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어스프레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먼저 보게 된 영화 <헤어스프레이>. 워낙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잔뜩 기대를 하고 봤는데 좋은 노래들과 함께 메세지도 담겨 있어 재미와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을 수 있었던 영화였다. 사실 왕년의 <그리스>를 비로한 뮤지컬 영화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존 트라볼타의 여장때문에도 꽤 기대하고 봤는데 어색함없이 잘 소화한 듯. 



  때는 1960년. 우리의 주인공 트레이시는 몸은 헤비급이지만 TV 댄스쇼인 코니 콜린스 쇼를 즐겨보는 유쾌한 소녀다. 항상 친구인 페니와 함께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코니 콜린스쇼를 보는 그녀에게 갑자기 코니 콜린스 쇼에서 새로운 멤버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오디션에 참가한다. 하지만 몸매 때문에 탈락. 그러나 여기서 포기한다면 주인공이 아니지. 코니 콜린스의 댄스파티에 참가해 결국 멤버로 뽑히게 된 트레이시는 방송국 매니저이자 전 미스 볼티모어였던 벨마와 그녀의 딸 앰버의 방해 속에서도 차츰 인기를 얻어간다. 그 와중에 흑인들과 친해진 트레이시는 그들의 권리를 위해,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기 시작하는데...



  뮤지컬 영화는 관객의 몸도 들썩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뮤지컬 영화란 영화 속에 나온 춤, 하다못해 발동작이나 손동작 하나라도 관객이 따라하게끔 만들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꽤 오랜만에 함께 들썩거리며 볼 수 있었던 영화가 아니었다 싶다. 다른 뮤지컬 영화보다는 더 노래의 비중이 큰 듯한 구성이라 지루함없이 볼 수 있었다. (거의 쉴 새 없이 노래가 이어질 정도)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유쾌하게 즐길 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라 하면 인종 차별에 대한 갈등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던지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코니 콜린스 쇼에 한 달에 단 한 번 있는 흑인의 날을 없애버리기도 한 데에 항의하기 위해 앞장서는 트레이시. 그녀가 그렇게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 또한 사회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뚱뚱한 사람, 피부색이 검은 사람. 이들은 금발 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날씬한 사람에게는 그저 자신들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일 뿐이었다. 각자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 트레이시와 그의 친구들이 바랬던 것은 단지 그것 하나 뿐이었다. 하기사 단지 그것 뿐이었다고 해도 우리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점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으니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하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점들을 제공해줬던 영화가 아닐까 싶다. 기회가 닿으면(그러니까 자금에 여유가 있으면) 뮤지컬로도 한 번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영화였다. 우리 사회에도 트래이시처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하는 생각을 하며. 

 



덧)미셸 파이퍼는 갑자기 팍 늙은 듯. 처음에는 몰라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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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1-1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뉴욕 갔을 때 헤어스프레이 뮤지컬 봤어요 넘 재밌었다는 >_<
그거 보려고 일부러 영화도 안보고 갔는데 어찌어찌하다 영화는 그냥 놓쳤네요.
어둠의 경로(?)로 구해봐야겠어요 ㅋㅋㅋ
근데 여주인공이 많이 실하네요 ㅋㅋ 뮤지컬에선 저정도는 아니었는데 ㅋㅋ

이매지 2008-01-13 13:53   좋아요 0 | URL
저도 어둠의 경로로 봤어요 ㅎ
여주인공은 정말 많이 실한 듯.
한국 공연은 박경림이 주연을 노렸다고 하는 말도 있더군요 -_-;;
뭐 결국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것 같지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