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 삶을 바꾼 열다섯 번의 위대한 만남
박종평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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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을 스스로 이순신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 일컫는 이순신 연구가이자 역사비평가 박종평 저자의 책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이순신의 말과 행적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철저히 파헤쳐 15명 멘토의 언행에서 이순신의 준거점들을 찾아내고 있다. 근거가 된 기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인 1592년 이순신 48세부터 54세에 죽을 때까지 남긴 일기와 보고서를 토대로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영웅이 아니다. 이순신은 지독한 책벌레였고 사색가였다.

이순신의 삶에서 15명의 멘토의 흔적을 발견해본다.

이순신을 군신으로 만들어준 스승은 중국 최고의 병법가들인 손자, 오자, 태공망, 사마양저, 위료자이고 백성의 아픔을 함께하고 백성의 삶을 돌보는 지혜를 나눠준 스승은 장량, 제갈공명, 전단, 조충국, 악비, 이목, 이강, 유기이며 리더십의 본질을 가르쳐 준 사람은 순자,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마음을 나눈 류성룡이 있다.

 

 

이순신은 누군가에게는 흥미진진한 소설책에 불과한 <삼국지>를 읽으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혜를 얻었고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만들었다. 관표지교에 비교할만한 류이지교라 불리는 꿈속에서조차 그를 믿고 의지할 만큼 이순신에게 중요한 살아있는 롤모델이자 친구인 영의정 류성룡과의 우정은 자신의 주변을 밝은 눈으로 돌아보며 멘토를 찾아보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전략가로서는 뛰어났지만 이후 권욕에 빠지거나 파직된 것에 분노해 화병으로 죽거나 도량이 좁은 자신의 명예나 소신을 강조한 삶을 살았던 멘토들도 있었으나 이순신은 분노로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고 자신이 들고 날 때를 아는 삶,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택을 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순신이 그의 멘토들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응용해서 행동한 점은 분명했으나 멘토들의 삶을 다룰 때에는 장단점을 확실히 소개했으나, 이순신에 푹 빠져있는 저자의 목소리가 아주 강하게 작용한 탓인지 이순신의 삶은 장점만을 극대화 시키고 있어서 인간이 어찌 허물 한 점 없을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단점이 있었다면 그런 부분은 너무 숨겨두지 않았나 싶은 마음도 들긴 했다.

 

 

 

죽음을 삶으로 바꾸고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순신의 리더십은 책을 통해 만난 멘토들의 전략기술에 치우친 삶과 비교해 따뜻한 피가 흐르는 진짜 삶을 산 명장으로서어떤 병법책을 활용하느냐가 아닌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이순신만 만난 것이 아니라 중국 병법가들도 폭넓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대부분 장수들은 용감한 장수 혹은 전략전술에 밝은 장수들이었다면 군사와 백성을 동시에 안정시키고 먹고 살게 한 장수는 이순신만 한 사람은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으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 상태에서 더욱 실감 나게 읽힐듯하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언제나 끊임없이 배웠고,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았다는 것은 나이라는 계급장에 의존하지 않고 불혹에 이른 사람이나 지천명에 이른 사람 모두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 주는 이순신. 그를 통해 삶의 철학, 처세술, 리더들을 위한 행동지침을 살펴볼 수 있었고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하고 뜨겁게, 불혹의 이순신과 지천명의 이순신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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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숲을 사라지게 했을까? 와이즈만 환경과학 그림책 3
임선아 글.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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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환경, 푸른 지구를 지켜나가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시리즈, 유치~초등저학년 수준에 적당한 와이즈만북스 환경과학그림책 세 번째 책 <누가 숲을 사라지게 했을까?> 

제목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한 숲, 나무와 관련된 환경오염 주제의 책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 외에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오염원인이 등장하는데~! 

 

동물들에게 맛있는 밥상이자 재미있는 놀이터, 포근한 이불인 숲. 

동물들에게뿐만 아니라 숲은 인간에게 있어서도 온갖 나무, 열매, 산소, 호수와 가뭄 조절 등 아주 넉넉한 선물상자다. 하지만 숲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인간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1년 동안 사용하는 나무젓가락은 약 25억 개. 남산만한 숲이 26개나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한다. 헤프게 쓰는 종이도 물론이다. 물과 공기가 제대로 순환이 안 되어 땅은 사막화되고 있다. 이런 원인들은 듣고 보고 한 기존의 일반 상식 수준으로 짐작하던 바이다. 거기에 더해 휴대폰, 햄버거, 라면, 새우튀김도 숲을 사라지게 하는 오염원이라니~!

 

 

한 종류의 나무만 심는 나무농장이 어떻게 숲을 해치게 되는지, 휴대폰을 더욱 얇게 멋지게 만드는 원료인 콜탄을 얻기 위해 땅을 파헤치게되면 어떻게 되는지. 과자를 먹는데 왜 숲이 사라지게 되는지.. 우리 실생활 속의 습관화 된 부분을 이용해 환경오염의 연관성을 알려주는 부분이 신선했다.

 

 

모 방송프로그램인 <인간의 조건>이 생각난다. ○○ 없이 살기 캠페인은 얼핏 보면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일도 이 땅, 이 지구의 자원을 무심코 함부로 사용하고 지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 결과는 인간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인 것. 나무가 없어지고, 숲이 사라지면 그 혜택을 받는 이 지구 생명이 어떻게 변화될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싹해진다. 숲을 살리려면 우리는 어떤 습관을 고치고 새롭게 익혀야 할지 생각해보고 끈기있게 조금씩 변화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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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장군 토룡이 실종 사건 와이즈만 환경과학 그림책 2
권혜정 글, 소노수정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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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지킴이 지렁이에 관한 책은 다양하게 나와 있는데 이 책은 사라진 지렁이를 찾아라~ 라는 탐정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사용해 초등 저학년 수준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녹아있고 적당한 페이지임에도 포인트는 다 들어있어서 알찬 느낌이었습니다. 

 

지렁이의 몸 구조, 지렁이 외의 땅속 친구들, 지렁이의 천적, 지렁이 분변토와 분변토의 역할, 환경오염 문제까지 지렁이 생태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의 일반적인 책이었다면 지렁이의 생김새와 분변토에 대한 언급 정도 수준에서 끝냈을 내용이지만 이 책은 흙 지킴이 지렁이라는 주제를 잘 살려서 토양오염 문제까지 접근 하고 있습니다. 토양 오염의 원인과 오염이 되면 왜 지렁이가 살지 못하게 되고 결국 생태파괴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악순환이 오는지 그 부분을 설명해준 것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었네요.

 

수상한 녀석이 지렁이를 찾아달라고 탐정을 찾아왔습니다. 불순한 의도라는 게 문장에서 나타나지요. 흥미진진한 도입부는 아이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 중간중간 그에 맞는 지렁이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센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들은 기억은 나는데 이번 그림책을 통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고요. 지렁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을 보며 아이는 직접 방바닥에 엎드려 따라 해보기도 합니다.

토양, 지렁이 주제다보니 전체적으로 흙색이 많이 사용된 색감은 현란하고 쎄한 그림풍이 아니어서 자칫 밋밋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운 부드러움이 나타납니다. 말풍선이 곳곳에 들어있어서 사실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이런거 좋아하긴 하더군요.

지렁이가 사는 땅속 다른 친구들 장면에서는 배경위에 별도로 땅속 친구들 모습을 오려 갖다 붙여 상황극하듯 표현된 그림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땅속 친구들 이야기에서는 그 친구들의 특징도 알 수 있었는데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박테리아 이야기였어요. 아이가 평소 관심 가졌던 지구 생명의 탄생 이야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박테리아. 그동안은 말로만 설명해줘서 박테리아라는 이름만 어렴풋이 아는 수준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 사람에게건 지구 어느 곳에건 박테리아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알게 된 셈입니다. 지렁이의 천적에 관한 설명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드 형식을 이용한 그림이 재미있어 보이지요.

 

몸속으로도 박테리아가 함께 들어 있는 그림. 지렁이의 똥, 분변토에 관한 내용이 이 한 장으로 압축이 됩니다. 분변토를 만드는 지렁이의 소화과정은 인체의 소화과정처럼 한눈에 보기 쉬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분변토 실사진도 함께 있으면 더 좋겠다 싶었어요.

 

지렁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하는 부분부터는 본격적으로 환경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골프장을 지을 때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살충제, 구제역으로 묻힌 동물들로 말미암은 토양 오염... 땅 지킴이 지렁이로서는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오염입니다.

 

환경과학그림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한눈에 보기 쉽게 나타낸 환경이야기 페이지. 글씨체나 글씨크기가 개인적으로는 가독성이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아서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20~30여 년 전만 해도 비가 오면 지렁이 밭이 될 만큼 도시에도 그 수가 많아서 비가 그칠 무렵엔 밟을까 싶어 발끝을 들고 다녀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언젠가부터는 지렁이를 제대로 보기조차 어렵네요. 공룡보다도 더 오래 지구와 함께 해 왔던 지렁이의 존재가 언젠가는 인간 때문에 결국 멸종동물이 되어버리진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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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 와이즈만 환경과학 그림책 1
고나영 글, 김은경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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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 낸 태평양의 거대한 떠다니는 대륙을 아시나요~

세계 각국의 해양 쓰레기가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해류와 바람에 의해 소용돌이치듯 쓰레기들을 가두어

거대한 섬과 같은 형태를 이룬 일명 쓰레기 섬이라 불리는 이곳은 우리나라보다도 큰 면적이라고 합니다.

독성물질이 가득한 쓰레기들로 말미암은 여파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이 많은 양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이 실질적으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사는 이 땅에서의 쓰레기 문제만으로도 심각한데 이제는 우주에까지 쓰레기가 있다고 하네요.

와이즈만 환경과학그림책 시리즈 첫 번째, <우주 쓰레기> 편을 소개합니다.

 

 

책을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우주에도 쓰레기가 있을 것 같니?" 라고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

"당~근이지~~~ 깃발! 깃발! 달에 꽂아놓은 깃발 같은 게 다 쓰레기가 되는 거야~~~"

!!!!!! 정말 그렇네요 ^^

 

미래의 지구 모습.

우주 쓰레기가 지구로 향하고 있는 날은 학교도 휴교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가 봅니다.

그저 아이들은 지금이건 미래건 학교 안 간다고 하니 즐거워하는군요~

 

우주 쓰레기의 정체는 바로 우리가 성공적으로 쏘아 올릴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낸 인공위성 로켓이었습니다.

인공위성들끼리 부딪혀 생긴 파편들, 로켓 발사 후 버려진 연료통 등우주 쓰레기가 된다고 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우주 쓰레기들이 지구 주위를 총알의 7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양은 현재 무려 20만개 이상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현재 과학기술로는 작은 크기의 우주 쓰레기는 추적이 힘들다고 하네요.

우주 쓰레기가 지구 밖에 있으니 직접적인 위험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위험성은 상당하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조각 하나가 우주 왕복선 창문에 금을 내기도 했고,

우주인이 실수로 놓친 작업 도구 때문에 우주 정거장과 우주 왕복선의 궤도를 수정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최근의 일로는 1월에 중국에서 자국의 위성에 시험 미사일을 발사했었는데

그 파괴된 위성의 잔해가 러시아의 멀쩡한 인공위성과 부딪쳐 결국 러시아의 위성이 고장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기권으로 들어온 우주 쓰레기는 대부분 불타 없어지지만

렇지 않고 파편이 남아 그대로 집으로, 사람에게로 떨어진 일도 있었고,

우주는 방사능 입자가 많아 쓰레기 자체가 방사능 오염 물질이라고 하니

우주 쓰레기의 양이 늘어날수록 그 위험성은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책을 읽기 전에 아이가 말해줬던 달에 꽂힌 깃발조차 쓰레기가 된다는 상상력은 이 그림책에서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달 여행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미래에서는 저렇게 달에도 쓰레기 투척을 하고 떠나겠지요 ㅠ.ㅠ

 

 

그렇다면 위험천만한 우주 쓰레기를 어떻게 치워야 할까요.

지구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 섬 조차 쉽게 손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주 쓰레기 처리방법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 문제는 물론 획기적인 제거 방법이 아직은 없는 상태인가 봅니다.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여러 가지 연구 모습들을 소개한 부분은 아이의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방법은 끈끈이 공의 모습을 한 청소부였어요.

미래에는 우주청소부라는 직업이 생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봤습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우주 쓰레기에 관한 연구를 맡은 김해동 박사님의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작가의 글은

우주 쓰레기에 대한 고민, 환경 오염에 대한 고민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 2만여개 이상의 우주쓰레기를 도식화 한 모습

 

매년 1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대에 살면서

앞으로는 지구의 환경 오염 문제뿐만 아니라 범우주적인 환경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인가 봅니다.

인간이 이 지구를... 이 우주를... 망치고 있네요.

쓰레기로 가득 덮여있는 하늘의 모습을 한 미래의 지구가 되지 않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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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주임교수 - 가혹한 스승과 제자의 길고도 치열한 싸움
김명주 지음 / 매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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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수원의 한 보건대 학생 몇 명이 중국에서 해부학 실습을 하던 중 카데바로 장난스러운 사진과 글을 올린 카데바 모욕사건을 기사로 접해 기억하고 있다. 카데바는 해부용 시체를 말하는데 주로 연고가 없는 주검이나 생전에 시신 기증을 위탁한 주검이 사용된다.

 

소설 <해부학 교실>은 의대 해부학 수업을 듣는 본과 1학년생 한동찬과 해부학 주임교수 황유진 교수와의 질긴 인연을 다루고 있다.

의대생들에게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인 악명 높은 해부학 주임교수 황유진과 죽음과 생명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이 많은 의대생 한동찬.

고난의 발단은 골학 실습을 하던 동기들에게 예기치 못했던 사건으로 시작된다.

뼈를 가지고 칼싸움을 하듯 툭툭 장난을 치던 동기들이 황교수에 의해 퇴학을 당할 뻔했다가 교수 회의로 그나마 1년 정학으로 끝나게 되었고, 이후 황교수는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이 삶의 유일한 쾌락으로 알고 사는 사람인마냥 들들 볶게 된다. 해부학 교실과 의과대학의 산 증인이요 대들보이자 터줏대감인 황교수는 학생들에게는 폭력교수, 공포교수로 주눅이 들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공포의 대상인 황교수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맞설 말이 없을 정도로 바른 소리뿐이었지만, 온갖 욕설이 난무하고 수시로 군기 잡는 모습은 이 책의 시대 배경이 언제인지 초반에는 전혀 짐작할 수 없어서 황당함이 솟구쳤다. 한참 지나서야 군부독재 반대 시위의 데모 같은 배경이 나와서 이 소설의 배경이 현재가 아닌 70년대 시절이구나 알 수 있었다.

 

여러분, 내가 전에도 얘기했지만 여기 누워 있는 이 카데바들, 이 사람들도 한때는 우리와 똑같이 살아 숨 쉬던 인간이었다. 찌르면 아파하고 고뇌하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있는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을 배운다는 의학도가 어찌 한 인간에 대하여 모욕과 희롱을 자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자를 신성한 의학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수시로 치르는 시험, 유급과 퇴학의 공포, 무조건 공부 잘하는 사람이 최고인 생활 속에 한동찬은 카데바로 장난치는 조원들 때문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던 순간 황교수의 눈에 띄어 조원들 탓에 연대책임으로 1년 정학을 당하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황교수의 고집은 독자가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홀몸으로 피땀 흘려 학비를 보내주고 계신 어머니를 생각해봐도 좀처럼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의욕도 잃고 자신감도 잃은 상태가 되어버린 동찬은 한번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번에는 데모 시위 때문에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또 유급, 자동으로 퇴학이 되어버린다.

황교수에 대한 한동찬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난동사건을 벌이기도 하지만 그런 적의와 분노도 시간이 지나자 허망함과 허탈감만 남을 뿐, 농약을 먹고 자살 시도를 하려는 순간 포장마차 아주머니의 <다시 하면 된다> 그 한마디에 터닝포인트를 찍게 된다.

새롭게 대학입시 준비를 해서 입학한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다녔다가 퇴학당한 그 대학의 의예과.

예과 2년을 마치고 군 생활까지 하고서야 드디어 본과 1학년. 해부학 주임교수 황교수와 다시 대적하게 된다. 나이가 많다거나, 군대를 다녀왔다거나, 다시 들어온 의대생이라고 봐주는 것도 없는 황교수. 황교수와의 싸움은 쓰리고 참혹한 패배로 결국 또다시 유급을 맞게 된다.

하아.. 이쯤 되니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이 둘의 관계가 징하구나 소리가 절로 나오긴 했다.

두 번째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난 한동찬 앞에 옛 시절 친우들의 도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정신개혁 훈련을 해서 부정적 인간은 죽고 긍정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한동찬.

본과 1학년 4수생 한동찬은 '황교수 타도, 해부학 통과' 일명 황타해통 작전으로 신념을 강화하고 매일 새롭게 각오를 다져나갔다. 임자 없는 무덤의 뼈를 가져와서 공부하는 일까지 할 정도로 황교수의 암울했던 그늘을 떠나 유능한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전진을 한 그는 결국 전체수석으로 국가고시 합격이라는 영광을 얻는다. 그 뒤 척척 성공의 카펫이 앞에 깔린 양 승승장구하는 삶을 사는 한동찬.

하지만 황교수의 죽음 이후에 그와 관련된 여러 비밀을 알게 되는데....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 싶은 주제이다. 현직 의사가 써서 더욱 실감 났던 부분들이 많았다. 의대생들의 고난도 엿볼 수 있었고.

'도대체 인간의 몸이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복잡해야 한단 말인가' 라며 의대생들이 한탄하는 부분은 그들의 고난이 얼마나 큰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해준다.

한동찬과 황교수, 두 인물의 내면과 더불어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들은 호흡이 가파를 정도로 속도감이 빠르다. 하지만 중반 즈음에는 사실 약간 지루함이 없진 않았다. 질릴 정도로 두 사람 간의 악연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 막장 드라마 기질이 살짝 보여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시대배경이 현재가 아니어서 요즘도 설마 저렇게 할까? 하는 공감에 의심이 생겨 긴장감이 떨어진 탓도 있었지 싶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의학도의 삶과 한 인간의 집념과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어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카데바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배워야 하며 카데바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의사가 지녀야 할 자질이 보인다고 말한 황교수의 말이 이 시대의 의대생들에게 가슴 깊이 전달됐으면 한다.

이 책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 불꽃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현직 의사인 저자의 생생한 묘사와 전문지식이 녹아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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