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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귤 양말이 사라졌어
  • 황지영
  • 12,150원 (10%670)
  • 2024-07-15
  • : 2,035
이 책 작년에 읽었는데 반납이 급했었던가 리뷰를 남기지 않았다. 영락없이 기억이 희미해졌네... 내가 리뷰를 쓰는 첫번째 이유가 이거다. 기억을 저장해놓기. 연휴를 맞아 도서관에 갔다가 다시 대출해왔다.

슬픔을 다루면서도 아주 사랑스럽고 귀엽고 기발한 상상이 가득한 동화다. '와 역시 작가는 작가구나 나라면 이런 생각 못할텐데' 이런 생각이 들 때 내맘속의 점수는 쭉쭉 올라간다. 요즘은 작가지망자들도 작품들도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확신할 순 없지만 내가 동화를 읽을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나는 순도 높은 독자가 아니라서.... 하지만 그때가 와도 이런 작품들은 가끔씩 읽어줘야 할 것 같다. 순도 높은 작품이라서? 순도 높은 작품은 순도 낮은 독자의 마음에도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된 후 동화를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그 이유는 직업적 이유보다도 '어린 시절 독서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서' 였으니까.

이 책에는 도깨비가 나오고, 도깨비 나라도 나온다. 도깨비 세상은 우리 세상과 겹쳐 있다고 한다. 흔한 설정이다. 하지만 느낌이 아주 새로웠다. 주 느낌은 귀여움? 위기도 있고 모험도 있지만 귀여움을 넘어설 순 없기에 그닥 무섭거나 가슴 졸이지 않았다. (이건 장점이 아닌가?^^;;;)

규리에게 나타난 도깨비는 '눈물 도깨비' 마을에서 온 루이였다. 인간 세상처럼 도깨비 세상도 여러 마을이 있다. 웃음 도깨비 마을도, 불꽃 도깨비 마을도 있다고. 그중 루이네 마을은 인간의 눈물과 연결된 세상이었다. 루이는 규리네 식구가 잠든 밤에 눈물을 닦아 가려고 왔고, 닦는 도구는 바로 '양말'이었다. 이렇게 양말은 이 동화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규리는 요즘 늘 발이 시렸다. (초여름인데) 마음이 시릴 때 나타나는 규리의 유난한 신체현상이다. 할머니가 떠주신 귤양말만이 발을 녹여주어서, 날마다 그 양말을 신는데, 한짝이 없어져서 너무 슬프다. 나는 내 아이가 이럴 때 짜증내지 않고 발을 감싸 녹여줄 수 있는 부모였나 생각해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뭐든 유난한 걸 싫어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다. 타인을 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다.ㅠ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고 양말짝을 찾아 서랍에 넣을 때, 한짝이 없는 경험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꽤 자주 그런다. 분명 같이 벗었을 텐데 왜...? '양말 귀신이라도 있나' 라고 규리 아빠도 말했는데, 이 동화는 바로 그 발상에서 시작했다. 루이는 양말 도깨비였다. 눈물 주인공의 양말을 신고 눈물을 닦아가는 도깨비. 한밤중에 루이가 규리 눈에 띄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눈물을 닦았던 양말은 반드시 도깨비 마을에 가져가야 하건만, 규리의 간청으로 루이는 그걸 조건부로 주고 갔다. 하지만 금기는 반드시 깨지는 법. 두 세상은 뒤죽박죽이 됐고 그걸 풀기 위한 인간 아이들 셋과 도깨비 아이들 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우정, 의리, 이타심 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어 따뜻한 감동을 준다. 그것 뿐이면 조금 단순했을 이야기에 눈물의 의미까지 버무려져 아주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다.

눈물이 많은 사람도 있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모르게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그 눈물을 정성스레 닦아가는 존재들이 있다면 양말 한짝이 어찌 아깝겠나.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 서로 알아봐줘야 하는 눈물이 있다. 마음껏 흘려도 괜찮다고 옆에 있어주는 존재. 세 아이는 눈물 끝에 웃음꽃을 피우게 되었다. 파란색 캐릭터 '슬픔이'의 역할을 보는 듯도 했고, 결국 연결 속에서 살 수 있는 인간의 속성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은 저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내가 보기엔 3학년 정도에 딱인 것 같고 4학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조금은 더 글밥이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2학년에게도 좋겠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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