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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동구와 친구들
  • 김고운
  • 15,120원 (10%840)
  • 2025-06-13
  • : 3,680
와앙~ 덥썩 안고 싶게 너무너무 귀여운 그림책이다. 애견인들에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주인공 개들은 집사가 떠받들며 키우는 왕자 공주견들은 아니다. 소위 '시고~르자브종'들이다. 솔직히 이 말을 처음 듣는데, 보자마자 딱 알 수 있었다. 책 속 개들은 똥개라는 말보다 이 말이 더 맘에 든다고 한다.^^

개 팔자가 몇십년만에 많이 바뀌었다. 나 어릴적 외갓집에도 시고르자브종 개들이 있었다. 걔네들은 주로 개집에 묶여 있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사람이 산책을 시켜준다? 생각도 못했다. 그뿐인가. 다음 해에 내려가보면 없다. 보신탕 행이 된 것이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시절이다.

세월이 흘러 개팔자가 사람보다 좋은 세상이 됐다. 우리집에도 말티푸 한 마리를 키우는데 주로 딸이 꼬박꼬박 시간들여 산책을 시킨다. 아프면 병원 데려가느라 누구는 돈을 누구는 시간을 쓴다. 가족이 모이면 서로 자기 옆에 두려고 다툰다. 아주 자존감이 뿜뿜하다. 주인이 필요한거 하나 물어다주는 일도 안하면서 먹고 자고만 있으면 모든 예쁨을 다 받는다.ㅎㅎ

그렇다고 요즘의 개들이 행복할까? 그건 개들한테 물어보지 못했으니 확실치 않다. 옛날 외갓집에서 본 개들보다야 낫겠지만.... 내가 볼 때 가장 행복한 개들은 이 그림책에 나오는 개들일 것 같다. 마당에서 키우지만 묶여있지는 않고, 주인들의 사랑도 받지만 적당히 나다니면서 자유시간도 즐기는.....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이렇게 나다니게 키우는 집은 별로 없다고 들었다. 말하자면 최상의 상황을 그려낸 책? 그래선지 책 전체에 귀여움과 행복, 미소가 뚝뚝 떨어진다.

시골의 마을길과 집들은 하나같이 너무 예쁘고, 깨끗하고, 마을 어른들은 모두 마음씨 좋고 사이도 좋으며 똥개들을 하나같이 예뻐한다. 심지어 개들끼리도 모두 사이가 좋아. 이름은 옛날에 많던 해피와 뽀삐를 비롯하여 장군이, 바둑이, 감자, 그리고 제목의 동구가 있다. 모두가 다르게 생긴 잡종들이다. 제일 큰 뽀삐는 리트리버가 섞인 것 같고 제일 작은 장군이는 푸들, 감자는 시바견이 섞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게 뭐가 중요해. 하여간에 이 귀여운 녀석들은 주인들이 농사일에 바쁠 때 자기들끼리 알아서 산책을 다니다 주인들이 남겨주신 참을 먹기도 한다. 오늘 먹은 것은 수박! 너무 맛있어! 더 먹고 싶다고 입가를 핥던 녀석들은 발칙한 모의를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부제인 '한여름밤의 대소동' 이다.^^

이 책의 행복은 모든 일들이 좋은 일로 수렴된다는 거야. 하긴 개들이 수박을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어.
"햇볕이 쨍쨍한 여름
우리는 달고 시원한 수박을 실컷 먹었다."
그리고, 개는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개들은 주인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하는 존재들이거든요. 마지막 쪽을 보세요. 그래서 이 책에 행복이 가득한 것.

앞표지엔 앞모습, 뒷표지엔 뒷모습 여섯 마리 시고~르자브종을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그림책. 소중히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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