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화장실용'변소가미;'를 떨어뜨린 적이 없었다. 지극정성으로 은행에서 폐기되는 신문잡지를 확보, 노끈으로 묶어 집으로 날랐다. 덕분에 적어도 화장실에서 쓰는 '변소가미'만은 우리 집만큼 풍요를 누린 경우가 없었을 정도였다. (-14-)
주판 연습 중에 책상에 엎어져 잠자다 일어나 느닷없이.
"우리는 민족중흐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바락바락 국민교육헌장을 외쳤던 곱슬머리 달룡이의 앳된 모습도 요술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39-)
그래, 내가 고향 재산을 모조리 정리하고 서울로 터전을 옮겼던 것도, 내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아들을 잊으려는 발버둥이었는지도 몰라. (-80-)
비서실이며 기획실이며 담당 중역들이 묘안이랍시고 유명 로펌의 변호사를 동원하자느니 일단 한보생명 소속 법조인 출신을 한자리에 모아 탈출구가 어딘지 비방을 찾아보자느니 자기들끼리 의견이 분분했지만 서대평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162-)
김춘복은 본 사건으로 사기죄 등으로 검찰에 구속되어 고위층의 도움으로 풀려난 사실이 있으며,중앙정보부 국방부 조사대 등에서 김춘복, 구본상은 조사받은 사실은 있으나 처벌받는 사실은 없었으며, 본인은 한 번도 조사나 처벌받은 사실은 없습니다. (-216-)
신군부의 실세들 모두가 극적으로 합의,'서대평은 죄가 없다. 그는 여전히 국제적인 보험업계의 신사이고 문화인이다!' 라고 '혐의 없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261-)
"아녜요.어느날 노원까지 물어물어 찾아와 방 하나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데, 시부모 모시고 사는 형편이라 마침 이웃집에 방이 나와서 거기를 소개해 줬거든요." (-311-)
백시종 작가는 소설 『어느 바람이 그를 흔들랴』을 일년 만에 탈고했다.그전에 써왔던 소설이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목혀 왔다면, 이 소설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며, 광복 이후 80년 간의 시간을 한권으로 압축해 놓고 있다. 민주 사회가 아닌,군부 독재국가였던 대한민국이 그동안 어떤 사회를 구성하고 있었고, 어떤 나라를 만들어갔는지 고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변소가미'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지금과 다른 푸세식 화장실에서, 휴지 한장 아끼기 위해서, 시간이 지난 신문을 찢어서 사용한 바 있다. 아껴야 잘 산다는 정서가 우리 사회를 지금처럼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고 기성세대는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대형 서점이 있다. 그 서점에 해서, 창립자의 창업 철학은 익히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그 창립자의 위선을 여과 없이 고발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깨끗하게 번 돈이 아닌,법과 제도의 헛점을 이용하여 번 돈이며,그것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음을 ,우리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위선과 모순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토지 사기전과 60범 김춘복이 등장한다.그는 토지 사기를 저지르고 있었고,그 댓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지금의 현충원 자리의 땅을 소유하고 있었던 김영구는 , 토짓기전문가 김춘복의 먹잇감이었으며,그 땅은 김영구에서,서대평으로 소유가 이전 되었다.그리고 자수성가하게 된 서대평은 서점을 세우고, 보험을 통해서 번 돈으로,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으로 키우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작가 백시종은 이 소설을 통해서, 돈이나 사기를 저지른 당사자들보다,우리 사회가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는 이유를 독자들에게 물어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뻔뻔한 인생을 유지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다.서대평이 해왔던 일들이 과정은 깨끗하지 않았으나,결과는 깨끗했고,대한민국 경제 부흥에 큰 공을 세웠다 한다.그에 대해서,공과 과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박정희나 전두환이 저지는 일들은 문제가 있었으나,그들이 대한민국을 잘살게 해준 대통령이니,그들의 과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것과 진배없다. 결국 돈이 우선인 사회에서, 윤리나 민주적 가치는 후순위로 빠지게 된다.그 하나하나에 대해서, 작가는 과거의 우리 모습이 앞으로 다시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1979년 10월 발발했던 비상계엄이, 2024년 12월에 다시 나타난 것처럼, 우리는 언제나 혼란에 빠져들수 잇음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