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여행은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보이는 대로 보라고 가르친다."49
혼자서 떠나는 해외 여행은 조금 겁이 난다. 여행 중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모든 일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하고, 언어적 한계로 아무일도 아닌 일이 번거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떠나고 패키지를 이용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혼자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저자는 3년간 3번에 걸쳐 혼자 여행을 했다. 2016년 유럽, 2017년 북인도와 네팔, 2018년 남인도와 스리랑카이다. 만만치 않은 인도 지역을 두 번이나 다녀와서 궁금해진다. 책은 이 세 번의 여행에 따라 3부로 되어있다. 각 부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따로 썼는데, 마치 3권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
유럽은 런던, 파리,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를 여행하는데 처음 런던에서 여행을 시작할 때는 지하철 표를 사는 일상의 낯섦과 서툼에 어린애 같지만 바로 적응을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중년의 나이에 여행을 하면서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기 위해 '강박'처럼 움직이는 자신이 인생도 그렇게 살아왔음을 되돌아본다. 가끔은 쉬어가는 힘의 안배가 여행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필요하다.
인도와 네팔 편의 프롤로그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저자의 삶은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라니 인도를 두 번 방문한 이유를 알겠다. 인도에서 실체 없는 생각의 두려움, 물질의 실상에 눈먼 채로 살아오다 삶에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헛된 욕망을 부수었다고 고백한다.
유럽과 인도를 대하는 것이 사뭇 다르다. 유럽은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에 감탄하는 반면, 인도에서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려한다. 어린 나이에 집안을 돕는 아이들, 아이를 안고 동냥을 하는 엄마, 슬리핑 부스 아래 통로에 쪼그리고 가는 사람들, 아름답고 화려한 타지마할에 이르는 길에 펼쳐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쓰인다. 치안이 좋지 않고, 정각에 오지 않는 버스나 기차를 기다리고, 아수라장 같은 길 위에 먼지와 매연, 소음과 혼돈이 가득하지만, 어느새 익숙해지고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그리워진다. 삶은 꼭 의미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떠나고 평온한 마음이 찾아오고, 나약하고 비난하다고 자책하지 않고, 허영도 허세도 부질 없다고 느낀다. 내려놓으니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된다.
유럽 편의 사진이 기가 막히다. 글을 읽다가 다음 페이지에서 문득 펼쳐지는 풍경은 '우와!'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초록이 쨍한 하이드 파크, 한 쪽에 안개 덮인 스위스의 알프스, 베네치아의 좁은 수로를 지나는 곤돌라, 하늘과 맞닿아 있는 티볼리의 빌라 데스테 정원, 암스테르담 수로의 푸른빛과 어스름한 푸른 빛 하늘이 환상적이다.
톡톡튀는 문장이 읽는 재미가 있다. "런던에서 이틀 머무르다 파리로 와서 받는 느낌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나이트클럽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터져 나오는 흥분과도 같았다"43 "더 좋고 더 편리한 것이 있으면 고치고 바꾸는 개발도상국가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파리는 온통 고칠 것 투성이었다.46 까칠한 자기비판이다.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간단하게 여행기록을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톡톡 튀는 문장이 어우러져 읽는 것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