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9.


《요정이 있는 정원》

 코다마 유키 글·그림/강소정 옮김, 문학동네, 2021.4.15.



읍내 나래터를 들러 저잣마실을 한다. 바람이 세차다. 비구름이 흩날리면서 빗물을 뿌릴 동 말 동하다. 해가 나오다가 숨는다. 먼지떼를 쓸어내려는 듯싶다. 매나무는 꽃잎이 다 떨어졌고, 수유나무는 꽃잎이 고스란하다. 나무마다 다른 잎빛과 숨결을 헤아린다. 날마다 새삼스러운 구름결을 읽는다. 하루를 잇고, 살림을 추스른다. 《요정이 있는 정원》을 아이들하고 함께 편다. 아쉬운 꼭지도 있으나, 이만 하면 손꼽을 만큼 살림노래를 품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림님이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사랑타령’이 아닌 ‘사랑’으로 고스란히 스밀 만한데, 자꾸 ‘사랑’이 아닌 ‘사랑타령’으로 기울려고 한다. 왜 구태여 보임꽃(영화·연속극)을 짜내려고 할까? 그저 글·그림으로 넉넉하다. 넉넉히 아름다운 글·그림이기에 나중에 보임꽃으로 나올 수도 있다. 어느 뜰에건 빛님이 있다. 서울 한복판이건 숲이건 바다이건 어디에나 빛살이 흐른다. 빛님을 알아보려는 눈이 있고, 빛님을 등진 눈이 있다. 별은 날마다 돋지만 안 쳐다보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아무리 매캐한 서울에서라도 별을 그리는 마음이 있다. 구름이 덮으니 “별이 없”지 않고, 하늘이 뿌옇기에 “별이 없”을 수 없다.


#小玉ユキ #ちいさこの庭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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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8.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윤복 글·이희재 그림, 청년사, 2004.4.8.



앵두나무 꽃망울이 올라오는 둘레로 제비꽃이 고개를 내민다. 바닥꽃이요 앉은꽃이며 봄맞이꽃인 제비꽃이다. 냉이꽃도 코딱지나물도 봄까지꽃도 잣나물꽃도 나란히 사랑스러이 봄꽃이다.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을 치우고서 고흥교육청 손님을 맞는다. 2011년부터 벌써 열네 해째이지만, 고흥교육청 손님은 우리 책숲에 와서 “책을 들여다본 일”이 아예 없다. 벼슬꾼(공무원)이라지만, 이런 눈썰미나 매무새로 고흥 어린히·푸름이한테 무엇을 이바지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고흥교육회의 이웃님이 나란히 앉으니 벼슬꾼 목소리가 다르다. 마을과 시골과 배움길과 책숲이라는 빛씨앗을 차근차근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되읽는다. 요즈음 어린이한테는 읽히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우리가 지나온 한때를 아로새긴 애틋한 삶자국이다. 가난하건 안 가난하건 이웃하고 동무를 등지면서 차디찬 우두머리한테 굽신거리던 지난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글자락이라고 하겠다. 글을 남긴 이윤복 님은 그리 오래 살지 못 했단다. 조용히 흙으로 돌아갔다지. 이승에 땀을 쏟고 꿈을 싣고 사랑을 심으려고 애쓴 발자국이 모여서 마을과 보금자리와 숲을 이룬다고 본다. 자, 등허리를 펴자. 몸을 주무르면서 펴고, 밤빛을 맞이하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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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7.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로알드 달 글·퀸틴 블레이크 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0.3.25.



부산 동광동에서 버스를 탄다. 오늘은 아침부터 볕이 넉넉해 거의 여름이라 할 만하다. 버스에서 미닫이를 여는 분이 있고, 나도 연다. 그러나 이 놀라운 볕날에도 두툼하게 껴입고서 “춥다!”고 외치는 분이 많다. 해를 등지니 춥겠지.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벌써 찬바람을 튼다. 미닫이가 없는 시외버스는 볕이 듬뿍 스미기에 찬바람을 안 틀면 찜통이다. 볕을 쬐며 거닐면 첫봄볕이 따끈따끈 스밀 텐데, 볕을 멀리하며 두툼옷으로 가리니 스스로 목숨을 갉는 셈이다.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아이들하고 되읽다. 〈웡카〉를 여러 벌 본 아이들이 이 책을 가만히 짚으면서 보임꽃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대목을 얘기한다. 보임꽃에서 모두 담아내지는 않는다지만, 여러모로 보면 글님이 꿈꾸거나 바라는 길하고 먼 어느 부스러기를 짚기 일쑤라고도 할 만하다. 로알드 달 님은 ‘찰리’ 이야기를 왜 썼을까? 까마득히 예전에 이 이야기로 온누리 어린이하고 어른한테 어떤 살림빛을 비추려고 했을까? 언제나 아주 수수한 곳에 실마리가 있고, 아주 너르거나 흔하다고 여기는 데에 열쇠가 있다. 아주 쉬운 말 한 마디에 빛씨앗이 있으니, 어렵게 꾸미거나 씌우려고 하는 이들은 늘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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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드래곤 2 - S코믹스 S코믹스
미요시후루마치 지음, 윤선미 옮김, 시마다 리리 원작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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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4.14.

아이도 어른도 자란다



《부엌의 드래곤 2》

 시마다 리리 글

 미요시 후루마치 그림

 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2.16.



  《부엌의 드래곤 2》(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을 천천히 읽고서 되읽습니다. 요사이는 이만 한 그림꽃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조금씩 맛보듯 읽고서, 가늘게 한숨을 고르면서 처음부터 또 읽고 다시 읽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새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그림이 꽤 많고, 퍽 읽히고 팔리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숱한 ‘웹툰’은 그림감이나 줄거리가 매우 좁아요. 온누리를 두루 바라보거나 헤아리는 눈썰미가 서툴면서, ‘사람만 살지 않는 푸른별’을 고루고루 그림꽃으로 담아내는 길로는 다가서지 못 한다고 느낍니다.


  다만 웹툰만 눈이 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눈이 좁으니, 글도 좁고 그림도 좁고 그림꽃도 좁고 웹툰도 좁을 뿐입니다. ‘사회·문화·정치·경제·종교·문학·철학·과학’ 모두 자꾸만 좁게 나아간달까요.


  우리말을 살피면, ‘좁다 = 좋다’입니다. 두 낱말은 밑동이 같습니다. 좁기에 좋아하고, 좋아하니 좁습니다. 두루 품거나 헤아리는 길이라면 ‘좋아하’지 않고 ‘사랑’합니다. 어느 하나만 콕 집어서 바라보려 하기에 ‘사랑’이 아닌 ‘좋아하는’ 굴레에 스스로 가둡니다.


  하나로 좁혀서 좋아하는 이들을 ‘전문가’라고 합니다. ‘전문가’인 분들은 어느 하나는 솜씨가 있을는지 모르나, 다른 곳에서는 서툴고 엉성하기 일쑤입니다. 이를테면 ‘의학 전문가’이면서 살림을 잘 하는 이는 참 드뭅니다. ‘문학 전문가’이면서 아기를 잘 돌보는 이는 참 드물어요. ‘정치 전문가’이면서 어깨동무(성평등)를 삶으로 선보이는 이도 그야말로 드뭅니다.


  한자말 ‘전문가’를 우리말로는 ‘꾼’이라 합니다. 꾸릴 줄 알거나 일굴 수 있기에 ‘꾼’일 텐데, 오늘날 꾼은 좋아하는 하나만 ‘꾹’ 눌러서 들어가느라, 막상 둘레나 이웃이나 숲이나 온누리를 헤아리는 눈빛을 잊고 잃었습니다.


  《부엌의 드래곤》은 그림 하나만 좋아하려고 하던 젊은이가 어떻게 ‘좁은’ 눈길을 스스로 벗고서 ‘사랑’이라는 길을 찾아나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젊은이는 처음 태어난 나라에서는 설자리가 없어서 멀디먼 나라까지 배움길을 갔습니다. 어디에서든 그림만 붙잡으면 좋다고 여겼으니, 제 나라에서 일자리를 못 찾더라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멀디먼 나라에 깃드는 동안 낯선 아이가 찾아왔고, 낯선 아이인 ‘미르’를 미르 아닌 도마뱀으로 잘못 여긴 젊은이는 어느새 조금씩 눈길을 틔웁니다.


  좁게 좋아하던 젊은이가 눈을 틀 수 있는 실마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림 하나만 좁게 좋아했기에 둘레에 눈을 감았지만,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갖은 서울살림(도시문명)에 마음을 안 빼앗겼어요. 서울살림에 물들거나 길들지 않은 젊은이였던 터라, 미르를 보고도 몰라보았으나 뜻밖에 따스하게 품는 하루를 살았고, ‘도무지 도마뱀일 수 없’도록 덩치가 자라고 불을 뿜고 하늘을 나는 미르 곁에서 비로소 마을과 숲과 별과 온누리를 살피는 눈길을 천천히 틔웁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를 좋아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누구나 사랑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만 좋아하기가 훨씬 어렵지 않을까요? 어느 하나만 좁게 좋아하려면 이 하나를 뺀 모두 눈감아야 하는데, 외곬로 치닫는다면 거꾸로 삶이 하나도 없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바보짓만 남는다고 느껴요. 어느 하나에 목을 매달지 않을 줄 아는, 스스럼없이 사랑을 길어올리면서 하루를 짓는 오늘을 품는 매무새이기에 활짝 웃고 노래하는구나 싶습니다.


  숱한 보임꽃(영화·연속극)은 사랑을 안 다룹니다. 숱한 보임꽃은 ‘사랑척·사랑시늉·사랑타령’을 다룹니다. 숱한 보임꽃은 ‘좋아해!’에 얽매입니다. 숱한 보임꽃을 곁에 둔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철들지 않은 채 마음도 눈도 매무새도 좁다랗게 뒹굴밖에 없습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랍니다. 우리는 날마다 생각이 자라고 꿈이 자라면서 사랑이 자라기에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라지 않는 사람은 낡아버립니다. 겉보기로 매끈한 몸매에 얼굴이라서 젊지 않습니다. 얼굴과 몸매에 매달릴수록 스스로 좁혀서 그만 죽음길로 달려갑니다. 마음을 가꿀 사랑씨앗을 바라볼 줄 안다면 언제나 스스로 깨어나서 노래하게 마련입니다.


  어떤 어버이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태어난 아기는 늘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망울입니다. 우리가 어버이요 어른이라면, 우리 곁에 찾아온 모든 아기와 아이를 반짝반짝 사랑이라는 눈망울로 마주하고서 품으리라 봅니다. 겨우내 눈밭에서 고이 자던 풀꽃나무가 새롭게 잎눈이며 꽃눈을 틔우는 봄을 느껴 봐요. 마음눈하고 사랑눈을 활짝 틔워요. 어린이 손을 잡고서 환하게 눈을 틔우는 어른으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그 아이가 알려준 거야. 너에게 큰일이 생겼다고.” “네?” “접시를 깨고, 주의를 끌고, 널 입원시키고 이 집에 돌아왔을 때 모습을 드러냈어. 네가 걱정되었나 봐. 그러니 혼내지는 말고.” “도마뱀 군, 그랬구나. 내가 호낼 리가. 고마워.” (16∼18쪽)


“소문을 듣기로는 역 앞 빵집 아저씨가 끌려갔대.” “끌려가요?” “국가보안국에 잡혀갔단 뜻이야. 그 집 빵 맛있었는데.” “어, 어째서요?” “드문 일도 아니야. 조금만 수상해도 연행하니까. 외국인과 얘기를 해도 그렇고.” (102쪽)


“사냥용 오두막이라도 있던 게 아닐까 해. 사람이 없어져도 숲에서 태어나는 건 어쨌든 숲으로 돌아와. 그것을 상기시켜 줘서 이곳이 좋아.” (109쪽)


“또 좀 커졌나? 이제 우리 집 지붕에 닿을지도 모르겠다. 으으, 우리 집으론 돌아갈 수 없어. 도마뱀 군에게 거기는 이제 작으니까∼!” (139쪽)


‘그리고 싶다. 이것을. 도마뱀 군이 보여준 것을 그린다. 내가 그려내면 아주 조금이나마 지금의 순간을 남길 수 있어. 우리는 그런 세계의 일부다.’ (151쪽)


#台所のドラゴン #縞田理理 #みよしふるまち


+


좋은 냄새가 나

→ 냄새가 좋아

5쪽


그건 키운 양육자 나름이니까

→ 키운 사람 나름이니까

→ 키우기 나름이니까

58쪽


동그란데 가끔씩은 네모야

→ 동그란데 가끔은 네모야

64쪽


그것을 상기시켜 줘서 이곳이 좋아

→ 그렇게 떠올리니까 이곳이 좋아

→ 그처럼 생각하기에 이곳이 좋아

109쪽


그곳에 사는 건 국비유학생인 외국인입니다

→ 그곳에는 이웃나라 나라배움이가 삽니다

1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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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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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14.

다듬읽기 200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창비

 2022.10.14.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백수린, 창비, 2022)은 골목집을 다루는 듯싶지만, 막상 골목집하고 먼 삶에 머문다고 느낍니다. 모름지기 모든 골목집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가꾸고 돌보는 터전입니다. 예부터 모든 어버이는 손수 아기를 돌보고, 기저귀를 손수 갈아서 삶고 빨고 햇볕에 말려 다시 아기한테 대었습니다. 아기돌봄을 나라한테 맡기거나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던 오랜 살림길입니다. 조촐한 보금자리인 골목집과 마을집도 매한가지예요. 잿집(아파트)은 단추만 누르면 40칸이건 60칸이건 쑥 올라가지만, 골목집·마을집은 디딤칸을 천천히 스스로 밟고서 오르내립니다. 손수 보금자리를 일구는 사람은 말을 어렵게 안 꼴 뿐 아니라,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예 쓸 일이 없습니다. ‘뭐, 머잖아 떠날 곳’이라고 여기는 골목마을에서 한동안 지내 본 나날을 옮긴 글은 너무 겉멋스럽습니다. ‘창비 온라인 플랫폼’이 아닌 ‘마을이웃’하고 나눌 글이었어도 이처럼 허울스럽게 꾸미는 글을 썼을는지, 글님 스스로 돌아볼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ㅅㄴㄹ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처음 알려준 사람은 M이모다

→ 오늘 내가 사는 마을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ㅁ님이다

9


한동안 연락이 끊긴 것은 어떤 이유였던가

→ 왜 한동안 끊겼던가

→ 왜 한동안 멀리했던가

10


그로부터 몇 달 후

→ 그러고서 몇 달 뒤

11


물론 처음부터 이 동네에서의 생활에 내가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 다만 처음부터 이 마을에 쉽게 몸을 붙이지는 않았다

→ 그러나 처음부터 이곳에서 쉽게 살아내지는 않았다

12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형태로든 공동주택에서만 살았던 내게 이 동네에서의 생활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 아주 어린 날을 빼고는 어울집에서만 살았기에 이 마을에서는 여러모로 놀랐다

→ 아주 어릴 적을 빼고는 한터집에서만 살았기에 이곳에서는 여러모로 얼떨떨했다

13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산다는 행위가 관념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것들, 물질성이랄지 육체성을 가진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 이곳에서 살며 우리 하루란 몸을 써서 하나씩 해야 한다고 배웠다

→ 이곳에서 사는 동안 늘 온몸으로 다 해야 하는 줄 배웠다

13


부모를 떠나 독립적인 공간을 갖는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처음 나의 집이 생겼을 때 친구들을 마음껏 초대할 수 있으리라는 점 때문에 제법 설렜다

→ 어버이를 떠나 혼살림을 하는 이들처럼 나도 처음 우리 집을 얻을 때 동무를 마음껏 부를 수 있으리라 여겨 제법 설렜다

→ 제금을 나는 이들처럼 나도 처음 우리 집을 얻을 때 이웃을 마음껏 부를 수 있구나 싶어 제법 설렜다

16


서울의 많은 장소들이 그렇듯이 언젠가는 이 동네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세련된 건물들, 생존을 위한 요구와 필요만이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공간들로 대체되는 날이 올까

→ 서울 곳곳처럼 이 마을도 사라지고 번듯한 집으로 바뀌어 손쉽게 먹고살기만 하는 날이 올까

21


무용無用의 아름다움

→ 쓸모없는 아름다움

→ 덧없는 아름다움

→ 헛된 아름다움

51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쓸모없어도 사랑한대서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 쓸모없어도 사랑하지만 창피하지 않다고 여긴다

59


사랑의 날들

→ 사랑하는 날

→ 사랑스런 날

→ 사랑날

96


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 어느 숨결이든 가없이 사랑받아야 한다

→ 어느 숨빛이든 그저 사랑받아야 한다

102


슬픔이 가르쳐준 것

→ 슬프며 배우다

→ 슬프면서 배운

126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 나로 사는 수고

→ 나로 있는 수고

193


봄의 일기

→ 봄글

→ 봄하루

206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얼마나 즐거울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즐겁다

→ 얼마나 이어갈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즐겁다

224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종이에는 이웃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자리에는 널리 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22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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