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함께 (하나가타 미쓰루) 사계절 펴냄, 2006.1.18. 7500원



  아픈 아이가 나오는 《용과 함께》를 읽는다. 아픈 아이는 어릴 적에 어머니를 잃어서 아프다. 이 아이는 아픔을 어떻게 삭혀야 할는지 모르는데, 아버지는 바깥일을 하느라 바쁘고, 중학교에 다니는 형은 형대로 아픔을 삭혀야 할 뿐 아니라, 중학교는 늦게 끝나니 여덟 살 아이한테 마음을 쓸 겨를이 없다. 그런데,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말만 한다. 아파서 아픈 아이인데 ‘비정상’이라 손가락질을 하고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마흔 살 어른도 제 짝을 잃을 적에 ‘제자리(정상)’로 돌아가기 힘들 텐데, 여덟 살 아이한테 어머니를 잃은 삶을 달래지도 다독이지도 않으면서 무엇을 바랄 만할까. 120쪽짜리 짤막한 글로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 《용과 함께》이다. 책을 덮으면서 돌아보니, 책 겉에 ‘장편동화’라는 이름이 적힌다. 120쪽짜리 동화는 장편동화인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한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따로 붙이지 말고 ‘동화’라고만 하면 될 텐데. 4348.11.1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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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함께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이선민 그림 / 사계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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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 (서정홍) 문학동네 펴냄, 2014.10.20. 9500원



  시골지기 서정홍 님이 쓴 새 동시집 《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이 동시집 첫머리인 1부에 실은 동시가 무척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목소리만 너무 내세우는 바람에 이야기가 흐트러졌다고 느꼈다. 아니, 이 시골 아재가 으째 이런 동시를 쓰나, 싶은 생각마저 들어서 책을 더 못 읽겠다고까지 느꼈다. 이제 이 시골 아재는 ‘시골노래’가 아니라 ‘문학’을 하는가 싶기까지 해서 몹시 쓸쓸했다. 그런데 1부가 끝나고 2부로 접어든 뒤에 다시 ‘시골 아재 시골 이야기’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 삶을 구경하는 문학이 아닌, 스스로 삶을 짓는 이야기가 흐르는 2부부터는 서정홍 님다운 맛깔스럽고 구수한 시골노래가 조곤조곤 흐른다. 책끝에 보면 다른 동시 작가가 비평을 붙인다. 그런데 다른 동시 작가는 서정홍 님을 두고 ‘현실주의 동시’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러면서 오늘날 다른 동시 작가는 거의 다 ‘기교주의 동시’를 쓴다고 덧붙인다. 서정홍이라고 하는 시골 농사꾼이 부르는 노래가 ‘현실주의’이거나 ‘동시’일까? 무척 아리송하다. 서정홍이라는 시골 아재는 이녁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이웃 농사꾼한테 들려주는 조촐한 노래를 쓸 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다만, 동시집 《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에 붙인 동시 비평에 나오는 ‘오늘날 다른 동시 작가 거의 모두 보여주는 기교주의’ 같은 대목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참말 그렇다. 이 동시집을 펴낸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나온 동시집’을 보면 서정홍 님 동시집을 빼고는 죄다 ‘기교주의 동시’라고 할 만하다. 다른 분들 동시집은 말장난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동시이든 어른시이든 삶을 그리면 되고 삶을 노래하면 되는데, 이러한 마음이 되어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고 느낀다. 글을 쓰거나 문학을 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지만, 정작 이야기꽃을 노래하는 사람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 4348.11.1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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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
서정홍 지음, 정가애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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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 (이임하) 철수와영희 펴냄, 2015.11.7. 22000원



  이임하 님이 선보인 《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를 읽었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또 내 일을 하고, 이러다가 쉬고, 다시 집안일을 하다가 아이들을 돌보다가 내 일을 하면서 틈틈이 읽었다. 해방 언저리에서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여성은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가를 돌아보는 이야기가 이 책에 흐른다. ‘아주 작은 이름을 남긴 사람들’ 가운데 한겨레 여성은 어떤 자리에 있었고, 어떤 삶을 누릴 수 있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이 책에 흐른다. ‘이 나라를 바탕에서 받치는 여성’이 어떠한 삶인가를 정치권력 한 자리를 얻은 여성이나 남성이 얼마나 ‘못 읽’거나 ‘안 읽’는가 하는 대목을 여러 자료로 찬찬히 돌아볼 수 있기도 하다. 평등이나 평화를 떠나서, 여성을 남성하고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길이 정치권력자나 사회운동가한테 얼마나 있었을까. 해방 언저리에서 ‘일상’을 바꾸기도 하고 ‘역사’를 바꾸기도 한 여성은 참말로 역사책에 이름이 없다. 역사책에 이름이 남은 여성은 그냥 ‘역사책에 이름이 남은 여성’이다. 해방 뒤에도 일제강점기하고 똑같이 여공을 괴롭히는 공장장은 누구인가? 해방 뒤에도 일제강점기하고 똑같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짓누르는 공무원이나 공직자나 정치꾼은 누구인가? 해방 뒤에 미군정을 등에 업고 이 나라 여성을 ‘미군 성 접대부’로 내몬 이들은 누구인가? 미군이 저지른 온갖 폭력과 살인을 놓고 제대로 재판을 해 보지도 않은 이 나라 판검사는 누구인가?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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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 제도와 규정, 억압에 균열을 낸 여성들의 반란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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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모둠 산꽃도감 (김병기) 자연과생태 펴냄, 2013.5.27. 33000원



  디지털사진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주었을까? 다른 어느 대목보다도 ‘꽃·풀·나무’를 좋아하면서 사진으로 찍는 사람들한테 끝없는 새 길을 열어 주었다. 예전에는 필름으로 수많은 꽃이나 풀이나 나무를 찍자면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고 품도 엄청나게 들었다. 이제 디지털사진은 꽃이며 풀이며 나무이며 손쉽게 넉넉히 찍는 길을 열었고, 이러한 사진으로 온갖 재미나면서 알차고 아기자기한데다가 훌륭하고 아름다운 ‘꽃도감·풀도감·나무도감’이 태어나도록 북돋운다. 김병기 님이 빚은 《모둠모둠 산꽃도감》도 오늘날이기에 나올 수 있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책이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런 꽃도감을 바랐다. 비슷한 갈래인 꽃을 함께 모두어서 살피는 도감, 언뜻 보기에는 잘못 알 만한 꽃을 여럿이 나란히 놓고 살피는 도감 말이다. 이 책을 빚은 분은 그저 들꽃이 좋아서 들꽃을 따라 살다가 들꽃을 심는 멧자락도 돌본다고 하니, 얼마나 사랑스러운 숨결일까. 전문가나 학자라는 이름을 남이 씌워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아름다운 꽃노래를 부르면서 꽃도감을 빚었다. 게다가 이런 꽃도감을 펴내는 출판사는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가. 2013년에 나온 이 알차고 야무진 《모둠모둠 산꽃도감》을 이제서야 알아보았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자니, 나로서는 시골에서 이럭저럭 살아온 요즈막에 비로소 이 책을 알아보고 읽을 수 있어서 더욱 도움이 될 만하지 싶다. 이태 앞서 이 책을 만났어도 재미있었을 텐데, 지난 이태 사이에 우리 시골마을 꽃과 풀과 나무를 조금 더 많이 살폈으니, 이 꽃도감을 한 쪽씩 넘기면서 새삼스레 고개를 끄덕이면서 즐겁다. 4348.1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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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모둠 산꽃 도감
김병기 지음 / 자연과생태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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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4월 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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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찾아서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펴냄, 2015.10.16. 14800원



  ‘어느 무신론자의 진리를 향한 여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신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 책을 쓴 분은 ‘무신론자’라거나, 이 책을 쓴 분이 ‘신을 찾아서’ 발걸음을 옮겼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이 책을 쓴 분은 ‘종교를 믿지 않을’ 뿐이고, ‘종교라는 우상을 섬기지 않을’ 뿐이라고 느낀다. ‘神’이라고 적는 ‘신’은 한국말로는 ‘님’이거나 ‘하느님’이다. 한국말에서 ‘님’은 ‘그분’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바로 우리 몸뚱이하고 사뭇 다른 넋이나 숨결을 이야기한다. 온누리를 지을 뿐 아니라, 온누리에서 살아가는 목숨이 맺고 어우러지는 바탕을 새롭게 가꾸는 이가 바로 님이나 하느님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신을 찾아서》를 쓴 분은 종교나 예배당이 아니라, 바로 ‘글쓴이 가슴속에 늘 있는’ 님이 무엇인가를 돌아보려 했고, 이렇게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어느새 새로운 삶을 스스로 짓는다는 대목을 깨닫는다. “종교나 우상을 믿거나 섬길 까닭”은 없다. 내가 바로 님이기 때문이요, 너도 자네도 그대도, 그러니까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르면서 새로운 님이기 때문이다. 4348.1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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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찾아서- 어느 무신론자의 진리를 향한 여정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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