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풍선 - 초등 통합교과 2-2 수록도서 나린글 그림동화
제시 올리베로스 지음, 다나 울프카테 그림, 나린글 편집부 옮김 / 나린글(도서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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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5.24.

그림책시렁 1811


《기억의 풍선》

 제시 올리베로스 글

 다나 울프카테 그림

 편집부 옮김

 나린글

 2019.9.1.



  나이를 먹기에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떠올리려는 마음이 옅기에 잊습니다. 오늘 새롭게 하루를 짓는 그림이 없기에 그만 어제를 까무룩 잊어요. 시골에서 내도록 흙을 만지면서 논밭일을 돌보는 어르신은 호미나 낫을 손에서 놓자마자 그만 멍하니 하늘바라기를 하는 몸으로 가라앉곤 합니다. 삶을 짓는 보람을 찾는 흙일 뿐 아니라,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풀을 쓰다듬고 풀벌레와 나비를 만나고 바람을 쐬고 빗줄기를 헤아리면서 기운을 차리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손수 할 일’을 잃을 적에 마음도 몸도 확 주저앉습니다. 《기억의 풍선》을 돌아봅니다. 할아버지는 아이하고 온갖 이야기를 하고, 아이는 할아버지나 엄마아빠랑 갖은 이야기를 하는 나날을 즐겁게 맞이합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자꾸 하나둘 잊는다지요. 아이는 할아버지가 또 잊고 다시 잊어서 섭섭하고 싫은데, 할아버지가 왜 잊기만 하는지 몰라요. 엄마아빠도 매한가지입니다. 곰곰이 보면, 할아버지는 이제 ‘일’이 없거든요. 둘레에서 ‘늙은 어버이’더러 일을 그만하라고 말리곤 하는데, ‘일’을 그만하면 누구나 바로 확 꺾입니다. ‘일’이란, 몸마음을 일으키고, 삶을 일구며, 생각이 일어나는 바탕이에요. 행주질이나 걸레질 하나가, 설거지와 그릇 갈무리 하나가, 호미질과 낫질 하나가, 바로 스스로 일어서는 길입니다. 흙내음을 되찾아야 마음을 되찾습니다. 나무를 쓰다듬어야 ‘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JessieOliveros #DanaWulfekotte #The Remember Balloons (2018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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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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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5.24.

책으로 삶읽기 1125


《요즘. 광주. 생각.》

 오지윤·권혜상

 꼼지락

 2020.4.9.



《요즘. 광주. 생각.》은 광주에 아무 끈이 없는 채 이곳에 깃들면서 “광주는?” 하고 물어보며 다가서려고 하는 젊은이 눈길을 풀어내는 줄거리인 듯싶다. 첫머리는 “광주를 틀에 박지 않겠다”는 마음이 엿보이되, 막상 한 사람 두 사람 만나는 동안에 묻고 듣고 헤아리는 길은 “이미 숱하게 나온 말”에서 맴돌다가 끝난다.


1980해를 돌아보는 ‘늦봄빛고을(오월광주)’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이곳을 1980해에 세워놓았다. 그러나 빛고을은 1970해에도 사람이 살았고, 1950해에도, 1800해에도, 1500해에도, 1000해나 500해나 더 옛날에도 사람이 살았다.


어느 곳이든 여태 살아온 나날과 얽혀서 ‘가장 굵다’고 할 발자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발자국은 하나일 수 없다. 이를테면 전남 고흥은 우리나라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지만, 정작 고흥군은 고인돌에 아무 마음이 없다. 꼭 고인돌이 가장 많은 곳에서 ‘고인돌을 기리고 살피는 일’을 해야 하지는 않다. 마음이 있는 곳에서 즐겁고 알차게 하면 된다. 이제는 고흥이 고인돌이 덜 많은 곳으로 바뀌었을 만하다. 논밭이건 들이건 곳곳에 널브러진 고인돌을 ‘집돌(건축자재)’로 꽤 오래도록 썼으니까.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에 ‘광주학생운동’이라 일컫는 일이 있었다. 전남광주는 이미 백제라는 기나긴 발자국도 있다. 그런데 백제와 얽힌 이야기를 펴고 나누고 길어올리는 곳은 거의 부여나 공주 같은 충청이다. 전라광주에 얽힌 백제 이야기가 수두룩할 텐데, 이 대목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매우 적다. 전라남도는 우리나라에서 들녘이 가장 넓다. 이 너른들은 빛고을로 모이게 마련이다. ‘빛고을’이건 ‘광주’이건, 고을이름에 왜 ‘빛’이 깃드는지 곰곰이 짚을 일이다. 김남주 같은 노래지기가 왜 해남에서 광주로 가서 배움길을 닦고서 노래꽃을 밝혔을까?


‘1980해만 있는 빛고을’이 아니라 ‘1980해도 있는 빛고을’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전남 광주는 ‘계림동 책골목’이 눈부시던 곳이었으나, 이제 계림동은 책골목이 아니라 ‘빈거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인천과 광주는 “누가 더 책을 안 읽나 내기하거나 겨루는 곳”으로 밑바닥에서 손꼽는다. 어제·오늘·모레를 나란히 엮고 맺으면서 나아갈 적에 비로소 눈뜨고 깨어난다. 우리는 오늘만 볼 수 없고, 모레만 볼 수 없지만, 어제만 볼 수 없다. 세길을 나란히 보고 품으면서 풀 때에, 비로소 사람이 빛나고 숲을 품으며 하늘바람이 싱그러운 터전일 수 있다.


ㅍㄹㄴ


이 도시에도 ‘왜’라고 물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 문을 열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이 왜 난장판이 되어야 했는지, 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궁극적으로 그들이 어떤 가치를 믿고 있었는지, 그 질문을 던져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14쪽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발굴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정치적이든 뭐든 간에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중요해요. 40쪽


그 청동기 유물이 만약 일본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일본은 테마파크 설립을 취소했을 것 같아요. 일본에서 현장체험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를 정말 정말 소중히 여겨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43쪽


+


《요즘. 광주. 생각.》(오지윤·권혜상, 꼼지락, 2020)


광주에 연고는 1도 없습니다만

→ 광주와 하나도 안 닿습니다만

→ 광주와 끈이 아예 없습니다만

→ 광주와 아는 사이 아닙니다만

→ 광주에 밑동은 없습니다만

4쪽


정치색이나 저의를 따지는 질문도 더러 받았다

→ 길눈과 속뜻을 따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 결과 밑뜻을 따지는 분도 더러 있었다

7쪽


주절주절 늘어놓던 What(무엇)의 시대가 수명을 다하고 브랜드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Why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 주절주절 늘어놓던 ‘무엇’이 숨을 다하고 이름빛을 이야기하는 ‘왜’를 연다

→ 주절주절 늘어놓던 ‘무엇’이 저물고 이름값을 이야기하는 ‘왜’가 떠오른다

13쪽


궁극적으로 그들이 어떤 가치를 믿고 있었는지, 그 질문을 던져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 무엇보다 어떤 길을 믿는지 물어볼 사람을 바랐다

→ 속으로 어떤 빛을 믿는지 건드릴 사람을 기다렸다

14쪽


이촌향도 현상도 비정상적으로 빨리 일어난 편이죠

→ 서울길도 마구마구 빨리 일어났죠

→ 지나치게 빠르게 서울로 몰려갔죠

→ 서슴없이 빠르게 시골을 버렸죠

5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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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어젠다agenda



어젠다 : x

agenda : 의제[안건] (목록)

アジェンダ(agenda) : 1. 어젠더 2. 실시[행동] 계획 3. 의사(議事) 일정, 의제(議題)



낱말책에 없는 영어 ‘agenda’입니다만, 이 영어를 쓰는 분이 꽤 많습니다. 영어 낱말책은 ‘의제’나 ‘안건’ 같은 한자말로 풀이를 하는데, 여러모로 짚으면서 ‘얘기·얘기하다·얘기꽃·얘깃감·얘깃거리’나 ‘이야기·이야기하다·이바구·이야기꽃·이야깃감·이야깃거리’로 손봅니다. ‘일·일꽃·일길·일꽃길·일살림·일품’이나 ‘일감·일거리·일더미·일덩이·일줄·일타래·일갈래’로 손보고요. ‘다루다·다룸새·다룸길·다룸솜씨·건드리다·들추다·짚다’나 ‘말·말씀·말꼴·말붙이·말밥’으로 손볼 만합니다. ‘말꽃밥·말씀밥·말씀꽃밥’이나 ‘말하다·말씀하다·오르다’로 손볼 수 있어요. ‘밑감·밑거리·밑말·밑얘기·밑이야기·밑일’로 손보며, ‘가지·감·거리·것·거시기·거석’이나 ‘꾸러미·꾸리·소·쓰다·쓸거리·몬·대목’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이러한 이야깃거리가 우리 주류 언론들의 주요 어젠다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꼭두에 선 우리 붓길이 이러한 이야기를 몇몇 밑감으로 삼기 때문이다

→ 앞장선 우리 붓판이 이러한 이야기를 크게 말밥으로 두기 때문이다

→ 앞에 선 우리 글붓이 이러한 이야기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블랙아웃》(캔디스 오웬스/반지현 옮김, 반지나무, 2022)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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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헌팅hunting



헌팅 : x

hunting : 1. 사냥 2. 찾기[구하기]

ハンティング(hunting) : 헌팅, (스포츠로서의) 수렵, 사냥



마음에 드는 사람을 길에서 찾아보면서 다가가는 일을 영어로 ‘hunting’이라 한다는데, 우리말 ‘사냥·사냥하다’로 옮기면 됩니다. ‘달라붙다·달붙다·들러붙다·들붙다’라 해도 됩니다. ‘찾다·찾아나서다·찾아다니다·짝찾다·새짝찾기’나 ‘사람찾기·사랑찾기·사랑바라기’라 해도 어울립니다. ‘붙다·붙들다·붙들리다·붙잡다·붙잡히다’나 ‘묻다·물어보다·캐다’라 할 수 있습니다. ㅍㄹㄴ



헌팅은 딴 데 가서 해

→ 짝은 딴 데 가서 찾아

→ 사랑은 딴 데서 찾아

→ 사냥은 딴 데서 해

《별의 노래》(아메노 사야카/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 207쪽


요앞에서 아키요시가 헌팅당하고 있더라

→ 요앞에서 아키요시한테 달려들더라

→ 요앞에서 아키요시한테 달라붙더라

→ 요앞에서 아키요시한테 붙더라

→ 요앞에서 아키요시를 붙잡더라

《나쁜 X에게 행복 있으라 5》(키시카와 미즈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6)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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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광부 鑛夫


 광부가 갱 속에서 석탄을 캐다 → 돌꾼이 굴에서 돌숯을 캐다

 광부를 태울 광차(鑛車)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괭이꾼을 태울 돌수레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광부(鑛夫)’는 “광산에서 광물을 캐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 광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괭이꾼·괭이님·괭이지기’나 ‘곡괭이님·곡괭이꾼·곡괭이지기’로 손봅니다. ‘괭이질·곡괭이질’이나 ‘돌밭지기·돌밭꾼·돌밭일꾼·돌밭님’으로 손볼 만해요. ‘캐다·캐내다·파다·파내다·파헤치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푸다·퍼가다·퍼내다·퍼올리다·퍼나르다’나 ‘떠내다·뜨다·헤집다·헤치다’로 손보면 되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광부’를 셋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광부(匡扶) : 잘못을 바로잡으며 도움 = 광필

광부(狂夫) : 미친 사내

광부(曠夫) : 1. 아내가 없이 혼자 사는 남자 ≒ 환부 2. 아내에게 충실하지 못한 남편



로마제국의 부유한 시민들의 멋진 장신구에 쓰일 금을 캐다 돌라우코티에서 죽은 광부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 돈많은 로마사람들 노리개에 쓸 노란돌을 캐다 돌라우코티에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불량직업 잔혹사》(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신두석 옮김, 한숲, 2005) 27쪽


이러한 불행에 설상가상으로 한 독재자가 배신당한 광부들의 희망에 침 뱉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 이 날벼락에다가 어느 부라퀴가, 속은 괭이꾼 꽃망울에 침 뱉으며 웃는다

→ 또 이렇게 헐벗는데 어느 웃임금이, 넘겨쓴 돌밭꾼 꿈에 침 뱉으며 웃는다

《모두의 노래》(파블로 네루다/고혜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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