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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님의 서재
  • 흔들리는 우주에서
  • 최현주
  • 12,600원 (10%700)
  • 2025-06-20
  • : 15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주는 팽창하고 폭발하고 움직인다.

사람의 마음속에도 우주가 있다. 고요할 수가 없다. 특히 중학생 시절에 마음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한다.



상점이 즐비한 골목에서 소음과 살아온 재우네는 아빠가 하던 치킨집이 망하자 할머니가 사시는 경주로 이사를 한다. 서울에 미련은 없었지만 경주에 대한 기대도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 치킨집을 차린 아빠가 뭘 잘 해낸적이 거의 없어서 엄마와는 늘 싸움이 일어났었다. 난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났냐고. 부모를 선택할 자유도 없이 왜 태어난거냐고.

이름이 같아 친했던 한재와 멀어진 후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 미리 말도 해주지 않고 경주로 내려와버렸다.



경주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했지만 아이들은 벌써부터 거리를 두고 수근거린다.

'재 뭐 사고치고 전학온거 아니야?'

학교로 가지않고 거리를 헤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그냥 끊어버렸다.

잔소리나 하려는거겠지. 하지만 그 전화를 받았었야만 했었다. 그게 마지막 전화였으니까.

미안하다는 녹음만 남기고 아빠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면 내가 용서해줄거라 생각한걸까. 자신의 가족은 물론 스스로도 책임지지 못하고 못난이처럼 죽음을 선택한 아빠가 원망스러웠지만 점차 그리움과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 전화를 받았다면, 좀 더 다정하게 해드렸다면 아빠가 살아있었을까.

남은 가족들 모두 깊은 상처로 허우적거렸다. 가장이 된 엄마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경주로 내려오자마자 계속되는 지진처럼 삶은 늘 비틀거리는 것 같고 불공평하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유자누나는 보육원출신이라고 했다. 이제 독립을 해야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갈 곳이 없단다. 한재역시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지만 청각에 이상이 생겨 포기할 위기에 처한다. 도대체 아직은 누구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우리들을 세상은 왜 흔드는거지.

흔들리는 우주에서도 꼿꼿하게 버티는 존재들이 있다. 언젠가는 그 흔들림도 잦아들 것이다.

유자누나의 이름은 '자유'의 반대말이었다는 것처럼 '자살'을 '살자'로 바꿔 훗날 그런 추억도 있었노라고 말하는 시간이 온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지금은 흔들려도 괜찮다고.

흔들리는 아이들에게 손을 잡아주는 다정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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