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30.

숨은책 906


《유시민과 함께 읽는 헝가리 문화이야기》

 유시민 글

 푸른나무

 2000.7.22.



  하늬녘에 깃든 헝가리라는 나라에서 나고자란 숱한 사람 가운데 둘을 곧잘 떠올리곤 합니다. 한 사람은 ‘로버트 카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일라(Ylla)’입니다. 두 사람은 헝가리에서 태어났지만, 두 빛그림을 헤아릴 적에 ‘헝가리스럽다’고 느끼거나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두 빛결에 서린 숨소리와 손길과 마음꽃을 읽을 뿐입니다. 《유시민과 함께 읽는 헝가리 문화이야기》라는 책이 있어서 읽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쩜 이렇게 헝가리를 비아냥에 삿대질로 깔아뭉갤 수 있는지, 눈을 비비고 다시 읽었는데, 그저 아무 말이 안 나오더군요. 어느 나라나 어수룩하거나 얼뜬 사람이 있고, 참하거나 어진 사람이 있습니다. 엉성하거나 뒤틀린 사람이 있고, 착하거나 밝은 사람이 있어요. 그렇지만 유시민 씨는 헝가리를 깎아내리고 싶은 듯하더군요. “헝가리인은 서유럽 사회에 잘 보이려고 무진장 애쓴다(10쪽).”, “헝가리인은 언제나 비관적이다(14쪽).”, “헝가리인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종족이다(25쪽).”, “정조 관념이 높아서가 아니라 너나없이 바람을 피우기 때문이다(51쪽).”, “여자가 남자보다 내숭을 더 많이 떤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일 뿐이니까(51쪽).” 같은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쏟아집니다. 이처럼 얕고 고약하고 덜된 붓끝으로는 사람길하고 그저 멀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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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30.

숨은책 907


《고양이 라면 1》

 소시니 켄지 글·그림

 오경화 옮김

 학산문화사

 2009.12.25.



  어떤 밥을 얼마나 먹어야 입이 안 짧다고 여길 만한지 잘 모릅니다. 모든 숨결은 다르기에 받아들이는 다른 숨결이 다릅니다. 해바람비만으로도 넉넉할 수 있고, 다른 목숨붙이를 고기밥으로 삼아야 할 수 있습니다. 풀 한 줌으로 넉넉할 수 있고, 닭이나 오리나 메추리가 베푸는 알을 누리고 싶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 라면》은 모두 여섯 자락으로 나오고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짤막짤막 끊는 줄거리로 오래 이은 그림꽃입니다. 그냥 수수하게 튀김국수를 끓일 마음이 아닌, 늘 뭔가 다르게 국수를 삶거나 튀기려고 하는 고양이가 사람들하고 어우러지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고양이 손으로도 국수를 합니다. 고양이도 사람하고 말을 섞고 생각을 나눕니다. 맛이 있거나 없거나 서로 헤아리려는 마음이 흐릅니다. 터무니없다고 여겨 웃어넘길 수 있고, 이런 삶이 있겠구나 하고 곰곰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안 나빠요. 그저 밥살림을 딱 자르거나 담을 안 세우면 됩니다. 으리으리 잔칫밥이어야 푸짐하지 않아요. 놀랍게 차려내어야 즐겁지 않아요.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서 수다꽃을 펼 적에 즐겁습니다. 국 하나에 밥 한 한 그릇 놓고서 두런두런 웃음꽃을 피울 적에 하루가 넉넉해요.


#KenjiSonishi #そにしけんじ #猫ラ?メン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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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08


《소년탐정 김전일 1》

 카나리 요자부로 글

 사토 후미야 그림

 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5.11.29.



  나라를 차갑게 가둔 굴레를 걷어내려는 들물결이 한켠에 있었다면, 다른켠에는 아이들을 가두고 때리고 짓누르는 불수렁이 있던 지난날입니다. 《어깨동무》나 《새소년》에 이어 《소년중앙》이나 《보물섬》이나 《만화왕국》이 나오고, 《르네상스》와 《하이센스》가 나올 무렵만 해도, 일본 그림꽃은 아예 발을 못 디뎠습니다. 다만, 적잖은 우리 그림꽃은 일본 그림꽃을 베끼거나 훔쳤더군요. 이러다가 《아이큐 점프》가 나오면서 일본 그림꽃을 ‘그린이 이름’을 또렷이 밝히면서 거의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나라도 삶도 살림도 말도 다르니 붓끝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쉽게 받아들인 일본 붓결도 있지만, 마흔 해가 지나도록 도무지 못 받아들이는 일본 붓결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소년탐정 김전일》은 안 쳐다본 그림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첫자락부터 자주 나오는 “그, 글쎄! 난 탐정이 될 생각은 별로. 오리에, 너! 가슴이 참 크구나(27쪽)!” 같은 말이나 그림이나 얼거리는 예나 이제나 거북합니다. 일본은 요즘도 이런 응큼질을 아직 버젓이 담는 듯싶지만, 삶도 살림도 아닌 그저 꼰대질에 멍청짓일 뿐이라고 느껴요. 함께 실마리를 찾고, 나란히 삶빛을 바라보는 얼거리가 아닌 책이 너무 많이 쏟아집니다. 불수렁은 사라졌지만.


ㅅㄴㄹ


《소년탐정 김전일 1》(카나리 요자부로·사토 후미야/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5)


그 김전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 김전일 그놈을 좋아하진 않겠지

→ 김전일 녀석을 좋아하진 않겠지

7쪽


소도구 망가뜨리지 않도록 조심해

→ 살림 망가뜨리지 않도록 살펴

→ 연장 망가뜨리지 않도록 헤아려

4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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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67


《캐테 콜비츠와 魯迅》

 정하은 엮음

 열화당

 1986.12.15.



  쓰러지는 중국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린 루쉰(노신) 님이고, 어리석게 총칼로 춤추는 독일을 쳐다보며 안타까워 발을 구르던 캐테 콜비츠 님입니다. 루쉰과 캐테 콜비츠는 만난 적이 없지만, 비슷한 물결을 서로 다른 나라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우두머리는 아름길 아닌 멍청한 굴레를 뒤집어쓰면서 치닫는데, 숱한 사람들은 거의 넋놓고서 우두머리를 좇았습니다. 총칼은 언제나 총칼을 일으킵니다. 총칼은 꿈도 사랑도 안 일으킵니다. 총칼은 서울도 시골도 무너뜨리고, 들숲을 망가뜨리고, 사람들 사이를 갈가리 찢어요. 루쉰 님은 글자락으로, 캐테콜비츠 님은 그림자락으로, 저마다 제 나라 이웃을 일깨우기를 바랐습니다. 총칼 아닌 쟁기를 들어 흙을 일구어야 한다고 외친 두 사람입니다. 총칼 아닌 포대기로 아기를 품고서 돌봐야 한다고 노래한 두 사람입니다. 《캐테 콜비츠와 魯迅》은 오직 미움이 불길처럼 치솟으면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려 드는, 그런 끔찍한 수렁에서 씨앗(어린이·푸름이)을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두 사람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 들려줍니다. 오늘날에도 매한가지입니다. 작은날개(드론)를 띄워 서로 치고받으면 누가 다칠까요? 큰날개(미사일)을 쏘아 서로 다투면 누가 죽을까요? 그저 모두 무너집니다. 참사랑을 들려주는 어진 목소리를 누구보다 푸름이가 듣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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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866


《해협, 한 재일사학자의 반평생》

 이진희 글

 이규수 옮김

 삼인

 2003.9.20.



  열여덟 살 즈음에는 어떤 책을 읽으면 어울리려나 돌아보곤 합니다. 열여덟이란, 으레 ‘고2’라 일컫고, 배움수렁(입시지옥)이 코앞입니다. 이무렵이면 어느새 책을 내려놓고서 셈겨룸(시험)만 헤아리기 일쑤예요. 그런데 이무렵만 책을 내려놓지 않더군요. 열여덟 살 즈음 책을 내려놓는 푸름이는 스무 살을 맞이하고 서른 살에 이르도록 책을 안 가까이하더군요. 아무리 셈겨룸을 치러야 하더라도, 책을 턱 놓으면 그때부터 마음이 메마르게 마련이에요. 열여덟 살뿐 아니라 열아홉 살에도, 커다란 셈겨룸을 앞두고도, 마음을 사랑으로 새롭게 숲빛으로 토닥이는 책을 곁에 둘 노릇이라고 여깁니다. 《해협, 한 재일사학자의 반평생》은 2003년에 한글판이 나옵니다. 이진희 님은 일본한겨레(재일조선인)입니다. 일본에서 살며 일본글로 책을 썼어요. 우리 발자취를 살피고 밝히는 길을 걷는 동안, 더구나 일본에서 살며 이 일을 하기 때문에 어떤 가시밭길에 수렁에 고비를 넘나들어야 했는지 차곡차곡 풀어냅니다. 글꽃(문학)은, 이웃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피면서 새삼스레 묶습니다. 삶글은, 피땀과 눈물노래를 오롯이 들려줍니다. 여러모로 보면 《해협》 같은 삶글이 외려 푸른글꽃(청소년문학) 같습니다. 모진 너울을 맨몸으로 받아들이며 빙그레 웃고 다시 한 발짝씩 나아가는 하루를 보여주거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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