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몬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철학 브런치>, <세계사 브런치>, <세계 문학 브런치> 모두 즐겁게 읽었다. 미술에 관한 책이 있는지 몰랐다. 최근 미술에 관한 책을 읽고 있어서 함께 읽으려고 빌렸다. 역시 재밌다. 박식하고 솔직한 그의 감상을 함께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다른 책들은 더 가볍고 유머가 있어서 좋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부족해서 살짝 아쉬웠다.
이렇게 니케상과 비너스상은 완성보다 훨씬 더 강렬한 미완성, 아니 파손의 독특한 미학을 뽐내며 오늘날까지 루브르를 찾는 관람객들을 끌어당긴다. -p23
미완성, 파손의 미학. 저자의 설명을 듣고 작품을 보면 더 감상이 깊어진다.
고흐는 "밤은 낮보다 훨씬 풍요로운 색을 띤다" 라고 말한 바 있다. -p114
정통 인상파 화가들이 태양 속 풍요로운 자연광에 집중할 때 우리 고흐 선생님은 별이 빛나는 밤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가령 '에올리언 하프' 라는 별명의 곡 <Op.25-1>혹은 '이별곡'으로 잘 알려진 <Op10-3> 등이 르누아르의 그림과 어울린다. 물론 <왈츠>도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p149
저자는 르누아르의 그림과 쇼팽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선반의 구석도 아니고, 그림의 전체 구도에서 그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위치에 해골을 배치한 것은 화가 개인의 독단적 결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그름은 완성 이후 프랑스 북부 댕트빌의 저택 거실에 걸려 있었는데,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그림을 보면 해골의 형태가 제대로 보이는 배치였다고 한다. 이것이 댕트빌의 결정이었다면 그의 세심한 내적 성찰이 돋보인다. 혹은 성직자로서 항상 죽음과 사후 세계를 생각했던 셀브의 제안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p185
최근 독서 모임에서 한스 홀바인 2세의 <대사들> 그림 이야기가 오갔다. 한 분이 이 그림에서 해골을 그린 화가의 기개가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그 생각에 반론을 제시했다. 해골의 상징은 유럽 회화의 오랜 전통 '메멘토 모리'다. 나는 화가의 기개라기 보다는 당시의 전통, 풍습이라 생각했다. 그림의 의뢰인에게 일침을 남기는 기개라기 보다는 모두가 수긍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과 같은 저자의 의견을 발견해서 좋았다.
서구 미술, 미술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러스킨의 저술은 읽어 볼 만하다. -p214
미술 감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나는 천국과 지상을 다스리시는 신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았지만 지옥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한다오." -p316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 '최후의 심판'을 그리고 있는 미켈란젤로에게 교황청 고위 관리 비아지오가 비판을 한다. 천장화의 인물들의 누드를 비판한 것이다. 성스러운 예배당은 고사하고 선술집 벽에나 어울린다고 불편한 것을 시작으로 두고두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악이 오른 미켈란젤로는 비아지오를 지옥의 심판관 미노스의 모습으로 그렸다. 비아지오는 이를 보고 경악해서 교황에게 그림을 수정하게끔 해 달라고 간청했는데 위의 대답이 교황의 답변이다. 재치있는 답변이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고 많은 책을 보진 않았지만 내가 읽은 미술 관련 책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다. 미술 관련 책으로 추천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