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한국 2023.8.3.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는

하늘빛을 담으면서 하나

함께 함박꽃으로 한길

해를 담아내 하얀 하루


고요밤을 깨우는 아침

온빛을 세워 나아가는 길

새롭게 춤추며 고운 나래

깊고 아름답게 높은메


한겨레라면 한가람 한나라

이웃하고 함께 한길 한살림

해밝게 한옷 한집 한밥 한넋

하늘뜻 실어 한글 한말 한얼


나는 하나이지만

너랑 아울러 우리

너나를 넘나들어 날고

보금자리마다 나무숲 새노래


ㅅㄴㄹ


이 나라를 이루는 겨레를 ‘한겨레’라 합니다. 한겨레가 이룬 나라일 적에는 ‘한 + 겨레’이니까 ‘한 + 나라 = 한나라’입니다. ‘한나라’를 한자말로 옮겨서 ‘한국(韓國)’입니다. 한자로 ‘한국’을 적기도 하지만, ‘한’은 그저 우리말입니다. ‘하늘·하나’를 가리키는 우리말이고, 서울에 있는 큰 물줄기는 ‘한가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게 마시기에 ‘한숨’입니다. 크게 벌여서 ‘한바탕’입니다. ‘한길 = 큰길’이기도 합니다. 하늘은 땅에서 보기에 더없이 크기에 ‘하늘·한 = 크다’를 나타내기도 하지요. 또한, 하늘은 둘이나 셋으로 못 갈라요. 크게 하나인 덩이입니다. ‘하늘·한·하나·하다(크다)’가 맞물리면서 ‘함께’로도 이어요. 크게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뜻인 ‘함께’예요. 이 나라에서 쓰는 글에 붙인 이름 ‘한글’이듯, 이 나라에서 쓰는 말은 ‘한말’이라 할 만합니다. 이 나라에서 누리는 밥과 옷과 집은 ‘한밥·한옷·한집’이라 하면 될 테지요. 함박꽃처럼 크고 시원하게 어우러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터요 한누리요 한마을을 가꾸어 봐요. 함함하게 아끼고 함초롬히 빛나는 한동아리를 이루어 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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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부모 2023.8.3.



나비는 왜 알을 낳을까?

푸른잎 갉는 기나긴날 마치고

작은고치에 웅크려 그린 꿈이

날개로 거듭나 하늘빛 먹거든


잠자리는 왜 알을 낳지?

물살을 가르며 실컷 놀다가

물밖에 나와서 바람 쐬면서

햇빛 별빛 꽃빛에 눈떴어


어른은 왜 아기를 낳나?

어질게 살림하는 하루 지나

어머니로서 고요밤 품고

아버지로서 노래낮 담네


낳으려면 나아가야 해

나를 알고 너를 안고

나긋나긋 날아오르면서

나무처럼 숲 이룰 어버이야


ㅅㄴㄹ


해마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부모의 날”이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둘레를 보면 ‘어버이’를 말하거나 찾는 일은 드물고, 으레 ‘부모(父母)’만 찾습니다. 한자말 ‘부모 = 아버지 + 어머니’인 얼개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말 ‘어버이 = 어머니 + 아버지’인 얼개입니다. 우리말로는 ‘엄마아빠’처럼 으레 어머니·엄마를 앞에 놓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어른이기에 ‘어버이’입니다. 몸으로 낳은 아이도, 이웃과 마을에 있는 아이도, 늘 사랑으로 따스하게 마주하면서 어질게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인 사람인 ‘어버이’입니다. 사랑이 피어나지 않을 적에는 ‘어버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아요. 낳기만 했으면 어버이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안 어울릴 테지요. 나이만 먹을 적에는 ‘어른’이 아닌 “철없는 사람”이나 “늙은 사람”으로 여깁니다. 어질게 살림을 짓기에 ‘어른’이듯, 어른스러우면서 상냥하고 참하고 착하게 아이를 품는 매무새라서 ‘어버이’입니다. 삶짓기·살림짓기·사랑짓기를 헤아리고, 사람이 곁에 둘 들숲바다를 푸르게 가꿀 줄 아는 눈빛과 손빛인 사람을 어버이답다고 여깁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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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파먹는 2023.12.25.달.



땅을 파면 뭐가 나올까? 흙이 나오지. “흙을 품은 씨앗”이나 “흙이 품은 씨앗”이 나와. “흙을 품은 벌레”나 “흙이 품은 벌레”도 나오고. 씨앗은 씨앗인데, “흙을 품은 씨앗”하고 “흙이 품은 씨앗”은 눈길이 달라. 흙도 똑같은 흙이지만, “흙을 품은 벌레”랑 “흙이 품은 벌레”도 다르지. 넌 이 둘이 어떻게 다르면서 같다고 느끼니? 두 결과 길은 다르면서 같아. 닮지만 다르게 다다르지. 흙을 파먹는 씨앗이고 벌레인데, 흙도 씨앗과 벌레가 내주는 숨빛을 파먹는단다. 서로 빛을 내주면서, 서로 숨빛이 새롭지. 엄마랑 아빠가 하나로 맺는 씨앗도, 엄마랑 아빠가 서로 내주면서 받아들이는 숨빛이 있어. 그리고 이 숨빛이 새롭게 자라다가 ‘아기’라는 새넋으로 눈을 뜬단다. 아기는 엄마아빠 사랑을 듬뿍 머금을 뿐 아니라, 엄마아빠도 아기 사랑을 듬뿍 맞아들여. 한쪽에서만 보내거나 주거나 갈 수 없어. 너희는 몸으로 늘 느끼지? 들숨날숨은 늘 똑같아. 더 들이켜거나 더 내보내지 않아. 들이는 대로 내보내. 사랑이란, 주고받음이지 않아. 늘 참(가득함)인데, 들숨날숨처럼 온사랑을 기울이거나 쏟자마자 새로 온사랑이 스며든단다. “베푼 만큼 받는다”가 아니야. 기꺼이 모두 내놓으면서 어느새 모두 새로 들어오면서 늘 환해. 이 얼거리를 알면, “죽거나 늙지 않는 몸마음”이 무엇인지 알겠지? 온사랑이기에 온살림이야. 온사랑으로 살기에 언제나 새롭고 눈부시며 즐거워서 아름답단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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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직언(직설) 2023.12.24.해.



바람처럼 스스로 가눌 수 있으면 바로 말하렴. 바다처럼 넉넉히 품을 수 있으면 막바로 말하렴. 밭을 짓듯 온사랑을 기울일 수 있으면 곧바로 말하렴. 밝게 받아들이는 반가운 눈빛일 수 있으면, 늘 바로바로 말하렴. 그러나 네가 스스로 바람이 아닌 채 바다를 모르는 채 밭을 잊은 채 밝지 않은 채 섣불리 나설 적에는, 네 입에서 매캐하고 고약한 방귀 같은 말이 흐르겠지. 말이란 서로 보면서 할 노릇이지. 마주보며 마음을 주고받으려고 하기에 ‘말’이거든. 대놓고 한대서 다 말일 수 없어. 마음이 없이 소리만 내면 말이 아닌 화살이고 불똥이야. 마음을 틔우지 않고서 내는 소리란, 너도 남도 나란히 갉는 좀이야. 말을 하고 싶으면 생각하렴. 네가 누구랑 마음을 틔워 이야기를 이루려는지 생각할 적에 씨앗 한 톨이 깨어나는데, 이 씨앗을 소리로 틔우면서 ‘말씨’가 퍼지고, 말씨가 네 입을 거쳐서 둘레에 닿을 적에 ‘말꽃’이 피고, ‘말나무’가 자라서 ‘말숲’이 된단다. 모든 말은 너부터 스스로 마음에 바로바로 심는 씨앗이고, 너를 둘러싼 사람과 숨붙이한테 퍼뜨리는 씨앗이야. 바른말(직언)이란 뭘까? 옳기만 하다면 바른말이 아냐. ‘밝은말’일 노릇이고, ‘바람말’에 ‘바다말’에 ‘밭말’일 노릇이란다. 너는 어떤 마음바탕이 되어 소리를 내니? 네 마음씨를 이루는 말씨가 무엇인지 날마다 되새기렴. 너는 늘 네 마음에 바른말을 하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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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서울살이 2023.12.23.흙.



이미 알는지 모르겠는데, ‘서울(도시)’이 없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지 않아. ‘서울’은 없어도 돼. 아니, 서울이 있기에 나라가 흔들리고 뒤틀리다가 무너져. 이와 달리 ‘시골’이 없으면 나라가 기우뚱하다가 무너져. 시골을 밀어서 서울로 바꾸면, 너희 스스로 죽음수렁으로 치닫는 셈이지. 생각해 보렴. 바람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물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목숨을 이으려면, 바람·물·해는 꼭 있어야 하는데, 사람뿐 아니라 푸른별에서 모든 목숨붙이한테도 똑같아. 대통령·시장·군수·군인·과학자·목사·중·교사·이발사·운전사가 없어도 나라는 안 무너져. 시인·소설가·공무원·정비사·기술자가 없어도 나라는 멀쩡해. 그러나 시골사람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단다. 어버이가 없어도 나라는 와르르 무너져. 나라를 세워서 이끌려 한다면, 첫째도 둘째도 ‘돈(산업)·힘(군대)·재주(과학·기술·교육)’가 아닌, 들숲바다하고 ‘아이 낳아 돌보는 어버이’를 지키고 돌봐야 한단다. 아이를 낳는 어버이가 없으면, 공무원도 시인도 무슨 쓸모일까? 아이들이 들숲바다에서 뛰놀며 자라지 않으면, 서울과 학교가 무슨 값어치일까? 서울살이(도시생활)는 나쁘지 않아. 서울에서도 들숲바다를 품으면 돼. 시골살이가 좋지 않아. 몸은 시골에 있지만, 부릉부릉 달리거나 풀죽임물을 뿌리면서 들숲바다를 멀리하면 그저 죽음굴레란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풀꽃나무를 사이에 두고서 새를 품는 살림길을 걸을 일이란다. 모든 곳에서 새가 노래하고 벌나비가 춤추어야 사랑이 싹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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