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706) 산업적


전통적 방식의 어업은 오늘날의 산업적 어업과 큰 차이가 있어요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109쪽


 오늘날의 산업적 어업과

→ 오늘날 산업 같은 어업과

→ 오늘날 같은 어업과

→ 오늘날 하는 고기잡이와

→ 오늘날 기계를 쓰는 고기잡이와

 …



  이 보기글만 놓고 살핀다면, ‘전통 어업·산업 어업’처럼 적을 만합니다. 굳이 ‘-的’을 뒤에 달아야 하지 않습니다. 더 살피면, 예전(전통)에는 손으로 고기를 낚았고, 오늘날(산업)에는 기계를 쓰니, ‘손으로 낚는 고기잡이’와 ‘기계로 낚는 고기잡이’처럼 둘을 갈라서 쓸 만합니다. 또는, “지난날과 오늘날은 크게 다르다”처럼 쓸 수 있어요.


  사람들이 손으로 고기를 낚을 적에는 바닷속을 마구 헤집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먹거나 쓸 만큼 알맞게 고기를 낚습니다. 산업이라는 틀로 다가서서 돈을 더 많이 얻으려고 기계를 쓰는 오늘날에는 바닷속을 마구 헤집습니다. 어린고기까지 마구 훑어요. 그러니, 지난날과 오늘날을 견주는 흐름을 밝히도록 “어업을 보면 지난날과 오늘날이 크게 달라요”처럼 보기글을 손볼 수 있고, “손으로 하던 고기잡이와 기계로 하던 고기잡이는 크게 달라요”처럼 보기글을 새로 쓸 수 있습니다.


 산업적 가치 → 산업 가치 . 산업 값어치

 산업적으로 이용하다 → 산업으로 쓰다 . 산업에 쓰다


  ‘산업’이라는 낱말을 쓰려 한다면 이대로 쓰면 됩니다. ‘-적’을 붙이면 군더더기입니다. ‘전통’이라는 낱말도 이대로 쓰면 돼요. 말 한 마디를 그대로 바라보면서 알맞게 씁니다. 4348.2.16.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지난날 어업은 오늘날 어업과 크게 달라요

지난날과 오늘날은 고기잡이가 크게 달라요

예전에 하던 고기잡이와 오늘날 하는 고기잡이는 크게 달라요

손으로 낚던 지난날과 기계로 낚는 오늘날은 크게 달라요


“전통적(傳統的) 방식(方式)의 어업(漁業)”은 “예전에 하던 고기잡이”나 “지난날 고기잡이”나 “손으로 고기를 낚던 지난날”로 손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에서는 ‘-의’를 덜거나 ‘오늘날 같은’으로 손질합니다. “큰 차이(差異)가 있어요”는 “크게 달라요”로 다듬습니다.



산업적(産業的) : 산업에 관한

   - 산업적 가치 / 산업적으로 이용하다

산업(産業) : 인간의 생활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생산적 기업이나 조직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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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2-18 16:51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쓰는 잘못된 말버릇이죠. 잘 안 고쳐져요. 애써야겠지요.

파란놀 2015-02-18 17:02   좋아요 1 | URL
안 고쳐질 때에는 굳이 안 고쳐도 돼요.
`새로운 말`을 쓰자고 생각하면
달라질 수 있답니다~ ^^
 

장난감 자동차 놀이 7 - 전철 창턱에서



  인천에서 일산으로 가는 전철길에서 두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전철 창턱에 올리면서 논다. 큰아이는 또봇 자동차로 놀고, 작은아이는 커다란 기차로 논다. 기차를 노래하고 노래하던 작은아이는 기차 장난감을 얻어서 기쁠 뿐 아니라, 기차(전철)를 타니 훨씬 기쁘다. 이날은 장난감 자동차 하나로 홀가분하게 나들이를 한다. 다만, 작은아이는 자꾸 누나 장난감을 노린다. 서로 한 가지만 골라서 갖기로 했으나, 작은아이는 누나 장난감을 자꾸 넘본다. 4348.2.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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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큰아버지 손 잡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인천마실을 한 뒤 일산으로 넘어가려고 전철역으로 걸어간다. 사름벼리는 큰아버지 손을 잡고 걷는다. 작은아이는 그냥 혼자서 걷겠단다. 주머니에 두 손을 콕 넣고 걷는 재미에 폭 빠졌다. 이렇게 걷다가 앞으로 과당 넘어져서 얼굴이 갈렸으나, 그래도 다시금 두 손을 주머니에 콕 찌르고서 걷는다. 사름벼리야, 큰아버지 손길을 잘 간직하렴. 모두 너와 동생을 아끼는 따사로운 손길이란다. 4348.2.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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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2-16 15:08   좋아요 0 | URL
뒷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그동안 많이 큰게 새삼 눈에 더 들어오네요.

파란놀 2015-02-16 17:17   좋아요 0 | URL
하루하루 눈부시게 자라면서
저희 장난감은 저희가 스스로 챙길 만큼
무럭무럭 튼튼한 아이들로 큽니다~ ^^
 

마을 제사



  마을에서 어느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마을에 계신 분이 돌아가셨는지, 아니면 마을에서 나고 자라셨지만 도시에서 머물다가 돌아가셨는지 잘 모르겠다. 마을방송을 듣고도, 또 마을회관에 가서 여쭈어도, 잘 모르겠다. 다만, 돌아가신 분 아이들은 거의 다 도시에서 지내는 듯했고, 도시에서 뼈와 살을 불로 사른 뒤 고향으로 돌아오신 듯했다. 이제껏 ‘마을 제사’에는 함께해 보지 못해서 오늘은 마을 제사에 살짝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다. 큰아이는 집에 가겠노라 해서 혼자 집으로 보내고 작은아이와 마을회관에 들어간다.


  돌아가신 분이 낳은 아이들이 ‘상주’가 될 텐데, 마을 어른들한테 낮밥 한 끼니와 도시락을 대접한다고 한다. 작은아이와 함께 나도 밥상을 받아서 마을 할매와 할배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는다. 도시로 떠나서 사느라 그동안 얼굴을 볼 수 없던 사람들이 서로 반갑게 웃음 띤 얼굴로 만나는 모습을 바라본다. 혼례잔치와 제삿날에는 이렇게 ‘헤어져 지낸 사람’이 만나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도시로 떠난 ‘돌아가신 분이 낳은 아이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을 어떻게 느끼거나 바라볼까? 어머니(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향이라는 곳에 찾아올 일이 있을까? 어릴 적에 뒹굴거나 뛰놀면서 마을 할매와 할배는 모두 알기는 할 테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는 이곳에 이녁 아이들과 함께 찾아올 일이 생길까? 왜냐하면, 도시로 떠난 이들은 이제 삶터가 도시이고, 시골에 남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다면, 작은어머니나 작은아버지가 시골에 있다 하더라도 따로 찾아올 일이 생기지는 않을 듯하다. 거의 마지막 걸음인 셈이지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고샅에서 넘어진다. 두 손을 주머니에 폭 찌르고 걷다가 내 발을 밟고 넘어진다. 얘, 밟힌 사람은 아버지인데 네가 넘어지네. 작은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놀다가 똥을 시원하게 눈다. 큰아이는 기침감기가 아직 안 떨어져서 자리에 누인다. 4348.2.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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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446) 포문을 열다


야당은 합법적으로 반대 운동을 펴 달라는 등의 7개 항의 성명을 내고 본격적으로 개헌 추진의 포문을 열었다

《정운현-호외 100년의 기억들》(삼인,1997) 172쪽


 개헌 추진의 포문을 열었다

→ 헌법을 고치려는 첫발을 뗐다

→ 헌법을 고치려는 첫걸음을 뗐다

→ 헌법 고치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 헌법 고치기에 소매를 걷어올렸다

 …



  ‘포문’이라는 한자말은 ‘대포 구멍’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대포라고 하는 전쟁무기가 이 땅에 깃들기 앞서까지 “포문 열다” 같은 낱말이 쓰일 일은 없습니다. 대포라고 하는 전쟁무기를 이 땅에서 처음으로 들이거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포문 열다” 같은 말을 쓸 일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싸움터가 아니면 대포를 볼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싸움터에 끌려간 여느 시골사람은 거의 칼받이나 총알받이나 화살받이가 되었으니까요.


  가만히 헤아리면, “포문 열다”는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해방과 한국전쟁 둘레에 널리 퍼졌다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마디는 한국사람이 손수 지어서 썼다기보다,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을 테지요.


  “포문(을) 열다”라고 하는 말마디는 관용구라 하고, “1. 대포를 쏘다 2. 상대편을 공격하는 발언을 시작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개헌 추진의 포문을 열었다”처럼 쓰는 일은 알맞지 않습니다. 공격하는 말을 처음으로 꺼내는 모습을 가리키는 “포문 열다”인 만큼, “개헌 추진을 하려는 첫걸음을 뗐다”처럼 고치거나 “개헌을 하려고 팔을 걷고 나섰다”처럼 고쳐야 올바릅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에서 “반론의 포문을 열었다”는 “반론을 했다”나 “받아치는 말을 했다”나 “맞받아 말을 했다”나 “꼬집었다”쯤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상대편이 주장한 내용의 허점을 지적하며 반론의 포문을 열었다

→ 상대편이 말한 내용에서 빈틈을 짚으며 반론을 했다

→ 저쪽에서 말하는 이야기에서 허술한 대목을 받아쳤다

→ 저쪽에서 내세우는 이야기에서 잘못된 곳을 꼬집었다


  한국말을 올바로 하자면 “첫머리를 열다”나 “처음으로 하다”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전쟁을 좋아한다면 “포문(열) 열다” 같은 말마디를 쓸 만할 테지만, 전쟁에서 비롯한 이 말마디는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차츰 퍼졌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말마디는 우리 입과 손과 마음에서 말끔히 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퍼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쟁과 얽혀 서로 죽이고 죽는 몸짓’을 가리키는 이 같은 말마디를 쓰는 일은 조금도 아름답지 않습니다. 삶을 가꾸는 말을 쓸 때에 넋을 가꾸고, 넋을 가꾸려는 몸짓으로 말을 하는 사이에 삶을 가꿉니다. 4338.10.14.쇠/4348.2.16.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야당은 법에 맞게 반대 운동을 펴 달라는 뜻을 담은 일곱 가지 항의 성명을 내고 바야흐로 헌법을 고치려는 첫발을 뗐다


‘합법적(合法的)으로’는 ‘법에 맞게’나 ‘법에 어긋나지 않게’로 손보고, “펴 달라는 등(等)의”는 “펴 달라는 한편”으로 손보며, “7개(七個) 항의 성명”은 “일곱 가지 항의 성명”으로 손봅니다. ‘본격적(本格的)으로’는 ‘바야흐로’나 ‘비로소’로 손질하고, “개헌(改憲) 추진(推進)”은 “헌법을 고치려는”으로 손질합니다.



포문(砲門) : 대포의 탄알이 나가는 구멍

포문을 열다

1. 대포를 쏘다

2. 상대편을 공격하는 발언을 시작하다

   - 상대편이 주장한 내용의 허점을 지적하며 반론의 포문을 열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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