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꽃 책수다


― 때. 2024.3.28. 목. 18:30 ∼

― 곳. 경기 부천 〈빛나는 친구들〉



우리말이 어떻게 ‘꽃’으로 피는가 하는 이야기를 펴는 자리입니다. 책 하나를 사이에 놓고서 수다판을 누립니다. 책집으로 오셔서 책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부천여고 곁에 있는 〈빛나는 친구들〉로 마실하는 분은 이야기를 누리고, 말빛을 누리고, 생각을 틔우면서, 봄내음을 물씬 즐길 만합니다.


“우리말꽃 책수다”를 함께하는 분한테는, 숲노래 씨가 손으로 쓴 노래꽃(동시)을 한 자락씩 받을 수 있습니다. 전남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서 서울을 거쳐 부천으로 나아가는 길에 쓴 노래꽃을 누리실 분은 사뿐사뿐 마실하셔요.


3월 모임에서는 〈빛나는 친구들〉 이름에서 앞자락을 딴 ‘빛’이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4월 모임에서는 ‘동무(친구)’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냅니다. 우리말 ‘빛’하고 ‘동무’에 어떤 수수께끼하고 밑동이 깃들었는지 궁금하다면 기쁘게 만나서 수다꽃을 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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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파먹는 2023.12.25.달.



땅을 파면 뭐가 나올까? 흙이 나오지. “흙을 품은 씨앗”이나 “흙이 품은 씨앗”이 나와. “흙을 품은 벌레”나 “흙이 품은 벌레”도 나오고. 씨앗은 씨앗인데, “흙을 품은 씨앗”하고 “흙이 품은 씨앗”은 눈길이 달라. 흙도 똑같은 흙이지만, “흙을 품은 벌레”랑 “흙이 품은 벌레”도 다르지. 넌 이 둘이 어떻게 다르면서 같다고 느끼니? 두 결과 길은 다르면서 같아. 닮지만 다르게 다다르지. 흙을 파먹는 씨앗이고 벌레인데, 흙도 씨앗과 벌레가 내주는 숨빛을 파먹는단다. 서로 빛을 내주면서, 서로 숨빛이 새롭지. 엄마랑 아빠가 하나로 맺는 씨앗도, 엄마랑 아빠가 서로 내주면서 받아들이는 숨빛이 있어. 그리고 이 숨빛이 새롭게 자라다가 ‘아기’라는 새넋으로 눈을 뜬단다. 아기는 엄마아빠 사랑을 듬뿍 머금을 뿐 아니라, 엄마아빠도 아기 사랑을 듬뿍 맞아들여. 한쪽에서만 보내거나 주거나 갈 수 없어. 너희는 몸으로 늘 느끼지? 들숨날숨은 늘 똑같아. 더 들이켜거나 더 내보내지 않아. 들이는 대로 내보내. 사랑이란, 주고받음이지 않아. 늘 참(가득함)인데, 들숨날숨처럼 온사랑을 기울이거나 쏟자마자 새로 온사랑이 스며든단다. “베푼 만큼 받는다”가 아니야. 기꺼이 모두 내놓으면서 어느새 모두 새로 들어오면서 늘 환해. 이 얼거리를 알면, “죽거나 늙지 않는 몸마음”이 무엇인지 알겠지? 온사랑이기에 온살림이야. 온사랑으로 살기에 언제나 새롭고 눈부시며 즐거워서 아름답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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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직언(직설) 2023.12.24.해.



바람처럼 스스로 가눌 수 있으면 바로 말하렴. 바다처럼 넉넉히 품을 수 있으면 막바로 말하렴. 밭을 짓듯 온사랑을 기울일 수 있으면 곧바로 말하렴. 밝게 받아들이는 반가운 눈빛일 수 있으면, 늘 바로바로 말하렴. 그러나 네가 스스로 바람이 아닌 채 바다를 모르는 채 밭을 잊은 채 밝지 않은 채 섣불리 나설 적에는, 네 입에서 매캐하고 고약한 방귀 같은 말이 흐르겠지. 말이란 서로 보면서 할 노릇이지. 마주보며 마음을 주고받으려고 하기에 ‘말’이거든. 대놓고 한대서 다 말일 수 없어. 마음이 없이 소리만 내면 말이 아닌 화살이고 불똥이야. 마음을 틔우지 않고서 내는 소리란, 너도 남도 나란히 갉는 좀이야. 말을 하고 싶으면 생각하렴. 네가 누구랑 마음을 틔워 이야기를 이루려는지 생각할 적에 씨앗 한 톨이 깨어나는데, 이 씨앗을 소리로 틔우면서 ‘말씨’가 퍼지고, 말씨가 네 입을 거쳐서 둘레에 닿을 적에 ‘말꽃’이 피고, ‘말나무’가 자라서 ‘말숲’이 된단다. 모든 말은 너부터 스스로 마음에 바로바로 심는 씨앗이고, 너를 둘러싼 사람과 숨붙이한테 퍼뜨리는 씨앗이야. 바른말(직언)이란 뭘까? 옳기만 하다면 바른말이 아냐. ‘밝은말’일 노릇이고, ‘바람말’에 ‘바다말’에 ‘밭말’일 노릇이란다. 너는 어떤 마음바탕이 되어 소리를 내니? 네 마음씨를 이루는 말씨가 무엇인지 날마다 되새기렴. 너는 늘 네 마음에 바른말을 하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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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서울살이 2023.12.23.흙.



이미 알는지 모르겠는데, ‘서울(도시)’이 없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지 않아. ‘서울’은 없어도 돼. 아니, 서울이 있기에 나라가 흔들리고 뒤틀리다가 무너져. 이와 달리 ‘시골’이 없으면 나라가 기우뚱하다가 무너져. 시골을 밀어서 서울로 바꾸면, 너희 스스로 죽음수렁으로 치닫는 셈이지. 생각해 보렴. 바람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물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목숨을 이으려면, 바람·물·해는 꼭 있어야 하는데, 사람뿐 아니라 푸른별에서 모든 목숨붙이한테도 똑같아. 대통령·시장·군수·군인·과학자·목사·중·교사·이발사·운전사가 없어도 나라는 안 무너져. 시인·소설가·공무원·정비사·기술자가 없어도 나라는 멀쩡해. 그러나 시골사람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단다. 어버이가 없어도 나라는 와르르 무너져. 나라를 세워서 이끌려 한다면, 첫째도 둘째도 ‘돈(산업)·힘(군대)·재주(과학·기술·교육)’가 아닌, 들숲바다하고 ‘아이 낳아 돌보는 어버이’를 지키고 돌봐야 한단다. 아이를 낳는 어버이가 없으면, 공무원도 시인도 무슨 쓸모일까? 아이들이 들숲바다에서 뛰놀며 자라지 않으면, 서울과 학교가 무슨 값어치일까? 서울살이(도시생활)는 나쁘지 않아. 서울에서도 들숲바다를 품으면 돼. 시골살이가 좋지 않아. 몸은 시골에 있지만, 부릉부릉 달리거나 풀죽임물을 뿌리면서 들숲바다를 멀리하면 그저 죽음굴레란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풀꽃나무를 사이에 두고서 새를 품는 살림길을 걸을 일이란다. 모든 곳에서 새가 노래하고 벌나비가 춤추어야 사랑이 싹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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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장벽 障壁


 아주 높은 장벽을 세워 → 아주 높이 가로막아

 마음의 장벽을 허물다 → 막는 마음을 허물다

 아무 장벽도 없는 것만 같다 → 아무 울도 없는 듯하다

 언어의 장벽 → 말턱 / 까다로운 말

 인습의 장벽에 부딪히다 → 낡은 담에 부딪히다


  ‘장벽(障壁)’은 “1. 가리어 막은 벽 2. 둘 사이의 관계를 순조롭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 3. 장애가 되는 것이나 극복하기 어려운 것 4. [심리] 정신 분석학에서, 마음속에 좋지 않은 경향이 있을 때, 여기에 대하여 형성되는 방어 기제 5. [심리] 생활 공간 안에서 목표를 향한 행동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장애물 6. [생명] 개체나 개체군의 이주·이동을 제한하는 물리적·생물적 요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로막다·막다·닫다’나 ‘금·띠·뒤·자리’나 ‘벼락·턱·틀’로 고쳐씁니다. ‘까다롭다·어렵다·힘들다·힘겹다’로 고쳐쓸 만하고, “건드릴 수 없는·건드리지 못할·건드리면 안 될”이나 “넘볼 수 없는·넘보지 못할·넘을 수 없는·넘지 못할”이나 “손대지 못할·손댈 수 없는”으로 고쳐씁니다. ‘담·담벼락·막다·막는곳·울·울타리’나 ‘돌담·돌담벼락·돌울·돌울타리’나 ‘긴담·긴담벼락·긴울·긴울타리’로 고쳐쓰고, ‘가시그물·가시덤불·쇠가시그물·쇠가시담’으로 고쳐쓰지요. ‘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나 ‘높끝·높꽃·높마루’로 고쳐써도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장벽’을 네 가지 더 실으나 다 털어냅니다. ㅅㄴㄹ



장벽(長壁) : 길게 쌓은 성벽

장벽(腸壁) : [의학] 창자의 둘레를 이룬 벽 = 창자벽

장벽(腸癖) : 1. [한의] 예전에, ‘이질’을 이르던 말 2. [한의] 피가 섞여 나오는 대변

장벽(牆壁) : 담과 벽을 아울러 이르는 말 ≒ 벽



‘베를린 장벽’ 실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을 보면

→ ‘베를린 울타리’를 그대로 옮겨놓았으니

→ 그대로 옮겨놓은 ‘베를린 담’을 보면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최정태, 한길사, 2006) 248쪽


분리 장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과 긍지를 짓밟으면서 이어지고 있다

→ 나눔담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삶과 보람을 짓밟으면서 이어진다

→ 가름담벼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삶과 보람을 짓밟으면서 이어진다

《생명의 릴레이》(가마타 미노루/오근영 옮김, 양철북, 2013) 66쪽


이 도시의 장벽 안에 적지 않은 인구가 존재하는 이유 역시 이런 후한 선물 때문이다

→ 이 큰고장 울타리는 이렇게 보람이 넉넉하니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

《여기, 뉴욕》(엘윈 브룩스 화이트/권상미 옮김, 숲속여우비, 2014) 21쪽


1961년에 베틀린 장벽을 쌓기 시작했을 때, 내가 가서 찍었던 사진의 후속편이었다

→ 1961년에 베를린 담벼락을 쌓을 때, 내가 가서 찍던 뒷이야기이다

《방랑》(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 포토넷, 2015) 171쪽


그 사람에게 더 장벽이 높지는 않은지, 나보다는 더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거예요

→ 그 사람한테 담이 더 높지는 않은지, 나보다 더 낮은 곳부터 하는지 살펴봐요

→ 그 사람한테 더 어렵지는 않은지, 나보다 더 낮은 곳이지 않은지 살펴봐요

《인권연대의 청소년 인권 특강》(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 46쪽


분단의 장벽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었군요

→ 가르는 금은 사람들 마음에 있군요

→ 금긋는 담은 우리 마음에 있군요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문익환, 사계절, 2018) 149쪽


진입 장벽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 울타리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 턱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 담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아쿠쓰 다카시/김단비 옮김, 앨리스, 2021)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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