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이우 님의 <레지스탕스>라는 책이란다. 이우라는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목 <레지스탕스> 때문이란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2차세계대전이 배경이 아니고, 오늘날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어떤 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단다. 책 소개도 제대로 안 보고 책 제목만 보고 선택한 아빠가 잘못이 있지만, 나름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시작할게.
기윤. 미술 전공. 서른 살을 앞든 나이에 첫 전시회를 열었단다. 그러나 보기 좋게 망하고 지도교수 마저 혹평을 내놓았어. 미술에
소질이 없나, 접어야 하나, 싶었지. 전시회를 마치고 고향 집에 내려와 쉬고 있다가 옛 고등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단다. 다들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였고, 자신만이
이루지 못할 꿈을 쫓는 기분이었어. 친구 수형이는 기윤에게 절친이었지만 한 동안 잊고 지내던 민재 이야기를
꺼내서 기윤은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된단다.
1.
기윤은 비평균지역에서 3순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아버지와 심한 다툼까지 했어. 아버지는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라면서 고등학교 재수를 하라고 했지만, 누가 고등학교를 재수하겠니, 기윤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그 3순위 고등학교에 입학했단다. 수형과 친했는데, 에어맥스 나이키 운동화를 계기로 일진에서 짱을
먹고 있는 상민과 친해지게 되었단다. 기윤은 일진 애들이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일진의 짱인 상민과 친해졌으니 기윤도 일진의 멤버가 되었어. 상민은
기윤에게 잘 해주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일진의 힘으로 해결해 주기도 했어.
그런데 얼마 후 새로 나온 에어맥스
신상품을 샀는데, 그것이 상민의 심기를 건드렸어. 그 전에
에어맥스는 상민의 에어맥스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신발이었는데, 이번 에어맥스는 상민의 에어맥스보다 더
비싸고 좋은 것이었어. 이것이 상민의 심기를 건들인 것이었어. 이후
기윤은 일진에서 빠르게 왕따를 당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어. 점심시간에 상민의 무리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식당에 가지 않고 도서관에 갔단다. 책을 읽는 것은 아니고 대출만 했다가 읽지도 않고 다시
반납했어. 독서왕은 되고 싶으나 책은 읽기 싫었거든…
…
2학년이되고 인근 커다란 종합병원장 아들 서민재가 전학을 왔단다. 종합병원장 아들이 왜 이런 학교에 와? 다들 의문이 들었지만 사정이
있겠지? 라는 생각하고 물어보지는 않았어. 민재는 늘 책을
끼고 다니는 아이였어.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짱 박혀 있는 기윤과 늘 책을 끼고 다니는 민재가 만날 확률은
무척 높을 수 밖에 없었어. 민재가 읽으려는 책을 기윤이 대출하고 있어서 그들은 처음 말을 섞게 되었단다.
이후 민재는 기윤에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기윤은 읽지 않았으니 대충 얼버무렸단다. 그리고
난생 처음 책을 읽어 보았단다. 둘은 책 이야기를 하면서 절친이 되었고, 우연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둘이 갇히는 사고가 나서 좀더 친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어, 기윤은 인간 민재를 조금 알게 되었단다. 이 학교에 오기 전에 서울에
있는 과학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사고나 나서 크게 아픈 다음 다시 2학년부터
다시 학교를 다녔는데,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이곳으로 전학을 온 곳이라고 했어. 그럼 형이라고 불러야 하냐고 하자, 생일이 ‘빠른’ 이라서 나이는 똑같다고 했어.
그냥 친구하자고… 그리고 민재는 시인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둘은 절친이 되었지만, 기윤은 여전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고, 성적을 조작하다가 부모님과 선생님께 걸려 크게 혼나기도 했어. 반면
민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시험을 볼 때마다 일등을 했단다. 아무튼 둘은 엄청 친해졌단다.
2.
어느날 기윤은 민재의 집에 놀러
갔어. 민재의 집안 분위기는 무척 무거웠지. 민재의 아버지는
무서운 분으로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신대. 민재의 또 하나의 꿈은 아버지의 억제로부터 해방하는 것이었어. 민재의 어머니는 민재가 열한 살 때 암으로 돌아가시고, 지금은 새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민재는 이모라고 부르고 있었어. 딱
봐도 민재가 집에서는 그리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
수학여행 때 친구들과 진실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민재의 이전 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알고 있던 친구가 있었어. 이에 민재는 크게 당황하고 충격을 받아 그 자리를 뛰쳐나갔어. 나중에
기윤이가 민재를 찾아왔는데, 민재는 그때 숨겨두었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모두 이야기해주었어. 민재는 이전 학교에서 교생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둘은
비밀 연애를 했어. 그런데, 실수로 선생님과 함께 찍은 적나라한
사진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모든 학생들이 그 사진을 보게 되었고, 민재는 놀림과 조롱을 당하게 되었어. 그리고 교생선생님은 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만 자살하고 말았단다. 교생선생님이 죽고 민재는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죽기 전에 발견되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단다. 한참 입원을 하다가 학교에 갔지만 적응을 하지
못하고 전학 온 것이라고 했어. 민재의 아픈 과거까지 다 들은 기윤은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되어 더욱
친해지게 되었단다.
..
기윤은 일진들에게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 기윤은 더 이상 당하지만 않겠다면서 상민에게 반항을 했어. 상민과 무리들은 기윤을 불러내어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었는데, 이때
영화처럼 민재가 나타나 기윤의 편에 써서 싸웠단다. 얼마 후 민재가 오기 전에 부른 경찰들이 출동하면서
싸움을 끝이 났단다. 이 일로 학교에서는 징계 위원회가 열렸고, 상민의
친구 관석은 퇴학 당하고 상민은 전학을 가게 되었어. 기윤과 민재는 당한 입장이라는 것이 밝혀져 일주일
정학으로 마무리가 되었단다. 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몰래 학교 강당에서 둘 만의 파티를 하기도 했단다.
3.
고3이 되었어. 새로운 선생님이 한 분 오셨어. 별명은 독사. 감 오지? 독사는
두발 규제를 엄격하게 하고, 학교 규범을 군대식으로 했어. 학생들은
독사의 압제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따라야 했어. 민재는 독사를 보고 있을 수만 없다면서 기윤에게 함께
저항하자고 했어. 레지스탕스, 저항 조직을 만들자고 했단다. 그들은 다른 친구들까지 설득하여 독사에 저항하는 레지스텅스 지하조직을 만들었어. 멤버는 모두 여섯 명. 먼저 게릴라 작전을 펼쳤어. 계란을 투척하고 벽에 독사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적기도 했어. 그들은
은밀하게 일을 벌여 누가 일을 벌였는지는 아무도 몰랐어. 학생들은 반응은 좋았지. 선생님들도 의견이 나뉘어 독사 선생님의 규제를 비난하는 선생님들도 있어.
하지만 민재는 이런 게릴러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어. 아직은 모르지만 뭔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했지만, 학생들의 호응을 크게 받아 기분이 좋아진 기윤은 게릴라 작전의 확대하자고 했어. 둘은 이 일로 말다툼도 했단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는 민재가 실명으로 쓴 대자보가 붙었어.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신문기자까지 불러서 학교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했어. 결국 학교장이 나서서 민재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결했단다. 역시 펜이 칼보다 강했던 거야.
…
다시 기윤과 민재는 친해졌고, 둘은 함께 제주도 일주 여행도 다녀왔어. 그리고 고3답게 공부도 열심히 했단다. 민재는 당연한 듯 의대에 합격했어. 그런데 민재는 의대 입학이 아닌 모험을 계획하고 있었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북유럽까지 갔다가 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돌아오는 계획이었어. 하지만… 왠지 불안불안 하더니만, 지은이는 이 소설을 비극으로 끝을 내려고
마음 먹은 것 같구나. 출발을 위해 페리호를 타는 날, 페리호를
타기 전에 기윤과 약속을 했는데, 기윤을 만나러 오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단다.
기윤은 통곡을 하며 슬퍼하였지만, 민재는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단다. 기윤은 자신만의 장례식을 한번
더 했단다. 민재가 남긴 시들을 모아 책을 만들고, 그 책을
고등학교 명예의 전당에 몰래 갖다 두었단다. 민재는 기윤에게 우상이면서 명예의 전당에 오를만하다고 생각했어.
….
소설은 다시 서른 살을 앞둔
기윤의 시간으로 돌아왔어.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지.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모방을 한 것이라는 깨닫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소설이 재미있게 잘 읽히기는
하지만, 익숙한 플롯과 예상되는 줄거리가 다소 아쉬웠단다. 그래도
충분이 읽어볼 만한 소설이었다고 총평을 하고 싶구나. 지은이 이우 님의 다른 책들은 어떤 책이 있는지
한번 살펴도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어둠이 물들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그림 속 보잘것없는 사내는 이제 더 이상 민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너는 왜 구레나룻을 기르고, 통바지를 입고, 그렇게 요란한 신발을 신는 거야?"
"글쎄, 멋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일종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그래, 멋으로 저항을 하는 거지. 이 재미없고 감옥 같은 학교를 향해서."
- P17
"이곳처럼 야생적이지 않았어. 이미 학생들도 학교를 초월한 어른들의 가치가 물들어 있었거든. 권력지향적이고 자본주의적이었다고 할까. 부모님이 어떤 직업이고 알만큼의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을 세습하고 부를 상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지. 그게 가능하다면 이미 무언가를 성취한 거나 다름없었거든. 또 어느 정도의 성적을 갖고 있으며 어떤 학교를 갈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인이었지. 이러한 잣대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애들끼리 몰려다니며 어른들과 유사한 권력 놀이를 했어. 오히려 물리적인 힘에서 오는 권력은 야만스러운 것에 불과했지.-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