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레트로 2024.2.2.쇠.



‘바람’을 알고 읽고 품으면, 삶도 살림도 넉넉하지. ‘바람’이 아닌 ‘유행’을 좇거나 따르면, 졸개나 허수아비로 굴러. ‘물결·물살’을 알고 읽고 품으면, 언제나 어질 텐데, 바람이며 물결이 아닌 ‘유행’이라는 허깨비를 쳐다보기에 ‘레트로·복고’나 ‘새것’이라는 굴레에 갇혀. 너희가 참말로 빛나는 ‘옛빛’을 알거나 읽거나 누리거나 펴려 한다면, 이 별에서 더없이 오래되었으면서 늘 새로운 ‘해·바람·비’에 ‘풀·꽃·나무’에 ‘돌·모래·흙’을 읽기를 바라. 예부터 아기는 어버이 품에 안겨서, 그리고 어버이 품에서 살며시 나오면서, ‘해바람비·풀꽃나무·돌모래흙’을 길잡이에 동무로 삼았어. 지렁이를 보며 굴을 파지. 뱀을 보며 몸을 말다가 소리없이 미끄러져. 새처럼 노래하며 날고, 나비처럼 춤추며 날아. 나무처럼 꿋꿋하고 너그러운 몸짓을 배우고, 꽃송이가 베푸는 향긋한 기운에 놀라. 온누리 모든 오래된 숨결은 “오랜 새빛”이란다. 너희가 쓰는 말도 그렇지. 얼마나 까마득히 “오랜 새말”일는지 어림해 보렴. 너희는 “백만 해”나 “천만 해”를 이은, 오랜 새말이 아닌, 기껏 몇 해 안 된 ‘유행어’로 겉멋을 부리지는 않는가 하고 돌아보기를 바라. 나뭇잎이 아이를 가르치고 함께 놀아. 참새 개구리 잠자리가 아이를 이끌고 같이 놀아. 요즘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 봐. 어버이 품에조차 없는 데다가 들숲바다에 깃들지도 않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산상수훈 2024.2.3.흙.



풀잎을 쓰다듬으면 풀빛으로 물들어. 물살에 손을 담그면 물빛으로 번져. 바람을 만지면 바람빛이 스며. 햇빛을 보니 햇내음이 스며들어. 스스로 짓고 일구고 가꾸던 사람은, 먹고 입고 자는 살림도 스스로 지었고, 마음을 나누는 말도 스스로 지었어. 스스로 일으키는 사랑도 스스로 짓고, 생각도 꿈도 이야기도 스스로 짓지. 스스로 지은 사람들은 “숲을 품은 멧자락을 품는 살림”이야. 멧골이 멧골이려면, 풀이 돋고 나무가 우거져야 한단다. 바위만 휑뎅그렁한 곳은 멧골이 아닌 ‘돌무덤’이라고 여겨야겠지. 돌무덤에서는 돌조차 비바람에 깎이고 햇볕에 닳고 낡아. 풀꽃나무가 자라는 곳이기에 비바람이 돌보고 햇볕이 어루만져. 모든 흙도 모래도 처음에는 돌이나 바위였을 테지만, 더 앞서는 풀이나 나무였고, 새나 벌레나 짐승이었어. 몸이 스러지면서 새롭게 뭇숨결을 살리는 밑거름이자 바탕인 흙과 모래로 거듭나. 멧숲은 바로 이 흙과 모래가 아름다우면서 넉넉한 터전이지. 스스로 지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멧숲이야말로 아늑한 보금자리에 즐거운 둥지인 줄 알았어. 그렇기에 “새로 깨어난 그사람”은 멧숲에서 말씀을 폈어. 가르침과 배움은 멧숲에서 샘물처럼 솟아서 흘렀어.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은 멧숲이라는 터전을 고이 품으면서 푸르게 빛나는 길을 익히고 나누고 폈단다. “길을 잊거나 잃었”다면 멧숲으로 갈 일이야. 서울에는 길이 없어. 서울은 “길인 척하는 굴레”가 가득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세뱃돈 2024.2.4.해.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이라는 설날이면, 아이들은 웃어른을 찾아다니면서 절을 했어. 지난해를 되새기고 새해를 그리는 마음을 여러 말씀으로 듣고서 절값을 받기도 해. 절값이란, 아이들이 스스로 한 해를 새롭게 그리면서 어질게 길을 펴러 할 적에 밑자락으로 삼으라는 돈이지. 요즈음은 다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이 돈을 얻거나 누릴 일이 드물거나 없어. 절값을 받고서 주전부리로 몽땅 쓰는 아이도 있지만, 그동안 주린 배를 한동안 채우는 일도 좋겠지. 어느 아이는 절값을 푼푼이 모아서 목돈을 이룰 테고, 집살림에 보탠다든지, 동무나 이웃을 바라지하는 자리에 쓰기도 해. 절값을 내어주는 어른들은 한 해 동안 아이들을 눈여겨보았어. 새해 새절을 받으며 다시 한 해 동안 가만히 지켜본단다. 아이마다 무엇을 잘하거나 못하는가를 지켜보거나 가리지 않아. 아이마다 어떻게 다른가 지켜보면서, 이 아이들이 마음을 쓰는 길을 말없이 바라본단다. 누가 짚거나 따지기에 곧장 알아차리면서 받아들이거나 바꾸는 아이가 있어. 누가 짚으면 불뚝거리거나 싫어하는 아이가 있어. 스스로 하루를 그리면서 배우는 아이는, 어떤 말도 귀여겨들으면서 스스로 살찌워. 어떤 말도 귓등으로 넘기는 아이는, 하루그림이 없으면서 눈치를 참 많이 본단다. ‘절’이란, 온몸을 접으면서 올리는 마음이야. 온마음이 아닌, 겉으로 돈만 바라는 굽신질은, 아이 스스로 제 길을 갉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159 향기 2023.9.28.



들깨밭에는 들깨내음

딸기밭에는 딸기내음

능금밭에는 능금내음

시금치밭은 시금치내


가을들을 가로질러 가면

갓 지은 가마솥밥 냄새

달개비꽃 곁에 앉으면

파랗게 하늘내 바람내


아기는 부드러이 젖내

어린이는 노느라 땀내

어른은 일하며 웃음내

우리는 함께 향긋하게


여름은 잎내음으로 푸르다

겨울은 눈냄새로 새하얗다

봄은 꽃내 물씬 말갛다

가을은 들빛으로 푸근하다


ㅅㄴㄹ


맡기에 부드러우면서 즐겁게 퍼지는 기운을 우리말로 ‘향긋하다’라 하고, 한자말로는 ‘향(香)·향기(香氣)’라 합니다. 코로 맡으면서 느끼는 기운은 ‘내·내음·냄새’라 하고요. 꽃은 ‘꽃내·꽃내음·꽃냄새’요, 잎은 ‘잎내·잎내음·잎냄새’입니다. 모든 것과 곳에는 저마다 그곳에서 스스로 살아온 나날이 있어요. 이러한 기운을 코로 맡는데, 다 다르기에 다 다르게 나는(나오는) 빛인 ‘내·내음·냄새’예요. 그런데 사람은 모두 다르니, 누구는 이 냄새가 마음에 들고, 누구는 이 내음을 마음에 안 들어하지요. 마음에 들면 ‘좋은내’일 테고, 마음에 안 들면 ‘나쁜내’라 여기는데, 내가 반기더라도 둘레에서 꺼릴 수 있어요. 둘레에서 즐기더라도 나는 싫거나 괴로울 수 있어요. 바람을 품어 바람내음이 일어납니다. 해를 받아들여 햇내가 일어납니다. 비오는 날에는 비냄새가 퍼져요. 풀꽃나무를 비롯해서, 흙에도 모래에도 돌에도 다 다르게 내음이 퍼집니다. 들에는 들내음이, 숲에는 숲내음이, 바다에는 바다내음이 있어요. 우리는 서로 어떤 마음빛과 몸빛으로 마주할 적에 아름다울는지 생각해 봅니다. 참하고 곱고 착한 사람내는 무엇일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뺄셈 2024.1.27.흙.



나이를 먹을 적에는 목숨이 줄지 않아. “살아갈 날”이 줄어든다고 여긴다면, 하루를 그리는 마음이 없다는 뜻일 테지. 날마다 새로 맞이하는 하루를 그리는 마음이라면, 늘 “살아갈 날”을 스스로 품으니, “목숨이 줄어드는 몸”이 아닌, “목숨에 담는 하루”가 늘어난단다. 새로 태어난 아기는 “태어난 날부터 목숨이 줄어드는 수렁”이 아닌, “태어난 날부터 숨소리를 이어서 삶을 누리는 길에 늘어나는 빛”을 누린단다. 그렇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 적마다 ‘뺄셈’이라 여기는구나. 무엇을 빼려는 마음일까? 스스로 목숨을 빼며 즐거울까? 살을 빼야 몸이 가볍지 않아. 살을 빼려는 사람은 목숨을 뺀다는 마음하고 같아. 군살을 빼려 하지 말고, 이제부터 어떤 새몸으로 바꾸어 가려는지 그리면 돼. 나아갈 새몸을 그리기에, “스스로 그린 새몸”으로 바꾸지. 누가 바꾸느냐고? 스스로 바꿔. 마음에 꿈을 심은 스스로 꿈길을 걷는단다. 꿈을 그리지 않는 사람은 ‘나이먹기’를 하면서 늙으니까, 몸 곳곳이 다 낡아. 꿈을 그리는 사람은 ‘삶을 누리면서 살림을 익히기’를 하면서 생각을 지으니까, 몸이 온통 새롭게 깨어나. 나쁘거나 거추장스럽거나 무겁기에 빼내지 않아. 쓸 일이 없다고 여기기에 ‘쓸 살림’을 챙길 뿐이야. 무엇을 곁에 두거나 속으로 품으면서 어떤 하루를 보낼 마음인지 생각하렴. 네가 짓는 생각은 네 마음을 빛내고, 빛나는 마음이 물결치면서 밝고 가벼이 움직이는 몸을 누린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