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1.26.

숨은책 873


《歷史와 민중》

 이이화 글

 어문각

 1984.6.10.



  힘이 세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으레 힘으로 모든 일을 풀거나 맺으려고 합니다. 돈이 많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노상 돈으로 온갖 일을 마치거나 매듭짓곤 합니다.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사람이라면 늘 사랑을 짓고 그리고 펴고 나누면서 하루를 살아내고 노래합니다.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쩐지 ‘우리 삶’ 같지 않더군요. ‘그들·우두머리·벼슬아치·힘꾼·돈바치’이기에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길’은 수수하게 ‘하루·날·발자국·걸음·이야기’로 나타냅니다. 《歷史와 민중》을 되읽다가도 자꾸자꾸 갸우뚱합니다. ‘역사’를 다루건 ‘민중·국민·인민·시민·백성’을 들먹이건, 정작 ‘수수한 사람들 이름과 삶과 하루’는 한 줄조차 안 나옵니다. 그래도 이 책에는 꽃할머니(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를 몇 줄 담습니다. 다만, 몇 줄일 뿐입니다. 누가 어떻게 읽을 발자국을 담을 적에 ‘역사’일까요? 우리는 막상 우리 스스로를 잊거나 우리 이웃을 잃고 헤매는 채 우두머리 이름만 외우는 쳇바퀴이지 싶습니다.


인간 지옥이 따로 있는가? 인간 악마가 따로 있는가? 한국식민통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 이 정신대 위안부였고, 그것은 또 일본의 악랄한 식민지 경영과 일본 군사독재 정권이 저질은 죄악상의 본보기였던 것이다 … 그런데도 오늘날의 현실에 있어서 ‘정신대로 나가 성전에 참여하라’고 외친 여류 명사들은 빛나는 사회적 지위와 많은 현실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역사의 괴리라 하겠다. (258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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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와 민중》(이이화, 어문각, 1984)


오랫동안 논의된 문제는 단군에 관한 사실(史實)일 것이다

→ 오랫동안 따진 일은 단군 발자취이다

→ 오랫동안 살핀 일은 단군 밑뿌리이다

9쪽


신라는 착실하게 부국강병을 지향하여 단단한 국가를 건설하고 있었다

→ 신라는 차근차근 힘나라를 바라보며 나라를 단단히 세웠다

→ 신라는 꾸준하게 큰나라를 내다보며 나라를 단단히 일구었다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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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1.21.

숨은책 876


《東仁全集 2 젊은 그들》

 김동인 글

 정양사

 1958.9.15.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1∼93년에 길잡이한테 여쭈었습니다. “김동인은 친일문학인이라면서요? 그런데 우리가 왜 이런 사람 소설을 읽고 풀이해야 하지요?” “왜냐고? 입시에 나온다.” “…….”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열린배움터로 나아가야 하는데, 김동인뿐 아니라 숱한 친일문학인 글을 읽어야 했고, 외워야 했고, 뜻풀이를 헤아려야 했습니다. 글과 사람을 떼어놓아도 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글은 글쓴이 얼굴이요, 글쓴이 삶자취는 고스란히 글입니다. 글만 훌륭할 수 없고, 사람만 훌륭하지 않아요. 글하고 사람은 나란히 흐릅니다. 그저 ‘평론’이라는 이름으로 허울을 씌워 줄 뿐입니다. 《東仁全集 2 젊은 그들》을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재미가 없고, 낡았고, 우리말결이 싱그럽지 않고, 마음을 울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1956년부터 ‘동인문학상’을 폅니다. 그때에도 그 뒤에도, 우리는 이런 쓸개빠진 껍데기를 걷어치우지 못 합니다. ‘미당문학상’하고 ‘팔봉문학상’도 똑같아요. 이름을 붙이려는 무리도, 이름을 덥석 받아안는 이도 한동아리입니다. 종살이(식민지)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우리 마음에, 붓에, 터전에, 책에 말글에, 깊이 밴 굴레를 털어낼 줄 알아야 어른으로 설 수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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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70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엮음

 아름다운사람들

 2004.2.24.



  저는 ‘최이병·최일병·최상병·최뱀(최병장)’이 아닌, 제 이름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 일본 총칼에 끌려가 노리개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 뒤에 캄보디아에 홀몸으로 남아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훈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고요히 흙으로 돌아간 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훈 할머니뿐 아니라 숱한 꽃할머니를 거들떠보지 않아 왔는데,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라는 책이 2004년에 나온 적 있습니다. 이 책은 거의 안 팔리고 안 읽히다가 조용히 사라졌어요. 나라가 꽃할머니를 안 거들떠보았듯, 우리 스스로도 꽃할머니 삶길을 안 쳐다보았어요. 나라탓만 할 수 없습니다. ‘엉터리 나라’는 바로 우리가 스스로 세웠습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만 나무랄 수 없습니다. 멍청한 나라지기에 벼슬아치는 늘 우리 손으로 뽑았습니다. 총칼(전쟁무기)로 나라를 못 지키고, 우리 스스로도 못 지킵니다. 총칼은 우리 스스로 옥죄거나 억누르는 굴레이면서, 이웃을 짓밟는 고삐입니다. 누가 노리개(위안부)를 거느렸는지 제대로 봐야 합니다. ‘총칼을 앞세운 나라(정부)·싸울아비(군인)’가 노리개를 부립니다. 모든 총칼을 걷어치우면서 이웃을 포근히 품을 줄 알 때라야 생채기를 눈물로 씻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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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69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유신선포에서 민청학연까지》

 지명관 글

 岩波 엮음

 편집부 옮김

 한울림

 1985.1.30.



  모르는 사람은 그저 모릅니다. 아니, 모른다는 핑계를 앞세워 내내 모르는 체 굴러가려 합니다. 아는 사람은 그냥 압니다. 아니, 알기에 아직 알지 않는 곳을 더 헤아려서 알려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앎이라는 길은 가없이 흐르고 잇는 줄 알아서, 늘 앓고 아프면서 새롭게 알에서 깨어나려는 몸짓으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유신선포에서 민청학연까지》는 1974년에 《韓國からの通信》으로 나왔고, 일본책을 옮긴 한글판이 1985년에야 나옵니다. 글쓴이는 지명관 님이고, 2003년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누가 썼는지 둘레에서 다들 모른다고 했다지만, 막상 아는 사람은 다 물밑으로 알았더군요. 박정희·전두환도 알았을 테고, 일본 우두머리·경찰도 다 알았다지요. 그러니까, 다들 알면서 ‘알지 않는 척’을 한 셈입니다. 지명관 님은 ‘이 나라에서 살며 참소리를 내다가는 맞아죽는다’고 느껴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글을 썼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어떤 글을 쓰는 삶일까요? 이 나라와 들숲바다를 살리는 글을 쓰나요? 돈벌이에 이름팔이에 힘자랑을 내세우는 글이 넘치지 않나요? 이 나라 어린이는 어떤 글이나 그림을 만나는지요? 서로 아름답게 만나서 새롭게 사랑을 짓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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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68


《모여라 꼬마과학자》

 박종규 외 엮음

 태창출판사

 1992.5.15.



  우리 아버지는 어린배움터(국민학교) 길잡이였기에, 아버지가 보는 ‘교사용 지도서’를 슬쩍 엿보곤 했습니다. 배움터에서 듣는 이야기가 도무지 알쏭하고 어지러우면 “참말로 뭔 소리래?” 하면서 뒤적였는데, 스무 살부터 인천을 떠나 서울에 깃들어 여러 헌책집을 다니다가 낯익은 그림이며 빛꽃(사진)을 으레 만났어요. “어? 어!” 하며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배움터(초·중·고등학교)에서 쓰는 웬만한 글·그림·빛꽃은 일본책을 훔쳤거나 베꼈더군요. ‘운동회 마스게임’조차도 일본에서 꾸린 틀을 고스란히 딴 줄 뒤늦게 알고는 여태까지 뭘 배운 나날인가 싶어 아찔했어요. 《모여라 꼬마과학자》는 ‘대전직할시 동구 가양2동 274-2’에 있었다는 펴냄터에서 냈고, ‘서울 신사초등학교 도서실’에 있다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린이 과학’을 들려준다는 줄거리이지만, 몽땅 일본책을 훔쳤습니다. 물씬 티나는데, 이 나라 어른들은 낯빛 하나 안 바꾸면서 이런 책을 엮어서 장사를 해야 돈벌이가 된다고 여긴 마음일까요? 이런 책이 얼마나 허접한지 못 느끼면서 배움책숲(학교도서관)에 들인 길잡이는 어떤 눈길일까요? 어디부터 뜯어고쳐야 할까요. 무엇부터 갈아엎어야 하나요. 지나갔으니 없던 일로 여기거나 지울 수 없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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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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