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어린싹 2024.4.8.달.



씨앗이 처음 뿌리를 내리고 싹을 낼 적에, 다들 ‘어린싹’이라고 하지. ‘어른싹’이라 하지 않는단다. 싹이 난 뒤에는 여린 잎빛을 천천히 올리면서 자라. 여린싹이 다칠세라 바람이 잔잔하고, 풀벌레와 나비도 살며시 들여다본단다. 사람으로 친다면, 아기가 태어날 적에는 집도 마을도 나라도 “아기를 한복판에 두는 길”로 접어들어야 ‘살림’을 꾸린다고 여겨. 아기는 여리지. 여린 아기가 느긋이 자라고, 천천히 배우고, 넉넉히 놀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터전일 때라야, 집·마을·나라가 ‘제길’을 간다고 여겨. 어린싹을 바라볼 줄 알기에 어른이야. 어린싹을 돌보고 살필 줄 알아서 어질어. 어린싹을 북돋울 줄 아는 숲이고 바람이고 해이고 별이야. 너는 누구이니? 너는 어린싹이니? 너는 어린싹을 돌아보는 어른이니? 네가 선 곳을 제대로 보고, 네가 가는 길을 찬찬히 열고, 네가 있는 집을 사랑으로 품기를 바라. 어린싹은 들숲에서만 나지 않아. 마당에서도 밭에서도 골목에서도 길가에서도 나. 어린싹은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나고, 매캐하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데에서도 나. 보렴! 어린싹은 ‘곳’을 안 가리는구나. 모든 곳이 스스로 바뀌어 스스로 살림꽃을 피울 사랑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꿈빛을 베푸는구나. 아기는 어느 곳에서나 태어나. 가난하건 가멸차건 안 가리는 아기란다. 어버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대수롭지 않은 아기야. 너는 어린싹을 보면서 동무하기를 바라. 너는 어린싹 곁에서 슬기롭게 사랑을 베푸는 눈빛이기를 바라. 누구나 어린싹이야. 누구나 어른이지. 비록 스스로 잊더라도 누구나 어리고 어른이기에 이 별에 사랑씨앗을 심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부엌의 드래곤 2 - S코믹스 S코믹스
미요시후루마치 지음, 윤선미 옮김, 시마다 리리 원작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4.14.

아이도 어른도 자란다



《부엌의 드래곤 2》

 시마다 리리 글

 미요시 후루마치 그림

 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2.16.



  《부엌의 드래곤 2》(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을 천천히 읽고서 되읽습니다. 요사이는 이만 한 그림꽃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조금씩 맛보듯 읽고서, 가늘게 한숨을 고르면서 처음부터 또 읽고 다시 읽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새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그림이 꽤 많고, 퍽 읽히고 팔리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숱한 ‘웹툰’은 그림감이나 줄거리가 매우 좁아요. 온누리를 두루 바라보거나 헤아리는 눈썰미가 서툴면서, ‘사람만 살지 않는 푸른별’을 고루고루 그림꽃으로 담아내는 길로는 다가서지 못 한다고 느낍니다.


  다만 웹툰만 눈이 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눈이 좁으니, 글도 좁고 그림도 좁고 그림꽃도 좁고 웹툰도 좁을 뿐입니다. ‘사회·문화·정치·경제·종교·문학·철학·과학’ 모두 자꾸만 좁게 나아간달까요.


  우리말을 살피면, ‘좁다 = 좋다’입니다. 두 낱말은 밑동이 같습니다. 좁기에 좋아하고, 좋아하니 좁습니다. 두루 품거나 헤아리는 길이라면 ‘좋아하’지 않고 ‘사랑’합니다. 어느 하나만 콕 집어서 바라보려 하기에 ‘사랑’이 아닌 ‘좋아하는’ 굴레에 스스로 가둡니다.


  하나로 좁혀서 좋아하는 이들을 ‘전문가’라고 합니다. ‘전문가’인 분들은 어느 하나는 솜씨가 있을는지 모르나, 다른 곳에서는 서툴고 엉성하기 일쑤입니다. 이를테면 ‘의학 전문가’이면서 살림을 잘 하는 이는 참 드뭅니다. ‘문학 전문가’이면서 아기를 잘 돌보는 이는 참 드물어요. ‘정치 전문가’이면서 어깨동무(성평등)를 삶으로 선보이는 이도 그야말로 드뭅니다.


  한자말 ‘전문가’를 우리말로는 ‘꾼’이라 합니다. 꾸릴 줄 알거나 일굴 수 있기에 ‘꾼’일 텐데, 오늘날 꾼은 좋아하는 하나만 ‘꾹’ 눌러서 들어가느라, 막상 둘레나 이웃이나 숲이나 온누리를 헤아리는 눈빛을 잊고 잃었습니다.


  《부엌의 드래곤》은 그림 하나만 좋아하려고 하던 젊은이가 어떻게 ‘좁은’ 눈길을 스스로 벗고서 ‘사랑’이라는 길을 찾아나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젊은이는 처음 태어난 나라에서는 설자리가 없어서 멀디먼 나라까지 배움길을 갔습니다. 어디에서든 그림만 붙잡으면 좋다고 여겼으니, 제 나라에서 일자리를 못 찾더라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멀디먼 나라에 깃드는 동안 낯선 아이가 찾아왔고, 낯선 아이인 ‘미르’를 미르 아닌 도마뱀으로 잘못 여긴 젊은이는 어느새 조금씩 눈길을 틔웁니다.


  좁게 좋아하던 젊은이가 눈을 틀 수 있는 실마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림 하나만 좁게 좋아했기에 둘레에 눈을 감았지만,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갖은 서울살림(도시문명)에 마음을 안 빼앗겼어요. 서울살림에 물들거나 길들지 않은 젊은이였던 터라, 미르를 보고도 몰라보았으나 뜻밖에 따스하게 품는 하루를 살았고, ‘도무지 도마뱀일 수 없’도록 덩치가 자라고 불을 뿜고 하늘을 나는 미르 곁에서 비로소 마을과 숲과 별과 온누리를 살피는 눈길을 천천히 틔웁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를 좋아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누구나 사랑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만 좋아하기가 훨씬 어렵지 않을까요? 어느 하나만 좁게 좋아하려면 이 하나를 뺀 모두 눈감아야 하는데, 외곬로 치닫는다면 거꾸로 삶이 하나도 없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바보짓만 남는다고 느껴요. 어느 하나에 목을 매달지 않을 줄 아는, 스스럼없이 사랑을 길어올리면서 하루를 짓는 오늘을 품는 매무새이기에 활짝 웃고 노래하는구나 싶습니다.


  숱한 보임꽃(영화·연속극)은 사랑을 안 다룹니다. 숱한 보임꽃은 ‘사랑척·사랑시늉·사랑타령’을 다룹니다. 숱한 보임꽃은 ‘좋아해!’에 얽매입니다. 숱한 보임꽃을 곁에 둔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철들지 않은 채 마음도 눈도 매무새도 좁다랗게 뒹굴밖에 없습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랍니다. 우리는 날마다 생각이 자라고 꿈이 자라면서 사랑이 자라기에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라지 않는 사람은 낡아버립니다. 겉보기로 매끈한 몸매에 얼굴이라서 젊지 않습니다. 얼굴과 몸매에 매달릴수록 스스로 좁혀서 그만 죽음길로 달려갑니다. 마음을 가꿀 사랑씨앗을 바라볼 줄 안다면 언제나 스스로 깨어나서 노래하게 마련입니다.


  어떤 어버이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태어난 아기는 늘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망울입니다. 우리가 어버이요 어른이라면, 우리 곁에 찾아온 모든 아기와 아이를 반짝반짝 사랑이라는 눈망울로 마주하고서 품으리라 봅니다. 겨우내 눈밭에서 고이 자던 풀꽃나무가 새롭게 잎눈이며 꽃눈을 틔우는 봄을 느껴 봐요. 마음눈하고 사랑눈을 활짝 틔워요. 어린이 손을 잡고서 환하게 눈을 틔우는 어른으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그 아이가 알려준 거야. 너에게 큰일이 생겼다고.” “네?” “접시를 깨고, 주의를 끌고, 널 입원시키고 이 집에 돌아왔을 때 모습을 드러냈어. 네가 걱정되었나 봐. 그러니 혼내지는 말고.” “도마뱀 군, 그랬구나. 내가 호낼 리가. 고마워.” (16∼18쪽)


“소문을 듣기로는 역 앞 빵집 아저씨가 끌려갔대.” “끌려가요?” “국가보안국에 잡혀갔단 뜻이야. 그 집 빵 맛있었는데.” “어, 어째서요?” “드문 일도 아니야. 조금만 수상해도 연행하니까. 외국인과 얘기를 해도 그렇고.” (102쪽)


“사냥용 오두막이라도 있던 게 아닐까 해. 사람이 없어져도 숲에서 태어나는 건 어쨌든 숲으로 돌아와. 그것을 상기시켜 줘서 이곳이 좋아.” (109쪽)


“또 좀 커졌나? 이제 우리 집 지붕에 닿을지도 모르겠다. 으으, 우리 집으론 돌아갈 수 없어. 도마뱀 군에게 거기는 이제 작으니까∼!” (139쪽)


‘그리고 싶다. 이것을. 도마뱀 군이 보여준 것을 그린다. 내가 그려내면 아주 조금이나마 지금의 순간을 남길 수 있어. 우리는 그런 세계의 일부다.’ (151쪽)


#台所のドラゴン #縞田理理 #みよしふるまち


+


좋은 냄새가 나

→ 냄새가 좋아

5쪽


그건 키운 양육자 나름이니까

→ 키운 사람 나름이니까

→ 키우기 나름이니까

58쪽


동그란데 가끔씩은 네모야

→ 동그란데 가끔은 네모야

64쪽


그것을 상기시켜 줘서 이곳이 좋아

→ 그렇게 떠올리니까 이곳이 좋아

→ 그처럼 생각하기에 이곳이 좋아

109쪽


그곳에 사는 건 국비유학생인 외국인입니다

→ 그곳에는 이웃나라 나라배움이가 삽니다

1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14.

다듬읽기 200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창비

 2022.10.14.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백수린, 창비, 2022)은 골목집을 다루는 듯싶지만, 막상 골목집하고 먼 삶에 머문다고 느낍니다. 모름지기 모든 골목집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가꾸고 돌보는 터전입니다. 예부터 모든 어버이는 손수 아기를 돌보고, 기저귀를 손수 갈아서 삶고 빨고 햇볕에 말려 다시 아기한테 대었습니다. 아기돌봄을 나라한테 맡기거나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던 오랜 살림길입니다. 조촐한 보금자리인 골목집과 마을집도 매한가지예요. 잿집(아파트)은 단추만 누르면 40칸이건 60칸이건 쑥 올라가지만, 골목집·마을집은 디딤칸을 천천히 스스로 밟고서 오르내립니다. 손수 보금자리를 일구는 사람은 말을 어렵게 안 꼴 뿐 아니라,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예 쓸 일이 없습니다. ‘뭐, 머잖아 떠날 곳’이라고 여기는 골목마을에서 한동안 지내 본 나날을 옮긴 글은 너무 겉멋스럽습니다. ‘창비 온라인 플랫폼’이 아닌 ‘마을이웃’하고 나눌 글이었어도 이처럼 허울스럽게 꾸미는 글을 썼을는지, 글님 스스로 돌아볼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ㅅㄴㄹ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처음 알려준 사람은 M이모다

→ 오늘 내가 사는 마을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ㅁ님이다

9


한동안 연락이 끊긴 것은 어떤 이유였던가

→ 왜 한동안 끊겼던가

→ 왜 한동안 멀리했던가

10


그로부터 몇 달 후

→ 그러고서 몇 달 뒤

11


물론 처음부터 이 동네에서의 생활에 내가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 다만 처음부터 이 마을에 쉽게 몸을 붙이지는 않았다

→ 그러나 처음부터 이곳에서 쉽게 살아내지는 않았다

12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형태로든 공동주택에서만 살았던 내게 이 동네에서의 생활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 아주 어린 날을 빼고는 어울집에서만 살았기에 이 마을에서는 여러모로 놀랐다

→ 아주 어릴 적을 빼고는 한터집에서만 살았기에 이곳에서는 여러모로 얼떨떨했다

13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산다는 행위가 관념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것들, 물질성이랄지 육체성을 가진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 이곳에서 살며 우리 하루란 몸을 써서 하나씩 해야 한다고 배웠다

→ 이곳에서 사는 동안 늘 온몸으로 다 해야 하는 줄 배웠다

13


부모를 떠나 독립적인 공간을 갖는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처음 나의 집이 생겼을 때 친구들을 마음껏 초대할 수 있으리라는 점 때문에 제법 설렜다

→ 어버이를 떠나 혼살림을 하는 이들처럼 나도 처음 우리 집을 얻을 때 동무를 마음껏 부를 수 있으리라 여겨 제법 설렜다

→ 제금을 나는 이들처럼 나도 처음 우리 집을 얻을 때 이웃을 마음껏 부를 수 있구나 싶어 제법 설렜다

16


서울의 많은 장소들이 그렇듯이 언젠가는 이 동네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세련된 건물들, 생존을 위한 요구와 필요만이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공간들로 대체되는 날이 올까

→ 서울 곳곳처럼 이 마을도 사라지고 번듯한 집으로 바뀌어 손쉽게 먹고살기만 하는 날이 올까

21


무용無用의 아름다움

→ 쓸모없는 아름다움

→ 덧없는 아름다움

→ 헛된 아름다움

51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쓸모없어도 사랑한대서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 쓸모없어도 사랑하지만 창피하지 않다고 여긴다

59


사랑의 날들

→ 사랑하는 날

→ 사랑스런 날

→ 사랑날

96


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 어느 숨결이든 가없이 사랑받아야 한다

→ 어느 숨빛이든 그저 사랑받아야 한다

102


슬픔이 가르쳐준 것

→ 슬프며 배우다

→ 슬프면서 배운

126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 나로 사는 수고

→ 나로 있는 수고

193


봄의 일기

→ 봄글

→ 봄하루

206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얼마나 즐거울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즐겁다

→ 얼마나 이어갈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즐겁다

224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종이에는 이웃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자리에는 널리 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22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3.

오늘말. 하얗다


“하얗게 밤을 새운다”는 말을 처음 들은 날을 곧잘 떠올립니다. 퍽 어릴 적인데, “어떻게 밤에 잠도 안 들고서 새우나?” 싶어 갸웃했습니다. 드디어 처음으로 밤을 새운 어느 날 왜 ‘하얗다’를 말하는지 온몸으로 알아챘어요. “까맣게 속을 태운다”는 말을 처음 들은 어릴 적에도 갸우뚱했습니다. 어른들은 말을 어리둥절하게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러다가 비로소 속이 타는 고비를 겪은 어느 날 왜 ‘까맣다’를 말하는지 온마음으로 느꼈어요. 바쁘게 매듭지을 일을 붙잡다가 어느덧 날이 새하얗게 밝습니다. 캄캄한 밤에는 없던 빛살과 소리가 새벽과 함께 퍼져요. 밤새랑 낮새가 갈마드는 때가 있고, 밤개구리가 훅 노래를 꺾는 때가 있습니다. 따로 콕 집기는 어렵습니다만, 흐릿하게 트다가 조용히 번지는 때가 있더군요. 뜬금없는 허울질이 넘치면서 덧없고 어이없이 불거지는 빈수레가 보일 적에는 소리없이 지켜보다가 털레털레 떠납니다. 번들번들 빈그릇잔치를 더 구경할 일은 없거든요. 넋을 놓을 뜻이 없으니 이름뿐인 곳을 손사래칩니다. 혼자는 값없고 허전할까요? 얼핏 초라하고 보람없다지만, 넋을 차리는 사람은 빈손이 외려 빛납니다.


ㅅㄴㄹ


하염없다·덧없다·부질없다·어이없다·터무니없다·허전하다·쓸쓸하다·초라하다·싫다·넋나가다·넋놓다·얼나가다·어리둥절·어리벙벙·없다·있지 않다·보람없다·값없다·뜻없다·비다·속없다·붕뜨다·뜬구름·허울·그냥·그저·반드레·반들반들·번지레·번지르르·빈그릇·빈손·빈몸·빈수레·빈이름·우두커니·물끄러미·멀거니·멍하다·조용하다·소리없다·힘없다·어둠·이름만·이름뿐·이름치레·이름허울·털레털레·헐렐레·텅·텅텅·뻥·뻥하다·하얗다·새하얗다·흐리다·흐릿하다·흐리멍덩 ← 허망, 허무, 허무적, 허무주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3.

오늘말. 하느작


보금자리를 짓는 동안 스스로 푸르게 피어나면서 환하게 일어서는 하루를 누리는구나 싶습니다. 어느 날 심어서 돋아난 꽃에 나비가 팔랑거리며 내려앉습니다. 꽃이 지고서 열매가 맺을 즈음에 새가 나부끼면서 찾아듭니다. 바야흐로 해가 낮은 겨울이면 휭휭 날리는 바람에 뭇나무가 앙상하지만, 늘푸른빛으로 우뚝서는 나무가 펄렁펄렁 춤추는군요. 아기는 첫 걸음이 꼭 하느작하느작 애벌레춤 같습니다. 아기도 애벌레도 어리니까요. 처음으로 나서는 길이니 벌써 콩콩 뛰지는 않습니다. 쉬엄쉬엄 첫발을 딛습니다. 이윽고 다릿심이 늘면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면서 와와 달음박질로 놀 수 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곧잘 넘어집니다. 갑자기 걸려서 넘어지고, 안 걸렸어도 털썩 넘어져요. 넘어져서 다치면 아프거나 슬플 만하고, 넘어져서 다쳤으나 빙그레 웃고서 일어날 만합니다. 주저앉는 날이 있다면, 뒤앓이가 없는 날이 있어요. 멍울이 맺고 피가 나는 날이 있으면, 누구 탓도 없이 옹이를 뽑아내는 날이 있습니다. 쑤시거나 쓰리면 쉽니다. 뻐근하거나 앓을 적에는 더 쉽니다. 머리를 흩뜨리고 누워요. 하늘하늘 다 풀어놓고서 나풀나풀 나비를 떠올립니다.


ㅅㄴㄹ


나뒹굴다·나부끼다·나풀거리다·나풀나풀·나불나불·날다·날림·날리다·날려가다·팔랑거리다·팔랑·팔랑팔랑·펄렁·펄렁펄렁·어수선하다·어지럽다·추다·춤·헤치다·풀어헤치다·풀다·풀리다·흐트러지다·흩다·흩날리다·흩어지다·흩뜨리다·하늘하늘·하늘거리다·하느작·흐늘흐늘·흐늘거리다·흐느적·텁수룩·헙수룩·쑥대머리·쑥대강이·쑥밭머리 ← 난분분(亂紛紛)


깜짝·화들짝·놀라다·갑작스럽다·갑자기·콩콩·털썩·헉·헉헉·난데없다·뜬금없다·슬프다·아프다·주저앉다·소스라치다·생채기·시리다·쑤시다·쓰리다·뻐근하다·마음앓이·속앓이·옹이·울다·멍·멍울·멍꽃·빨갛다·피나다·피멍·피고름·탓·때문·맺다·뒤끝·뒤앓이·뒷멀미 ← 쇼크, 쇼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