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배울점은많지만 섣부른열광은금물. 이런독서법도있다는정도. 차분히읽으며돌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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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이야기 - 겸손의 미덕으로 미래를 바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8
박근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후진타오를 알면 현대 중국이 보이는게 맞다. 티베트 침략과 동북공정까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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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모 달인들 - 14인 메모광들의 성공신화
최효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메모의 좋은 사례들. 단, [메모의기술2]에 있었던 실제 메모 사진들이 빠진 것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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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스캔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엔론 스캔들 -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의 몰락 서돌 기업 다큐멘터리 시리즈 1
베서니 맥린.피터 엘킨드 지음, 방영호 옮김 / 서돌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좀 암담했다. 등장인물 소개만 8페이지에 달하는, 797페이지짜리 묵직한 양장본 '기업 보고서'라니. 띠지도 없이 배달된 누렇고 검은색의 겉표지와 그 위에 박힌 '스캔들'이라는 단어까지 한눈에도 뭔가 '구리다'는 느낌을 팍팍 풍겨주기에 충분했다 (표지가 유명한 엔론 본사인 Death Star의 실루엣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엔론(Enron)"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업체라는 정도 외에는. 제대로 책을 읽기 위해 웹서핑을 해보니 2001년에 여차저차한 이유로 부도가 났고(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바로 [엔론 스캔들]의 주된 내용), 이 책이 나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2003년, 책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 것이 2005년(도빌 영화제 카날 플뤼상 수상, 2006년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한국에 번역 출간된 것이 2010년이니 조금 늦게 소개된 감은 있다.    

삼성을 '한국의 엔론'이라고 묘사한 기사는 물론, 부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 수 많은 자료와 인용문을 웹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엔론이 미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최고의 인재들을 보유했던 회사라는 사실은 이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GM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곳만 그런줄 알았다 ^ㅅ^;), 이렇게 쟁쟁한 두뇌들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경영진의 부정행위로 지탄을 받았다는 점이 지금의 삼성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 이 책은 미국판 [삼성을 생각한다]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삼스럽게 '미국기업 엔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묵직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늦은 밤, 엔론 사장의 비극적인 자살로 시작하는 본문 내용은 무서운 음모로 가득한 범죄 영화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들은 정말로 몇 시즌짜리 드라마나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등장인물 정리만 8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본문에 등장하는 시간 순서로 앞부분에 정리되어 있어서 삼국지나 무슨 대하소설을 볼 때 처럼 헷갈릴 때마다 뒤적거리며 읽다 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지나있곤 했다.  

두꺼운 분량에 질려 간단히 요약한 책 내용만을 원한다면, 우선 출판사가 제공한 "책소개""리뷰"를 권하고 싶다.

사실, 엔론의 몰락에 대해서는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 형식의 이 책보다 경제신문의 기사나 인터넷 상의 다른 자료들이 더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무늬만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 한때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7위에도 올랐던 진~짜 엄청난 자본력의 기업이었고, 어떠한 성장 과정을 거쳤으며, 무슨 이유로 몰락했는가 하는 대략의 '줄거리'는 그런 기사나 출판사 책소개를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요약본' 내지 '줄거리'만 읽고 넘어간다는 것은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 포기하는 일이라는 것이 당연한 상식 아니겠는가? 특히나 이렇게 '소설같은' 책의 경우에는. ㅎㅎ;

대기업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실물 없이도 어떻게 막대한 자본을 움직여 이윤을 낼 수 있는지, 교묘한 회계상의 조작과 그 치명적인 결과, 로비에 의한 기업과 정치권/언론의 유착, 실질적 발전보다 자기도취에 빠진 CEO와 경영진, 자기 사업에 대한 잘못된 비전과 도덕성이 기업을 어떤 길로 이끌고 갈 수 있는지를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인물들을 내세워 구구절절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풀어서 정리한 기자들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면 최고의 인재와 정보, 자금력을 가진 세계적 초일류 기업이라도(삼성은 한창 때의 엔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부에서 곪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밤새워 미드를 보고 난 것 같은 재미와 얼얼함으로 전달해 준다.  

얼핏보면 엔론의 두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스킬링(제프 스킬링)'과 '케네스 레이(켄 레이)', 그리고 재무책임자인 '앤드류 파스토우'의 3명이 이 범죄극의 주역을 맡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련의 사태들이 벌어질 동안 이에 동참하거나 방관, 또는 무책임하게 대응한 엔론의 수많은 임직원들과 월스트리트의 분석가, 투자자, 은행들, 회계사들, 정부와 언론들이 모두 '주요 등장인물'이자 공범임은 책을 읽다보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서술적인 전개의 특성상 '기업 보고서'라기 보다는 '대하소설'에 가까운 이 책은 기업체 종사 경험이 있거나 금융/경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두근거리는 남녀간 로맨스나 잘생긴 재벌아들의 등장, 출생의 비밀 같은 요상한 반전 따위 없이 분식회계라든지 기업인수, 로비, 주가조작 등 금융과 기업 경영에 대한 비정하고 돈 세는 이야기들만 잔뜩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놀라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언급한 수많은 외신들의 리뷰를 보라).

당연히, 금융이나 재무쪽 종사자들에게 일독을 권할만 한데, 평소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두꺼운 책을 권한다는 건 조금 말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금융이나 경영에 대해 별 관심없는 일반인들이 이런 책을 소설책 마냥 흥미있게 읽기도 어려울 것 같으니.. 어쩌면 이것이 이 책 [엔론 스캔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일 수도 있겠다.

 
미국판 삼성을 생각한다? 

책을 보면서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은 최근 읽었던 [삼성을 생각한다]와 [구글드],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같은 다른 책들이었다.

일류 기업이 저지른 부정을 추적 조사하여 고발한 넌픽션이라는 점에서 [삼성을 생각한다]를, 하나의 기업에 대해 온갖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풀어냈다는 점에서 [구글드]를, 그리고 "인재경영"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에 번역 출간된 말콤 글래드웰의 따끈따끈한 신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떠올린 것이다 (물론, 각각의 책과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정보력, 뛰어난 인적 자원을 이용해 일반인은 엄두도 못낼 일들을 거침없이 저지르는 거대 기업의 모습은 엔론과 삼성을 다룬 두 책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을 생각한다]는 비리의 주범인 삼성 수뇌부에 한때 몸담았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일종의 내부 고발(?) 보고서인 반면, 이 책은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의 기자들이 엔론 부도 후 기업 외부에서 법정 기록, 회의록, 개인 이메일까지 샅샅이 조사하여 쓴 넌픽션 소설에 가깝다 (cf. 엔론 직원이 직접 쓴 책으로는 브라이언 크루버의 [탐욕의 실체]라는 책이 따로 있다).  

둘 다 흥미진진하게 읽힌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삼성..]이 주로 일인칭 시점에서 비리를 고발하는 듯한 건조한 느낌이라면 [엔론..]은 인물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사건에 대한 다양한 서술적 시점좀 더 풍부한 소설적인 재미를 준다는 차이가 있다. 또 기업 자체로 봤을 때 엔론과 삼성이 모두 '인재경영'을 엄청나게 중요시한다 점은 동일하지만, 엔론이 분식회계와 장부조작 등 주로 금융 거래를 통해 부를 확장했다면 삼성은 금융 거래 외에도 실질적인 제품 제조능력과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차이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However, 결국 삼성이 최근에 문제시 된 것도 역시 '금융'과 관련된 셈이니, 돈과 탐욕과 교만은 언제나 문제를 불러 일으키는 듯).
  

◆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의 의미

원서 제목인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은 "the elephant in the room" 이란 관용구를 변형시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직역하면 '방안의 코끼리'인 이 문장은 실제로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언급하지 않으려거나 무시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의미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엔론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완벽한 비유 아닐까 싶다. 그렇게 머리 좋은 놈들(the smartest guys)이 그 좋은 머리를 회계부정과 장부조작에 써먹으면서 벌어진 결말이 빤히 보이는 문제점들, 그리고 엔론이 파산하기 전이나 파산한 후에도 나 몰라라 대처했던 경영진과 미국 정부, 언론, 은행과 투자자, 증권분석가, 컨설팅 업체들의 무책임한 태도까지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한 절묘한 표현이 아닐런지 (어디에도 없는 개인적 해석이지만 묘하게 말이 되지 않는가). 


냄새나는 엔론의 비리를 다뤘다는 점 때문에 구리구리한 표지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원서의 표지나 영화의 포스터를 봐도 한국판 표지는 '잘 팔리기 위한' 표지로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솔직히 '무척' 아쉽다). 칙칙한 표지 사진이 사실은 강남의 삼성 타운 뺨 칠 정도로 멋진 엔론 본사 건물이라는 걸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 정도였으니... 가뜩이나 묵직해 보이는 책인데 굳이 심각하고 부패한 느낌을 표지에서부터 팍팍 풍겨서 첫인상을 흐리게 할 필요가 있을까? 최소한 겉표지만 더 세련되고 깔끔하게 바꾼다면, 해외에서와 같은 베스트셀러까지는 모르지만 '미국판 [삼성을 생각한다]'정도로 홍보되어 기업하는 사람들의 "반면교사" 삼아 널리 읽히기에 좋은 내용이라 생각된다. (분량이 좀 되기 때문에 휴가철에 나왔으면 딱 좋았을 것을.. 요즘 한창 [삼성..]이 베스트셀러이니 잘만 하면 지금이라도... ㅠ.ㅠ)   

출판사의 '책소개'에도 이미 잘 언급되었지만, 이 책은 오래 전에 벌어진 잘 모르는 먼 나라의 기업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도 세계 곳곳, 그리고 바로 우리 곁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기업 비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의의를 가진다. 여기서 다뤄지고 있는 "기업경영, 모럴해저드, 분식회계를 비롯한 부정한 회계 처리, 정경유착 등은 엔론에 이어 최근 리먼브라더스, 닛코, 시티그룹, 골드만삭스에 이어지며 전 세계를 경제 불황과 금융위기에 몰아넣은" 반복적 스토리라 할 수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회계조작, 로비를 통한 정경유착, 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유혹이 아니던가?

엔론의 "인재경영의 허울"과 "정보 과다의 위험"에 대해서는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서도 두 개의 chapter를 동원하여 꽤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 부분을 읽고나서 다시 [엔론 스캔들]을 들여다보면 소설 같은 실화 속에서 달리 보이는 것이 또 있을 것이다. (내용을 대충 알고 싶다면 링크된 다음 기사 참고→ "인재경영 몰입하다 쪽박 찬 기업?" - 2010.3.26. 한겨레신문)

첫인상과는 달리 의외로 흥미진진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구해서 보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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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80년대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유치찬란한 겉표지, 그리고 그 위에 박힌 ’엔도 슈사쿠’ 라는 작가의 이름.

처음엔 어색해 보이지만, 예전에 나왔던 구판의 표지보다는 훨씬 낫다.    이것이 진지한 얼굴의 "엔도 슈사쿠"씨. 대부분은 이 이미지로 기억하지 않을까?    뒷표지의 문구도 엽기적이다. "애인의 몸속에 들어갈 잠수부를 모집합니다"

'왜 신은 인간의 고통에 침묵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물었던 [침묵]이라든지 [그리스도의 탄생], [바다와 독약]과 같은 묵직한 종교적 주제를 주로 다루었던 ’일본 문학계의 거장’이 "유머 소설"을 썼다는 것은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마치, 평소 진지하고 모범생 같이 보이던 사람이 ’알고보니 꽤 재미나고 웃기는 사람이더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인간의 허세를 통해 드러나는 웃음

만화책 같은 표지 속에 담긴 12편의 이야기들은 꽤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마이크로 결사대"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 "바디 캡슐 (Fantastic Voyage;1966)"역시 비슷한 소재의 영화 "이너스페이스 (Innerspace;1987)"아리따운 여인의 몸 속을 축소된 잠수정을 타고 돌아다닌다든지(마이크로 결사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나와 쏙 빼닮은 남자가...)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을 연상시키고, 

찌질한 엉터리 발명가들의 이야기(우리들은 에디슨)나 영화배우를 닮은 사람이 낮선 곳에 여행가서 생기는 일(여행지에서의 창피는 괜찮아), 원숭이와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아르바이트 학생), 노상방뇨를 부르는 언덕 위의 집(하지 말지어다), 취직을 위해 암환자의 약을 대신 먹어주는 백수(거짓말하지 말지어다) 같은 이야기는 기발한 소재와 설정이 "인스턴트 늪"이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같은 코믹한 일본 영화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이웃집 여인들간의 허영과 질투(여자들의 결투), 고급 휴양지의 속물들(가루이자와), 늙고 고리타분한 아버지의 비밀스런 청춘 시절(우리 아버지), 동기들을 등쳐먹는 동창생(동창회)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라 더욱 친근한 느낌.

즉석에서 확~ 달아오르는 인스턴트 같은 웃음이 아니라, 장면과 장면이 반복될수록 중첩되는 상황들과 그 속에서 처신하는 여러가지 인물들의 모습 속에서 슬며시 웃음짓게 만드는 엔도 슈사쿠식 유머의 매력.


◆ 유머에도 색깔이 있다?

최근에 읽었던 다른 재미난 소설들의 유머와 비교한다면 엔도 슈사쿠의 유머는 어떤 특색이 있을까?

[공중그네]로 히트를 치고 최근 [올림픽의 몸값]까지 일본식 유머의 새로운 장을 연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은 가볍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시트콤을 연상시킨다. 저마다 한 가지씩 과장되거나 결핍된 요소를 지닌 그 주인공들은(때론 변태적이기까지) 개성 넘치고 튀기 좋아하는 요즘의 코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

"Short short" 라는 극단적으로 짧은 단편소설 장르를 개척한 ’호시 신이치’의 유머(?)는 약간 기괴하다. 2~5페이지 안에 SF와 유머, 호러를 섞은 듯한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이 돋보이지만 뒤끝이 좀 씁쓸한 느낌.

이번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가 새로 번역된 ’커트 보네거트’는 익히 알려진대로 풍자 소설의 대가. '블랙 유머'라고도 일컬어지는 그의 소설들은 태생적으로 무겁고 심각한 것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 하다 (웃어도 웃는게 아니다).

코믹 소설이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라스 애덤스’는 이 시리즈를 쓸 때 아마도 우주적인 계시(?)를 받은 것은 아닐까? 우주와 인생의 의미, 신의 존재, 질문의 힘, 지구가 제작된 뒷얘기 등등 시간과 공간을 무차별로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여러가지 철학적, 신학적, 종교적 주제들, 그리고 영국식 말장난이 빚어내는 웃음은 읽는 내내 킬킬거리게 만들 뿐 아니라 읽고 나서도 인생의 여러가지 측면을 새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와 유사한 구조로 웃음을 준 것은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정도.)

호어스트 에버스’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는 독일인에 대한 고리타분한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린 코미디 소설. 귀차니즘의 정수를 정말 제대로 보여주는데, 다소 지적인 언어 유희를 통해 1페이지당 1번씩 키득거리게 만든다 ([은하수... 히치하이커]와 함께 이 책은 슬랩스틱 코미디 보다는 교묘한 말장난이나 은유적 표현에서 웃을 수 있는 분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종류).

올해 안에 드라마로도 나올 것 같은 정은궐 작가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코믹 퓨전 사극 같은 느낌. 미모의 ’남장여인’이 귀공자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뻔하지만 섹슈얼한 설정 속에, F4 처럼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서로 부대끼면서 한국 소설 중에서는 오랜만에 인상적인 재미와 웃음을 남긴다.

"유모아소설집" 일본 원서 표지. "마이크로 결사대"의 내용을 표지로 쓰고 있다.   두 번째 책도 나온 모양이다.   "유모아소설집"의 또다른 표지. 웃고있는 엔도 슈사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엔도 슈사쿠의 [유모아 극장]은 중년을 대상으로 하는 심야 토크쇼 같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역시 별로 안웃길 것 같은 중년의 신사가 점잖게 이야기를 하는데도 뒤로 갈수록 킬킬거리며 웃게 만드는 ’네러티브’를 갖추고 있는 느낌이다. 재치있는 애드립과 과장된 슬랩스틱이 거의 없는데도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슬금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놀라움. 

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상황은 크게 과장되지 않고 우리 주위에서 있음직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적이면서도 어딘가는 부조리하고 비이성적인 것이 우리의 삶. 그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인간의 질투, 욕망, 허세, 경멸, 허영심, 이기심 같은 것들이 웃음을 이끌어 내는 장치이기에, 이 책이 전하는 웃음은 다른 작가의 그것과는 다른 질감과 무게로 천천히 스며든다.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1923.3.27 ~ 1996.9.29) ’유머’라는 코드로 포장을 해놓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반응하고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들은 이미 [침묵]이라든지 다른 작품에서 엔도 슈사쿠가 끈질기게 물어왔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엔 ’그 진지한’ 엔도 슈사쿠가 어떻게 이런 유치한(?) 책을 내었는지 궁금해서, 그 다음은 출간 후 40여년이 흘러도 여전히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찌질한 인간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연거푸 두 세 번을 다시 읽은 책. 몇 몇 에피소드들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기가 무섭게 좀 어설프게 마무리가 되어 아쉬운 것도 있지만, 평범한 것에서 구수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그 힘은 역시 살아생전 노벨문학상에 단골로 오르내렸던 필력을 짐작하게 한다.

유치해 보이던 표지 일러스트도 각각 어떤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인지 감이 잡혀 익숙해질 무렵,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늘 심각한 표정으로 각인되었던 엔도 슈사쿠의 얼굴은 어느새 일본 원서의 한 표지처럼 빙그레 웃고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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