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안 잡히는 책

무엇을 배워야 할는지 모른다면 손에 책이 안 잡힌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모르니 손에 책을 못 쥔다. 이도 저도 아닌 채 쳇바퀴를 도니까 스스로 눈을 틔우지 못하고, 마음도 열지 못하는 바람에, 그만 책뿐 아니라 사람도 삶도 사랑도 슬기도 읽지 못하기 일쑤이다. 2019.4.3.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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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누가 문득 묻는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내가 어릴 적에 어떻게 지냈는가를 돌아본다. 어린 모든 날이 아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다. 오늘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가를 되새긴다. 두 아이를 낳아 돌본 나날이 쏜살처럼 흐르고 지나간다. “어린이는 사랑으로 돌보면서 함께 배우는 나날을 지으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무엇보다 ‘어린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다시 생각하면 좋겠어요. 저는 ‘어린이’를 ‘놀며 배우고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하루가 되려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이 뜻풀이대로 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 어디에서도 환하게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면서 자랄 수 있도록, 곁에서 어버이요 어른 구실을 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9.4.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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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아닌 막질

어른들이 ‘갑질’거리니 아이들도 이 말씨를 따라서 쓴다. 그런데 아이들은 ‘갑 을 병 정’이 뭔지 알까? 아이들은 이런 말씨를 둘레에서 듣고 따라쓸 만할까? 바보스러운 짓을 한다면 ‘바보짓·바보질’이라 하면 된다. 멍청한 짓을 한다면 ‘멍청짓·멍청질’이라 하면 된다. 막된 짓을 한다면 ‘막짓·막질’이라 하면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 몸짓에다가 말씨까지 고스란히 배운다. 너랑 나 사이가 아닌 터라, 이를 갑이나 을이란 이름으로 가르니까 ‘갑질’이 되는데, 너랑 나를 아끼는 사이라면 ‘너나들이’가 되고 ‘동무’로 지내니, 바야흐로 ‘어깨동무’를 한다. 막짓이나 막질은 힘센 쪽에서 한다고들 여기는데, 힘센 쪽이라기보다 돈줄을 쥔 쪽에서 한다고 해야 옳지 싶다. 가게에서 누가 막짓이나 막질을 할까? 때로는 ‘손님’이란 ‘-님’이 붙은 이가 한다. 때로는 ‘가게임자’라고 하는 ‘-임자’가 붙은 이가 한다. 어느 한쪽에서만 막짓이나 막질을 하지 않는다. 서로 고운 님이요 임자로 여기지 못하는 마음에서 이런 짓이 퍼진다. 님이자 임자가 아닌, 놈이나 년으로 여기니 막짓에 막질이 된다. 나도 님이고 너도 님이다. 서로 님이다. 남남으로 갈라 년놈으로 삿대질하기에 막짓에 막질이요, 너랑 나랑 사이좋게 하루를 지으면 어깨동무하는 이웃이다. 2019.4.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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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아닌 책지기

도서관에서 일하면 ‘사서’라 하고, 책집에서 일하면 ‘점원’이라 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면 ‘직원’이라 한다. ‘사서·점원·직원’이란 한자말 이름을 그냥 쓸 수도 있을 테지만, 나는 새이름을 그린다. 도서관에서도 책집에서도 출판사에서도 모두 ‘책’을 다루되, 이 책을 아끼거나 사랑하면서 돌보려는 손길이자 숨결일 테니 ‘책지기’라 이야기하고 싶다. 이러면서 더 생각한다. 사서 아닌 ‘도서관 책지기’라면, 도서관을 어떻게 꾸릴 적에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울까 하고. 첫째, 책지기는 ‘갖출 책’을 알아보고서 사들여 두는 일꾼. 둘째, 사람들이 ‘구입 희망 도서 신청’을 한대서 아무 책이나 받아들이지 않고 알맞게 가릴 줄 아는 일꾼. 셋재, 대출 실적이 없더라도 서른 해를 넘고 쉰 해를 넘으며 백 해를 넘도록 도서관에 건사할 만한 책을 지키거나 보살피면서 둘레에 알릴 수 있는 일꾼. 넷째, 도서관에 굳이 둘 만하지 않은 책을 사람들이 ‘갖춰 달라고 바랄’ 적에 ‘그런 책은 스스로 사서 읽으셔요’ 하고 상냥하게 잘라말할 줄 아는 일꾼. 다섯째, 만화책이나 사진책을 얕보지 않을 뿐 아니라, 겉모습이나 이름값으로 책을 바라보지 않고, 속에 담은 넋하고 이야기로 어떤 빛이 있는 책인가를 눈여겨보고 솎아낼 줄 아는 일꾼. 이 다섯 가지 매무새일 적에 비로소 도서관 책지기라고 여긴다. 2019.4.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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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혐일

《앤의 마고마고 도서랜드》라는 만화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재미없고 생각날개가 밑바닥인 만화가 다 있나 싶어 혀를 내둘렀다. 겉보기로는 만화이되 도무지 만화라고 여길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 만화를 그린 히구치 타치바나라는 분은 ‘혐한 작가’라고 하네. 한국을 끔찍히 싫어하는 이이 만화라면 안 읽겠다는 분도 있고,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분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보겠지. 다르게 보니까 엉뚱하게 토를 달면서 ‘혐한’ 같은 말을 일삼으면서 뜬금없이 깎아내리리라. 곰곰이 보면 한국이든 일본이든 못난이는 못난이 짓을 한다. 아름이는 아름이다운 꽃일을 한다. 한국사람이라서 더 낫지 않고, 일본사람이라서 덜떨어지지 않다. 친일파란 이는 한국사람이지 일본사람이 아니다. 한국 역사나 사회나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가꾸며 사랑하는 일본사람도 무척 많다. 히구치 타치바나라는 분 만화책을 여러 가지 읽는 동안, 이이가 어떤 마음결이나 눈길인지 몰랐으나, 만화로만 볼 적에 너무 재미없었다. 꼭 그러하지는 않을 텐데, 코앞에 있는 이웃나라를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 얕은 마음결이나 눈길인 터라, 만화라는 생각날개를 활짝 꽃피우는 길하고도 멀어지지 않을까? 무턱대고 싫어하는 눈에 봄꽃이 보일 턱이 없다. 마냥 손사래치는 마음에 들딸기 맛난 맛이 스며들기 어렵다. 눈길을 틔워야 생각이 활개친다. 마음을 열어야 글길도 그림길도 사진길도 살림길도 열고, 이러면서 사랑길을 새롭게 지을 만하다. 2019.4.3.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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