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성격 2023.9.26.



말이 씨가 되는 줄

글도 씨로 맺는 줄

찬찬히 읽고 아는

네 말씨 글씨 마음씨


말에 숨결 담는 줄

글에 빛결 싣는 줄

곰곰이 보고 새기는

내 말결 글결 마음결


낮말은 낮새가 듣는 줄

밤말은 밤새가 듣는 줄

가만히 느껴 노래하는

우리 매무새 차림새 마음새


곱게 피우려니 마음꽃

새로 나아가는 마음길

사랑 바라보는 마음눈

함께 일구려는 마음밭


ㅅㄴㄹ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몸도 모습도 눈도 다르고, 손발도 머리도 다르고, 마음도 달라요. 누구나 다 다르게 태어나서 다 다르게 살아가기에, 느끼고 배우면서 가꾸는 하루도 달라, 이 모든 이야기를 담는 마음도 달라요. 어떤 마음인지 살피는 ‘성격(性格)’이에요. 저마다 마음이 어떠한 결인가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이 한자말은 우리말로는 여러모로 다르게 옮겨요. 씨앗처럼 틔우고 자란다고 여겨 ‘마음씨’입니다. 해나 별처럼 반짝인다고 여겨 ‘마음빛’입니다. 두루 담고 품는 모습을 헤아려 ‘마음보’입니다. 어떤 숨결인지 바라보고 살피려는 ‘마음결’입니다. 마음을 쓰는 모습이 어떠한지 짚으면서 ‘마음새’입니다. 마음을 가꾸거나 일구는 모습이라면 ‘마음길’로 나타냅니다. 하루하루 어떻게 가꾸고 짓고 누리고 나누었는지 돌아보면서, 스스로 곱고 즐겁게 피어나기를 바란다면 ‘마음꽃’처럼 나타낼 만합니다. 여러 씨앗을 심어서 일구듯 ‘마음밭’을 일군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마음으로 나아가 볼까요? 어떤 마음으로 보살피고 다독이면서 하루를 노래해 볼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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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자동차 2023.9.26.



묵직한 쇳덩이가 달리느라

작은 아이가 놀 곳이

큰 어른이 걸을 곳이

풀씨 드리울 곳이 없다


부릉부릉 쇳더미가 서느라

토끼는 풀밭 잃고

비둘기는 나무 잃고

나무는 숲을 잃는다


오솔길은 오소리도 여우도

멧돼지도 사람도 다니지만

새카만 부릉길은 오직

시커먼 쇠바퀴만 구른다


더 빨리 가야 할까?

어린이는 어디서 놀지?

들숲을 밀어도 될까?

이따금 달리면 어때?


ㅅㄴㄹ


‘자동차(自動車)’는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를 뜻해요. ‘자전거(自轉車)’는 “스스로 구르는 수레”를 뜻하고, 예전에는 ‘자전차’라 했습니다. 한자 ‘車’는 ‘차·거’로 다르게 소리를 냅니다. 우리 삶터를 보면 온통 자동차가 차지합니다. 어린이가 뛰놀거나 달릴 빈틈이 사라졌습니다. 참말로 지난날에는 온누리 모든 아이가 어디에서나 마음껏 뛰고 달리며 놀았어요. 요사이는 부릉길(찻길)만 넓히지만, 지난날에는 어디나 나무가 흐드러졌고 풀밭이 넓었습니다. 어린이가 놀 빈터가 사라지면서, 어른이 쉴 빈자리도 자취를 감춰요. 묵직하고 큰 쇳덩이인 자동차가 부릉부릉 밀려들면, 우리는 걸을 수도 없고 자전거조차 비켜나야 합니다. 부릉부릉 구르는 소리는 시끄럽고, 매캐하게 내뿜는 김은 푸른별 살림을 갉습니다. 자동차를 만들려면 살림살이도 매우 많이 들여야 합니다. 철마다 새롭게 흐르는 풀노래와 숲바람을 모두 밀어내는 자동차일 텐데, 어른들은 더 크고 빠르고 비싼 자동차를 거느리려고 합니다. 이제는 부릉부릉 매캐한 길은 줄이면서, 푸르게 맑고 서로 어우러진 숲길을 품을 때이지 싶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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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찬양 2024.2.14.물.



마음이 없는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자꾸 올리려 하더라. 마음이 죽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굳이 높이려 하더군. 마음을 잊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애써 섬기려 하지. 마음이 있는 사람은 올리지도 않고 낮추지도 않아. 마음이 산 사람은 높이지도 않고 깎지도 않아. 마음을 살피는 사람은 섬기지도 않고 얕잡지도 않아. 텅텅 빈 마음이니, 스스로 제 마음을 볼 줄 모르고, 둘레 마음을 읽을 줄 몰라. 마음을 안 보느라 마음을 잊다가 그만 마음을 잃지. 올리거나 높이거나 섬긴다는 ‘찬양’이란, 스스로 얼마나 바보스레 죽어서 뒹구는 마음인지 보여주는 민낯이란다. 아기는 엄마아빠를 떠받들지 않아. 그저 엄마아빠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느끼려 한단다. 엄마아빠는 아기를 받들 까닭이 없어. 그저 아기 마음을 읽고서 함께 사랑으로 살아갈 하루를 그리지. 그러나 어쩐지 마음을 잊은 채 떠받들거나 치켜세우는 허수아비가 늘어나는구나. 왜 스스로 죽음수렁에 잠기는 ‘찬양’에 사로잡히려고 하니? ‘찬양’이란, 독재자가 사람들 눈을 다 찔러서 종살이로 부리려고 펴는 못난 굴레질이야. 스스로를 높일 일도 낮출 일도 없어. 스스로를 보고 느끼고 읽어서 이어갈 적에 아름답단다. 헛짓에 사로잡히니까 자꾸 올림질로 치달아. 헛말에 홀리니 그만 섬김질에 갇혀. 사랑으로 사귀려는 사이라면,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어깨동무로 가겠지. 네 모습을 고스란히 돌아보렴. 네가 보고 느낄 곳을 제대로 보고 느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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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짜는 길 2024.2.15.나무.



그물을 짜면 그물로 낚고 담아. 천을 짜면 천으로 옷을 지어. 눈물을 짜면 어쩐지 모든 일이 슬프고 눈물이 자꾸 나와. 이야기를 짜면 두런두런 오가는 말에 새록새록 그림이 태어나. 하루틀을 짜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스로 어떻게 보내면서 즐거울는지 환하게 알아봐. ‘짜임새’란 ‘짜는 길’이야. 엉성하게 짜니 엉성할 테지. 꼼꼼하게 짜서 꼼꼼할 테고. 겨울옷은 어수룩하게 짜다가는 찬바람이 숭숭 들어와.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바라보고서 받아들이려는 마음일 때라야 짤 수 있어. 아주 작은 한 코라도 슬쩍 넘기려 하다가는, 그만 뜨개질이 통째로 엉성하단다. 나비나 새를 보겠니? 날개를 다는 몸으로 거듭나거나 자랄 적에는 왼오른날개가 나란하고 같아야 해. 한쪽이 크거나 작으면 못 날아. 사람몸은 왼손과 오른손을 나란히 고르게 써야 제대로 지어. 왼발과 오른발을 나란히 고르게 뻗어야 제대로 걸어. 어느 쪽을 좋아한다면서 그쪽으로 기울거나 쏠리면 그만 무너진단다. 좋아하는 길이나 안 좋아하는 길을 자꾸 만들면서 스스로 흔들리다가 쫄딱 무너지지. 너희는 으레 “어떻게 ‘좋아하는 길’이 없을 수 있느냐?“고 묻더라. 그러나 스스로 되묻기를 바라. “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하지?” 하고 곰곰이 짚어 보렴. 꿈·사랑·살림·숲은 좋아하거나 안 좋아할 길이 아니란다. 오롯이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품을 노릇이야. ‘일’을 하고 ‘놀이’를 하면 될 뿐이야. ‘좋아하는 일’이나 ‘싫어하는 일’을 자꾸 가르다가는 죽어간단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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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졸업식 2024.2.16.쇠.



네가 배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배워. 무엇이든 배우고, 언제나 배워서, 스스로 자라. 네가 배우는 사람이라면, 웃고 울며 배워. 환하게 배우고, 기쁘게 배워서, 놀랍게 자라. 네가 배우기를 바라니, 날마다 배울거리를 맞아들여 빗물을 배우고, 바람을 배워서, 별빛을 읽는 길을 알아본단다. 네가 배우려고 나서니, 너로서는 부아나는 일이 없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앞세우지 않는구나. 네가 배우면서 자라니, 느긋이 걷고, 차곡차곡 일구어, 넉넉히 베풀 줄 알아. 네가 더는 배우려 하지 않을 적에 ‘졸업식’을 하네. 너희 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모든 나라는 ‘입학·졸업’이라는 틀을 세우는데, 그곳(학교)에 들어가기에 오로지 안 배우기 일쑤야. 일어나고 일하고 쉬고 자는 집이야말로 배움터인걸. 너희 집과 이웃사람 집이 어우러진 마을은 늘 배움터야. 졸업장은 덧없어. 아니, 졸업장은 네가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알리는 덫이로구나. 졸업장을 받은 너는 무엇을 하니?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기에 ‘배움살림’이 넉넉하다고 여길 수 있니? 생각해 봐. 아기를 돌보는 어버이한테 ‘입학증서’나 ‘졸업장’을 주지 않아.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할 적에 입학증서·졸업장 하나 없어. ‘졸업 = 죽음’이고, ‘입학 = 죽으로 가는 길’이란다. 배움터를 다니고 싶다면, 네 삶터에서부터 스스로 하루를 배우고 가꾸면서 노래하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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