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감과 공감 그리고 저항과 인정을 거쳐 하나의 삶이 또 다른 삶으로 건너가는."
그냥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이것이 또 다른 삶으로 건너가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아니 에르노를 통해서 우리가 새로운 영감을 받으면서 그의 글이 우리의 글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4-)
안녕하세요, 이런 말 필요없어요.그냥 써서 툭 보내세요. 그럼 나도 툭 읽어볼게요. 그 사람만의 문향(文香) 이 있잖아요. (-33-)
저마다 아픈 상처를 지닌 여성들의 서사 (-39-)
제 첫 기억이 놀이터 앞 아스팔트에 쓰러져서 피범벅이 된 채 울었던 장면이에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고함치고,엄마가 막 달려와서 저를 안아 올렸는데, 엄마가 나 알아보겠냐고 물어보고 막 그랬거든요. (-48-)
"조선아, 내가 너를 연결할 때 개천가에 고꾸라지든지 , 뽑히든지, 죽은 시체라도 더 학대해다오. 그래도 부족하거든 이 다음에 나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 있는 대로 도 학대해 보아라. 그러면 서로 미워하는 우리는 영영 작별된다.이 사나운 것아.사나운 것아.' (-114-)
특이하게 살지 말고 특별하게 살아라. (-135-)
이 마음이라는 바다는 아무리 더러운 것을 쓰더라도 자체는 더럽혀지지 않는다.그런 말처럼 나는 변함없이 실천하는데 다른 사람의 이목이나 뒷담화가 두려워서, 나는 사실 하나밖에 없는데. (-192-)
회사에서 생산부 여성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소속이 달랐고 그녀들의 일은 육체 노동으로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다. 나의 일은 시험하고,기록하는 것이었으니 그녀들이 보기에 나의 일은 일이 아니어서 상대적 박탈감도 작용했다. (-234-)
그러다 다시 설핏 잠이 들었고 여섯살의 나로 돌아갔다. 여섯 살, 햇볕이 내리쬐는 8월의 오후였다.친구와 손을 잡고 건너편 놀이터로 향하던 중 언덕 내리막길에서 질주해 오던 중국집 배달원의 오토바이가 우리를 쳤다. 목격자들은 내가 2미터 이상 날아오르는 걸 보았다고 했다. 새처럼, 아니 풍선처럼. (-287-)
오랜만에 노래나 좀 더 불러보려고 목청을 가다듬는데, 갑자기 "띠링" 하는 문자 알림 소리.전자서점 알라딘에서 보낸'25주년 당신의 기록 영수증'이다.
첫 만남 2000년 2월 29일, 구매한 책 5,573권,지금까지 결제한 금액 total....
앗, 식구들이 못 보게 얼른 숨겨야 한다. (-339-)
2024년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미오기傳』을 읽었다. 작가로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던 작가 김미옥은 드디어 자신의 삶을 조금씩 열었으며, 내 삶 속에서 위로왕 상처를 객관적으로 마주하고, 물 흐르듯이 흘려보내는 방법을 찾기 위한 삶의 여정을 이어나간다.
그녀의 세번 째 책이 출간되었다. 2023년 겨울 초입, 메디치미디어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다시 책을 내는 <중림서재>의 북클럽 모임장을 제안 받은 김미옥 작가는 나만의 인생 서사를 가진 이들이 소소하게 모여서,책에 대해 말하고, 책 속에서 자신의 삶을 터치하듯, 여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 무지와 무능, 우리 삶 곳곳에 숨어있는 것들은 남성은 모르는 여성의 내밀한 상처가 ,법과 제도, 문화 속에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책 『당신의 삶이 글이 될 때』에서는 저마다 아픈 상처를 지닌 여성들의 서사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남성이라면 듣지 않아도 되는 상황과 억울함, 여성이라서 예민하게 되고, 자격지심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대중의 따가운 시선은 특이한 사람으로 전락해 버린다. 남자였다면, 논문 면접에서 면접관에게 듣지 않아도 되는 말들, 면접의 목적과 무관한 면접방식에 좌절하고 만다.내가 여성이 아니라 , 남성이라면,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면접관에게 들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여자라서, 논문 면접에서, 남편의 직업이 무엇인지 들어야 하는 상황, 그것이 우리 사회 속에 숨어있는 노골적인 여성 차별과 혐오의 보이지 않는 실체였다.
여성이기에,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주변사람들에게 , 들어야 하는 말들,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선을 넘지 말아라, 하면 안된다. 그러한 것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으며,이런 현실이 바뀌어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이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학습된 상처들은 불필요한 것을 노출시켜야 하는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 숨어 있다. 김미옥 작가를 필두로 하여,여덟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는 방법을 <중림서재> 독서모임을 통해서, 흘려보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