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로런 플레시먼 지음, 이윤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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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선수권 대회 챔피언 이력을 가졌지만 부상으로 올림픽 무대는 서보지 못했던,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의 장거리 달리기 선수 중 한 명인 로런 플레시먼. 은퇴 후 여성 육상팀 코치와 작가로 활동하며 선수들을 위한 권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여자치고 잘 뛰네>는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 뛰는 여성 선수들에 대한 차별과 섭식장애 문화를 생생하게 겪은 저자의 고발문이자 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달렸던 저자의 성장기입니다. 여성 스포츠의 현실을 드러내는 강력한 메시지를 만나보세요.


1972년 제정된 미국 교육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최초의 법, 타이틀 나인. 그 이전까지 여성 스포츠는 그저 동호회, 학교 내 활동이었을 뿐입니다. 타이틀 나인 덕분에 스포츠에서 여성과 소녀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의 간극은 큽니다.


우리 스포츠 시스템은 여성의 재능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한 로런 플레시먼. <여자치고 잘 뛰네>는 여성 스포츠의 변화에 관한 포괄적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만합니다.


로런 플레시먼은 중학교 때 체육 시간의 1,600미터 달리기에서 매번 1등할 정도로 달리기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1등은 남자아이가 차지합니다. 능력의 차이는 재능, 노력,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었던 저자는 충격을 받습니다. 이제 남자아이들이 자신을 이기기 시작할 거란 생각에 속이 쓰립니다.


다른 여학생들은 이미 변화하는 몸을 자각하며 운동할 때마다 신경 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춘기 호르몬이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는 12세가 되면 남녀 능력 개선 속도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스포츠를 하는 10대 후반 남학생은 10명 중 1명꼴로 그만두지만 여학생은 3명 중 1명꼴로 그만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여학생이 스포츠를 그만두는 이유 중 근본적인 요인은 사춘기, 신체적 변화였던 겁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부분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사춘기는 여자애들이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이에요." - p65


저자는 사춘기가 늦게 와 본격적으로 육상 스포츠에 진입한 후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신예 스타로 활약합니다. 좌절감을 맛본 경험 없이 승승장구한 케이스입니다. 저자가 극히 드문 예외였다고 인정합니다.


스타 선수들은 이미 섭식장애의 늪에 깊이 빠졌습니다. 신기록을 세운 여자아이가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교에 들어간 후 섭식장애로 인해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것을 목격합니다.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잘못된 신념이 있습니다. 몸이 탄탄하다면 점프할 때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도 그렇게 믿었다고 합니다.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칼로리를 제한하고 조절하는 엘리트 운동선수다운 생활습관이 내분비계의 호르몬 수치를 바꿔 뼈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근육은 놔두고 지방은 다 빼버리면 결국 골다공증, 섭식장애, 무월경이라는 여자 선수의 삼중고가 찾아옵니다.


저자 역시 뒤늦게 호르몬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즈음부터 우승을 놓치기 시작합니다. 여성의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하락기, 정체기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남자들은 경쟁에 집중할 시기에 여자들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스스로와의 싸움에 쏟게 됩니다.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는 마르고 아픈 소녀들이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고, 한두 해 성공했다가 사라지는 게 흔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저자는 섭식장애를 앓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당장은 제 앞길도 가누기 힘든 처지입니다. 영향력을 키워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챔피언이 되고 올림픽 출전 선수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상적인 경기 체중에 대한 잘못된 개념은 결국 피로골절을 자주 겪게 만듭니다. '우연한 부상'을 당할 때마다 원인에 대한 도움을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올림픽 선발전 때마다 피로골절이 그의 발목을 붙잡아버립니다.


올림픽을 제외하곤 미국 챔피언이 되는 등 높은 성과를 보인 덕분에 나이키의 후원을 받아 프로선수가 된 로런 플레시먼. 스스로도 잘 압니다. 그는 백인이고, 마른 체형에, 서구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의 유리함을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나이키를 이용해 그는 어린 소녀들의 롤모델이 되어 자신이 강인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어 했습니다. "순응하고 감사하는 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까다로운 여성으로 낙인찍힐 것 같았다"라며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목소리가 반영된 나이키 광고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여성 선수들은 오롯이 브랜드 후원으로 지탱해나가야했고, 성별 차이는 여전했습니다. 그도 임신 이후 나이키와의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임신은 경력단절 그 자체가 됩니다. 하지만 여성용 의류 회사 와젤과 인연을 맺습니다. 임신한 상태로 후원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여성이 됩니다.


<여자치고 잘 뛰네>는 여성 선수들이 직면하는 도전과 한계 속에서 여성 스포츠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칩니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드러낸 여성 스포츠 구조의 악순환을 이해하게 되면서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새롭게 각성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여성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며 차별과 편견에 맞서 오랜 세월 싸워오고 있는 로런 플레시먼. 여성 스포츠의 성장과 진보를 촉진하는 메시지를 내보이며 열정적으로 투쟁하는 그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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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2024 최신판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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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풍경을 사진으로 본 이후 로마 유적지 관광만 생각했던 이탈리아에 대한 이미지가 확 달라졌어요.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책으로 그 로망을 먼저 대리만족해봅니다.


장화처럼 길쭉한 이탈리아를 로마를 중심으로 중부, 북부, 남부로 구분해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소도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또는 여러 조합으로 추천 일정을 다룹니다.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도 매력적이네요.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 로마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도시들은 물론이고 처음 들어본 곳도 무척 많았습니다. 꽃의 도시로 유명한 작은 마을 스펠로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절벽 위에 촘촘하게 쌓아놓은 듯한 동화같은 마을 마나롤라는 부산 감천마을을 연상케합니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하우스가 있는 베로나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솔솔 풍깁니다.


해안 절벽과 아름다운 해변을 드라이브 하는 매력이 있는 남부의 폼페이도 가고 싶은 지역인데요. 폼페이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장면들까지 짚어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음식을 평소 좋아했는데 곁들이면 좋을 와인에 대한 정보도 함께 알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젤라또 월드챔피언을 2번이나 수상한 최고의 맛집처럼 깨알정보도 놓치지 마세요.





해시태그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이탈리아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르네상스를 꽃피운 메디치 가문, 시대별 건축 양식 등을 비롯해 역사적, 문화적 정보까지 든든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고 도시별 걷기 여행을 하는 이탈리아 여행 스타일에 안성맞춤인 가이드북입니다. 특히 토스카나 지역은 성곽으로 이루어져 성곽 입구에 주차를 하고 마을을 여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각 지역별 지도는 핵심만 간추린 명소 버전으로 소개하고 있어 직관적입니다. 중세 분위기의 작은 마을들은 지도가 없어도 골목길을 따라 곳곳에 솟아 있는 탑을 보며 걷는 재미가 있다니 여유로운 도보 여행을 즐겨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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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기적의 AI 공부법 - 평범한 아이도 상위권으로 만드는
조이스 박.한준구.김용욱 지음 / 더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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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나온 이후 저는 아직도 버벅대고 있건만, 아이들 교육 환경에서는 적극적으로 AI를 학습과 생활에 활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AI 도구 사용 능력을 학부모가 발 빠르게 따라가기 벅찬 현실 속에서 <초등 기적의 AI 공부법>이 지름길을 알려줍니다.


영어교육전문가 조이스 박, 에듀테크 및 인공지능 교육 전문가 한준구, 20년 차 초등교사 김용욱 저자까지 조합이 마음에 쏙 듭니다. 든든합니다.​​


<초등 기적의 AI 공부법>은 초등학생이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 영역별로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알파 세대는 MZ세대와는 또 다른 AI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인공지능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부모의 관심에 달려 있습니다. 자녀가 AI 서비스를 안전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 부모부터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한 사람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도와줍니다. 이제 AI 도구 사용 능력과 미디어 콘텐츠 이해력은 필수 중의 필수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AI 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빠르게 접하게 하는 게 아니라 AI 리터러시 개념을 이해하는 게 우선입니다. 미국에서는 4C 원칙을 따르라고 한다고 합니다. Concept(개념), Context(맥락), Capability(역량), Creativity(창의성)입니다.


아이들이 AI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인공지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AI를 이용해서 창의성(또는 꿈)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을 AI 세계로 데려갈 때 어떻게 설명하고 이끌어줘야 하는지 이 책에서 자세히 알려줍니다.​​




부모는 아이들보다 더 낯섭니다.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저 역시 어린 연령대 자녀가 없음에도 이 책을 읽은 건 초등학생도 이렇게 실생활과 학습에서 AI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하는데, 내가 아예 모르고 있으면 안 되지 않나 하는 긴장감이 확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이 무척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챗GPT 관련 도서를 안 읽어본 건 아니지만 여전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저자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챗GPT 활용법 예시들을 따라 해보니 엄청나게 결과물 차이가 나타나더라고요.​​


<초등 기적의 AI 공부법>은 챗GPT를 기본 사양처럼 다루면서 부가적으로 다양한 AI 서비스들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무료 버전인 챗GPT3.5 기준으로 대부분 설명하지만 일부는 유료 버전 챗GPT4.0 설명도 등장합니다.


AI는 맥락을 이해 못 하기에 챗GPT를 아이들 공부에 활용하려면 온전한 문장으로 요청해야 훨씬 좋은 응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잘하려면 결국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알고 묻는 사람과 뭘 물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의 요청은 결괏값이 다릅니다. 이미 관련 지식을 이해하고 연결하고 새로 빚을 줄 아는 사람은 더 멋진 상상을 하고, 인공지능에게 만들어 보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AI 시대에는 상상하기와 즐기고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게 됩니다.​​




AI로 과목별 학습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저는 놀라웠어요. 아이들이 많이 좌절하는 분수와 소수 개념을 챗GPT를 활용해 더 쉽게 공부할 수도 있고, 독후 활동할 때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질문 자체가 생각 안 나면 어떡하냐고요? “OOO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은데 추천할 질문을 알려 줘”라고 챗GPT에게 물어보세요. 질문까지 알려주니 생각의 전환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싶더라고요.


홈스쿨링 영어 도우미 역할도 하는 AI입니다. 챗GPT는 그냥 텍스트로만 답변하는 게 아니라 표도 잘 그립니다. 영어 단어장 생성 프롬프트를 이용해서 나만의 영어 단어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가능하구나 쇼킹 먹을 정도로 활용법이 어마어마하게 등장합니다.​​


AI와 함께 더 확장된 독서 세계를 탐험할 수 있고, 각종 토론, IB 교육도 가능합니다. PPT 숙제도 가뿐합니다. AI에게 국어 선생님 역할을 부탁하면 글쓰기 선생님 역할도 톡톡히 해냅니다. 내 글을 피드백해 주니 신기합니다.


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AI가 도와줍니다. 고민 상담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겁니다. 얼마나 질문을 잘 넣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니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질문 예시들이 제대로 꿀팁입니다.​​


부모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생활 AI 서비스까지 <초등 기적의 AI 공부법>은 자녀와 학부모가 함께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학습 분야별, 생활 속 상황별 AI 활용 방법을 다양하게 배우게 된 알찬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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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무 무지개 택배 1~3 세트 - 전3권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박현숙 지음, 백대승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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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이상 고객의 물품은 받지 않는 이상한 택배사, 무지개 택배 시리즈가 전 3권으로 완간되었습니다. 전작 <수상한 아파트>를 비롯해 어린이 베스트셀러 수상한 시리즈의 박현숙 작가가 펼쳐내는 <무무무 무지개 택배>. 스릴감 넘치는 판타지 추리 동화입니다.


무엇이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배달한다는 무무무 무지개 택배. 이곳을 찾은 어린이 손님과 택배 배달을 두고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만나보세요.​​


요즘 들어 자꾸 깜빡깜빡, 기억력이 희미해진 아이가 무무무 무지개 택배 회사를 찾아가 택배 상자를 맡깁니다. 그리고 그 상자는 배달원 깍지가 담당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깍지는 매번 택배 배달에 실패했습니다. 아파트로 배달만 가면 길치가 됩니다.




흥미롭게도 무지개 택배의 배달원들에게도 사연이 있습니다. 주인과 헤어진 상태인 배달원들은 이곳에서 일하며 30일 내로 주인을 찾아야 하거든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죠? 배달원 깍지의 존재에 대한 미스터리는 후반부에 드러나니 일단 물음표 상태로 읽어나가야 합니다.​​


간신히 아파트는 찾아갔는데 이게 뭔 일?! 이번 택배는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주소지가 잘못 적혀 있는 거예요. 그러다 택배 상자를 분실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니 제대로 큰일이 났습니다. 과연 이 택배는 제대로 배달될 수 있을까요?


무지개 택배사를 애초에 발견하는 아이들은 간절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심리를 어찌나 잘 캐치하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과 뜻밖의 상황이 택배 시스템과 맞물려 재미있는 스토리로 탄생했습니다.


1권 등장인물들 중 성격이 아주 강한 캐릭터가 있는데, 읽는 제가 조급해지고 말발에 홀리는 기분이 들 지경으로 혼을 쏙 빼놓더라고요.​​




무무무 무지개 택배 2권에서는 새로운 배달원 순지가 등장합니다. 1권의 깍지는 번번이 배달에 실패하는 바람에 멍청이로 소문나고 그것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하고 덤벼들어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는데, 순지 역시 욱하는 성격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습니다.​​


이번 스토리는 잃어버린 택배도 배달해 준다는 약속에서 시작합니다. 간절히 찾고 싶은 물건을 찾아준다는 무지개 택배를 이용한 아이들의 사연이 제대로 얽힙니다.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하길 다짐한 순지는 처음엔 일이 술술 잘 풀린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택배 분실 사고가 일어납니다.


앞집에서 자기 택배인 줄 알고 함께 들고 가버리고, 내용물을 꺼낸 채 상자는 정리해버립니다. 그런데 하필 택배 내용물이 똑같습니다. 어떤 게 순지가 배달해야 할 물건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배달 받아야 하는 아이와 이웃집 아이 간에 얽힌 사연은 서로를 탓하며 혼나기 싫어 거짓말하다 점점 일이 엉키는 상황이 거의 재앙급 수준입니다.​​


무지개 택배는 이틀 안에 배달을 완료해야 하고, 실패할 경우 반드시 택배 상자를 가지고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페널티가 있거든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남의 물건의 가치를 함부로 판단하기도 하는 등 자칫 무심코 생각하고 행동했던 소란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결국 자신이 배달해야 할 택배 물건이 어떤 건지 알 수 없는 순지는 이기적인 꼼수를 부리기도 합니다. 과연 순지의 바람대로 무사히 이번 택배 잘 배달될 수 있을까요?​​





무무무 무지개 택배 3권에서 배달하는 물건은 더 미스터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배달해야 하거든요. 무지개 택배 회사 책임자 왕 대장의 귀에 소곤소곤 속삭인 아이의 말을 전달하는 일을 맡게 된 배달원 만지.​​


매사에 자신감 없어하는 주눅든 태도를 보이는 만지가 배달 받아야 하는 아이의 귀에 대고 그 말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그 말이 "좋아한다."라는 사랑 고백이었던 거예요.


이 말을 누가 전했는지 먼저 밝혔어야 했는데 생판 모르는 배달원에게 다짜고짜 듣게 된 아이는 기겁을 할 법합니다. 결국 규칙대로 하지 않아 배달 완료 실패인 상황에 이른 만지는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1권의 깍지가 다시 등장하니 반갑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어 한 깍지와 만지의 노력은 또 엄한 방향으로 향하긴 했지만요.


무무무 무지개 택배 시리즈에서는 다들 제대로 확인만 했어도 하지 않았을 실수들이 쏟아집니다. 그러고 나중엔 엄청 후회하죠. 그 과정에서 거짓말, 차별, 질투, 오해 등 아이들 세상에서 일어날 법한 온갖 감정이 펼쳐집니다.


박현숙 작가는 쉽게 해답을 던져주지 않습니다. 꼬이게 된 상황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이들의 시선으로 고민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무엇보다 무지개 택배 배달원의 기묘한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의 마음속에선 부끄러움을 감지할 수도, 가슴 아릿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될 거예요.


무무무 무지개 택배는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상상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채로운 성격의 총집합 속에서 아이들 간의 관계맺음이 펼쳐내는 스토리가 기대 이상입니다. 초등 중학년 즈음의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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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안쪽 - 속 깊은 자연과 불후의 예술, 그리고 다정한 삶을 만나는
노중훈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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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KBS 춘천방송총국 <이스트라이프 시즌2>를 진행하는 여행작가 노중훈의 에세이 <풍경의 안쪽>.


전작 <할매, 밥 됩니까>에서 할머니 식당을 찾아다닌다는 주제가 마음에 쏙 들었는데 이번 <풍경의 안쪽>도 제목에서부터 잔잔한 울림을 안깁니다.


뭔가 고요한 분위기의 에세이인가 싶었는데 재미난 입담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솔직한 감탄사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추임새 가득한 재미난 여행썰을 듣는 기분입니다.


풍경의 겉면에만 머무르지 말고 발품과 마음 품을 팔아 안쪽으로 조금 더 진입해서, 풍경의 안쪽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어 하는 노중훈 여행작가의 바람이 담긴 제목 <풍경의 안쪽>.


1999년 여행 밥을 먹기 시작한 이후 유난히 마음이 끌렸던 장소와 홀연히 마음의 빗장이 풀렸던 시간과 한순간 마음이 일렁이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편집한 책입니다.


거대한 풍경을 메인으로 삼은 사진을 보며 사실 그가 경계한 풍경의 겉면에 홀딱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중훈 작가는 여기서 거대한 풍경보다 무심코 흘려보내기 쉬운 풍경을 더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


연중 100일 정도 안개가 끼는 중국 쓰촨의 청두에 갔을 때는 중국의 위대한 시인 두보가 그곳에 3년간 머물며 240여 수의 시를 남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장 평화로웠던 전원생활을 했던 두보의 시간을 오늘날 되짚어봅니다. 매운 요리로 유명한 청두이지만 그보다 더 얼얼한 풍경을 마주하며 두보가 이 풍경을 봤을지 궁금해합니다.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선사한 미국 모뉴먼트 밸리, 집채만 한 고래를 영접한 캐나다 노바스코샤 등 압도의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지 다섯 곳을 소개하며 입틀막 하게 되는 풍경 깊숙한 곳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압도의 풍경 다음에는 템포를 늦춰봅니다. 느림의 풍경에서는 여행지 골목골목을 어설렁어설렁 돌아보는 노중훈 작가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아무것도 몰라서 충동적으로 떠나게 된 몰타에서는 대충 지도를 보며 버스를 타고 옆길로 새기도 하면서 이곳저곳 비계획적으로 돌아다녀 봅니다.


맑은 공기가 맡고 싶어져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호텔을 나와 나룻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기도 했던 슬로베니아 호숫가 마을 블레드, 대부분의 관광객이 자전거 여행을 하는 곳에서 주행 5분 만에 돌아와 반납하고 늘쩡늘쩡 걸으며 섬의 나른한 일상을 눈에 담았다는 인도양의 섬나라 라디그... 속도를 늦춘 여행의 묘미를 선사합니다.


건축, 회화, 와인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쏟아지는 예술의 풍경은 장소의 역사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건축 투어를 경험해 보고서야 왜 건축학도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한 곳인지 이해했고, 쿠킹 클래스를 경험하면서 셰프의 신실한 태도를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프로방스 미식 기행의 매력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풍경에서는 현지의 소소한 일상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국적과 성별과 사는 곳을 막론하고 오래 산 사람에게서 배어 나오는 표정을 통해 애틋함을, 내전이라는 두려운 이미지 속에서도 내 집을 찾아온 사람을 기꺼이 맞이하는 환대의 정서가 강한 코스보인들의 정과 흥을 알게 되기도 하는 등 콧날 시큰해지는 감정을 받은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자연이 있고 사람이 있는 여행지 그 풍경의 안쪽에 최대한 다가서기 위해 애쓴 노중훈 여행작가. 그의 시선은 다정합니다. "공기가 축축했고 탄산이 빠진 청량음료처럼 텁텁했다."라는 불쾌한 감정이 먼저 찾아올법한 장소마저도 그와 동행하면 편안한 풍경이 됩니다.


그 역시 풍경의 안쪽에 가닿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다고 고백합니다. <풍경의 안쪽>은 여행지에서 우리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면 좋을지, 풍경의 바깥쪽만 전전하다 끝나는 여정을 새롭게 전환할 기회를 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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