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1.3. 비장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비장’은 ‘비장(秘藏)’하고 ‘비장(悲壯)’ 두 가지를 으레 쓰고, 한글로만 적어서는 못 알아볼 만합니다. 이럴 적에 어떻게 바라보는지 스스로 돌아볼 노릇입니다. 한글로만 적어서 못 알아보니까 한자를 따로 배워야 할까요? 아니면, 한글로만 적을 적에 쉽게 알아보도록 우리말로 고쳐쓰는 길을 배워야 할까요? 두 갈래 가운데 어느 쪽이든 배움길입니다. 이때에 우리나라는 으레 ‘한자 배움길’로만 기울어요. 요새 훅 퍼진 ‘문해력’이란, “한글로만 적을 적에 못 알아보는 한자말을 달달 외우는 틀”이기 일쑤입니다.


  어린이는 ‘문해력’이란 한자말조차 외워야 합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이때에 생각을 할 노릇입니다. 왜 어린이가 바로 알아듣지 못 할 말을 자꾸 쓰나요? 나중에 중국말이나 일본말을 익히려면 으레 한자와 한문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어릴 적에 우리말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 삶터를 나타내고 가리키고 밝히는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 채 지나가고 말아요.


  ‘숨기다·감추다·가리다·덮다·묻다’를 가려쓸 줄 모르는 채 ‘비장(秘藏)’이란 한자말만 외운들 글눈(문해력)을 못 키웁니다. ‘씩씩하다·꿋꿋하다·굳다·의젓하다·야물다·대차다·야무지다·당차다’를 가려쓰지 못 하면서 ‘비장(悲壯)’이란 한자말만 외운들 그야말로 글눈이 얕습니다.


  손발이 한창 자라야 할 어린이한테 짐을 무겁게 얹으면 어린이는 못 자라거나 곪거나 쓰러지거나 죽기까지 합니다. 어린이는 먼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배울 일입니다. 우리말이 왜 우리말인지 차근차근 느긋하게 배우고 나서야, 영어나 한자나 여러 이웃말을 배울 수 있어요. 어린이는 열두어 살까지 영어는 그저 놀이처럼 소릿결을 들으면 되어요. 귀를 틔우고서야 영어를 받아들여야 제대로 배웁니다. 한자도 매한가지예요. 억지로 외우라 시킨다거나, “우리 삶터 곳곳에 한자말이 많으니 달달 외워서 글눈을 키우라”고 몰아세우면, 어린이도 어른도 고단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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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12.28. HVDC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낯선 영어 ‘HVDC’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고 살피니, ‘초고압 직류송전’으로 뜨는데, 문득 살펴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진작에 진도·완도부터 제주도까지 바다밑으로 이 빛줄을 깔았더군요. 이 빛줄을 깔아 놓은 진도·완도·제주도 바닷가는 멀쩡할까요? 풀빛두레(환경단체)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군요.


  그런데 이 ‘바다밑 빛줄’을 2024년부터 2036년까지, 전라남도 ‘해상 태양광·풍력 발전소’부터 ‘충남과 인천 앞바다를 거쳐 서울까지 잇는’ 삽질을 벌인다더군요. 아주 살짝 스치듯 글이 실린 채 지나가던데, 자그마치 8조 원을 들인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쓸 전기라면 서울에서 짓거나 서울곁에서 지을 일입니다. 굳이 서울하고 가장 먼 전라남도 바닷가에 햇볕판이랑 바람개비를 잔뜩 때려박고서 서울까지 바다밑을 거쳐서 이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가만히 보면, 서울에는 부릉길이 아주 넓기에, 서울에 깔린 부릉길에 ‘햇볕판 지붕’만 놓아도 서울에서 쓸 전기는 넘칠 뿐 아니라, 누구나 거저로 쓸 만하리라 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빠른길에 ‘햇볕판 지붕’을 씌우면 그야말로 온나라 사람이 전기를 그냥 써도 됩니다. 이미 있는 길바닥 지붕으로 씌우면 손질하기에도 수월하고, 굳이 송전탑이나 송전선 탓에 골머리를 앓을 일마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들숲바다를 하나도 안 건드리겠지요.


  바다밑으로 ‘HVDC’를 이을 만한 재주가 있다면, 빠른길 지붕에 햇볕판을 얹어서 서울에서 쓸 전기를 뽑아내는 일은 아주 수월하지 않을까요? 이런 일조차 못 한다면, 이 나라 과학기술은 엉터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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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3.12.22. 성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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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 해를 통틀어 얼음이 끼는 날을 열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운 고흥입니다. 요 며칠은 올들어 처음으로 낮에도 얼음이 남았습니다. 책숲 미닫이에는 성에꽃이 맺더군요. 성에꽃은 한 해에 하루이틀 볼까 말까 합니다. 겨울이니 얼어붙을 만하고, 눈이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추위가 지나가는 들숲은 고요히 잠들면서 새봄을 고이 품습니다. 바야흐로 빨래를 집안에서 말리는 철입니다. 긴밤 고빗사위를 지나는 오늘부터 겨울은 내리막으로 나아갑니다. 긴낮이 지난 지 여섯 달째로군요. 머잖아 여섯 달이 흐르면 긴낮을 마주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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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3.12.13. 소강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 낱말책에 한자말 ‘소강’은 세 가지 나오는데, ‘잦아들다’를 가리키는 ‘소강(小康)’이 하나요, 중국 양쯔강하고 얽혔다는 ‘소강(溯江)’이 둘이고, 중국 스님 이름이라는 ‘소강(少康)’이 셋입니다. 중국말을 왜 우리 낱말책에 둘씩 실을까요? 뜬금없습니다. 곰곰이 보면 ‘잦아들다’나 ‘수그러들다’나 ‘가라앉다’로 고쳐쓸 ‘소강(小康)·소강상태’이기도 합니다.


  한자를 밝힌다고 해서 알 수 있는 낱말이 아닙니다. 이렇게 덧없는 중국말과 한자말을 잔뜩 싣고 쓰고 가르치는 얼거리이니, 어린이도 어른도 우리말이 오히려 어렵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나마 낱말책에 ‘시냇물’을 가리킬 한자 ‘소강(小江)’은 없어서 가늘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앞길을 바라보는 하루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린이가 무턱대고 ‘어른들 말씨’를 줄줄이 외우기를 바라나요? 어린이가 아름말에 사랑말에 숲말을 쓰도록 ‘어른부터 스스로 말씨를 바로잡고 고치고 새롭게 가꾸는’ 길을 갈 마음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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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3.12.8. 고이 고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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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는 ‘세상·대부분·범위’라는 한자말이 어떻게 퍼졌는가를 새삼스레 짚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젯밤은 ‘일생일대’로 적되 ‘一生一大·一生一代’처럼 한자만 살짝 다룬 말씨를 가다듬었어요. 굳이 이런 한자말을 쓰려는 분이 있으니,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추스릅니다.


  아마 적잖은 분은 그냥그냥 아무 말이든 씁니다.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어느 말이건 대수롭잖게 여기면서 휙휙 쓰고 지나갑니다. ‘고이’라 적을 자리에 ‘고히’라 잘못 적은 ‘서울대 법대 교수’ 이야기가 조금 시끌벅적하게 도마에 올랐습니다만,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얼마나 바보처럼 아무렇게나 팽개치는지 잘 보여주는 셈입니다.


  우리말 ‘곱다·아름답다’가 어떻게 비슷하지만 다른가를 모르니 ‘고이·고히’가 헷갈립니다. ‘곱다’는 ‘굽다’하고 맞물리고, ‘굽다·휘다’는 비슷하면서 다릅니다. ‘곱다’에서는 ‘곰·곰곰이·고요·골·굴·구멍’ 같은 우리말이 가지를 뻗고, ‘굽다’에서는 ‘구이’나 ‘굽·구두·굳다·굳세다·꿋꿋’ 같은 우리말이 뿌리를 뻗어요.


  작거나 수수하거나 흔한 말씨 하나를 눈여겨보면서 다듬고 살피고 갈무리할 줄 알 때라야 비로소 ‘어른’이라고 합니다. 삶자리에서 누구나 쓰는 삶말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아직 ‘철없는’ 나이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철든 마음에 눈빛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말만 많이 늘어놓기보다는, 모든 말마다 마음을 고이 담아서 펴고 나누며 스스로 새기고 배우면서 고개숙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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