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숙제와 귀감. 시기심도 상대와 동등할 때에나 느낄 수 있을 텐데, 이본보다늘 한 발, 아니 두 발은 더 늦다 보니 이제 시기는 옅어지고 무기력에 휩싸일 때가 더 많았다.
- P25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등고선을그려보기도 했다. 겹치는 부분 없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고선을 따라가며 나는 늘 그랬듯 의심에 빠지기도,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P45
나는 이본이 부러우면서도 거슬렸다. 요며칠은 마음이 ‘거슬리다‘ 쪽에 가까워지 고있었다.
- P55
그렇게 우리가 포기 없이 오래, 아주 오래 이어갈 것들을 떠올렸다. 이 여름에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무언지 조금은 알 수있었다.
- P110
우리가 나고 죽을 동안 삶은 수없이 흔들리고 어긋날 수 있을 테지만, 그 여진속에서 기꺼이 손잡아줄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조금은 안도하리라 믿는다.
내가 지은 이 집에서 당신이 근심 없이 몸 누일 수 있길 바라며.
-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