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04-04-23
밤에 쓰는 편지 슬퍼요. 왜 슬플까, 배가 고픈가, 아닌데 밥 잘 먹었는데.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 먹고 왔는데. 찬 우유에 녹차가루도 숑숑 뿌려서 꿀떡꿀떡 마셨는데. 그러니까 배가 고픈 건 아니고, 무슨 일이 있었나. 그것도 아닌데.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웃고 잘 놀다 신나서 돌아왔는데. 돈이 없나. 아닌데 나 돈 있는데. 3만원이나 있는데? 이거면 5월까지는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데. 그렇담 나는 왜 슬픈가. 왜 슬퍼하는가. 슬퍼요. 몹시 슬퍼요. 그래서 부들부들 떨면서 막 소리내어 울고 싶어져요. 그런데 사실은 울음도 안 나와요. 슬플 이유가 없거든요. 나이 들면서 변하는 게 하나 있어요. 젊을 땐 슬플 때만 슬펐는데 이제는 슬프지 않을 때에도 마구마구 슬퍼져요. 아, 나는 또 타이레놀을 집어먹어야겠어요. 안녕,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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