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주택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
야마모토 리켄, 나카 도시하루 (지은이), 이정환 (옮긴이), 박창현 (감수) 안그라픽스 2025-03-06, 296쪽, 건축이론
🏘 책을 읽으며 이렇게 어려운 책은 우유의 역사, 주기율표 나왔던 책 이후로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면 모임도 무엇을 얘기해보겠다가 아닌 이 책에 대해 다른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조금이라도 무지를 좁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모임에 참여한 다른 분이 초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책이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어릴 때 동네 구멍가게가 커뮤니티 역할을 하며 구심점을 이루던 시절을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이 책을 극한 이론서로만 읽었다는 실수를 인지했다. 그리고 같이 나누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쉬워졌다.
🏘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동네 주택가마다 커뮤니티가 있었다. 모임에 내게 깨달음(?)을 주신 분 말씀처럼 대표적인 건 동네 구멍가게. 우리집은 내동생과 내 이름 한 자씩 따서 ‘선민슈퍼‘라는, 절대 슈퍼가 아닌 순도 100% 구멍가게를 했었다. 가게 앞 평상은 동네 사랑방. 그때는 도시락 밥도 서로 빌리고 빌려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밥을 빌리다니, 상상도 못 할 얘기다.
🏘 주택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슈퍼를 접고 이사 온 복도식 ‘삼익아파트‘. 지금 내 나이보다 많은 그 아파트는 여전히 인천에 존재하는 낡은 아파트지만, 어릴땐 나름 준수했었다. 역대급 더위라는 여름, 사람들은 복도에 돗자리를 펴고 수박을 먹었다. 에어컨도 없었지만 선풍기도 두 개씩이나 있는 건 생각을 못 했던 시절. 사람들은 복도를 지나갈 땐 가장자리로 깡총깡총 넘어갔다. 심지어 가장 덥다는 날엔 돗자리를 펴고 현관을 열고 복도에서 자기도. 그러니 커뮤니티가 어떤 장소가 아니라도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지 (???).
🏘 지금이야 주택도 드물고 아파트도 사생활이 보장되는 계단식이 거의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예전 같은 진짜 커뮤니티는 없다. 커뮤니티 대신 공동체라고 쓰기엔 어쩐지 무거운 느낌이기도 하고. 아, 공동의 적이나 불만사항이 있을 경우 커뮤니티는 활발하다. 단체 하자 보수 요구라던가, 뭐 이런 식이라면. 그래도 최근 아파트는 커뮤니티 센터도 있고 인터넷 카페도 있는데, 구축 아파트나 주택은 확실히 공동의 무언가는 떨어진다.
🏘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는 겨울에 눈이라도 치워야하니 나쁜 상황으로라도 활발한 편이다. 관리비도 같이 거두어 분리배출과 관리비로도 써야하고. 다른 곳보다 많은 편이지만, 어느 누구도 총대 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너무 활발한 커뮤니티는 부담스럽다. 이사 초기 활발하던 단톡방이 지금은 여러 이유로 조용해져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중.
🏘 스머프마을은 만화에만 가능한 것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