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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읽고 좋아서 이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이 더 좋다. 천재의 글, 아포리즘.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더 읽어보고 싶다. <비트겐슈타인 평전>, <문화와 가치>, <전쟁일기>, <소품집>, <쪽지>. 철학에 관한 책들은 어렵고 그의 인생 철학이나 생각들을 알고 싶다.



 

 행복한 사람은 존재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사람이라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은 옳다. 

 혹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저 살아가는 것 외에 아무런 목적을 가질 필요가 없는 사람, 즉 만족한 사람은 존재의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p43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지 말자.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


 

 혁명가란 자기 자신을 혁명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p57 


 크... 너무나 멋진 말입니다. 



 영리함이라는 황량한 언덕에서 어리석음의 푸른 골짜기로 내려가라.


 가장 큰 어리석음이 매우 현명한 것일 수 있다. -p61 


 통념, 세상의 기준으로는 어리석어보이는 행동이 실제로는 현명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전재산을 포기한 비트겐슈타인처럼요.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인생. 즉 나쁜 인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징표다. -p67 


 이어령씨의 마지막 책을 봤습니다. 일기 형식의 글들이었습니다. 출간할 생각으로 쓰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은 이어령씨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어령씨의 경험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령씨는 말년에 종교에 귀의하기도 했습니다. 


 꼭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다고해서 잘못된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냥 대부분의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자살은 언제나 더러운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사람은 결코 자신의 파멸을 의지할 수 없으며, 자실이라는 행위를 실제로 마음속에 그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살은 언제나 성급한 자기방어라는 것을 압니다. -p77

 

 비트겐슈타인은 평생을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의 형제들 중 세 명이 자살했습니다. (어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이 동성애자였음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영웅은 죽음을 직시한다. 그저 죽음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죽음을. 위기에서 품격 있게 행동한다는 것은 무대에서 영웅 역할을 잘 연기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죽음 자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p78 


 소크라테스, 세네카 등 영웅은 죽음 앞에서 의연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들에게 전해주시오.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p84 

 

 비트겐슈타인의 유언입니다. 'wonderful life' 를 '멋진 삶'이 아니라 '경이로 가득 찬 삶'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고 합니다.


 

 타인들 앞에서 자신을 여는 것은 오직 특별한 종류의 사랑, 예컨대 우리 모두는 사악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랑에서만 가능하다. 사람들 사이의 미움은 우리가 서로를 분리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타인이 우리의 속을 들여다보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 속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므로. 우리는 물론 자신의 내면을 부끄러워해야겠지만, 동료 인간들 앞에서 부끄러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p115 


 타인들 앞에서 자신을 여는 훈련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나는 박봉이지만 내 자신이 만족하는 노동을 할 것이며 언젠가는 만족스런 인간으로 죽을 것이다. -p125  


 저는 사람들이 연봉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이 만족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2차대전 중 존 라인 교수의 집에 머물 때, 노동계급 출신의 피난민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 라일 가족이 피난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저녁을 다른 식탁에서 먹은 반면, 비트겐슈타인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함으로써 관심과 동정심을 보여주는 일을 고집스럽게 했다.(레이 뭉크 <비트겐슈타인 평전> 435(624)쪽) -p129 


 비트겐슈타인의 인간됨을 잘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그는 계급차별을 싫어했습니다.



 예술 작품은 '감정'을 전달한다는 톨스토이의 잘못된 이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 예술 작품은 다른 어떤 것을 전달하려나느 게 아니라 바로 작품 자체를 전달하려 한다. 마치 누군가를 방문할 때, 내가 상대에게 이런저런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 게 아니라, 무엇보다 그를 만나고 싶은 것이고, 물론 또한 잘 대접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p335 

 

 예술 작품은 '감정'을 전달한다는 톨스토이의 이론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술 작품은 '감정'을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비트겐슈타인처럼 반대합니다. 우리는 신파를 싫어하고 작품에 의도성이이 보이면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게 느껴지는지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에 대해 몇 백 년 동안 뛰어난 사람들이 표명한 찬사들을 들으면, 나는 셰익스피어를 칭찬하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금할 수가 없다. ... 내가 정말로 확신하려면, 밀턴 같은 이의 권위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은 당연히 매수되지 않았을 테니까. -p342 

 

 톨스토이에 대한 견해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견해에 굉장히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재밌었습니다. 저도 셰익스피어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햄릿>을 읽을 때 뿐이었습니다. 그 외 몇몇 작품들에서는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셰익스피어도 혹시 유명해서 유명해진 작가가 아닐런지요.



 월 80크로넨을 겨우 벌던 트라클은 2만 크로넨을 받았는데, 피커와 함께 은행에 가는 도중에 극심한 신경쇠약과 두려움으로 손이 땀에 흠뻑 젖어 돈을 넘겨받지 못할 정도였다. -p349 


 재밌는 일화입니다. 대충 환산해보니 월260만원을 받던 사람이 갑자기 6억을 받게 된 상황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트라클의 시를 높이 평가해서 후원을 했습니다. 트라클이 어떤 시인인지 후원을 받은 후로 어떤 작품 활동을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아직 반을 채 못 읽었는데 좋았던 구절이 상당히 많습니다. 남은 부분도 재밌게 읽고 페이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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