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9.


《통통통 털실 네 뭉치》

 오오시마 타에코 글·그림/김정화 옮김, 아이세움, 2008.8.20.



저잣마실을 하려고 옆마을로 걸어가서 버스를 탄다. 볕은 넉넉한데 바람이 세차다. 볼일을 마치고서 읍내 냇가에 있는 걸상에서 다리를 쉬면서 버스를 기다린다. 사람이 뜸한 때에 맞추어 나왔기에 사람은 틀림없이 뜸한데, 여기도 저기도 시끄럽다. 뜯고 부수고 뚝딱거리는 쳇바퀴 같다. 집으로 돌아오니 온몸이 결린다. 옆밭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를 지켜보느라 한결 고단하다. 마음을 안 틔우고서 힘을 거머쥐려고 하는 이는 그분 스스로 지칠 텐데, 꿈을 어떻게 그리면서 스스로 꽃으로 피어나는지 배운 적이 없을 수 있고, 배워서 자라려는 마음이 없을 수 있다. “배우기를 멈추면 죽음”인 줄 알아차리지 않으니 늙어간다. 《통통통 털실 네 뭉치》를 되읽었다. 이 아름책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적어서 일찌감치 판이 끊겼다. 글하고 그림이 참으로 고운데, “꾸며낸 그림”이 아닌 “가꾼 그림”인데, “꿈을 가꾸는 길”을 바라보려고 한다면, 이 그림책을 품으려 할 테고, “꾸며낸 틀로 꾹 닫으려는 쳇바퀴”로 맴돈다면 이 그림책을 찾아내려고 헌책집을 마실하는 일이란 없으리라. 다만,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이 있으니, “나온 적 있다”는 대목을 가슴으로 폭 안으려 한다.


#おおしまたえこ #大島妙子

#ミドリちゃんとよっつのけい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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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자서전 -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 - 체 게바라 전집 1, 개정판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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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9.

다듬읽기 195


《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박지민 옮김

 황매

 2004.12.31.



  《체 게바라 자서전》(체 게바라/박지민 옮김, 황매, 2004)이라고 하는 이름이 붙은 꾸러미는 ‘자서전’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74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체 게바라 님이 쓴 글”이 나오고, 한 줌쯤 되는 줄거리를 마친 뒤에는 “체 게베라 만남글(인터뷰)”을 줄줄이 붙입니다. 기림글(추천글)을 왜 이다지도 길게 붙여야 하는지 알쏭할 뿐 아니라, 옮김말도 영 사납습니다. 글님은 일본 한자말도 일본말씨도 옮김말씨도 안 썼을 텐데, 왜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말씨를 다 잊어버린 채 뒤죽박죽으로 옮겨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옮긴다’고 할 적에는 ‘글님 마음’을 ‘글님이 살아가는 터전에서 어떤 눈높이와 살림결로 폈는가’를 읽어서 이어야 어울립니다. 이웃말만 외울 적에는 우리말로 못 옮기겠지요. 우리말은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습니다. 이웃말은 이웃나라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습니다. “무늬만 한글”이 아닌, “알맹이가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인 말”로 옮기기를 빕니다.


ㅅㄴㄹ


#CheGuevara #SelfPortraitCheguevara



이것은 내가 첫 여행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 내가 처음 길을 떠나던 이야기다

→ 내 처음 마실을 나선 이야기다

74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으며

→ 우리는 얘기를 했으며

→ 우리는 말꼬를 텄으며

77


그리고는 곧장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출발했다

→ 그러고는 곧장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떠났다

→ 그러고서 마지막인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나섰다

82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 그다지 대단하지 않게 여길 만하다

→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90


그 장엄한 아름다움은 푸른 숲으로 뒤덮인 언덕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푸르게 뒤덮인 언덕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 언덕은 푸른숲인데 무척 아름답다

→ 푸른숲 언덕은 아름답고 어마어마하다

91


이웃한 숲들로 이루어진 산속 오솔길들이 차례로 이어져 있다

→ 숲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이 잇달아 나온다

→ 숲을 지나는 오솔길로 이어갔다

91


한 병동에서 푹 쉴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나의 의학 지식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 돌봄칸에서 푹 쉴 수 있으나, 먼저 돌봄길을 선보여야 했다

→ 돌봄칸에서 푹 쉴 수 있으나, 아픈이를 먼저 돌보아야 했다

92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 이 모두를 얘기하자면 오래 걸린다

→ 이 모두를 말하자면 한참 걸린다

99


연두 빛이 나는 경사면에 위치해 있었는데

→ 옅푸른 비탈에 있는데

→ 옅푸른 고갯길에 있는데

→ 옅푸른 언덕에 있는데

105


거구의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이다

→ 크고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이다

105


우리의 코를 애무하는 듯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태고의 숲이 에워싸고 있는

→ 우리 코를 쓰다듬는 듯한 풀내음을 맡으며 오래숲이 에워싸는

→ 우리 코를 매만지는 듯한 푸른내를 맡으며 오래숲이 에워싸는

→ 우리 코를 간질이는 듯한 푸른냄새를 맡으며 옛숲이 에워싸는

111


길 위의 먼지를 온통 뒤집어쓴 우리의 행색에서 이전의 귀족적 풍모를 찾아내줄 사람은 없었다

→ 길바닥 먼지를 뒤집어쓴 우리 꼴에서 벼슬아치 같은 빛을 찾아낼 사람은 없다

→ 길에서 먼지를 온통 쓴 우리 꼬라지에서 멋스런 모습을 찾아낼 사람은 없다

114


새로운 땅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잉카인들은 자신들의 강력한 제국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 새땅을 애타게 바라던 잉카사람은 나라가 높이 솟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 새터를 뜨겁게 꿈꾸던 잉카사람은 나라가 힘차게 뻗는 길을 지켜보았고

129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몇 마디의 의미 없는 말들이 오가는 대화는 주춤거리기 시작해 서로 각자의 길로 떠나려던 참이었다

→ 안쪽을 건드리지 않는 몇 마디 덧없는 말이 오가다가 주춤거리며 서로 헤어지려던 참이다

→ 울타리를 넘보지 않는 몇 마디 뜻없는 말이 오가다가 주춤거리며 다들 갈라서려던 참이다

142


민중은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데

→ 사람들은 넘어져 보아야만 배울 수 있는데

→ 들꽃은 거꾸라져 보아야만 배울 수 있는데

142쪽


오늘은 훌륭한 조언을 해주는 좋은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 오늘은 훌륭히 귀띔하는 상냥한 할아버지가 된 듯하다

→ 오늘은 훌륭히 말씀하는 착한 할아버지가 된 듯하다

211쪽


단식투쟁에 관해서는 어머니가 완전히 틀리셨어요

→ 굶기싸움은 어머니가 아주 틀리셨어요

→ 어머니는 밥굶기싸움을 잘못 보셨어요

213쪽


박애주의 단체의 회원들은 농부들의 죽음이 미국정부 내에 있는 자기 동포들이 지원한 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 이웃사랑 모임 사람들은 미국에 있는 제 겨레가 돈을 댄 총칼에 논밭지기가 죽은 줄 알까

224쪽


누가 그의 육체적 존재를 없앴는가

→ 누가 그를 죽였는가

→ 누가 그이 몸을 박살냈는가

2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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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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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9.

다듬읽기 196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1.9.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을 펴면, 첫머리는 글님이 어릴 적부터 겪은 쓴맛과 멍울과 생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구나 싶다가, 어느새 글이 갈팡질팡 길을 잃는 듯싶습니다. 이모저모 꾸미거나 덧붙이려 들면서 들쑥날쑥합니다. “나이만 드는 사람”은 ‘어른’이 아닙니다. “철이 드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어른이 되는 길이 서글플 까닭이 없습니다. 철이 들어 눈이 밝고 마음을 틔울 적에는 늘 스스로 생각하는 숨빛으로 사랑을 펴게 마련입니다. 철이 안 들고 나이만 먹기 때문에 ‘늙’으며, 이렇게 늙은 몸으로 뒹굴 적에는 서글플 수 있겠지요. ‘어른’은 말을 꾸미거나 감추지 않습니다. 어른은 수수하고 쉽게 숲빛으로 글을 살리고 가꿉니다. 어른이 아니기에 쉬운말을 안 쓸 뿐 아니라, 겉치레하고 허울을 자꾸 붙이려고 하더군요.


ㅅㄴㄹ


신기하게도 흐리멍덩한 잔상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 흐리멍덩하던 일을 글로 쓰는데 놀랍게도 조금씩 뚜렷이 떠오른다

→ 마음에 남아서 글로 쓰는데 믿기지 않지만 조금씩 또렷이 생각난다

10


마음속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만점을 주었다

→ 마음으로 되씹으며 한목소리로 으뜸을 매겼다

→ 마음으로 살피며 다같이 첫째로 매겼다

20


배드민턴 라켓 없는 집이 없었던 것처럼

→ 깃공치기 채가 없는 집이 없었듯이

23


나 역시도 재미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 나도 재미는 생각하지 않는다

25


중요한 건 그래서 누가 이겼냐이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따진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들여다본다

25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 거의 서른 해 일이다

→ 거의 서른 해가 됐다

32


첫 시합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시원하게 케이오를 당했다

→ 첫판 첫마당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드러누웠다

→ 첫겨룸 첫마루를 열면서 바로 시원하게 뻗었다

41


그것을 이별이라 부르기도 애매해다. 기본적으로 늘 떨어져 있다

→ 헤어졌다고 하기도 어설프다. 늘 떨어졌다

→ 갈라섰다고 하기도 멋쩍다. 늘 떨어졌다

51


그 도시의 어느 돈가스 가게에 앉아 있었다

→ 그 고장 어느 돼지튀김 가게에 앉았다

51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야

→ 마음이 아니야

→ 마음힘이 아니야

58


한 명은 단란주점에 다닌다는 소문이 있는 여자애였다

→ 하나는 노닥술집에 다닌다고 하는 가시내였다

→ 하나는 노닥가게에 다닌다는 말이 있는 아이였다

67


살면서 예측하지 못한 시련에 부딪혀 고난을 겪을 때마다

→ 살면서 뜻하지 못한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 살면서 생각지 못한 벼랑에 부딪힐 때마다

90


할아버지의 등장을 알리는 것은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동요 소리였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물가물 노랫소리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늘게 놀이노래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101


당시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경험은커녕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행을 많이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겪기는커녕 꿈도 못 꿀 만한 뜬금짓을 자주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해보기는커녕 어림도 못 할 짓을 자주 저질렀다

111


이미 나의 덜 떨어짐이 평소의 행실로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 이미 늘 덜떨어진 내 모습이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지만

113


학교 대표로 여기저기 사생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 배움터에서 뽑혀 여기저기 그림잔치에 가곤 했다

127


너무 어린 것인지, 밤눈이 어두운 건지

→ 너무 어린지 밤눈이 어두운지

141


내가 근로장학생 일을 한 것은 단지

→ 내가 배움일꽃을 맡은 뜻은 그저

→ 내가 배움일꾼을 한 까닭은 그냥

147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내가 물었다

→ 한동안 조용했고 내가 물었다

→ 살짝 말이 없고 내가 물었다

1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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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스콜라 창작 그림책 7
윤여림 지음, 안녕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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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8.

그림책시렁 1383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윤여림 글

 안녕달 그림

 위즈덤하우스

 2017.7.20.



  엄마 혼자 아기를 못 낳습니다. 아빠 혼자 아기를 못 낳습니다. 엄마아빠는 둘이 사랑으로 만나서 살림을 짓는 사이일 적에 아기를 낳습니다. 딸이든 아들이든 사랑이어야 낳습니다. 비록 웃사내질이 바보스레 판치기도 했고, 아직 또아리를 틀지만, 스스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마음에 심고 살림으로 펴고, 그야말로 사랑으로 속삭일 적에는, 굴레도 웃사내질도 겉치레도 허울도 눈속임도 녹여냅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는 오늘날 서울살이하고는 걸맞을 수 있겠다고 느끼지만, ‘사랑살림’하고는 멀구나 싶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묻고 이웃한테 묻습니다. 왜 아이를 자꾸 학원에 보내려 하나요? 왜 아이를 자꾸 집밖으로 내몰고, 엄마아빠도 집밖에서 맴돌려 하나요? 우리나라 배움터는 ‘배움터’인가요, 아니면 ‘배움수렁’인가요? 나이에 맞추어 뭘 가르치거나 어딜 보내야 한다는 틀은 그야말로 틀렸고, 뒤틀렸고, 비틀렸습니다. 몇 살에 뭘 해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스무 살에 뭘 하거나 마흔 살에 뭘 해야 하지 않습니다. 꿈을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하루를 늘 새롭게 살아내기에 살림빛으로 피어납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만난다”고 해야 맞습니다. 마음으로 마주하기에 만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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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스테파니 올렌백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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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8.

그림책시렁 1384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스테파니 올렌백 글

 데니스 홈즈 그림

 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17.4.21.



  예부터 모든 어버이는 글로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말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남기고 폈습니다. 요즈음 여러 어버이는 글로 하루를 남깁니다. 누구나 누릴 글이니 하루도 오늘도 이야기도 살림도 적을 만합니다. 그런데 글을 앞세우노라면 말을 잊기 쉬워요. 꼭 글로 써야겠다고 여기면 그만 살림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말이 바탕입니다. ‘이야기 = 잇는 말 = 주고받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서로 마음을 말로 잇기에 ‘이야기’입니다. 먼저 두런두런 말을 나누는 하루를 보내고서, 이 말을 마음에 담으면, 언제라도 새록새록 떠올려서 글로 옮길 수 있습니다.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은 “If I Wrote a Book About You”를 옮겼을 텐데 어설픕니다. “내가 너를 글로 쓴다면”이나 “내가 네 얘기를 쓴다면”쯤으로 풀어야 알맞습니다. 또는 “엄마가 너를 글로 담는다면”이라 할 만해요. 말을 말답게 차리고 추스를 줄 알 적에 글도 빛납니다. 우리말결을 모르거나 등진 채 글부터 쓰거나 익히려 하면 그만 뒤틀려요. 엄마도 아빠도 아이를 사이에 두기에 어버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습니다. 바깥일만 하는 이는 어버이가 아닙니다. 집안일에 얽매여도 어버이가 아닙니다. 함께 일하고 놀고 쉬며 노래하는 마음으로 말꽃을 피우는 사람이 어버이입니다.


#IfIWroteaBookAboutYou

#StephanyAulenback #DeniseHolmes

2014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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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그림책은 '엄마' 아닌 '나'로서

아이를 지켜보는 얼개인데

'엄마'로 책이름을 바꾸면

'아빠'는 아이하고 멀 수밖에 없다.

책이름을 섣불리 바꾸거나 붙이면 그림책도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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