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소설보다 : 봄
2025>라는 책을 이야기할 것인데, 이 책은 아빠가 충동 구매로 산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눈에 띤 책이었어.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그려져 있었어. 아직 익지 않은 딸기와 잘 익은 딸기들… 아빠가
어렸을 때 텃밭에 딸기가 있어 봄이면 딸기밭에서 따먹던 딸기도 생각이 났단다. 요즘에야 비닐하우스에
기른 딸기 때문에 봄보다 겨울에 딸기를 더 많이 먹는 것 같지만, 딸기는 엄연한 봄을 대표하는 과일이란다.
그런 딸기 그림과 함께 적혀
있는 책의 제목은 <소설 보다 봄>.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인터넷 서점에서 자주 보여서 알고 있던 계간지였지만 아빠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겉표지에 혹해서 클릭해 보았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 버튼을 눌렀단다. <소설 보다>는
일 년에 네 번 계절마다 출간되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들이 들려 있단다. 매 호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호에서는 단편 소설 세 편과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더구나. 이번 <소설 보다 : 봄 2025>에는 강보라 님의 <바우어의 정원>, 성해나 님의 <수무드>, 윤단 님의
<남은 여름>이 실려 있었단다. 세
편 모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가볍지만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봄과 어울리는 소설들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세 작가 모두 아빠는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재미있어서 작가들의 다른 책들도 함 살펴봐야겠구나.
1.
자 그럼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줄게. 강보라 님의 <바우어의
정원> 바우어라는 짙은 파란색을 띠는 새가 있단다. 구애를
위해서 자신의 둥지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다는구나. 자신의 몸 색깔과 마찬가지로 온통
파란색 물건으로 둥지를 장식하기도 한다는구나.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말 파란색 플라스틱 조각을 비롯하여 둥지를 파란색으로 꾸며 놓았더구나. 주인공
은화는 중년으로 접어드는 배우로 한때는 주인공도 하여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결혼 이후 세
번의 유산으로 3년 여 공백기간을 가졌고 다시 재기를 위해서 연극 오디션에 참가를 했단다. 그곳에서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후배 정림을 오랜만에 만났어. 정림은
은화만큼 뜨지 못했고 여전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며 꿈을 키워나갔어. 오디션을 마치고 은화는 정림이
연극 연습을 하는 극장까지 태워다 주며 오랜만에 안부로 이야기를 채워나갔단다. 정림도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실에 아픔을 공감하면서도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했어. 얼마 후 은화는 연극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어. 앞서 이야기한 바우어 새와 주인공 은화의 연결점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에는 은화가 아픔을 이겨내려는 희망이 보였단다. 작가의 의도는
어떤 줄 모르겠지만 아빠는 그렇게 이해했어.
…
두 번째 소설은 성해나 님의 <스무드>. 듀이는 유명한 설치미술가 제프의 매니저였어. 듀이는 한국계 재미교포 3세로 외형적으로 한국인처럼 보였지만 한국말은
전혀 못하고, 한국의 문화와 음식도 전혀 모르는 완전 미국인이었어. 한국을
얼마나 모르냐면 동남아 국가와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했단다. 제프가 전시회 때문에 방한을 하게 되었는데, 듀이는 그 일로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단다. 전시회 때문에 한국인
스태프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한국 음식을 대접하자 듀이는 입맛이 맞지 않았어. 호텔에 머무르다 시간이 나서 듀이는 혼자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게 되었단다. 커다란
광장에서 축제 같은 것이 벌여져서 구경을 했는데,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이 축제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들의
선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었어. 읽는 이들은 그것이 축제가 아니고, 태극기 부대의 시위 현장이란 것을 알 거야. 하지만 듀이는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단다. 젊은이가 시위를 찾아주니 나이 든 시위 참가자들은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먹을 것도 주고 핸드폰 배터리 충전도 해주는 등 친절하게 대해 주었단다. 그러면서
짧은 영어이지만 어떤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인지 듀이에게 알려주었고, 이 광장의 이름은 이승만 광장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태극기 부대는 정말 그곳을 이승만 광장이라고 부르나?)
듀이는 그들의 말에 철썩 같이 믿고 그들이 찬양하는 대통령이 새겨진 키링도 샀어. 듀이는
끝내 그들의 정체를 모르고 출국을 하게 되는데…. 지은이의 문체로 봐서는 풍자를 하는 듯 쓴 것 같은데, 어찌 보면 태극기 부대를 미화한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느낌이 들었단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듀이의 잘못된 상식이 나중에 깨질 수 있을까?
…
마지막 세 번째는 윤단 님의 <남은 여름>이란 소설이란다. 서현은 얼마 전 직장에서 정리해고로 잘리고 실업수당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어.
어느날 어느 양지 바른 길거리에 파란 소파가 나타났어. 잠시 앉아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해서
매일 그곳에 와서 한동안 앉아 있었단다. 그런데 전에 다니던 회상의 상사 추 팀장이 와서 왜 이곳에
와서 시위하냐고 따져 물었어. 알고 보니 파란 소파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어. 서현은 그런 의도 없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추팀장은 믿지 않았고, 서현은 이후에도 계속 파란 소파에 왔단다. 추팀장도 가끔 그곳에
와서 서현에게 안부를 전하게 되는데 추팀장도 본래 마음이 약한 사람인지라 서현을 정리해고 한 것에 대한 미안함,
부채감 뭐 그런 걸 갖고 있었어. 서현은 파란 소파가 길거리에 며칠 동안 덩그러니 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버린 것이라 생각하여 집으로 가지고 올까 생각도 했는데, 자신의 집이 너무 작아서
소파를 놓을 곳이 없었어. 그런데 추팀장이 자신이 가져갔다는 거야? 그런데
그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헛갈리게 이야기를 했어. 추팀장은
서현과 식사를 하면서 끝내 미안하다는 말과 찐 옥수수 한아름 사서 건네주고 돌아갔단다. 서현은 해고
같은 충격적인 소식에 크게 놀라지 않는 사람 같았어. 지난 과거에 자신이 친구의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그 친구가 얼마 후 자살을 한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다른 사건들은 다 사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지 여러 해가 지나도 죄책감을 지울 수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였단다.
….
이렇게 <소설 보다 : 봄
2025>에 실린 세 편의 소설을 이야기해보았단다. 단편 소설이라서 그런지 툭 끊긴
기분이 드는데, 등장인물들의 그 뒷이야기들도 무척 궁금하구나. 지은이들이
뒷이야기를 쓰면 좋겠는데, 어쩌면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일 수도 있겠구나.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눈은 갑자기 그쳤다.
책의 끝 문장: 마음만큼 부지런히 지내고 싶습니다. 마음만큼 부지런하게 지내지 못하더라도 덜 좌절하고 싶고요. 모쪼록
해야 할 일들에 몰두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