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오후 시간에 TV에서 방송하는 인형극을 무척 좋아했었다. 인형에 막대기를 달아 조절하는 인형극이었지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지금도 아이들 프로그램에 인형극이 나오면 아이들과 함께 나도 즐겁게 보곤 한다.
지금도 기억하는 장면 중 하나는 유화부인이 해모수에게 버림을 받게 되자 유화 부인의 아버지가 딸의 입을 죽 잡아당겨 오리 주둥이같이 만들어 내쫓은 장면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화가 났으면 딸의 입을 죽 잡아 뺐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때는 오리 주둥이 같은 입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유화 부인은 또한 알을 낳았는데 그 알을 버렸지만 모두들 그 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알에게 피해를 주려고 하지 않자 유화 부인이 알을 보호했고 결국 주몽이 태어났다는 인형극이었는데 말도 안되는 인형극을 보면서도 재미있어 매일 매일 그 시간을 기다렸던 생각이 난다.
왕이 알에서 태어났고,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 곰과 결혼을 해 단군을 낳았다는 둥, 우리 신화를 보면 말도 안되는 거짓말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정말 옛날 이야기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런 설화나 신화를 모두 믿고 살았는데 요즘은 과학이 발달해서 그런지 학자들이 연구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런 설화나 신화의 진실들이 많이 밝혀져 있다.
의식의 개혁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우리 나라 고대 역사를 살펴보면 알에서 태어난 왕들이 많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과목을 공부하다보면 왕에서 태어나지 않은 왕을 찾는 문제도 볼 수 있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신라 석씨 왕조의 시조 석탈해, 신라 김씨 왕조의 시조 김알지, 가야의 시조 수로왕 등이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하나같이 고대 국가의 시조는 알에서 태어났을까?
먼저, 알의 모양과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알은 둥글고 그 안에서 생명체가 태어난다. 농경 사회였던 옛날에는 농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태양을 가장 위대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고대에는 세계 어디에서나 태양을 신으로 섬긴 예가 많다. 고대 사람들은 둥그런 알이야말로 태양을 닮았다고 생각했으며, 하늘을 나는 새가 인간에게 내려 준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므로 알은 태양이요, 하늘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부모의 몸을 빌리지 않고 혼자 이 세상에 나타난 신적인 존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난생 설화는 백성들에게 왕이 보통 사람이 아닌 신적인 존재이며, 하늘에서 보낸 신성하고 존귀한 인물이라는 점을 가슴 깊이 새기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백성들이 더욱 왕을 잘 따르고 숭배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한 나라를 세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도고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지도자에 대한 백성들의 믿음과 충섬이라고 한다. 왕들은 불안한 백성들에게 자신이 처음부터 뭔가 다른 존재라고 믿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나라는 세운 건국 시조를 신처럼 여기게 했던 것이다.
이 책, 신라사 이야기(박영규, 주니어 김영사)는 우리 역사의 진실을 알려주고, 신라 시대 왕들의 계보, 왕들의 이야기를 잘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한 예로 혁거세 왕의 죽음을 살펴 보면, 삼국유사에 씌여 있기를 '나라를 다스린 지 61년 만에 왕이 하늘로 올라갔는데, 이레 뒤에 유해가 땅에 떨어졌으며 왕후 또한 죽었다'라고 나와 있다.
또한 '사람들이 합장을 하려고 했더니 큰 뱀이 나타나 방해해 다섯 동강 난 몸을 다섯 능에 각각 장사 지내고 이름을 사릉이라고 하니 담엄사 북쪽 왕릉이 바로 이것이다"
이것은 혁거세 왕의 시신이 다섯 동강 나 있었고, 시신을 묻으려는 것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말이라고 한다. 기록에서는 이처럼 은유적으로 설명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혁거세왕은 말기에 내란을 겪었으며 그 때문에 비참하게 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책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알고, 역사의 흐름을 알게 되면 세상사 이치도 깨닫게 되고, 역사의 흐름도 이해하게 되고 학교 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 때 하는 공부만으로는 이렇게 깊이있는 지식을 얻을 수 없기에 평상시나 방학 때 이런 책을 읽어두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