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운명이나 인연같은 단어를 만나면 슬픔이 느껴진다.
행복한 운명, 즐거운 인연도 있겠지만 이런 단어가 등장하는 누군가의 삶은 슬펐던 것 같다.
시골 깊숙히 숨어있는 호스피스 병원에 버려진 아이의 삶도 슬픔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필 그 아이가 도착한 곳은 죽음이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는 것이 이미 슬픈 운명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가난한 의사와 수녀들은 선물처럼 여기고 아이를 키우고 사랑했지만 '설'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아이 곁에는 친구가 없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일반학교에 다니는 것은 불가능해보였지만 수녀들의 도움으로 학교를 가게 된 설이에게 아이들은 곁을 주지 않았다.

설이에게 친구가 생긴 것은 심장에 병을 가지고 태어난 하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고나서였다.
할머니와 둘이 살던 하는 심장이 망가진 채 태어났고 겨우 전 재산을 털어 심장을 대신할 장치를 달고 사는 중이었다.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하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게되면서 자신이 '악'의 씨앗이었고 자신의 죽음으로 악을 되갚으려 한다.

하가 떠나고 설은 아이를 잉태한 채 병원을 떠난다. 이벤트가 벌어지는 어느 역의 화장실에서 설의 아이가 태어나지만 천사가 나타나 그 아이를 뺏어 도망간다.
태란 이름의 소년 역시 애사롭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는 보험사기꾼이었고 어느 날 사라졌다. 엄마는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다. 태는 아버지를 대신할 돈뭉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 쓰지 않는다. 그 방법이 아버지에 대한 복수라고 여겼던 것일까.

그런 태와 설이 만나게 된다. 설은 천사가 뺏앗아간 아기를 찾고 있다.
태는 그 천사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천사가 갔을법한 곳으로 설이를 안내한다.
그 길은 지독한 태풍이 기다리고 있었고 마치 태와 설의 삶처럼 어두웠다.
바람은 절대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론가를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기도 한다.
잠시 머무는 바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고 희망도 품지 않는다.
그런 바람의 길로 들어선 태와 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견고한 책속에 슬픔이 가득 들어차있는 그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