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역사의


 역사의 이해가 부족하다 → 지난날을 잘 모르다

 역사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 옛일을 잘못 바라본다

 역사의 쓸모가 있는지 → 발걸음이 쓸모있는지


  ‘역사(歷史)’는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 사·춘추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4.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 역사학 5. [책명] 기원전 425년 무렵에 그리스의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책 6. [책명] 기원전 400년 무렵에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쓴 역사책”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역사 + -의’ 얼거리라면 ‘-의’부터 털고서, ‘발걸음·발길’이나 ‘발바닥·발자국·발자취·발짝’이나 ‘길·걸어온길·걸음’이나 ‘뿌리·돌·돐’로 고쳐씁니다. ‘그동안·여태·오늘까지·이때껏·이제껏’이나 ‘예·예전·옛날·옛길·옛빛·옛자취’나 ‘오래되다·오래빛·오랜빛·지난날·지나간 날’로 고쳐쓸 만합니다. ‘밑·밑동·밑바탕·밑절미·밑틀·밑판·밑뿌리·밑싹·밑자락’이나 ‘바탕·바탕길’로 고쳐쓸 자리가 있고, ‘자국·자취·자취글·해적이·나날·날·삶’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살림글·살림자국·살림자취·살림얘기’나 ‘삶글·삶자국·삶자취·삶얘기’나 ‘삶길·사는길·살아온 길’로 고쳐써도 되고요. ㅍㄹㄴ



풀이 사관이다 사초(史草)이니까 역사의 주인은 풀이라는 뜻이다

→ 풀이 붓님이다 해적이는 우리가 쓰니 임자는 풀이라는 뜻이다

→ 풀이 글님이다 발자국은 우리가 적으니 지기는 풀이라는 뜻이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손택수, 창비, 2020) 104쪽


그것이 곧 역사의 심판이지요

→ 이는 발자취가 다스리지요

→ 곧 발걸음이 나무라지요

→ 곧 길자취가 꾸중하지요

《정의의 길, 역사의 길》(김삼웅, 철수와영희, 2021) 21쪽


역사의 피눈물과 인간의 위대함도 다 제각각 다른 혈관을 만나

→ 피눈물 자국과 뛰어난 사람도 다 다른 핏줄을 만나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변홍철, 삶창, 2022) 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08 : 한옥 풍경 거 차경(借景)


한옥에서는 풍경도 빌려 쓰는 거라네요. 차경(借景)

→ 흙집에서는 빛도 빌려쓴다네요. 빈빛

→ 옛집에서는 터도 빌린다네요. 빌림터

《붉은빛이 여전합니까》(손택수, 창비, 2020) 24쪽


우리가 예부터 살던 집은 ‘살림집’이요 ‘겨레집’이기도 하지만, 그저 ‘집’입니다. 요즈음은 따로 ‘옛집’이나 ‘흙집·풀집’으로 갈라서 나타냅니다. 둘레는 ‘둘레’요, 여러 모습은 ‘모습’인데, ‘빛’이나 ‘터’로도 나타내지요. 일본말 ‘しゃっけい’를 한자로 적으니 ‘차경(借景)’입니다. 일본말로 우리 옛집을 나타내거나 이야기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말로 ‘가져가다·끌어오다·넣다’나 ‘둘러대다·돌라대다·들이다’나 ‘받다·받아들이다·받아주다’나 ‘빌리다·빌려쓰다’나 ‘빚·빚길·빚살림·빚내다·빚지다’나 ‘얻다·얻어들이다·얻어쓰다’나 ‘옮겨쓰다·옮기다’나 ‘퍼가다·퍼나르다’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한옥(韓屋) : 우리나라 고유의 형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 조선집·한식집

풍경(風景) : 1.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 경치 2. 어떤 정경이나 상황 3. [미술] 자연의 경치를 그린 그림 = 풍경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0 : 소식 접 나는 강한 호기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무척 궁금했다

→ 처음 이야기를 듣던 날 몹시 궁금했다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켈레 제라디/이지민 옮김, 혜윰터, 2022) 146쪽


임자말은 글 사이에 안 넣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듣지 않는다면 말하기도 글쓰기도 조금씩 어긋납니다. 귀담아들으려고 할 적에 말빛이 살아나고, 귀닫고 나면 말결이 죽어요. 그런데 스스로 궁금해야 비로소 이야기를 챙겨 듣습니다. 어쩌다가 들을 수 있지 않아요. 문득 듣는 일도 아닙니다. 마음을 기울이면서 다가서려고 할 적에 비로소 말씨를 북돋우는 길을 알아듣거나 새겨듣습니다. ㅍㄹㄴ


소식(消息) : 1.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사정을 알리는 말이나 글. ‘알림’으로 순화 ≒ 성문(聲問)·식모(息耗)·풍신(風信) 2. 천지의 시운(時運)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일

접하다(接-) : 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3. 이어서 닿다 4. 가까이 대하다 5.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강하다(强-) : 1. 물리적인 힘이 세다 2. 수준이나 정도가 높다 3. 무엇에 견디는 힘이 크거나 어떤 것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호기심(好奇心) :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11 : 아래 거대 암벽 있


새파란 하늘 아래, 거대한 붉은 암벽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 새파란 하늘에, 크고 붉은 바위가 끝도 없이 늘어선다

→ 하늘은 새파랗다. 크고 붉은 벼랑이 끝도 없다

《마지막 레벨 업》(윤영주, 창비, 2021) 7쪽


하늘에는 위아래가 없습니다. 하늘은 그저 하늘입니다. “하늘이 높다”거나 “하늘이 낮다”처럼 말하더라도 위아래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땅은 하늘보다 낮지 않습니다. 하늘은 땅보다 높지 않습니다. 위아래가 아닌 자리만 가리킬 뿐이라서 “새파란 하늘 아래 암벽”은 잘못 쓴 말씨입니다. “새파란 하늘에 바위”처럼 적어야 알맞아요. “하늘은 새파랗다. 바위가 ……”처럼 손볼 수 있고요. 한자말은 ‘암벽’일 테지만, 우리말은 ‘바위’나 ‘벼랑’입니다. “늘어서 있었다”는 군더더기인 옮김말씨예요. ‘늘어서다’나 ‘있다’ 가운데 하나를 고를 노릇입니다. ㅍㄹㄴ


거대(巨大) : 엄청나게 큼

암벽(巖壁) : 깎아지른 듯 높이 솟은 벽 모양의 바위 ≒ 바위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3. 더듬다



  둘레를 보면 ‘더듬는’ 몸짓을 썩 반기지 않습니다. 공놀이를 하는데 자꾸 더듬는다든지, 길을 가는데 헤매면서 이리 더듬 저리 더듬한다든지, 말을 하다가 이내 더듬더듬하면, 제대로가 아니라고 여겨요. ‘제대로가 아니다’란 ‘삐뚤빼뚤(비정상)’인 셈입니다. 우리는 공을 던지거나 받을 적에 잘 받을 수 있으나 놓칠 수 있어요. 우리는 할 말을 잃고서 멍하니 있기도 합니다. 틀림없이 길찾기가 알려주는 대로 갔는데 엉뚱한 데가 나올 수 있어요. 빈틈이 없이 해내니 대단하겠지요. 그러나 빈틈이 있으면서 좀 허술하거나 엉성하거나 모자란 탓에, 더 다스리고 애쓰고 힘내고 일어서고 배우고 가다듬고 익히고 기운을 내기도 합니다. ‘빈틈없이’ 태어난 나머지 무엇을 새롭게 하려는 생각을 못 하기도 한다면, ‘빈틈있이’ 태어난 뒤로 무엇이든 처음부터 스스로 지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껴서 씩씩하게 부딪히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맞서는 길을 가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적에 엄청난 말더듬이였습니다. 말더듬이 어린이는 놀림이나 따돌림이나 지청구를 숱하게 받으며 자랐습니다. 이 말더듬질을 고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제대로가 아닌 몸을 제대로’ 바꾸려고 했는데, 이제는 굳이 이러지 않습니다. ‘제대로’라는 잣대는 따로 없어요. 몇몇 사람 눈길로 따질 수 없고요. 무엇보다도 맨몸이 되어 풀밭에 납작 엎드려 풀벌레를 지켜보면, 또 벌나비를 바라보면, 모두 ‘더듬이’를 살살 흔들며 더듬더듬 바람물결을 살피고 빛물결을 실컷 누리더군요.



더듬다


혀가 짧아 더듬을 수 있어

더 천천히 말해 봐

느릿느릿 말해도 돼

글로 적어 읽자꾸나


어두우니 더듬더듬할 만해

바닥에 손을 짚어 봐

차근차근 헤아리면 나와

촛불 켜면 잘 보일 태지


아직 낯설기에 더듬겠지

나도 예전부터 더듬었어

말도 더듬고 길도 더듬지

뭐, 아직도 으레 더듬어


그런데, 너는 알아?

나비랑 벌레한테 더듬이 있어

나비도 벌레도 더듬이 흔들며

마음으로 얘기하고 별빛 들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