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Will Sarah Come (Hardcover, 1st)
Elizabeth Fitzgerald Howard / Greenwillow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17.

사진책시렁 143


《When Will Sarah Come?》

 Elizabeth Fitzgerald Howard 글

 Nina Crews 사진

 Greenwillow Books

 1999.



  아이한테 하루는 온통 놀이입니다. 아이는 놀이를 할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곳에 가도 놀이를 그리고, 저곳에 있어도 놀이를 바랍니다. 놀이를 하는 아이는 쉬잖고 노래합니다. 놀이를 쉴 까닭이 없으니, 노래를 쉴 까닭도 없습니다. 놀면서 지칠 일이 없기에, 노래하며 고단한 일이 없어요. 온누리 모든 아이는 새벽처럼 눈을 번쩍 뜨고는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어떻게 하루를 온갖 놀이를 채울까 하는 생각으로 즐겁고, 이 즐거운 놀이빛과 노래빛이 어우러지면서 튼튼하고 아름답게 사랑을 스스로 익혀 갑니다. 《When Will Sarah Come?》은 놀이동무가 집에 안 있고서 배움터에 다녀와야 하는 터라, 혼자 심심한 아이가 어떻게 하품을 하면서 기다리다가, 나무도 타고 다른 놀이도 기웃하는지 들려줍니다. 아이는 모름지기 혼자 잘 놀고, 동무가 있어도 잘 놀고, 어버이나 어른하고도 잘 놉니다. 아이는 못 놀 일이 없어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저마다 실컷 뛰놀면서 구슬땀으로 놀이노래를 짓는 하루를 그려서 베풀 노릇입니다. 그나저나 이 꾸러미는 조금 아쉽습니다. 놀이를 더 지켜보았다면, 숱한 놀이로 더 다가서 본다면, 놀이하며 노래하는 아이 마음으로 더 스며든다면, 찰칵 담아내는 손빛이 꽤 달랐을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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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 -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김현우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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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17.

사진책시렁 142


《행운아,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

 존 버거 글

 장 모르 사진

 김현우 옮김

 눈빛

 2004.11.11.



  글·그림·빛꽃을 읽을 적에는 글만 보아야 할까요, 글쓴이 마음과 삶과 살림과 사랑이 어떠한지 함께 보아야 할까요? 타고난 재주가 있으나 마음이 시커멓다면, 이이를 재주만 보고서 추켜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시커먼 마음부터 환하게 갈닦거나 다스리지 않는다면, 이 삶이라면 무엇일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행운아,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는 영국 두멧시골에서 돌봄이 노릇을 하는 ‘사샬’을 눈여겨보면서, 이이가 깃든 마을이 어떤 터전인지 읽어내는 꾸러미입니다. 빛으로 잡고, 글로 여미면서, ‘돌보는 길’이란 무엇인지 짚으려고 합니다. 예나 이제나 우리나 이웃이나, ‘서울로!’가 드높습니다. 번쩍이는 서울을 찍고, 북적거리는 서울에서 빛잔치를 펴는 얼개입니다. 시골에서 들일을 하거나, 시골에서 아이랑 놀며 살림을 짓는 사람은 어디서나 확 줄었습니다. 돌봄이나 길잡이(교사)는 어디에 깃들어 일할 사람인가요? 시골에서 누구나 손수 짓고 가꾸고 나눌 적에는 우두머리(대통령)·벼슬아치(공무원)·지킴이(경찰)·싸울아비(군인)뿐 아니라 글바치(지식인)조차 쓸데없습니다. 눈을 뜨면 호젓하고 홀가분히 즐겁(행운·Fortunate)습니다. 눈을 감고 서울에 머물면 바쁘게 번쩍거리며 허전합니다. 한글판 《행운아》를 스무 해 만에 다시 읽는데, 옮김말씨가 매우 궂습니다. 우리는 언제 눈뜰까요?


ㅅㄴㄹ


#AFortunateMan #TheStoryofaCountryDoctor

#JohnBerger #JeanMohr

1967년


+


《행운아》(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 눈빛, 2004)


다리에 부목을 댈 테니까

→ 다리를 덧댈 테니까

→ 다리에 덧나무 대니까

→ 다리에 나무 받치니까

19쪽


딸을 처음 본 것은 십 년 전이었다

→ 딸을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 딸은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23쪽


여자는 런던에서 창녀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가시내는 런던에서 꽃팔이였다고도 한다

→ 순이는 런던에서 몸을 팔았다고도 한다

38쪽


다시 거실에 들어섰을 때 아내는 장의자 위에 누워 있었다

→ 다시 마루에 들어서니 곁님은 긴걸상에 누웠다

62쪽


환자들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 아픈이가 바뀔 수 있는 줄 알았다

→ 아파도 달라질 수 있는 줄 알아챘다

62쪽


이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 이제 첫말을 생각해 보자

→ 이제 처음 얘기를 살펴보자

83쪽


사샬이 활동하는 지역은 영국 내에서도 문화적으로 가장 심하게 황폐화한 지역 중의 하나다

→ 사샬이 일하는 곳은 영국에서도 아주 후미지다

→ 사샬은 영국에서도 몹시 구석진 데에서 일한다

108쪽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사샬이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마을사람보다 사샬이 좀더 잘살기는 한다

→ 마을사람보다 사샬이 더 누리기는 한다

109쪽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진부한 이야기다

→ 나이를 먹어가며 하루가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는 말은 싱겁다

→ 나이를 먹으며 삶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는 얘기는 뻔하다

1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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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햇 - 육아는 대충, 출판은 엉성, 1인 명랑 출판기
공은혜 지음 / 마음모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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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4.16.

만화책시렁 642


《출판햇, 1인 명랑 출판기》

 공은혜

 마음모자

 2023.11.27.



  모든 아이는 스스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그립니다. 때로는 둘레 어른이나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안 따라하기를 빈다”는 몸짓을 일부러 따라하기도 하지만, “왜 그러지?” 하고 궁금하기에 해보고 또 해보면서 배워요. 어른이나 어버이는 “이미 해보았”기 때문에 아이한테 굳이 해보지 말라고 속삭이곤 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아직 안 해보았는걸요. 아이도 겪어 보기를 바랍니다. 아이도 겪으면서 배우기를 바라요. 맛난 밥도 먹어 보아야 알고, 몸에 안 받는 밥도 먹어 보고서야 알아요. 《출판햇, 1인 명랑 출판기》는 엄마이기보다는 ‘나’이기를 바라지만, ‘엄마’일 수밖에 없는 하루를 살면서, 곁에 있는 두 사람을 마주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따로 ‘명랑’이란 이름을 붙이는데 오히려 ‘안 밝’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붙이면서 기운을 내려고 한다고 느낍니다. 안 되거나 자꾸 막히기에 새삼스레 웃으면서 나아가려고 한달까요. 글은 쓰면 되고, 그림은 그리면 되고, 책은 내면 됩니다. 이미 있는 펴냄터에 글과 그림을 보내어서 내놓을 수 있어도 즐겁고, 스스로 펴냄터를 차려서 내놓아도 즐거워요. 다만, 스스로 펴냄터를 차릴 적에는 더 돌아보고 더 살필 일입니다. ‘나 + 엄마 + 곁짝’일 뿐 아니라, 다른 누구한테는 ‘아이’요, 이 별에서는 ‘숨결’인 줄 느끼면 이야기가 퍽 달랐을 텐데 싶어요.


ㅅㄴㄹ


디자인 말고, 그림을 그리자. (51쪽)


“엉덩이 젖었을 텐데.” “엉덩이?” “그네 탈 거 아냐? 아까 비 왔으니깐 젖어 있을 텐데.” “아아∼. 아냐아냐. 안 젖어 있어.” (83쪽)


“엄마! 엄마! 엄마는 육아는 대충, 출판은 엉성하잖아? 나는 수업은 대충, 필기는 엉성이야.” (148쪽)


+


《출판햇》(공은혜, 마음모자, 2023)


북마켓에 나갔다. Feat. 마포책소동

→ 책마당에 나갔다. 곁꽃. 마포책너울

→ 책잔치에 나갔다. 동무. 마포책판

→ 책누리에 나갔다. 마포책시끌이랑

8쪽


꿈꾸던 그림책 작가가 되었으니 괜찮은 건가

→ 꿈꾸던 그림책 지기로 일하니 즐거운가

→ 꿈꾸던 그림책 지음이로 사니 기쁜가

13쪽


노래부르는 나의 딸

→ 노래부르는 딸

→ 노래부르는 울 딸

41쪽


모조지는 비코팅이라 발색이 좋지 않다

→ 매끈종이는 안 씌워 빛이 좋지 않다

→ 미끈종이는 안 덮어 결이 좋지 않다

43쪽


의도대로 인쇄 색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을 ‘감리 본다’라고 한다

→ 뜻대로 빛이 찍히는지 볼 적에 ‘살펴본다’고 한다

→ 바라는 대로 찍히는지 볼 적에 ‘지켜본다’고 한다

52쪽


아아∼. 아냐아냐. 안 젖어 있어

→ 아아!. 아냐아냐. 안 젖었어

83쪽


요즘 제 최애 책입니다

→ 요즘 제 꽃책입니다

→ 요즘 제 사랑책입니다

88쪽


한글 흘림체를 못 익혀서

→ 흘림한글을 못 익혀서

→ 한글 손글씨를 목 익혀서

95쪽


더미북도 만들었으니 투고해야지

→ 보는책도 꾸렸으니 보내야지

→ 미리꽃도 지었으니 보여야지

→ 맛보기도 냈으니 띄워야지

110쪽


나는 수업은 대충, 필기는 엉성이야

→ 나는 배움은 날림, 글씨는 엉성이야

→ 나는 눙쳐 배우고, 엉성한 글씨야

14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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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새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상상력 2
김성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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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4.4.16.

숲책 읽기 208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새 이야기》

 김성현

 철수와영희

 2023.9.1.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새 이야기》(김성현, 철수와영희, 2023)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습니다. 전남 고흥 우리 보금자리에서는 하루 내내 새바라기를 합니다. 집에 있어도 새소리를 듣고, 새가 지나가는 날갯짓소리를 듣습니다. 마당에 서면 그야말로 새노래잔치를 철마다 다르게 맞아들입니다. 늦가을부터 늦겨울 사이에는 까막까치떼가 마당 위로 무리지어 날다가 뒤꼍에 우르르 내려앉기도 하고, 봄을 맞이하면 숱한 봄새가 갈마들면서 노래와 춤을 베풉니다.


  곰곰이 보면, 예부터 어느 고을과 고장에서든 집에서 새바라기를 했습니다. 예전 어린이와 어른은 누구나 ‘새똑똑이’였어요. 처마에 제비가 집을 짓고, 짚으로 이은 지붕 안쪽에는 참새가 둥지를 틀며, 철마다 숱한 새가 끝없이 날아다니고 오가거든요. 닭한테서 닭알(달걀)을 얻기도 하지만, 오리에 거위에 뭇새한테서 새알을 얻기도 합니다. 가을에 낟알을 쫀다고 하지만, 봄여름에 벌레잡이로 부산한 새요, 가을걷이를 앞둘 때까지도 낟알보다는 벌레를 잔뜩 훑는 새예요.


  임금과 벼슬아치와 글바치가 살던 우람집에만 새가 깃들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도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일하는 터전에는 새가 깃들지 않아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여느사람이 지내는 삶터에도 새가 깃들기 어렵습니다. 높다랗고 빼곡하게 들어찬 잿집에다가 쇳덩이가 온누리를 틀어막는걸요. 가지를 뻗는 나무가 줄어들고, 젓가락처럼 가지를 잘리는 나무가 수두룩합니다. 들풀이 돋을 빈터가 사라지고, 어린이는 나무타기라는 놀이를 잊어버립니다.


  누구나 새를 바라보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새한테 이름을 붙여서 살가이 불렀습니다. 이를테면 ‘고니’ 같은 이름은 얼마나 고운가요. ‘참새’란 이름은 얼마나 참한가요. ‘동박새’란 이름은 얼마나 동글둥글 살가운가요. ‘딱따구리’나 ‘소쩍새’처럼 노랫가락을 그대로 옮기는 이름도 아름답고, ‘꾀꼬리’로 갈무리한 이름도 눈부십니다. 날렵하거나 매서운 ‘매’요 ‘수리’입니다. 새를 바라보기에 살림을 볼 줄 알고, 새를 등지기에 새롭게 짓는 살림하고도 등집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새 이야기》를 읽던 우리 집 두 아이는 ‘독수리’가 사냥할 재주가 없다고 적은 대목을 나무랍니다. 독수리는 ‘사냥’이 아닌 ‘들숲 깔끔이’ 노릇을 하는데, 사냥을 안 한다고 이렇게 적으면 독수리를 너무 모르는 셈이라고 따집니다. 이밖에 몇 군데를 놓고도 ‘새바라기’ 아닌 ‘조류 전문가’로 적은 곳이 아쉽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요, 새를 들려주니 ‘새’를 말하면 되고, ‘새’라는 이름부터 밑동을 살필 노릇입니다.


  그리고 새는 서울에 몸을 맞추지 않습니다. ‘도시화’하지 않습니다. ‘도시’라는 곳은 기껏 100해조차 안 됐습니다. 새는 ‘도시’라는 굴레가 아닌, 예부터 사람 곁에서 함께 어울리던 마을과 터전을 바라봅니다. 모쪼록 ‘새눈’으로 ‘새바라기’를 하면서, 어린이 곁에서 쉽고 상냥한 말씨로 ‘새이야기’를 적어 보는 이웃님이 늘기를 바랍니다. 새를 ‘새’라고 일컬을 줄 알아야, ‘새길’을 여는 ‘새사랑’을 찾아내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새를 비롯해 생물의 이름은 나라마다 달라.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14쪽)


스스로 사냥할 능력이 없는 독수리 무리. (98쪽)


최근 도시에도 야생에서 생활하는 새가 늘어났어. 이런 새들을 도시화했다고 해. (130쪽)


우리나라는 텃새에 비해서 철새가 훨씬 많아. 철새는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중요하지. (135쪽)


+


꽃의 꿀을 빨아먹는 동박새

→ 꽃꿀을 빨아먹는 동박새

37쪽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 파란하늘을 날아가는

98쪽


우아하고 아름다운 두루미

→ 아름다운 두루미

100쪽


새들의 노랫소리와 분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

→ 새노래와 바쁘게 움직이는 줄 느낄 수 있어

1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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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 - 소비자를 위한 유기농 가이드북
백승우 외 지음 / 시금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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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4.4.16.

숲책 읽기 218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

 백승우와 네 사람

 시금치

 2013.9.5.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백승우와 네 사람, 시금치, 2013)를 읽고서 책이름을 그대로 생각해 봅니다. 누가 망치는가 하면, ‘유기농’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함께 망치겠지요. ‘유기농(有機農)’은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입니다. 일본에서 논밭을 짓는 길 가운데 하나를 들여오면서, 일본말도 그대로 뻗었습니다. ‘유기농’이 아니면 ‘관행농’이라 하는데, 나란히 일본말입니다. ‘무농약’도 ‘친환경’도 우리말이 아니고, 우리말일 수도 없습니다.


  우리말은 꺼풀을 안 씌웁니다. 똥오줌으로 거름을 내어서 논밭을 지으니 ‘거름짓기’에 ‘거름살림’입니다. 투박하게 ‘똥짓기·똥살림’이라 할 만합니다. 따로 밑구멍(하수구)을 내어 똥오줌을 물에 쓸려 버리는 얼거리가 아닌, 어느 집에서나 똥오줌을 알뜰히 건사해서 다시 흙으로 달래는 길인 ‘거름짓기’예요.


  일본말 ‘농약’은 논밭을 살리는 물(약)이 아닙니다. 풀을 죽이는 물이 ‘농약’입니다. 그러니 ‘농약’이 아니라 ‘풀죽임물’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걸맞습니다. ‘비료’라는 일본말도 ‘거름’이 아닌 ‘화학물질 합성비료’이니 ‘죽음거름’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맞습니다.


  이름부터 제대로 써야, 논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름에 꺼풀을 씌우거나 허울을 덮으면, 처음부터 제대로 못 볼 뿐 아니라, 자꾸 샛길로 빠지거나 엉뚱한 데에 휩쓸립니다.


  논밭을 일구니 ‘논밭꾼’입니다. ‘농부·농업인’이 아닙니다. 흙을 다루니 ‘흙꾼’입니다. 우리 스스로 어떤 길을 걸으면서 어떤 일을 짓는지 스스럼없이 밝힐 때라야, 흙도 숲도 마을도 나라도 이 별도 북돋운다고 느껴요. 그러니까, 일본말 ‘소비자’라는 꺼풀도 벗을 노릇입니다. ‘서울사람(도시인)’이라고 하면 됩니다. 논밭에서 서울로 가는 논밭살림입니다. 흙에서 거두어 서울로 보내는 푸성귀와 낟알이에요.


  “원래 농업은 광합성 작용만으로도 가능했다”는 무슨 소리인지 한참 짚어 보았습니다. 워낙 논밭은 햇볕으로 지었다는 뜻이겠지요. 말을 꼬니 꺼풀을 씌우고, 꺼풀을 씌우니 속모습을 못 보고, 속모습을 못 보고 모르니, 논밭꾼도 서울사람도 흙살림이 나아갈 즐겁고 아름다운 푸른길을 함께 놓치는구나 싶어요. 이제부터는 서울사람도 논밭일꾼도 어깨동무하면서 노래하는 길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손수 거두건, 사서 누리건, 손을 맞잡고서 두레를 맺는 길은 얼마든지 가까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두 팔 뻗어서 닿을락 말락 하는 데에 달린 어린 애호박에 비닐 튜브를 씌우는 노동은 정말 비인간적입니다. (54쪽)


생협 실무자들 역시 소비자들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유기농을 확산시키려는 시도를 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농산물은 위험하고 친환경 농산물은 안전하다는 말은 제가 생각할 때 허구입니다. (73쪽)


원래 농업은 광합성 작용만으로도 가능했다. 태양에너지를 우리가 쓸 수 있는 어네지로 만드는 에너지 공장이 바로 농업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농업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되어 버렸다. (185쪽)


+


논밭이 펼쳐진 이곳의 실제 해발고도는

→ 논밭이 있는 이곳 땅눈금은

→ 논밭이 넓은 이곳 땅높이는

28쪽


이를 결품이라고 하는데

→ 이를 모자라다고 하는데

→ 이를 빠진다고 하는데

→ 이를 없다고 하는데

47쪽


일단 시장으로 유입된 농산물은 촌각을 다투며 소비자를 향해 달려갑니다

→ 먼저 저자로 들어간 남새는 사람들한테 휙휙 달려갑니다

→ 저잣판에 들어온 들살림은 사람들한테 번개같이 달려갑니다

53쪽


친환경 채소 시장의 현주소가 이렇습니다

→ 오늘날 깨끗한 푸성귀판이 이렇습니다

→ 요즈음 들사랑 남새마당이 이렇습니다

79쪽


그것에 맞게 수변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 이에 맞게 물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 이에 맞게 둔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124쪽


축산물은 보통 생산과정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맛으로 평가될 뿐이다

→ 고기붙이는 키움길을 살피지 않고 그저 맛으로 따질 뿐이다

→ 뭍고기는 자람결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맛만 볼 뿐이다

127쪽


방사선으로 살균한 것들은 쓸 수 없다

→ 죽음빛으로 쏘이면 쓸 수 없다

→ 죽음재로 쪼이면 쓸 수 없다

129쪽


지역의 경제사회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 마을과 살림에 두루 퍼진다

→ 마을과 살림에 고루 스민다

141쪽


농부들이 잡곡 농사를 피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 논밭님이 고루알을 꺼릴 만하다

→ 흙지기가 두루알을 내칠 만하다

→ 흙일꾼이 온낟알 안 할 만하다

154쪽


존재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 있는 까닭이 있다

→ 살아가는 뜻이 있다

165쪽


원래 농업은 광합성 작용만으로도 가능했다

→ 워낙 논밭은 햇볕만으로도 지었다

→ 모름지기 해바라기로 짓는 논밭이다

18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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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4-1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호박 규격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었던 것 같다는 어렴풋한 기억이 책 표지 보니 떠올랐습니다. 그 용어를 모르겠네요. 비닐을 씌워서 균질하게 만드는 농법...이 있었는데 .....문장을 새로 다듬어주시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셨을까요? 저는 무심코 그냥 써서 다 편하게 느꼈던 문장인데 고쳐주신 아래 문장을 보니 고쳐쓰는 게 훨씬 좋네요

숲노래 2024-04-16 10:55   좋아요 1 | URL
예전에 애호박은 저마다 생김새도 크기도 달랐는데, 아마 20년쯤 된 일인데, ‘인큐베이터 호박‘이라는 이름으로 비닐을 씌워서 꽤 비싸게 시장에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인큐 호박‘이 ‘인공적‘이라고 여겨 꺼렸고, 값이 오지게 비쌌는데, 이제는 애호박은 마치 길둥굴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펑퍼짐하게 자라는 호박‘은 ‘호박이 아닌 줄‘로까지 여기고 말아요. 20년쯤 앞서 ‘인큐 호박‘은 저잣거리나 마트에서 5000원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값이 매우 싸지요.

농업용어도 일본말이 워낙 많고, 우리말로 풀어낸 말씨가 너무 드물어, 거의 새로 짓고 엮다시피 손질해야 했어요. 한 해 넘게 걸려서 느낌글을 매듭지었네요 ^^;;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