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자, 오늘은 아빠가 가끔씩 읽고 있는 위키드 시리즈 3권의 이야기란다. 위키드 시리즈는 각 권마다 부제가 붙어 있는데, 3권의 부제는 ‘리르 이야기’란다. 리르, 생각 나지? 2권에서 엘파바의 아들로 99.99999% 추정되는 그 아이… 피예로와 불륜으로 낳은 아이로
추정되는 그 아이… 리르도 생각해보면 참 불쌍한 아이로구나.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는 죽었고, 엄마는 자신이 자기의 엄마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거기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엄마도 일찍 죽어서 고아가 된 아이… 오즈라는 나라가 고아에게
복지를 잘 해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 된 리르가 살아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3권에 펼쳐진단다. 그럼
곧바로 이야기를 해줄게.
…
도로시가 동쪽마녀 네사로즈와
서쪽마녀 엘파바를 죽인 이후 다시 자신의 고향인 캔사스로 돌아갔단다. 오즈를 다스리던 오즈의 마법사도
홀연히 사라져서 오즈의 나라는 권력 공백 상태가 되었는데, 그때 글린다가 잠시 권좌에 않아 통치를 하다가
곧바로 도로시의 친구 허수아비가 통치하게 되었단다. 허수아비가 오즈를 다스리는 것은 원작에도 나오는
이야기잖니. 그런데 그 허수아비가 사실은 도르시의 친구가 아니고,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아무튼 얼마 후 허수아비는 불미스러운 일로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고, 허영심 가득한 신성 황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시절,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1.
엘파바가 죽고 나서, 도로시는 엘파바가 죽었다는 증거를 오즈의 마법사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증거로 엘파바의 빗자루를 가져가겠다고 하자, 리르는 그 빗자루는 이제 자신의 것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에게 보여주기만 하고 다시 돌려준다고 하여 리르는 도로시 일행과 함께 에메랄드로
향했단다. 에메랄드에 도착하고 나서 도로시는 고향으로 떠났고, 리르와
허수아비는 함께 에메랄드 시를 떠나려고 했단다. 허수아비는 원래 오즈의 왕을 물려 받았는데, 왕 자리가 싫었고, 글린다가 다른 밀짚인간에게 왕을 넘길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앞서 불미스러운 사고로 왕 자리에서 쫓겨난 허수아비는 도로시의
친구 허수아비가 아니고, 글린다가 고용한 가짜 허수아비였던 것이란다.
성을 빠져 나온 다은 리르와
허수아비는 헤어지고, 리르는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어. 노르
혹시 기억나니? 키아모코에서 살 때 체리스톤 사령관이 이끈 군인들이 사리마의 가족들을 모두 납치해가서
행방불명이 되었잖아. 그런데 노르만이 오즈의 마법사에게 잡혀 있었던 것을 엘파바가 구출하려고 하다고
실패했잖니.. 리르는 에메랄드 시에 왔으니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어. 리르와
노르는 엄마는 다르지만, 아빠가 같은 사람이잖아. 어찌 생각하면
가족이니까… 리르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
리르는 다시 글린다를 찾아가
만났고, 글린다에게 노르 찾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니, 노르는
남쪽 계단 및 지하세계의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그곳은 네사로즈와 엘파바의 남동생인
셸이 그곳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어. 리르는 셸을 만나고 셸은 리르를 데리고 지하감옥에 갔단다. 하지만 노르는 이미 그곳에 없었어. 버려지는 돼지 시체에 숨어서
탈옥을 했다는 거야. 노르도 똑똑하구나. 리르는 다시 지상에
와야 하는데, 셸은 이미 돌아갔고 혼자서 미로 같은 지하감옥의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았어. 그런데 그때 엘파바의 빗자루가 갑자기 날아 올라 리르를 안전하게 지상까지 데려다 주었단다. 감옥에서 나온 리르는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군에 입대한단다. 시민군으로
복무하면서 가끔씩 노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노르의 흔적은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어. 시민군으로 있으면서 글린다의 경비대로 차출되기도 했어.
…
4~5년이 흐르고, 리르는
‘제7의 창’이라는
부대로 쿼들링 지역으로 출정을 하게 되는데 이 부대의 대장이 체리스톤 사령관이란다. 노르의 가족들을
납치해 간 바로 그 체리스톤 사령관. 그들이 쿼들링으로 가는 이유는 쿼들링 총독이 납치되어서 그곳 치안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말은 출정이지만, 전투가
아닌 사회구조업무에 해당했단다. 그곳에서 또 3~4년을 지냈단다.
리르는 어느날 작전에 투입되는데, 체리스톤은 벵다 마을이 반란을 일으켜 그것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방법이 무척 잔인하구나. 마을을 모두 불태우는 것이었어.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고, 벵다 마을을 불태우는 것은 오즈의 성에서 내려온 명령이었어. 리르도 그 작전에 포함되어 거짓 반란인줄 모르고 벵다 마을에 불을 질렀단다.
리르는 어떤 소녀가 부모에 딸을 살리려고 강물에 빠뜨리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가. 리르는 그 소녀를 구출하려고 강을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단다. 강한 죄책감을 갖게 된 리르는 그날로 군대를 떠났단다.
…
그리고 키아모코로 돌아왔어. 노르가 감옥을 탈출하여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하지만
그곳에도 노르는 없었어. 하지만 유모가 아직 살아 있었고, 엘파바의
말하는 원숭이 치스터리가 아직 그곳에 있었어. 며칠 동안 그곳에 머물다가 빗자루를 타고 그곳을 떠났단다. 가는 길에 중상을 입은 백조 여왕을 만났어. 백조 여왕은 정체 모를
용들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고 했어. 최근에 수녀를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그것도 용들의 짓이라고 했어. 백조 여왕은 새들의 회의가 가는 길이었는데
이렇게 중상을 입어 그곳에 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리르에게 대신 가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어. 그리고는 백조 여왕은 그만 죽고 말았단다.
리르는 백조 여왕의 부탁을 받고
새들의 회의에 참석하려고 다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올랐단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용들의 공격을
받아 망토와 빗자루를 빼앗기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단다. 그러면서
정신을 잃고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단다.
…
위키드 3권의 구성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해주었어. 소설의 첫
부분에 리르가 중상을 입은 채 발견이 되는데, 그 이유는 소설이 한창 진행된 다음 과거를 이야기해주면서
그 이유가 밝혀지게 된단다. 그런데 아빠는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해 준 거야.
2.
에메랄드 시로 가는 마차를 몰던
오치 맹글핸드라는 사람이 마차를 몰고 가다가 시신을 발견하게 되어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아직 죽지
않았지만 중상을 입어 정신을 잃은 청년이었단다. 오치는 그 청년을 마차에 태워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데리고 와서 치료해 달라고 했단다. 수녀원에 있는 몇몇 수녀들은 그 청년이 오랜 전 이곳에 머물다가
엘파바와 함께 떠난 리르라는 것을 알아봤어. 의사 수녀는 리르의 상태를 보더니 오래 살지 못살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원장님을 그래도 리르를 보살펴야 하니까 얼마 전에 수녀원에 들어온 신임수녀 캔들에게 리르를
보살피라고 지시했단다.
캔들은 도밍곤이라는 악기 연주를
아주 잘 했는데, 날마다 리르 옆에서 도밍곤을 연주해 주었단다. 캔들은
자신의 몸으로 니르에게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등 치료를 하였고, 결국 니르가 깨어났단다. 그리고 둘은 몰래 수녀원을 탈출하게 된단다. 그들은 버려진 농장에서
지냈고, 캔들의 보살핌으로 리르가 많이 회복되었어. 그리고
캔들은 임신을 하게 된단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리르는
용들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에메랄드 시에 갔다가 군대 동료 트리즘을 만나 놀라운 소식을 들었단다. 벵다
마을의 방화를 명령한 사람이 황제였는데, 그 황제가 다름 아닌 리르의 삼촌, 그러니까 엘파바와 네사로즈의 동생 셸이라고 했어. 셸이 오즈의 황제가
되어 오즈를 다스리고 있던 거야. 그리고 자신을 ‘이름 없는
신의 제1의 창’이라고 불렀대. 트리즘은 용들을 훈련시키는 드래곤 부대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어. 트리즘은
황제의 못된 짓을 알고 있었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밖에 할 수
없었대. 하지만 리르를 만났으니 리르와 함께 일을 벌이기로 했어. 그동안
트리즘도 찜찜한 일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어.
리르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용들을 죽이기 위해 독약을 바른 먹이를 용들에게 주고, 빼앗긴 빗자루를 다시 훔쳐왔단다. 용들은 이것을 먹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대성당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단다. 리르와
트리즘은 도망을 갔고,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서 숨어 지냈단다. 우연히
그곳에는 글린다도 잠시 머무르고 있었어.
얼마 후 리르와 트리즘을 쫓는
체리스톤 사령과 군인들이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 찾아왔단다. 원장 수녀는 리르는 그곳에 없다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 수녀원을 강압적으로 쳐들어갈 수 없는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체리스톤 사령관의 부대는
수녀원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어. 원장 수녀와 글린다는 리르와 트리즘을 어떻게 탈출시킬 것인가에 대해
작전을 짰단다. 리르는 빗자루를 타고 탈출을 하고 트리즘은 글린다의 경비대로 위장하여 탈출하기로 했단다. 리르는 몰래 빗자루를 타고 수녀원을 탈출한 다음, 새들의 회의가
열리는 장소가 갔단다. 새들에게 용들의 궤멸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 다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고
했단다. 그 동안 용들이 하늘을 지배하여 새들이 하늘을 제대로 날지 못했거든.
리르의 소식이 전해지자 새들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올랐단다. 리르는 임무를 다 마치고 캔들이 머무르고 있는 농장으로 돌아왔단다. 그곳에는 나스토야 여왕 일행이 와서 머무르고 있었는데, 캔들은 임신한
몸으로 그들 일행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어. 임신하게 되면 그 자체로 엄청 힘든 일인데, 다른 사람들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란다. 캔들은
리르에게 자신보다 남들을 더 챙긴다면서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했어.
나스토야 여왕은 2권에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다시 이야기를 해줄게. 나스토야 여왕은 원래 코끼리였는데, 오즈의 동물 차별법이 생기면서
인간으로 변신하여 반은 인간 반은 코끼리 형상의 사람이었어. 이제는 너무 늙어서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었단다. 리르와 인연이 있던 여왕이 리르를 찾아왔던 것인데, 나스토야
여왕은 리르의 농장에서 삶을 마감했단다. 리르는 나스토야 여왕과 그들의 일행을 배웅해 주고, 다시 농장에 왔는데 캔들이 사라졌단다. 녹색 빛깔의 피부를 띤 아기만
남겨둔 채 말이야… 녹색 피부라니… 누구의 후손인지 알겠지?
…
여기까지 위키드 3권 ‘리르 이야기’란다. 아빠의 잘못된 기억력으로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는 점은 언제나 이해해 주길 바라고… 지은이 그레고리 머과이어에 의해 오즈라는 나라가 더 구체적이면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더구나. 뮤지컬 <위키드>는
위키드의 1권과 2권을 다뤘는데, 위키드 전체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처럼 말이야. <위키드 시리즈> 4권의 부제는 ‘겁쟁이 사지 이야기’란다. 오즈의 친구 겁쟁이 사자는 또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기대되는구나. 조만간 또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닥치는 대로 잔혹한 짓을 범한다는 소문은 헛소문이
아니었다.
책의 끝 문장: 아기는 깨끗이 씻기어 초록색 피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어느 쪽 교육 방침도 공통의 가정을 깔고 있었으니 그것은 아이의 성장과 변화가 주어진 조건에 대한 반응이라는 견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아이에게 반응하는 것이 세상의 숙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남다른 개성 때문이든, 악마적인 아름다움이나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 때문이든, 아이들은 세상 속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가 세상을 망쳐 버리고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다. 끝없이 양보하는 쪽은 오히려 세상이다. 세상은 그렇게 굴복함으로써 스스로를 갱신하고 쇄신한다.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다. 살기 위해 죽는 것.- P199
"소리 멋지지. 미래를 읽을 줄 아는 자는 아주 드물어. 너는 캔들이 현재를 읽을 줄 안다고 말했지. 하지만 과거를 읽는 것도 재주는 재주야. 과거를 느끼고 과거에서 새로운 힘과 지식을 얻는 거지. 언제나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라고나 할까. 내 생각으로는 이름 없는 신이 너에 대해 알게 되면 그것도 인간의 커다란 힘이 될 거야. 슬프게도 다른 많은 좋은 생각들처럼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았지만."- P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