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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빠졌으면 좋겠어
  • 최도영
  • 11,520원 (10%640)
  • 2024-06-28
  • : 347
작은 소재를 담은 소품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으로 읽었는데, 읽을수록 단순히 소품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고도 교훈적인 결말로 읽힐 수도 있지만 가장 환상적인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태도, 그게 가져다주는 행복한 결말과 성장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매일매일이 이것과의 씨름인 나로서는 ‘덥썩!’ 잡을 수밖에 없는 주제인거다.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띈 건 가로로 인쇄된 표지가 독특해서였다. 그림도 친근하고 색감도 깔끔해서 뭔가 읽는 맛이 산뜻할 것 같기도 했다. 의미가 궁금해지는 제목도 인상적이었다. 뭔가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을 거라 짐작이 되었다.

그 짐작은 맞았네.... 동음이의어인 ‘빠지다’의 두 가지 뜻 ①박힌 물건이 제자리에서 나오다, ②물이나 구덩이 따위 속으로 떨어져 잠기거나 잠겨 들어가다 두 가지 뜻이 함께 어우러져 돌아가는 이야기다. 2번 뜻이 먼저 나온다. 화자인 반디는 요즘 방과후 댄스반 때문에 춤에 ‘빠졌다’. 그리고 좋아하는 걸그룹 아르니스의 요즘 유행곡 제목은 ‘나에게 빠졌으면 좋겠어’ 이다.

반디네 반에서는 추첨으로 4인 1조를 구성해서 발표회를 하기로 했다. 반디를 포함 3명까지 모두 방과후 댄스반 소속이라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뽑힌 아이가 송이. 작고 조용한 아이라 쉽게 넘어올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자기주장이 제법 있는 아이였다. 셋만 할 수 있는 춤 말고 넷 다 할 수 있는 노래와 악기연주를 하자고 한다. 달리 반박할 수 없고 나머지 둘도 동조하자 어쩔 수 없어진 반디는 속상함을 감추지 못하고 투정 끝에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다.

다음날 송이가 통 크게 양보했다.
“어제 반디가 한 말을 듣고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보고 그러면 더 재밌게 살 수 있대. 생각해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 기회에 춤을 한 번 배워 보려고.”
반디는 반색을 하며 백번이고 천번이고 틀려도 친절하게 알려주겠다고 다짐을 한다. 물론 진짜로 그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서 말이다.

송이가 처음에 춤을 꺼려했던 건 괜히 그랬던게 아니었다. 진짜로 송이는 몸치 중의 몸치였고 아무리 연습시켜도 늘지 않았다. 여기 나 같은 아이가 또 있었네... 여기서부터 내가 송이에 감정이입하며 읽었을 수도 있다.ㅎㅎ 반디는 지치기 시작했고, 자부심을 느끼는 그들의 춤에 송이가 오점이 될까봐 초조해진다. 멋짐이 되어야 될 그들의 무대가 송이 때문에 개그가 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이쯤에서 ‘빠지다’의 첫 번째 뜻이 등장한다. 빠졌으면 좋겠어.... 바로 송이가 팀에서 빠졌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이다. 결국 반디는 이 말을 송이에게 하기로 결심한다! 마침 한 명 충원을 원하는 팀도 있었기에, 반디는 속마음을 말하고 모둠을 조정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말할 기회를 노린다.

그런데 일은 공교롭게 흘러갔다. 송이는 반디가 그런 마음을 품은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반디에게 더더욱 고마워한다. 도저히 팀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일은 흘러갔다. 그리고....

약간의 위기 끝에 행복한 결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크게 작위적인 느낌 없이 따뜻하고 흐뭇한 느낌으로 잘 끝맺었다고 생각한다. 공교로운 상황이 오히려 운 좋은 일이었다는 다행스러운 면이 있긴 해도, 각 아이들이 극단까지 가기 전에 자신의 마음들을 잘 돌아보고 조절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난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여러분, 선생님을 비롯,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많은 죄를 지어요. 하지만 그래도 아주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은 그걸 잘 넣어놓기 때문이죠. 마구 꺼내지 않고, 망설이다가 웬만하면 집어넣는 거예요. 사람 마음 거기서 거기인데 큰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차이예요. 남에게 보이려고 그러는 거라구요? 남을 의식한다구요? 맞아요. 그게 어때서요? 남을 당연히 의식해야지 그럼 안해요? 나의 이 행동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그 결과가 나에 대한 어떤 평가로 돌아올지 생각해야지 그럼 안해요? 가식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걱정 넣어두고 남의 평판에 신경 써요. 나를 조절하면서요. 그게 쌓이면 인격의 일부가 된답니다. 인격에 선천적인 면만 있지는 않거든요. 노력하면서 만들어 가는 거예요.

나의 개인적 관찰과 경험, 생각이 많이 들어간 편중된 소감일 수도 있다. 감동적인 우정 쪽으로 감상해도 충분히 괜찮을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데도 어떤 행동이 더 아름다운 것인지 계산이 필요하다는 게 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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