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화 2023.7.25.



이글이글 오르는 불로

밥을 익힐 수 있지만

활활 태우는 불길이면

풀풀 잿더미로 바꾼다


부글부글 끓는 부아로

마음을 태워 버린다면

훨훨 날던 이 날개를

스스로 꺾는 셈이다


비추는 불일 때에

둘레를 밝힐 수 있어

푸른한 불일 적에

얼음을 녹일 수 있지


무엇을 보고 담을까?

누구를 읽고 닮을까?

부끄러울 일은 없어

나를 보고 우리를 사랑하면


ㅅㄴㄹ


외마디 한자말인 ‘화(火)’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불’을 한자로 ‘화(火)’로 적는 셈인데, ‘화나다 = 불나다·부아나다·성나다’입니다. 추위를 녹이는 불이기도 하지만, 모두 태워서 재로 바꾸는 불이기도 합니다. ‘불나다·부아나다·성나다’는 이모저모 밉거나 싫다는 마음이 확 일어나면서 그만 모두 활활 불지르면서 까맣게 바꾸는 길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날개라면 가볍게 훨훨 날아요. 어깨를 활짝 펴면 시원합니다. 활개를 치듯 날아오르기에 싱그럽게 피어나는 마음입니다. 이와 달리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여기면서 꺼리거나 부글부글 끓다가 부아를 내고, 이글이글 타올라 불을 내고 말아요. 훅 치밀거나 확 치솟을 적에는 문득 멈추고서 마음부터 돌아봐요. “활짝 피는 꽃”인지 “활활 태우는 불”인지 추스르고서, 환하게 웃음짓는 길로 차근차근 다독여요. 화들짝 놀라다가 활활 태우고 만다면 화끈화끈합니다. 창피하거나 부끄럽지요. 둘레를 환하게 밝히는 눈빛으로 거듭난다면, 훤칠하게 자라는 나무처럼 온누리를 훤히 헤아리게 마련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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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할미새 2024.3.2.흙.



너희는 ‘할미꽃’과 ‘할미새’처럼, 꽃과 새한테 ‘할머니(할미)’라는 이름을 붙이는구나. 할머니라는 자리와 숨결과 살림이 얼마나 깊고 고우면, 이렇게 이름을 붙일까 생각해 보렴. 아스라이 먼 옛날 옛적 사람들이 ‘말’ 한 마디를 ‘이르’는 길은 넓고 깊게 헤아린 열매야. 소리를 내어 마음을 드러내는 말 한 마디에, 짧고 굵게 사랑씨앗을 담지. ‘가시내’로 태어나 어른으로 자라서 사랑을 펴면 ‘어머니’라는 이름을 새로 받아서 아이한테 살림을 물려주는데, 사랑받아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새롭게 사랑을 지어 아이를 낳아, 그러니까 “아이가 어버이로 거듭날” 적에, ‘할머니’라는 이름을 새삼스레 받는단다. 모든 겨레는 ‘아이·어른’과 ‘아이·어버이’로 이름을 나누고, ‘어머니·아버지’에 ‘할머니·할아버지’로 또 이름을 가르지. 이 뜻을 읽어 보렴. 사람은 그저 나이만 먹지 않는다는 뜻이야. 사람은 철들어 가면서 살림빛을 밝히는 사랑을 깨달아 생각씨앗을 심는 사이에 ‘이름’을 하나둘 얻으면서 빛난다는 뜻이야. 그나저나 ‘할미꽃·할미새’야. ‘할비꽃·할비새’가 아니란다. ‘사내’도 철들어 ‘아버지·할아버지’로 자랄 텐데, ‘할비’를 기리는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구나. 이 대목을 곰곰이 짚으렴. 엇나가거나 어설피 허울을 내세우거나 힘을 부리지 않아야겠지. 늘 ‘삶·살림·사랑’을 하나로 여미는 사이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빛날 노릇이야. 물가를 반기고, 숲에 깃들다가, 마을 한켠 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할미새를 눈여겨보렴. 할미새가 둥지를 트는 언저리는 사람도 살아갈 만한 터전이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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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전두환 2024.3.1.쇠.



한 놈이 앞잡이로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 앞잡이 곁에 숱한 옆잡이가 있고, 이들 둘레로 뒷잡이에 밑잡이에 윗잡이까지 있어. 얼핏 앞잡이가 가장 떵떵거리거나 쥐락펴락하는 듯 보일 수 있어. 그러나 ‘앞잡이 = 얼굴잡이’야. 광대 노릇을 즐기는 무리란다. ‘옆잡이 = 바람잡이’야. 앞잡이가 광대 노릇을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바람을 넣고 떠들고 어지럽혀서 오직 이쪽을 쳐다보라고 밀어대. ‘뒷잡이 = 심부름꾼’이야. 앞에서 광대가 재주를 부리면, 뒤에서 우르르 심부름꾼을 맡으면서 떡고물을 듬뿍 받지. ‘떡고물’조차 꽤 비싸니까, 뒷잡이는 내내 떡고물을 챙기려고 뒤에서 든든히 막짓을 일삼아. ‘밑잡이 = 돈줄·힘줄·이름줄’이지. 광대 노릇을 펴며 드는 돈을 대고서 훨씬 크게 돈다발을 거머쥐고, 힘도 이름도 슬쩍 빌려주고서 몇 곱으로 챙기는 무리란다. ‘윗잡이 = 숨은놈’이야. 모든 곳에서 슬그머니 숨어서 모든 꿍꿍이를 꾀하고는 가만히 구경하지. 이들은 앞잡이를 부리고, 옆잡이를 부추기고, 뒷잡이를 달래고, 밑잡이를 거느려. 윗잡이한테는 ‘옳음·그름·좋음·나쁨·착함·거짓·참·속임·아름다움·미움’이 없어. 이들은 “갖고 놀” 뿐이야. 쥐었다가 펴고, 잡았다가 놓고, 묶다가 풀고, 당기다가 밀지. 하느작하느작 갖고 놀면서 구경하는 나날을 보내. ‘전두환’은 어느 곳에 있었을까? 앞잡이일까? 옆잡이나 뒷잡이일까? 이놈은 윗잡이도 밑잡이도 아니야. 이런 광대를 부리는 윗잡이하고 밑잡이를 알아볼 수 있어야 푸른별을 살릴 만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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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눈물꽃 2023.12.27.물.



밤이 안 오면 이슬이 안 맺어. 밤이 오니까 모두 새근새근 자고, 밤바람이 슥슥 부는 사이에 들에도 숲에도 길에도 별빛을 머금은 이슬이 맺지. 어둡게 내려앉은 바람결이 고루 실어나르는 물빛에 별빛이 어우러지다가 어느새 동이 트려고 해. 새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아침해를 보다가 깨닫지. 오늘 하루를 새롭게 살아가는 기운으로 머금으라고 온누리에 방울방울 덮는구나 하고. 이슬을 핥으면서 온몸에 짜르르르 기운이 올라와. 풀도 나무도 이슬을 받아들이면서 한결 푸르게 하루를 노래해. 이슬은 ‘이슬방울’이면서 ‘이슬꽃’이야. 빗물이 ‘빗방울’이면서 ‘비꽃’이니,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이란 ‘눈물방울’이면서 ‘눈물꽃’일 테지. 아파서 흘리는 눈물도, 슬퍼서 떨구는 눈물도, 기뻐서 터지는 눈물도, 모두 너희 마음에 깃든 앙금과 멍울을 씻고 털면서 방울로 내보내는 노래란다. 눈물꽃이 피면서 마음이 푸근하고 아늑해. 눈물꽃을 맺으면서 걱정도 근심도 시름도 서러움도 내려놓지. 눈물은 몸과 마음을 밝으면서 맑게 다독이면서 일으킨단다. 눈물을 흘릴 줄 알기에 “나는 이 앙금을 씻으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아. 눈물이 흐르는 날이기에 “나는 내 티끌을 스스로 씻을 수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 낮이 흐르고 밤이 다시 찾아오면 새삼스레 고요히 잠들어. 이제 온누리는 하루 더 품는 이야기가 스며서 샘이 되고, 바다로 흘러들고, 구름으로 올라가서 다시 빗물이 된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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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쾌재 2023.12.26.불.



네가 기뻐하는 때는 언제일까? 네가 안 기뻐할 때는 언제야? 무엇을 보거나 느낄 적에 기쁘니? 무엇을 보거나 느끼면 안 기쁘니? 노래가 절로 나오면 기쁘겠지. 춤이 저절로 나오면 기쁠 테고. 노래나 춤이 없고, 웃음이나 수다가 터지지 않는 기쁨이 있을까? 그런데 너희는 스스로 꿈을 이룰 때가 아닌, 스스로 심은 미움씨앗이 자랄 적에 웃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기도 하더라. 즐겁거나 아름다운 일이 아닌, 괴롭거나 아픈 일에 기뻐한다면, 너희는 어떤 마음일까? 아무래도 살림이나 사랑이 아닌, 죽어가는 마음이겠지. 함께 살아가는 별에서 함께 빛나는 길이 아닌, 서로 미워하고 깎고 갉고 할퀴면서 웃거나 춤춘다면, 몸뚱이는 있어도 넋이 숨진 모습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기쁨’이려면, 다같이 얼크러져서 웃는 잔치란다. 속으로든 밖으로든 “오호라!” 하고 부르는 말소리인 ‘쾌재’란 두 갈래에 서는 몸짓이야. 너는 죽어가고 싶을는지 몰라. 뜻대로 안 풀린다고 여긴다든지, 꿈이 없다고 여기면, 늘 그때부터 죽어간단다. 듯도 꿈도 사랑도, 오래오래 걸려야 이루지 않아. 네가 마음에 고요히 씨앗으로 심는 때부터 이루는 뜻이요 꿈이고 사랑이야. ‘잘되’기를 바란다면, 잘되지 않을 적에 서운하고 싫단다. ‘하려’는 마음으로 늘 느긋이 할 적에는 그저 하면서 노래하고 웃고 춤을 춰. 뭔가 얻거나 이룰 때가 아닌, 씨앗을 심는 자리에서 노래하고 춤출 적에, 기쁨이라는 꽃이 사르르 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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