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하나님 - 개정판
김승옥 지음 / 작가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4.18.

인문책시렁 330


《내가 만난 하나님》

 김승옥

 작가

 2004.5.3.



  《내가 만난 하나님》(김승옥, 작가, 2004)을 반갑게 읽고서 한참 삭입니다. 글님이 전남 순천에서 어린날을 보냈을 뿐 아니라, 글님 어머님이 전남 순천에서 나고자랐다는 대목을 읽고서 새삼스럽습니다. 이 책이 나온 2004년 무렵에는 이런 얼거리를 모르기도 했고 딱히 눈길이 가지 않았으나, 이제는 순천 곁 고흥에서 살림을 꾸리기에, 지난날 고흥과 옆고을이 어떤 숨결이었을는지 천천히 곱씹습니다.


  순천·벌교(보성)·고흥·장흥은 서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맞닿고, 바다를 나란히 품습니다. 네 고을 가운데 고흥은 마치 섬처럼 동떨어진 터라면, 순천·벌교(보성)·장흥은 뭍으로 트인 터입니다. 다만, 길이 아무리 새로 나더라도, 지난날에는 마을하고 마을 사이에 숲정이나 고개가 있습니다. 고을하고 고을 사이에는 재가 있습니다. 고장하고 고장 사이에는 멧줄기가 있어요. 가까우면서 먼 사이요, 먼 듯해도 가까운 이웃입니다.


  김승옥 님은 어느 날 눈앞에서 하느님(하나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깜짝 놀랐다지요. 설마 싶은 일을 겪었고, 남들은 거의 안 겪을 만한데, 왜 이녁한테 이런 빛이 찾아오나 싶어서 어리둥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눈앞에서 숱한 님을 만납니다. 눈을 감아도 만나고, 눈을 떠도 만납니다. 우리는 ‘몸눈’으로만 보지 않아요. 몸눈으로는 아주 조그마한 데만 볼 뿐이에요. ‘마음눈’을 뜨면서 둘레를 볼 적에는 눈앞을 환하게 틔웁니다. 겉으로 입은 몸이란 그저 옷인 줄 알아차릴 수 있으면, 우리가 가꿀 오늘이란 ‘겉몸을 배불리 먹이는 길’이 아니라 ‘속마음을 넉넉히 살리는 길’인 줄 느낄 만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굳이 ‘몸’이라는 ‘옷’을 입고서, ‘몸눈’으로 둘레를 ‘좁게’ 보는 까닭이 있겠지요. 이 뜻과 길과 까닭을 찾아나서는 하루가 바로 ‘삶’이요, 이 삶을 안팎으로 바라보는 눈썰미를 키우기에 ‘살림’이며, 이 살림을 어떻게 다스리고 북돋우느냐 하고 생각하기에 ‘사랑’으로 나아가서, 어느덧 ‘숲’한테 안기는 ‘사람’으로 섭니다.


  빛을 만난 김승옥 님은 더는 글살림을 잇지 않으셨지만, 빛줄기하고 마주한 한때를 고이 마음으로 품고서 이 조그마한 꾸러미로 여미었기에 더없이 고맙다고 여깁니다. 머잖아 흙으로 돌아갈 몸이라고 들었습니다. 마지막 삶자락을 포근히 누리시면서, 오늘 하루를 언제나 눈부신 빛살로 일으키고 사랑하는 마음이시기를 바라요.


ㅅㄴㄹ


이렇게 위대한 탄생들인데 왜 인간들은 전쟁을 벌이며 서로 죽이는 것일까? 왜 질투하고 비판하며 서로 상처를 입히는 것일까? 인간은 참으로 영원히 살아야 할 고귀한 존재들인데 왜 어느 날 갑자기 죽어 없어지는 것일까? (22쪽)


그날 밤, 아직 배탈난 손자의 배를 쓸어주고 있는 할아버지처럼 내 명치를 천천히 쓸어 주시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을 나는 도둑인 줄 알고 내 오른손으로 덮치며 “누구야?” 낮게 외치며 상반신을 일으켰을 때 내 오른쪽 머리 위 방안 허공에서 들려오던 아주 굵은 남성 음성은 “하느님이다.”는 한국어였다. (39쪽)


전남 순천 출신인 어머니는 오사카에서 성장하여 여학교를 졸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한약국집 외딸이었다. 해방되던 1945년에 귀국하여 순천에 정착했으나 1948년도, 내 나이 8세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셨다. 가족의 죽음 때문에 나는 ‘인간은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77쪽)


+


무신론자無神論者인 내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직접적인 은혜 때문이다

→ 안 믿던 내가 하나님을 믿는 까닭은 오직 하나님이 손수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 고개젓던 내가 하나님을 믿는 까닭은 오직 하나님이 몸소 빛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11쪽


유유상종類類相從이야말로 하늘 세계의 영원한 법칙이다

→ 가재나 개야말로 하늘나라 오래길이다

→ 나란살이야말로 하늘누리 늘빛이다

→ 한울타리야말로 하늘밭 한길이다

→ 같이 놀기야말로 하늘터 그대로이다

15쪽


훌륭한 건국 신화에 하나님 권위를 갖다붙이는 건 항다반사 아닌가

→ 훌륭한 첫이야기에 하나님 이름을 으레 갖다붙이지 않는가

→ 훌륭한 새벽노래에 하나님 이름꽃을 늘 갖다붙이지 않는가

→ 훌륭한 새날노래에 하나님 이름씨를 꼭 갖다붙이지 않는가

20쪽


아내는 이젠 나한테 전도를 시작하는 것이다

→ 곁님은 이젠 나한테 퍼뜨리려고 한다

→ 짝꿍은 이젠 나를 이끌려고 한다

29쪽


우리 민족이 써온 일종의 표준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 우리 겨레가 써온 두루말이기 때문이 아닐까

→ 이른바 우리 겨레한테 맞춤말이기 때문이 아닐까

39쪽


물론 성지순례라고 하는 여행의 성격이 특수한 탓도 작용했으리라

→ 다만 거룩마실이라고 하는 길이 남다른 탓도 있으리라

→ 그리고 거룩길이 두드러진 탓도 있으리라

→ 또한 거룩걸음이 유난한 탓도 있으리라

92쪽


사회 생활을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인 나에게 여순 사건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경험은 참으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 모둠살이를 배우는 나이인 나한테 여순 벼락으로 불거진 겨레싸움은 참으로 끔찍했다

→ 살림을 배우는 나이인 나한테 여순 불바다로 불거진 피비린내는 참으로 괴로웠다

→ 삶을 배우는 나이인 나한테 여순 불수렁으로 불거진 한핏줄싸움은 참으로 아팠다

13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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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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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18.

그림책시렁 1390


《멸치 다듬기》

 이상교 글

 밤코 그림

 문학동네

 2024.2.28.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서 멸치를 다듬는 일은 안 싫었습니다. 비록 ‘국물멸치’는 못 먹을 뿐 아니라, 멸치로 우린 국물은 몸에 안 받기도 했지만, 하루 내내 숱한 집안일로 바쁘면서 고단한 어머니 손을 거들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릴 적이나 나이가 들어서나, 우리 아버지는 집안일을 하나도 안 합니다. 한밤에 집에 술손님을 데려오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어머니하고 둘이서 곁밥으로 땅콩하고 멸치를 손질해서 올려야 했고, 내내 술심부름을 했습니다. 이제 잔멸치는 살짝 먹기는 하지만 그리 쳐다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멸치 다듬기》는 아이랑 아버지가 집일을 조금 거드는 듯한 줄거리를 들려주는 듯싶습니다. 이런 얼거리는 안 나쁩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살림길을 헤아려 본다면, ‘멸치 다듬기’는 ‘딸과 어머니’가 하고, ‘밥짓기·빨래하기·쓸고닦기’는 ‘아들과 아버지’가 하는 얼거리로 글그림을 여미면 훨씬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예전에는 어머니 혼자 ‘멸치 다듬기’에 집일을 도맡아야 했다면, 요새는 집일을 안 하는 이가 그나마 멸치라도 다듬거든요. 시늉이 아닌 온몸으로 바꾸는 길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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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제조법 - 미니북(112*155mm) 백희나 그림책
백희나 지음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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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18.

그림책시렁 1389


《알사탕 제조법》

 백희나

 스토리보울

 2024.3.21.



  어린이는 무엇이든 다 합니다. 그저 한 가지를 못 합니다. 가리거나 끊거나 감추거나 숨기지 않는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어린이는 못 할 일이란 없습니다만, 둘레 어른이 자꾸 막거나 나무라거나 다그치면 도무지 못 합니다. 어린이한테는 섣불리 가르치지 않아야 할 노릇입니다. 무엇이나 스스로 배우고 살펴서 사랑하려고 태어나는 어린이입니다. 먼저 활짝 웃으면서 춤짓으로 배우려고 하기 앞서는, 그저 같이 놀고 뛰고 달리면서 어울리면 됩니다. 달콤알을 몸꽃으로 빚는다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알사탕 제조법》입니다. 그림님이 앞서 선보인 그림책하고 맞물리는 조그마한 꾸러미로구나 싶은데, 어린이한테 보여줄 그림책이라면 ‘어린이가 읽고 새길 말’부터 좀 다스려야지 싶습니다. 달콤알이라면 ‘빚다’라는 낱말로 가리킵니다. 가루하고 물을 섞어서 뭉치는 길은 ‘빚다’요, 새롭게 이루거나 낳는 길은 ‘짓다’요, 하늘빛으로 하나된 마음으로 가는 길은 ‘하다’입니다. 어린이는 무엇이든 다 할 줄 아는데, 이 가운데 하나는 몸꽃(요가)입니다. 어린이한테 가르치려 들지 말고, 어린이한테서 배우기를 바라요. 길들거나 물든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는 말끔히 털어내면서, 마음을 빚고 꿈을 짓고 사랑을 하는 길을 바라보기를 빕니다.


ㅅㄴㄹ


《알사탕 제조법》(백희나, 스토리보울, 2024)


간절한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해주는 신비한 알사탕이다

→ 애타는 마음을 듣는 놀라운 달콤알이다

→ 마음소리를 깊이 듣는 대단한 달달알이다

2쪽


마음이 깨끗한 자만이 만들 수 있으며

→ 마음이 깨끗해야 빚을 수 있으며

→ 마음이 깨끗하면 여밀 수 있으며

2쪽


마음이 깨끗한 자만이 알사탕의 효능을 느낄 수 있다

→ 마음이 깨끗하면 달콤알빛을 느낄 수 있다

2쪽


커다란 냄비 (뚜껑이 잘 닫히는 것으로 준비)

→ 커다란 솥 (뚜껑이 잘 닫혀야 한다)

→ 커다란 단지 (뚜껑이 잘 닫혀야 함)

3쪽


빨대, 쟁반

→ 빨대, 그릇

→ 빨대, 접시

3쪽


조용한 밤이 오길 기다린다

→ 밤이 조용하길 기다린다

4쪽


다음의 동작을 한다

→ 다음처럼 한다

→ 다음 몸짓을 한다

6쪽


절대로 무리하지 말 것

→ 너무 힘쓰지 말자

→ 억지로 하지 말자

6쪽


두루미 자세

→ 두루미 몸짓

→ 두루미처럼

→ 두루미춤

8쪽


가지고 있는 잠옷 중, 가장 편안한 옷을 입는다

→ 가장 헐렁한 잠옷을 입는다

→ 가장 느슨한 잠옷을 입는다

20쪽


옷 태그는 다 제거하는 편이 좋다

→ 옷꼬리는 다 떼낸다

→ 옷에서 뒷붙이는 다 뗀다

20쪽


알록달록한 알사탕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 알록달록한 달콤알이 다 된다

→ 알록달록 달달알을 다 빚는다

46쪽


맑은 마음으로 만든 알사탕이 맑은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 마음이 맑게 빚은 달콤알은 소리가 맑다

→ 마음이 맑으면서 빚은 달달알은 소리가 맑다

46쪽


알사탕 제조에 실패한 어린이는 67세가 되었을 때 다시 시도해 보기 바란다

→ 달콤알을 못 빚은 어린이는 예순일곱 살에 다시 해보기 바란다

46쪽


단, 이 책에 실린 요가 동작을 매일매일 수련해야 한다

→ 다만, 이 책에 실은 한몸짓을 날마다 갈닦아야 한다

→ 그리고, 이 책에 실은 몸꽃을 늘 가다듬어야 한다

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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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17.

사진책시렁 116


《예술로서의 사진》

 카나마루 시게루

 한정식 옮김

 해뜸

 1988.6.20.첫/1995.1.1.4벌



  우리는 얼핏 ‘우리말’을 쓴다고 말을 하는데, 정작 ‘우리말다운 우리말’인지 들여다보는 사람은 대단히 드뭅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말을 모른다”고 해야 맞고, “우리말을 들여다보고 익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처음 찰칵이가 이 나라에 들어온 뒤부터 우리가 쓰는 웬만한 찰칵이는 일본것입니다. 독일것을 쓰는 분이 제법 있지만, 주머니를 헤아려 일본것을 쓰는 분이 많고, 일본것이 독일것보다 우리 터전 빛결하고 어울리는 대목이 있기도 합니다. 1990년 언저리까지 적잖은 책은 일본책을 훔쳤습니다. 2000년에 이르도록 이 물결은 이었고, 2020년쯤에는 거의 사그라들지만, “예전에 일본에서 일군 열매”를 마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듯 꾸미거나 내세우는 꾼이 제법 있습니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잘 여민 길잡이책입니다. 다만, 일본사람이 지었고, 이 책은 “일본사람이 여민 이야기”를 드물게도 스스럼없이 밝혔어요. 일본것을 꼭 내쳐야 하지는 않으나, 스스로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말을 잊거나 모르는 채 일본말씨에 길들기만 한다면 어떤 삶일는지요? 우리빛을 갈고닦지 않는 채 일본빛만 받아들이면 어떤 길일까요? “내 눈”으로 보자면, ‘나’를 알아야 하고, 나를 알려면 “나를 이루는 말”을 익혀야 하고, 나를 이루는 말이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살림을 지으면서 사랑할 일입니다. 아직까지 이 나라 글밭·그림밭·빛꽃밭은 일본흉내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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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17.

사진책시렁 121


《평양의 시간, 사진으로 보는 북한의 도시》

 학예실 엮음

 서울시립대박물관

 2020.11.



  남녘사람은 북녘사람을 만나러 건너갈 수 없다시피 합니다. 북녘사람도 매한가지이나, 북녘에서는 그곳을 벗어나서 남녘에 깃들 수 있습니다. 달아나거나 냇물(압록강·두만강)을 건너는 북녘사람이 수두룩하지만, 그저 북녘에 머무르거나 주저앉거나 자리잡는 북녘사람도 아주 많습니다. 날개를 못 펴도 떠날 엄두를 못 내기도 하지만,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떡고물을 얻는 무리가 많아요. 그렇다면 남녘은 얼마나 날갯짓인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남녘도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면 떡고물이 넉넉합니다. 나라하고 엇갈리는 길이어도 고을·고장·마을에서 눈먼돈을 돌라먹는 울타리에 고분고분한 사람이 참으로 많아요. 《평양의 시간, 사진으로 보는 북한의 도시》를 곰곰이 봅니다. 서울시립대박물관에서 건사한 북녘 빛꽃이라는데,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남겼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북녘에서 누가 어떤 모습을 찍을 적에는 늘 지킴이(경찰)가 옆에 있는다지요. 북녘을 자랑할 만한 모습이 아니라면 못 찍습니다. 우리는 북녘마을을 가 보지도 못 하는데, 구경조차 못 합니다. 수수한 살림집뿐 아니라, 으리으리한 힘꾼·돈꾼·이름꾼 집도 구경을 못 해요. 갇힌 수렁에서 나고자라는 틀에 길든 북녘아이는 무엇을 볼까요? 또한, 남녘은 얼마나 “안 갇힌 수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함께 돌아볼 일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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