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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코끼리 씨의 다정한 책방
  • 이시원
  • 15,300원 (10%510)
  • 2024-11-21
  • : 2,556
이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읽고 이시원 작가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성함을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전작을 읽은 적이 있다. <숲 속 사진관>이라는 그림책이다. 5년도 더 전에 2학년 '가족' 주제를 배울 때 읽어줬던 그림책이었다. 그때 아이들도 나도 참 좋아했던 그림책이었는데.... 이책 참 괜찮네? 하고 작가소개를 보니 잊고있던 그 책의 작가님이어서 반가웠다.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안읽어봤지만 <나는 회색 거미야!>라는 책도 그럴 것 같다.

그 느낌은 밝음과 따뜻함, 그리고 괜찮다는 격려, 기꺼이 함께 해주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 나에게 충분하지 않은 것들. 정확히 말하면 매우 부족한 것들. 그래서인가. 내 자녀가 아직 아기라면 이분의 책들은 빌리지 않고 사주고 싶다. 내가 보여주기 어려운 것들을 책으로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인 거겠지.

그런데! 바로 그게 안되는 거라고! 이 책이 말하고 있네. 책으로만 안되는 것이 있다고. (많다고)
"코끼리 씨는 숲속에서 책을 가장 많이 가졌는데도
끊임없이 책을 모았어요.
친구들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책을 더 많이 갖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다정한 코끼리가 되기 전, 코끼리의 초반모습은 속표지 이전에 나오는데, 그렇게 나오는 것 치고는 다소 길게 나온다. 나와 공통점이 있다. 나는 코끼리만큼 책을 많이 갖지도 모으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좀 애착이 있고, 그에 비해 사람에게는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모여서 뭘 하는 걸 피곤해하고 혼자가 편하다.책도 혼자 읽고 혼자 끄적거리고 끝이다. 책은 책으로 끝이다. 책이 내 마음을 조금 움직일지언정 내 발을 움직이기는 무지하게 어렵다.

속표지를 넘어가면서부터 코끼리의 달라진 삶이 시작된다. 자신이 모은 책들을 나누는 책방을 연 것이다. 나눔의 마음을 연 결단이다. 하지만 동물들이 찾는 책이 딱딱 있지가 않다는 거.
"엄마 없이 아이들끼리 잘 지내는 법에 대한 책이 있나요?"
"하늘의 색을 마음에 담는 법에 대한 책이 있나요?"
이런 주문에 맞는 책을 찾아줄 수 없어서 고슴도치는 속상했다. 하지만, 책이 아닌 방법으로 코끼리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코끼리는 행복했다고 작가님은 적어놓았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은 나의 마음은 이런 것 같다. 나는 잘 못하겠지만 세상은 이랬으면 좋겠는 것. 세상이 이렇다면 나도 어쩌다 슬쩍 해볼수도 있으니. 일단 기본적으로 세상이 다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도 거기 묻어가고 싶은 마음?

직장에서는 '독서교육'으로 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지나치게 독서, 독서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이 문해력 위기의 시대에 최대한 책과의 연결을 시켜주려고 노력은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 역대 우리반의 독서가들이 모두 행복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 그들의 인성이 모두 보기좋고 따뜻했던 것도 아니라는 점. 이런 관찰 경험을 갖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독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나도 아직 닿지 못한 그 지점. 함께하는 세상, 서로 돌아보아주는 세상을 위해 나도 뭔가를 하는 지점.

이 작가님의 그림체도 색감도 모두 마음에 든다. 작품활동을 활발히 하셨으면 좋겠다. 성함을 기억했으니 또 나오면 반갑게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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