을 했어. 그래서 캐드펠은 그 말 두 마리를
수도원이 관리하는 외진 농장에 숨겨주었단다.
…
스티븐 왕의 군인들은 고디스를
찾으러 다녔어. 수도원에 들어와서 수색을 하기도 했어. 이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고디스는 토럴드의 보화들을 배에 싣고 도망을 갔단다. 무작정 도망을 가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 얼마 전에 수도원에서 열린 장례식 때
봤던 얼라인의 집이 강가에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그의 집으로 갔는데, 다행히 얼라인은 고디스를 잘 숨겨주었단다. 스티븐 왕 진영에 쿠셀이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그는 얼라인에 푹
빠져 있어서 얼라인의 집에 와서 수작을 부리면서도 얼라인의 집은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단다. 자신이
꼬시려는 여자의 집을 수색하는 것은 오히려 점수를 깎이는 일이니까 말이야. 얼라인은 미사를 하려고 수도원에
갔다가 캐드펠에게 고디스의 소식을 전해주었고, 캐드펠은 토럴드에게 이야기해서 고디스와 함께 탈출하라고
지시했단다.
…
캐드펠은 휴 베링어의 행동을
의심스럽게 보았어. 휴 베링어는 고디스가 수도원에 있다고 의심하는 것 같았고, 고디스가 보화의 위치도 알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휴 베링어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혼자 조사하러 다닌다는 거야. 마치 뭔가 큰 것 한방을 노리는 사람 같았어. 캐드펠은 그런 휴
베링어의 의도를 파악했어. 휴 베링어는 보화에만 관심이 있었던 거야.
휴 베링어는 당국에 신고를 하면 보화가 당국에 넘어가게 되니, 혼자 조사해서 보화를 차지하려고
했던 것이란다.
이걸 노리고 캐드펠은 가짜 보화로
휴 베링어를 유인했어. 진짜 보화는 고디스와 토럴드가 함께 빼돌렸고,
휴 베링어는 기쁜 마음에 보화를 차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돌멩이였단다. 자신이 속은
것을 알면서도 캐드펠의 추리력에 감탄을 하게 되었어. 그러면서 이 때부터는 니컬리스의 살인자를 찾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돈 욕심이 있어서 그렇지 본심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었나 보구나.
…
고디스를 도망가는데 도움을 준
얼라인의 오빠 자일스가 교수형 당하기 하루 전에 스티븐 왕의 장교를 만났어. 음, 자일스는 모드 황후의 군대에 있었는데 왜 만났을까. 그는 전세가
기울어진 것을 알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배신을 했던 거야. 자신이 보화의 위치와 어떻게 운반하는 그
장교에게 알려주었어. 하지만 그는 결국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교수형으로 죽고 말았단다. 배신의 말로가 비참하구나. 그런데 그 스티븐 왕의 장교가 누구인지
아니? 바로 얼라인에게 대시를 했던 쿠셀 장교였어.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어떤 소년이 있었는데, 그 소년이 베링어와 캐드펠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자일스의 단검에서 떨어진 장식이
니컬라스의 살해현장에서 발견되었어. 진실을 알게 된 베링어는 쿠셀의 살인 행위를 스티븐 왕에게 이야기를
하고, 결투로 그의 유죄를 증명하겠다고 했단다. 중세 시대에는
기독교의 믿음이 강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유죄라면 그 사람과 결투를 해서 질 수 없다고 믿었어. 하느님이
범죄자를 칼을 통해서 단죄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휴 베링어와 쿠셀 장교는 결투를 하게 되었고, 결투는 공방이 계속 이어지다가 결국 휴 베링어가 이기고 쿠셀은 죽고 말았단다.
이 결투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얼라인이었단다. 베링어와 얼라인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이 결투 이후 베링어와 얼라인은 정식 커플이 되었단다. 캐드펠이 추리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짝 맺어주는 큐피드 역할도
잘 하는 것 같구나. 앞서 고디스와 토럴드의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더니,
얼라인과 베링어의 사랑에도 큰 역할을 했단다.^^
…
캐드펠 수사 시리즈 2권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단다. 아빠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메모를 해두었음에도 몇 군데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잘못된 내용도 있을지 몰라. 아빠가 학창 시절에 책을 거의 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추리 소설은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너희들에게 공부하다가
쉴 때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추천해주고 싶은데, 다른 것을 하면서 쉬고 싶겠지?^^ 그럼 이 책도 나중에 읽는 것으로….
…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앞으로도
가끔씩 읽고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을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소년이 처음 왔을 때 캐드펠 수사는 연못 옆 작은
텃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정의와 응보가 미칠 수 있는 그 어디에나 은총의 빛
역시 깃들 수 있는 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