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속에서는 수평 자세로 누워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렇게 애써 쉬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여러 일들이 사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살수록 실감합니다. 눈을 꼬옥 감고, 햇살이 스며들면 앞발로 양 눈을 가린 채 어떻게든 하루에 20시간쯤은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고양이들이란 ‘쉼‘을 생명체로 형상화한 모양새 같아요.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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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살아남다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4
캔디스 플레밍 지음, 에릭 로만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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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살아남다,라니 왠지 북극곰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림책이라는 것에 귀여운 북극곰이 그려져있을까 기대하게 되었는데 귀여운 아기곰이 그려져있기는 해요. 하지만 일러스트같은 귀여움이 아니라 정말 아기곰의 귀여움이 느껴지는 그림이지요. 

이 그림책의 첫장을 펼쳤을 때, 북극의 4월에 대한 묘사와 햇살이 비치는 북극 눈세상의 모습은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 눈속에서 코를 내밀고 엄마 북극곰이 다섯달만에 세상을 보고 있어요. 엄마곰이 아기곰 둘을 낳고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온 것이지요. 이제 엄마곰은 얼음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먹이를 사냥하며 살아남기 위해 서식지로 가야한답니다. 그런데 먹이 사냥도 쉽지 않고 자꾸만 얼음이 깨지고 있어요. 얼음빙하를 타고 바다를 건너 서식지로 가야하는데 말이지요. 과연 엄마곰은 아기곰 둘을 데리고 무사히 서식지로 갈 수 있을까요?


얼마전 티비에서 화제가 되었던 엄마곰의 영상이 떠올라요. 집을 둘러싼 담장이 좀 높아서 아기곰 둘이 엄마를 따라 담장을 넘지 못하자 엄마가 아기곰의 머리를 물고 겨우 끌어올리며 아기곰 두마리를 무사히 담장 너머 숲으로 데리고 가는 영상이었지요. 육아는 힘들어,의 느낌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장벽이 하마터면 어린곰들의 숲속이동을 막아버릴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극곰 살아남다'는 이야기 속의 북극곰들의 이동도 쉽지 않았는데 그것은 어쩌면 인간들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음을 디디며 서식지를 찾아 이동해야하는 북극곰들이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때문에 녹아버리고 있는 빙하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거든요


북극곰의 생애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사냥을 하며 서식지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북극곰이 북극의 추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을 해 주고 마지막장에는 '얼음에 관한 모든 것'과 '북극곰에 관한 몇 가지 사실'이 간단히 소개되어 있는데 어른인 내게도 유용한 내용이 많았어요.

북극곰의 생태에 대해, 지구온난화로 무너져가는 생태계에 대해, 북극곰과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마을사람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요.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읽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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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떨어져 자신을 박살낼 것을 상상하며 늘 도망치듯 빠져나왔대요, 세상에)이 한 말,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몽둥이를 들고 그걸 쫓아가야한다˝를 생각하면 우리의 소품 선택만은 본능적으로 탁뭘했던 것 같습니다. 외형적 특징과 잠재적 (역)기능으로따지자면 리코더와 목탁채는 참으로 몽둥이 같은 물건 아니겠습니까.…… 서정적인 몽둥이랄까요.

순간, 선우씨가 첫 편지를 쓰기 위해 부산에 가서 리코더만 불다가 서울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그제야 생각났고, 창문 너머로 탁 트인 바다가 바로 보이는 하나씨의그 멋진 집필실 ‘바닷재‘에 앉아 시크하고 나른한 표정으로 리코더를 불고 있는 선우씨의 모습이 갑자기 머릿속에 그려지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아, 대체 글이 뭐길래, 대체 마감이 뭐길래! 한 명은부산 앞바다에서 리코더를 불고, 또 한 명은 대부도 앞바다에서 목탁을 치고 있는 걸까요………… ‘글을 쓰기 위해 여기까지 해봤어! 대회‘를 연다면 톱티어에 들잭 런던 (침대에서 조금이라도 뭉그적대지 않고 눈뜨자마자 발딱 일어나 글을 쓰려고 침대 위에 역기를 매달아놓고는 그것이 떨어져 자신을 박살낼 것을 상상하며 늘 도망치듯 빠져나왔대요, 세상에)이 한 말,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몽둥이를 들고 그걸 쫓아가야한다"를 생각하면 우리의 소품 선택만은 본능적으로 탁뭘했던 것 같습니다. 외형적 특징과 잠재적 (역)기능으로따지자면 리코더와 목탁채는 참으로 몽둥이 같은 물건 아니겠습니까.…… 서정적인 몽둥이랄까요.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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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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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여름에 어울리는 스릴러 소설 같은데 이 소설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옛날 옛적에 이탈리아 트레스피아노 마을에 얼굴도 심성도 별로인 필로미나 폰타나라는 소녀가 살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필로미나가 자신의 애인을 동생이 뺏어간다면 모든 둘째딸들과 함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바람기 가득한 그녀의 애인 코시모가 동생 마리아가 싫어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키스를 하는 것을 오해해 마리아를 다치게 한다. 그 후 정말 필로미나의 저주가 계속되는 것인지 2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폰타나 가문의 둘째딸들은 영원한 사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에밀리아는 그런 폰타나 가문의 둘째딸이다. 브루클린의 가족빵집에서 제빵사로 일을 하는 에밀리아는 갑작스러운 포피 이모할머니의 초대를 받게 된다. 에밀리아처럼 역시 둘째딸인 사촌동생 루시와 동행을 제의받고 자신들에게 내려진 저주를 풀 기회를 찾기 위해 가족과 교류없이, 아니 오히려 에밀리아의 엄마를 유괴하려 했던 포피 이모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에밀리아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랑, 세상을 암울한 흑백의 연필 스케치에서 진정 아름다운 유화로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460)


스릴러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해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둘째딸의 저주를 온몸으로 받고 저주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에밀리아가 어떻게 그 저주를 풀어나가고 행복을 찾아가는지, 그 과정에 알게 되는 '사랑'은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준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시작으로 아름답고 멋진 풍경들을 만나게 되고 전쟁과 분단 - 우리나라의 휴전선 이전에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있었음을 떠올려보시라 - 의 아픔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런 역사속에서도 역시 사람의 삶은 사랑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저주를 푸는 것은 사랑이다, 라고 말한다면 영원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저주를 받은 폰타나 둘째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사랑이 무엇일지 궁금해질까? 스포일러라고 할수도 없는 스포일러를 언급한다면 바로 이것이다. "사랑. 세상을 암울한 흑백의 연필 스케치에서 진정 아름다운 유화로 바꾸는 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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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정당할까요? 그걸로 충분할까요? 아니면 제가 모두가 자신을 불타오르게 하는 그런 사랑이 올때까지 버텨야 할까요?"
포피가 빙그레 웃는다. "아가, 그건 자기 스스로가 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란다.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말은 80년을 살고나니 사랑이 많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뿐이구나. 연인 위안을 주는 사람 보호자 친구. 물론 리코는 내 마음이 진정한 열정을 느끼는 오직 한 사람이지만, 때로 혹독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깊은 우정 혹은 단순한 동료애를 제공하는 사랑도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단다."
어둠 속에서 포피의 눈이 반짝인다. "결국 삶은 간단한 방정식이란다. 우리가 사랑을 할 때마다 그 대상이 남자든 아이든, 고양이든 말이든 이 세상에 색채를 더하게 되지.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면 색을 지우게 되고." 포피가 씩 웃는다. "암울한 흑백의 연필 스케치에서 진정 아름다운 유화로 가는 이 여정에 필요한 것은 사랑이란다.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 P444

포피가 내 볼을 어루만진다. "사랑은 들판을 채색하고 우리 감각을 깨우는 달콤한 열매란다. 네가 끊임없이 사랑을 추구해야한다는 뜻은 아니야. 하지만 사랑이 너에게 오면, 사랑이 네 손이닿는 곳에 있으면, 부디 포도나무에서 그 사랑의 열매를 따서 잘살펴보렴, 그래줄래?"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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