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2024.4.20.


홍세화 똘레랑스 : 1999년 5월에, 홍세화 님이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라는 책을 냈다고 〈한겨레〉에 알림글이 떴고, 홍세화 님이 한창 〈한겨레〉에 글을 실었기에 꼬박꼬박 챙겨 읽었고 책도 사읽었다. 그무렵 나는 서울 이문동에서 ‘나름이(신문배달노동자)’로 일했다. 신문사 지국장님은 어느 날 나를 부른다. “야, 너 홍세화 좋아하냐?” “네? 글쎄요. 논설위원 김종철 님이라면 모르지만, 홍세화 씨 글은 영 시답잖은데요.” “그런데 왜 그 사람 책은 사서 읽냐?” “우리가 일하는 〈한겨레〉에 글을 쓰니까 읽어 봤지요.” “뭐야? 안 좋아해? 그럼 취소할까?” “뭘요?” “아니, 네가 좋아할 듯해서 자리를 너한테 주려고.” “무슨 자리요?” “한겨레신문 주주를 위한 강연회에 홍세화 씨가 나오는데, 나는 못 가는데, 내 자리를 너한테 주려고.” “음…….” “가 봐. 좋은 공부가 될 거야.” 신문사 지국장님 얘기를 듣고서 열흘 즈음 생각에 잠기면서 새벽마다 새뜸을 돌렸다. 그 자리에 가는 사람 가운데 ‘고졸’이기도 하고 ‘한겨레신문 배달노동자’라는 이름도 있어서, 나는 홍세화 씨한테 궁금한 말을 물어볼 수 있다고 했기에, 내가 그분한테 뭘 물어볼 수 있는 쪽틈인 1∼2분 사이에 무엇을 물어보고 따질까 하고 온갖 말을 추스르고 가다듬었다. 그리고 ‘홍세화 특별강의’가 있는 그날, 서울 공덕동 〈한겨레〉 일터로 갔고, 얼추 두 시간에 이르는 ‘혼말(혼자 들려주는 말)’을 꾹꾹 참아내듯 듣고서 홍세화 씨한테 물어보았다. “저는 이문동에서 〈한겨레〉를 돌리는 딸배입니다. ‘딸배’란 ‘신문배달부’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홍세화 씨는 프랑스에서 ‘택시운전사’라고 하셨지만, 홍세화 씨가 쓴 글과 책을 읽어 보기로는 도무지 ‘택시운전사’ 같지 않고, 너무 배운 티가 나는 지식인하고 똑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한겨레 신문지국뿐 아니라 다른 한겨레 신문지국에서 일하는 딸배도 대학생이나 대학교·대학원을 마친 사람이 많고, 한겨레 딸배는 〈한겨레〉를 꼬박꼬박 챙겨 읽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신문, 이를테면 ㅈㅈㄷ 딸배는 거의 고졸이나 중졸이나 무학자이고, 그분들은 ㅈㅈㄷ을 돌려도 신문을 아예 안 읽다시피 하고, 못 읽습니다. 그분들은 스포츠신문만 읽습니다. ㅈㅈㄷ을 돌리는 딸배이지만 막상 ㅈㅈㄷ이 무슨 목소리를 내는지 모릅니다. 제가 여쭙고 싶은 말이란, 홍세화 님이 ‘똘레랑스 똘레랑스’ 하시는데, 한겨레 딸배나 독자는 알아들을지라도 ㅈㅈㄷ 딸배를 비롯해서 다른 이웃은 못 알아들을 말입니다. 홍세화 님이 쓰는 글이 대단히 먹물스럽습니다. 왜 이렇게 글을 어렵게 쓰십니까? 중·고등학교만 마친 사람도 우리 삶터를 읽어낼 수 있는 줄거리를 담아서 쉽게 쓰셔야 하지 않습니까? 택시노동자였다면 택시노동자로서, 또 〈한겨레〉에 글을 쓰신다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말을 가려서 써야 하지 않습니까? 여기는 프랑스도 아닌 한국인데 왜 프랑스말을 씁니까? 적어도 한자말로는 ‘관용’이고, 우리말로는 ‘너그럽다’인데, 우리말 ‘너그럽다’를 쓸 생각은 없습니까?” 아마 1분 30초를 들여서 이 말을 쏜살처럼 얼른 외웠는데, 홍세화 씨는 ‘똘레랑스’는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고, ‘우리가 배울 프랑스 문화’라는 대꾸로 어영부영 마쳤다. 너무 어이없어서 얼굴이 화끈했고, 서울 이문동 신문사 지국으로 돌아온 저녁에도 그저 씩씩거렸다. 신문사 지국장님이 묻는다. “야, 너 왜 그래? 뭔 일 있어?” “아뇨. 앞으로는 홍세화 씨 글은 못 읽겠어요.” “왜?” “그분은 우리 옆이 아니라 저 하늘 높이 계시더군요.” 이날 홍세화 특별강의 자리에 다녀온 이야기를 신문사 지국장님한테 들려주었다. “그래? 그랬냐? 허, 그러냐? 그렇구나. 사람은 글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구나. 미안하다. 괜히 너한테 거기 가라고 했구나.” “아닙니다. 저한테 그 자리에 가라고 해주셨기 때문에, 글만 읽어서는 몰랐을 속모습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엄청나게 배웠습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고,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오늘 아주 눈물겹게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흙으로 돌아간 홍세화 님이 고이 쉬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흙이라는 품에 안기는 넋은, 풀벌레랑 이웃하면서 나무랑 속삭이는 푸른말과 숲말로 하루를 노래하시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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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철마다 새롭게 (2023.4.15.)

― 부산 〈비온후〉



  여름은 맨발로 흙을 디디며 일하거나 놀기에 즐겁습니다. 가을은 가랑잎이 감겨드는 흙을 부드러이 어루만지면서 하늘빛을 머금기에 기쁩니다. 겨울은 시든 풀줄기가 싯누런 빛으로 사그락사그락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즈넉합니다. 봄은 맨손으로 흙을 만지면서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마시기에 반갑습니다.


  온나라에 마을나무랑 골목나무가 옅푸른 잎빛으로 맑게 번지는 철에 부산으로 마실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야기꽃을 펼 텐데, 먼저 마을을 휙 돌아봅니다. 이미 한 바퀴 돌아본 마을이어도 다시 돌아봅니다. 예전은 예전이고, 어제는 어제입니다. 오늘은 오늘이요, 모레는 모레예요.


  우리 집 마당에서 날마다 보는 나무도 아침저녁으로 다릅니다. 나날이 다르고, 다달이 다르며, 철철이 다를 뿐 아니라 해마다 달라요. 으레 거니는 길이어도 모든 날마다 새롭게 보는 바람과 해와 소리와 숨결이 있습니다.


  같은 책을 되읽는 뜻하고, 같은 길을 다시 걷는 마음은 같아요. 쳇바퀴로 여기면 늘 똑같아 보여서 지겹거나 싫을 테지만,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는 삶인 줄 알아차린다면 “겉모습이 얼핏 비슷해 보여도 늘 다른” 결을 맞아들일 만합니다. 같은 책을 천천히 되읽을 적에도, 늘 새삼스레 깨달으면서 눈뜨는 밑동이 있어요.


  저는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이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여태 없습니다. 이때에는 이렇구나 하고 느끼고, 저때에는 저렇네 하고 느낍니다. 이 일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배우고, 저 일은 저렇게 여미는구나 하고 고개숙입니다. 어설프거나 엉성한 매무새는 “아하, 이렇게 하니까 어설펐네” 하고 뉘우칩니다. “저런, 난 여태 이 살림길을 마음에 안 담았구나. 참 바보스러웠네” 하고 되새깁니다. 모든 하루는 즐겁게 배우는 꽃날입니다. 배우니 꽃날이요, 안 배우니 끄트머리인 벼랑입니다.


  새벽에 문득 떠올라 몇 가지 노래를 씁니다. 하나는 〈비온후〉라는 책집이름을 붙인 노래요, 둘은 “내가 안 쓰는 말”이라는 글머리로 잇는 노래예요. 이제까지 쓴 노래는 “내가 쓰는 말”을 글감으로 삼았는데, “나는 안 쓰되, 둘레에서 흔히 쓰는 말”을 놓고서 어떻게 달래어 풀어낼까 하는 마음을 담아 봅니다.


  수런수런 말이 오갑니다. 사근사근 이야기가 흐릅니다. 사람과 삶과 사랑이 맞물리는 실타래를 살짝 풀고서 길손집으로 돌아가는 밤에 생각합니다. 낱말책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이기에, 길손집 책자리가 대수롭습니다. 책을 펴고서 읽을 뿐 아니라, 붓을 쥐어 글을 쓸 만한 자리가 느긋한 곳에서 하루를 묵으면 아늑해요. 한 손에는 호미를 쥐어 흙을 만지고, 다른 손에는 붓을 쥐어 꿈을 토닥입니다.


ㅅㄴㄹ


《헌책방에서 보낸 1년》(최종규, 그물코, 200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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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 오늘은 괜찮은 날이라고 새가 말해주었습니다
방윤희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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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19.

다듬읽기 203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방윤희

 생각정원

 2023.11.24.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방윤희, 생각정원, 2023)는 하루에 한 가지 새를 눈여겨보는 살림을 들려줍니다. 일본말씨를 따서 ‘일일일새’로 적었으나, ‘하루한새’처럼 우리말로 적을 만하고, “하루 한새 집구석 살피기”나 “하루 한새 집구석 이웃”이나 “날마다 집구석 새바라기”나 “하루하루 집구석 새구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 곁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마음이니 ‘새’롭습니다. 새한테 모이를 준다면 ‘모이주기’입니다. 글님은 ‘-지다’ 같은 옮김말씨를 매우 자주 쓰는데, 새를 보는 마음뿐 아니라, 새가 노래하듯 마음을 노래하는 말결을 조금 더 살필 수 있기를 바라요. ‘꾸미기’가 아닌 ‘꾸리는’ 하루를 누리는 새처럼, 사람으로서 하루를 가꾸면서 생각을 일구는 길이라면, 새길도 말길도 삶길도 사랑으로 포근히 추스르리라 봅니다.


ㅅㄴㄹ


그러니까 새는 하늘을 보게 하죠

→ 그러니까 쌔 때문에 하늘을 보죠

→ 그러니까 새가 있어 하늘을 보죠

7쪽


새를 보는 일에 시큰둥해졌습니다

→ 새보기가 시큰둥했습니다

→ 새바라기가 시큰둥했습니다

10쪽


나라는 존재를 잠시 잊게 되어요

→ 나를 한동안 잊어요

→ 나를 가만히 잊어요

→ 나를 문득 잊어요

26쪽


동정(관찰)하는 법

→ 보는 길

→ 바라보는 길

→ 살펴보는 길

34쪽


나도 버드피딩(Bird Feeding) 해볼까

→ 나도 새밥주기 해볼까

→ 나도 모이주기 해볼까

→ 나도 먹이주기 해볼까

35쪽


최소 세 마리다. 느낌적(?) 느낌으로는 다섯 마리쯤 되는 듯하다

→ 적어도 셋이다. 아마 다섯 마리쯤 되는 듯하다

→ 적어도 셋, 얼추 다섯 마리쯤 되는 듯하다

41쪽


깃털은 탄성이 있어서

→ 깃털은 탱탱해서

→ 깃털은 통통해서

42쪽


접힌 상태의 날개깃에서 푸른색 줄무늬가

→ 접한 갈개깃에서 푸른줄무늬가

44쪽


참새는 주로 인간 곁에 서식한다

→ 참새는 으레 사람 곁에 깃든다

→ 참새는 흔히 사람 곁에서 산다

51쪽


참새가 없는 곳엔 인간도 살 수 없지 않을까

→ 참새가 없는 곳엔 사람도 살 수 없지 않을까

51쪽


오늘이 바로 참새의 날이다

→ 오늘이 바로 참새날이다

51쪽


갑자기 두 눈의 동공과 코 평수가 넓어졌다

→ 갑자기 두 눈망울과 콧구멍을 키운다

→ 갑자가 눈을 크게 뜨고 콧구멍을 벌린다

55쪽


스토킹을 해보니 새들의 생태에 관해 잘 모르는 게 아쉽기만 했다

→ 구경만 하니 새를 잘 몰라 아쉽기만 하다

→ 보기만 하니 새를 너무 몰라 아쉽다

61쪽


새들에 대해 좀더 알아야 할, 어떤 책임감이 생겼다. 새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 새를 좀더 알아야겠다고 여겼다. 새가 잘 있는지 궁금하다

→ 새를 좀더 알자고 생각했다. 새가 잘 사는지 궁금하다

61쪽


동백이의 사생활이 파파라치에게 찍혀 공개된 듯한 느낌이었다

→ 동백이 삶이 거머리한테 찍혀 드러난 듯하였다

→ 내가 동백이를 괴롭혀서 하루를 밝힌 듯하였다

63쪽


안 그래도 심란한데

→ 안 그래도 싱숭생숭

→ 안 그래도 어수선

70쪽


야생동물이 우리 인간들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환경에 맞춰 열심히 살아간다

→ 우리 사람들 때문에 들짐승이 이만저만 괴롭지 않지만, 다들 제 나름대로 터전에 맞춰 힘껏 살아간다

→ 우리 사람들 때문에 멧짐승이 이만저만 힘겹지 않지만, 모두 제 나름대로 터에 맞춰 애써 살아간다

82쪽


근처에도 대벌레들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어서

→ 둘레에도 대벌레가 군데군데 있어서

→ 둘레에도 대벌레가 군데군데 도사려서

110쪽


확인하니 푸른빛이 보인다. 파랑새다

→ 살펴보니 파랑이 보인다. 파랑새다

114쪽


더위 탓인지 새들의 방문이 줄었다

→ 더위 탓인지 새가 덜 찾는다

→ 더위 탓인지 새가 뜸하다

150쪽


참새 똥도 씻겨져 반들거렸다

→ 참새똥도 씻겨 반들거린다

158쪽


폭우가 내린 지 사흘이 지났지만

→ 소낙비 내린 지 사흘이지만

→ 큰비가 내린 지 사흘이지만

159쪽


상주하던 새들은 어디로 피했는지

→ 머물던 새는 어디로 갔는지

→ 깃들던 새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159쪽


새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 새가 새삼 고맙다고 느끼며

→ 새가 새삼 고맙고

187쪽


오늘은 다행히 온전한 상태였다

→ 오늘은 그나마 멀쩡하다

→ 오늘은 좀 곱상하다

203쪽


특별히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

→ 더 들여다보지 않았다

→ 딱히 쳐다보지 않았다

→ 굳이 살펴보지 않았다

224쪽


시무룩해져서 걷는데 바위 위에 새처럼 보이는 물체가 낙엽에 반쯤 가려진 게 보였다

→ 시무룩해서 걷는데 바위에 새 같은 무엇이 가랑잎 사이로 살짝 보인다

→ 시무룩하게 걷는데 바위에 떨어진 잎 사이로 언뜻 새가 보이는 듯하다

2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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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철학 2023.8.7.



내가 나를 나긋이 보면서

너는 너를 넉넉히 누리고

생각에 날개를 다는 동안

온누리 모두에 이름 붙여


바람을 품는 하늘이 밝아

바다를 만난 냇물이 맑아

바라본대서 다 알지 않지만

마주보면서 하나씩 느끼지


나는 무엇을 그릴까?

너는 어떻게 바라니?

우리는 어디로 가지?

오늘은 어떤 하루야?


말씨 한 톨 마음에 놓아

마음씨 한켠 환히 틔우고

살림새 한 자락 고이 가꿔

멧새 하늘노래 함께 들어


ㅅㄴㄹ


처음에는, 풀벌레·개구리·새가 소리를 내고, 비·바람·구름이 소리를 내며, 풀잎·나뭇잎·꽃잎이 소리를 낸다고 여겼습니다. 이윽고 ‘소리나다’에서 ‘울다’로 잇습니다. “새가 울다”나 “매미가 울다”나 “하늘이 울다”라 했고, 어느새 ‘노래’로 피어나 “개구리가 노래하다”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느끼지 못 할 적에는 ‘소리나다’부터 못 알아챕니다. 느낄 적에 비로소 ‘소리’로 받아들이고, ‘소리’를 새겨서 ‘울음(울다)’으로 곱씹고, 차츰 생각을 뻗어 ‘노래’로 풀어냅니다. 이렇게 하나씩 디디며 “‘생각’을 밝히는 길”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철학(哲學)’이라는 한자말로 가리켰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옮기자면 ‘생각길·밝은길 ← 철학’이라 할 만합니다. 생각길이란, 먼저 느끼고 보고 받아들이면서 엽니다. 밝은길이란, 늘 다시 느끼고 새로 보고 곰곰이 맞아들이면서 틔웁니다. 우리는 서로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나·너’로 가릅니다. 내가 너를 보니 ‘나’인데, 너도 스스로 ‘나’예요. 다 다른 나랑 너는 저마다 오늘을 살고, 하루를 그리며 일구는 동안 마음에 이야기를 새깁니다. 삶과 살림이 흐르는 결을 짚어서 풀어내는 길이기에 ‘생각길·밝은길·철학’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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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시험 2023.7.25.



알고 싶다면

알아보려 한다면

아직 알지 않는 길을

알아낼 때까지 스스로


살피고 싶다면

살펴보려 한다면

앞으로 살리며 살아갈

사람이라는 하루를 새로


따진다고 알지 않아

가린다고 못 보지 않아

속으로 품기에 알아내고

포근히 풀기에 살려낸다


줄세우기가 아닌

물줄기처럼 이어

높고낮은 자리 아닌

물결치는 바다 본다


ㅅㄴㄹ


어느 만큼 할 줄 알거나 다루는지 알아본다고 할 적에 한자말로 ‘시험(試驗)’을 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알아보다’요, ‘따지다’이며, ‘살피다’나 ‘재다’라고 할 만합니다. 제대로 하는지, 또는 엉뚱하게 하는지 알아보지 않는다면, 엉성하게 하거나 틀리게 하는 줄 미처 모를 수 있어요. 하나도 모르거나 어렴풋한데, 얼마나 어떻게 모르는지 차근차근 짚지 않으면, 그만 모르는 채 지나갑니다. 더 빨리 해내거나 더 많이 익혀야 하지 않아요. 하나를 보고 배울 적에도 차분히 받아들여서 고르게 품고서 다룰 줄 알면 되어요. 씨앗은 빨리 싹트려 하지 않아요. 잎은 빨리 돋으려 하지 않아요. 나무도 빨리 자라려 하지 않습니다. 비도 빨리 내리려 하지 않고, 해도 빨리 뻗으려 하지 않아요. 느긋하게 살펴봐요. 살며시 돌아봐요. 가볍게 헤아리고, 부드럽게 맛보면서, 이제부터 알아가기로 합니다. 모르니까 익히고, 어설프니까 다스립니다. 여태 알아낸 대목이 있다면 한결 단단히 추스르면서 새롭게 북돋울 길을 생각합니다. 속으로 품고 포근히 풀어가는 길에 서면서 온하루가 즐거울 수 있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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