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59 : 별안간 우주의 -게로


별안간 네가 나를 안아 주었을 때, 온 우주의 별빛이 내게로 쏟아졌어

→ 네가 문득 나를 안을 때, 온누리 별빛이 나한테 쏟아져

→ 네가 불현듯 나를 안으니, 온누리 별빛이 나한테 쏟아져

《네가 있어서》(한여름과 한겨울/권남희 옮김, 책읽는곰, 2025) 11쪽


한자말 ‘우주’를 우리말로 옮기면 ‘온누리’입니다. 그래서 “온 우주”라 하면 겹말입니다. ‘내게로’는 잘못 쓰는 일본말씨이니 ‘나한테’로 바로잡습니다. 일본말씨 “-의 별빛”이라면 ‘-의’만 털 만합니다. 문득 있거나 불쑥 있으면 ‘문득’이나 ‘불쑥’이라 하면 되어요. ㅍㄹㄴ


별안간(瞥眼間) : 갑작스럽고 아주 짧은 동안

우주(宇宙) : 1.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 2. [물리] 물질과 복사가 존재하는 모든 공간 3. [천문] 모든 천체(天體)를 포함하는 공간 4. [철학] 만물을 포용하고 있는 공간. 수학적 비례에 의하여 질서가 지워져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를 강조할 때에 사용되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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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960 : 호형호제 -ㅁ 탑재되어 있


막걸리 하나로 호형호제할 수 있는 걸걸함도 탑재되어 있었다

→ 막걸리 하나로 사귈 수 있을 만큼 걸걸했다

→ 막걸리 하나로 어울릴 수 있을 만큼 걸걸했다

→ 막걸리 하나로 서로하나일 만큼 걸걸했다

→ 막걸리 하나로 동무할 만큼 걸걸했다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변한다, 느린서재, 2023) 213쪽


사귄다면 ‘사귀다’라 하면 됩니다. 가까우면 ‘가깝다’라 하지요. 어울리기에 ‘어울리다’라 하고, 서로 한마음이나 한뜻으로 뭉치면 ‘서로하나’라 할 만합니다. 이런 매무새나 길이란 ‘동무’나 ‘벗’이나 ‘이웃’이면서 ‘어깨동무’입니다. 구태여 중국말 ‘호형호제’로 나타내야 하지 않습니다. “걸걸함도 탑재되어 있었다”는 일본스런 옮김말씨입니다. 단출히 “걸걸했다”라 하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호형호제(呼兄呼弟) : 서로 형이니 아우니 하고 부른다는 뜻으로, 매우 가까운 친구로 지냄을 이르는 말 ≒ 왈형왈제

탑재(搭載) : 배, 비행기, 차 따위에 물건을 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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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민생 民生


 민생 문제 → 살림길 / 살림일

 민생이 피폐해지다 → 삶이 망가지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다 → 사람살이는 수렁에 빠지다

 민생을 도모하다 → 쓸데를 찾다


  ‘민생(民生)’은 “1.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 2. 생명을 가진 백성”을 가리킨다지요. ‘사람살이’나 ‘살림·살림살이’으로 고쳐씁니다. ‘삶·살다·살아가다·살아오다·살아내다’나 ‘먹고살다·먹고자다’로 고쳐써요. ‘쓸데·쓸모·쓸값·쓸것’이나 ‘쓸일·쓰잘데기·쓰잘머리’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만약 수레가 있다면 얼마나 경제가 진보하고, 민생이 풍요로워질 것인가 하는 소리가 실학자들의 지론이었다

→ 살림잡이는 수레가 있다면 살림이 얼마나 나아지고, 사람들이 넉넉할까 하고 여겼다

→ 살림바치는 수레가 있다면 살림이 얼마나 거듭나고, 사람들이 흐벅질까 하고 생각했다

《탐라 기행》(시바 료타로/박이엽 옮김, 학고재, 1998) 187쪽


뽑아줬더니 민생은 들여다보지 않고

→ 뽑아줬더니 살림은 들여다보지 않고

→ 뽑아줬더니 삶은 들여다보지 않고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변한다, 느린서재, 2023)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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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직 職


 능참봉의 직을 감당키 어렵고 → 능참봉 벼슬을 지기 어렵고

 어떤 직에 종사하고 계십니까 → 어떤 일을 하십니까

 여러 직을 두루 거쳤다 → 여러 자리를 두루 거쳤다 / 여러 가지를 두루 거쳤다


  ‘직(職)’은 “1. = 관직(官職) 2. = 직업 3. = 직책”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자리·자위·판·장사·장삿감’이나 ‘몫·모가치·맡은 일’로 고쳐씁니다. ‘벼슬·감투’나 ‘길·일·있다·하다’로 고쳐쓰고, ‘일살림·일감·일거리·일삼다·일자리’로 고쳐써요. ‘깜냥·대로·삼다·-짜리’로 고쳐쓰며, ‘사람·살다·살아내다·살림·삶’이나 ‘가지·갈래·곳·데’로 고쳐써도 됩니다. ㅍㄹㄴ



내 자신 목사의 직에 있었기에 이 직무에 따르는 가지각색의 용무나 의무 때문에

→ 내가 길잡이였기에 이동안 여러 일이나 몫을 따라야 해서

→ 내가 믿음잡이였기에 이동안 온갖 일이나 몫을 맡아야 해서

《나의 사랑과 生命을 다하여》(알버트 쉬바이처/김사목 옮김, 휘문출판사, 1962) 271쪽


7년 동안 소방관 직에 있었던

→ 일곱 해를 불끔이로 일한

→ 일곱 해 동안 불끔지기이던

→ 불잡이 자리 일곱 해이던

《장정일의 독서일기 5》(장정일, 범우사, 2002) 192쪽


여비가 바닥나면 일용직으로 일을 했다

→ 길삯이 바닥나면 날삯꾼으로 일을 했다

《500년 동안의 사랑》(야마나카 히코/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2014) 159쪽


이장 직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 마을지기 일을 내놓으려고 한단다

→ 마을지기를 내놓겠다고 했다

《지리산 아! 사람아》(윤주옥, 산지니, 2017) 72쪽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 나라길잡이 몫을 잃었다

→ 나라길잡이를 빼앗겼다

《촛불 철학》(황광우, 풀빛, 2017) 155쪽


국립국어연구소의 직을 내던지면서까지 열중했던

→ 국립국어연구소 벼슬을 내던지면서까지 애쓰던

→ 국립국어연구소 자리를 내던지면서까지 힘쓰던

→ 국립국어연구소 일을 내던지면서까지 마음쓰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사사키 겐이치/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2019) 184쪽


관리직은 힘들구나

→ 돌봄일은 힘들구나

→ 돌봄자리 힘들구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9 다녀올게》(요시다 아키미/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2019) 13쪽


한순간에 직장에서 직을 잃고

→ 갑자기 일터에서 자리 잃고

→ 느닷없이 일자리를 잃고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변한다, 느린서재, 2023)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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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내 시스템을 전부 혼자 관리하는 저를 해고한다구요? 1
이오 지음, icchi 그림, (주)라이트박스 옮김, 카시로메 유키 원작 / 씨엘비코믹스(라이트박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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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7.17.

만화책시렁 760


《네? 사내 시스템을 전부 혼자 관리하는 저를 해고한다구요? 1》

 카시로메 유키 글

 이오 그림

 icchi 캐릭터

 박용국 옮김

 씨엘비코믹스

 2025.4.30.



  모르는 사람이 참 많지만, “혼자 온일”을 하는 분이 꽤 많습니다. 먼저 숱한 살림집에서는 ‘살림꾼’ 한 사람이 온집을 도맡아서 돌보기 일쑤입니다. ‘살림꾼’은 으레 ‘가정주부’라는 일본말로 가리키는 ‘어머니(또는 아줌마)’입니다. 나라에서는 바깥일을 하는 사람들 일삯을 놓고서 밑일삯(최저임금)으로 아웅다웅하는데, 밑일삯을 푸는 길은 아주 쉬워요. 나라지기(대통령)에 벼슬아치(국회의원·고위공직자)도 나란히 밑일삯만 받으면 됩니다. 이런 틀이라면 밑일삯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아주 쉬워요. 《네? 사내 시스템을 전부 혼자 관리하는 저를 해고한다구요? 1》를 읽고서 두걸음을 기다립니다. 곰곰이 보면, 집뿐 아니라 일터와 마을도 ‘돌봄이·살림꾼’은 으레 한 사람이게 마련입니다. 온힘을 다해서 알뜰하고 알차게 꾸리는 한 사람이 있기에 집과 일터와 마을뿐 아니라 나라까지 아름다게 흘러갑니다. 다만 ‘돌봄이·살림꾼’은 벼슬을 안 맡아요. 벼슬을 맡을 틈이 있겠습니까? 일하거나 살림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은 일과 살림과 사랑에 온빛을 기울일 뿐, 벼슬은 터럭만큼도 안 쳐다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벼슬이라고 하는 ‘대통령·국회의원·시장·군수·교육감·장관’ 같은 이들은 허울뿐이요, “일을 하는 시늉”에 그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 속내와 얼개와 참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면, 아무리 새나라가 서도 어쩐지 안 바뀌거나 더 곪는 듯하다고 느끼는 까닭을 제대로 짚으면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참하게 깨달을 테지요.


ㅍㄹㄴ


“일하시느라 바쁜 건 알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어린 시절의 추억은 평생 남는 법이잖아요. 항상 바쁜 아빠가 일요일 아침에는 같이 있어 준다면, 따님에게는 평생 못 잊을 추억이 될 거예요.” (60쪽)


“그 얘기, 사장님은 아실까요?” “당연히 다 알고 있었겠지.” “그럼 왜 해고한 거죠?” “얘기해 보니까 알겠어. 저 사람은 작업량 세듯이 엔지니어를 숫자로 보는 사람이야. 우리 엔지니어의 목소리를 들을 리 없지.” (99쪽)


“훼방꾼 때문에 굳이 멈춰서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다른 길을 찾아야죠. 조금 먼 길이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멈춰서는 것보다는 멀리 갈 수 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147쪽)


#え社內システム全てワンオペしている私を解雇ですか #伊於 #下城米雪


+


《네? 사내 시스템을 전부 혼자 관리하는 저를 해고한다구요? 1》(카시로메 유키·이오·icchi/박용국 옮김, 씨엘비코믹스, 2025)


아무나 오라고 하기 마련인데

→ 아무나 오라고 하게 마련인데

43쪽


정말 최선을 다할 때는 성별은 상관없어요

→ 참말 온힘을 다할 때는 누구든 되어요

→ 참말 온땀을 다할 때는 누구나 안 가려요

143쪽


훼방꾼 때문에 굳이 멈춰서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 눈엣가시 때문에 굳이 멈춰서면 어리석어요

→ 가로막는대서 굳이 멈춰서면 어리석어요

14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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