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내가 가질게



  마당에서 공을 던지고 차고 놀다가 작은아이가 문득 공을 둘 다 잡는다. “둘 다 내 공이야.” 누나가 “공 하나 줘.” 하고 말해도 “둘 다 내 공이야.” 하고 말하기만 한다.


  산들보라야, 누나랑 함께 놀고 싶으면 함께 놀아야지. 너 혼자만 놀 생각이니? 너 혼자만 놀 생각이면 너 혼자 공을 둘 다 품어도 돼. 너 혼자 놀 생각이 아니라면 누나한테 공 하나 건네렴.


  잘 생각해 봐. 너 혼자 놀 적에 재미있는지, 누나랑 같이 놀 적에 재미있는지. 4347.5.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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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5-27 04:31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가 공에 욕심이 생겼나봐요~
애들은 요래도 귀엽지요~ ^^

숲노래 2014-05-27 07:05   좋아요 0 | URL
살짝 이러고 놀면서 둘이 툭탁거리는데
그래도 곧 사이좋게 다시 놀도록
옆에서 잘 도와주거나 이끌어야 하기도 해요.
아무튼, 귀엽습니다~
 

아이와 지낼 때에



  아이와 지낼 때에는 오직 한 가지를 생각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가, 아이들이 즐겁게 노래하는가, 아이들이 즐겁게 잠드는가, 아이들이 즐겁게 먹는가, 아이들이 즐겁게 웃는가, 아이들이 즐겁게 …… 그러니까, 언제나 ‘즐겁게’ 한 가지를 생각한다. 우리 즐겁게 살자. 우리 즐겁게 웃고 사랑하자. 4347.5.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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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하고 치과 가기



  작은아이 어금니가 많이 썩었다. 작은아이 이를 왜 살피지 못했을까. 여러모로 내 탓이 크다. 밥차림과 아이돌보기에서 크게 모자랐다. 큰아이는 작은아이처럼 어금니가 깊게 썩으며 파고들지 않았다. 곰곰이 돌아보면, 큰아이는 곁님이 여러모로 많이 애써서 당근물이며 풀물을 많이 먹이면서 자랐다. 작은아이한테는 당근물이나 풀물을 얼마 먹이지 못했다. 꼭 이것 하나 때문만은 아니지만, 무척 크게 갈리는 대목이 되었다고 느낀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몸과 이 모두 달라질 테니까.


  작은아이는 어금니 여덟 군데를 고쳐야 하는데, 고흥읍에 있는 치과에서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적어도 순천에 있는 치과로 가야 한다. 작은아이한테는 ‘수면치료’를 해서 한꺼번에 여덟 군데를 고쳐야 한단다. 수면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살펴보니, 하루 앞서부터 천천히 몸을 재우는 약을 먹이고, 이튿날 아침에 아무것도 먹이지 않은 몸으로 치과에 가서 몸을 재우는 약을 다시 먹여서 살며시 잠들면, 이때에 비로소 이를 고친단다. 아이한테 하는 수면치료인 만큼 어른한테와 달리 잠을 천천히 재우도록 하는구나 싶다.


  작은아이 이를 고치는 데에 돈이 얼마쯤 들까? 곰곰이 헤아려 보니, 그동안 당근물을 짜서 주려고 애썼으면, 훨씬 적은 돈으로 아이 이가 튼튼하면서 몸도 씩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배우며 살아야겠다. 4347.5.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오늘은 너무 바보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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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낮과 저녁



  아침에 빨래를 한다. 바깥에 널어 말린 뒤 읍내마실을 간다. 낮에 집으로 돌아온다. 땀으로 젖은 옷을 벗고 빨래를 한다. 아침에 넌 옷가지는 걷는다. 축축한 빨래를 넌다. 해질녘까지 뛰논 아이들을 불러 씻긴다. 옷을 다 갈아입히고 빨래를 한다. 낮에 빨아서 넌 옷가지는 잘 말랐다. 보송보송한 기운을 느낀다. 저녁에 빨래한 옷가지를 널고, 낮에 빨래한 옷가지를 천천히 갠다.


  기지개를 켠다. 모처럼 하루에 세 차례 빨래를 한다. 작은아이가 기저귀를 뗀 뒤로는 하루에 세 차례 빨래를 한 일이 드물다. 작은아이 빨래가 덜 나온 뒤부터 하루에 한두 차례만 했고, 작은아이가 네 살로 접어든 뒤에는 이틀에 한 차례 빨래를 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더위가 찾아오니 빨래도 잦을 테지. 아이들은 땀을 자주 흘리고, 옷도 자주 갈아입혀야 한다. 아이들은 자주 씻어야 하고, 어른인 나도 물을 자주 만지면서 땀을 훔치고 더위를 식힌다. 4347.5.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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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입히는 어버이



  우리 집 작은아이는 언제나 누나 옷을 물려입는다. 큰아이는 가시내이고 작은아이는 머스마이지만, 두 아이 옷을 나누어 입혀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어른이 입는 옷도 이와 같다. 굳이 가시내 옷과 머스마 옷을 갈라야 하지 않는다. 그냥 입으면 된다.


  나도 그동안 헌옷으로 가시내 옷을 꽤 많이 주워서 입었다. 신문배달을 하며 혼자 살 적에, 아파트에 신문을 돌리다 보면, 아파트에 으레 있던 헌옷 모으는 통을 뒤져서 입을 만한 옷을 가져왔다. 나도 입고 지국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형도 입는다. 아파트에 신문을 넣는 다른 신문사 일꾼도 저마다 헌옷통을 뒤져서 옷가지를 챙긴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입던 고운 옷을 저도 입고 싶다. 그런데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 고운 옷, 바로 치마를 저한테 입혀 주려 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네 살 작은아이는 울며 불며 떼를 쓰면서 누나 치마를 빼앗으려 한다. 누나가 안 입는 작은 치마를 작은아이한테 건넨다. 작은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빙그레 웃는다. 누나 치마를 입고는 좋아서 방방 뛴다.


  고운 빛이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치마이니, 작은아이가 입고 싶어 할 만하다고 느낀다. 색동저고리를 가시내만 입는가, 사내도 함께 입는다. 치마이고 아니고를 떠나, 아이들로서는 무지개와 같이 고운 옷을 입으며 고운 마음이 되고프리라 느낀다. 4347.5.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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