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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마실꽃 2024.3.17.


3월 15일 #곳간 #살림씨앗

3월 16일 #카프카의밤 #우리말꽃


이렇게 두 가지를 펴고서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간다.


#언제나처럼

#길에서 #시쓰기 를 하고,

나는 #노래짓기 를 한다고 여긴다.


타고난 #노래바보 이지만

아이들한테 노래를

10년 남짓 날마다 14시간쯤

불러주며 살았더니

노래(시)를 어떻게 써서

우리 아이랑 이웃 아이랑

둘레 모든 어른 이웃한테

어떻게 들려줄 적에

서로 빛나는가를

헤아릴 수 있더라.


기다리면서 그런다.

#혀짤배기 이지만 노래하며

스스로 웃었다.


#이오덕읽기모임 을

아마 4월이나 5월부터

또는 올해부터 부산에서

펴리라 본다.


2018년에 #이오덕마음읽기 를

책으로 낸 뒤에 바로 펴러 했지만

돌림앓이에 휩싸인 나라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래서 나는

고요히 고치를 트는 애벌레가 되어

#날개돋이 로 눈뜰 날을

그리며 기다렸다.


#꽃이피어야 (이웃님이 꽃눈을 떠야)

나비도 깨어나서 꽃가루받이를 한다.


#누구나꽃이다

다만 우리는

"설마 나 같은 사람도 꽃이라고?"

하고 여길 뿐이다.


#이오덕 어른이 남긴

#어린이는모두시인이다 란 말은

"어른몸으로 큰 사람도 누구나 시인이라는 뜻이다.


순천 거쳐 고흥으로 간다.

이제는 여름볕이다.


곧 민소매를 입어야겠다.


2007년을 마지막으로

나룻(수염)을 그냥 두었는데

2024년에

열네 해 만에

나룻을 밀어 보았다.


거울 없고 안 보는 사람이

오랜만에 한참 거울을 보았다.

#나룻칼 에 베일까 봐... ^^;;;;

#숲노래 #숲느래노래꽃 #나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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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거울 (2022.5.24.)

― 인천 〈시와 예술〉



  우리가 문득 만나서 손에 쥐는 책 하나는, 언제나 새롭게 둘레를 느끼고 맞아들이라고 이끄는 자그마한 빛줄기일 듯싶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보여주고서 밝힙니다. 저 책은 저렇게 들려주고서 속삭입니다. 그 책은 그렇게 알려주고서 노래합니다. 더 많이 읽히지만 길잡이하고 먼 책이 있다면, 아직 덜 읽히지만 어진 키잡이 노릇인 책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서울에 맞추어 줄거리를 짜는 책이 있고, 곧 사라질 수 있는 시골을 헤아리며 이야기를 여미는 책이 있어요.


  어떤 줄거리이느냐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 만하기에 슥 보아넘길 일이지 않아요. 어린이부터 알아보도록 묶는 줄거리이기에 더 차근차근 새기면서 나눌 살림길을 익힐 수 있어요. 온사랑을 다하는 하루를 담는 줄거리라면 되읽고 곱새기면서 마음을 일구는 밑거름으로 삼을 만합니다.


  적잖은 책은 잘팔리기를 바라는 뜻으로 나오더군요. 잘팔려도 좋을 텐데, ‘좋다’란 낱말은 ‘좁다’하고 말밑이 같아요. “좁게 보기 = 좋게 보기”입니다. 마음에 든다는 뜻인 ‘좋다·좋아하다’는 “온누리를 두루 보는 눈썰미가 아닌, 어느 곳만 좁게 보며 받아들이려는 매무새”예요. “잘팔리면 좋은걸 = 온누리를 두루 넓게 깊이 안 보더라도, 내 마음에 들면 그만”인 굴레로 치닫곤 합니다.


  골목빛을 헤아리면서 〈시와 예술〉에 깃듭니다. “하루를 보내는 삶”이 아닌 “살림을 짓는 삶”을 생각하면서 이웃집을 바라봅니다. 나부터 스스로 하루그림과 살림그림을 헤아리고, 마음을 돌보는 씨앗을 이웃한테 건네려고 합니다. 책이란, 서로 새롭게 잇는 길을 찾아나서는 ‘읽몫’이요 ‘읽목’이지 싶어요. 읽으며 나누는 몫입니다. 읽으며 나아가는 목입니다.


  마음으로 만나는 하나인 넋일 수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어느 이웃 눈물도 생채기도 멍울도, 또 웃음과 노래도 고루 느끼며 나누게 마련입니다. 들꽃을 마주하듯 이웃을 맞이하고 어린이를 바라볼 적에는, 늘 사랑과 숲 두 가지를 왼손과 오른손에 놓고서 함께 노래하는 하루로 피어나면서 빛나지 싶어요.


  못물도 냇물도 바닷물도 우리 얼굴과 마음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작은 빗방울과 이슬방울과 눈물방울도 우리 넋과 숨결을 담는 거울이에요. 겉모습에 서린 숨소리를 읽습니다. 겉낯에 감도는 숨빛을 들여다봅니다.


  살갗은 몸을 감싸면서 보듬습니다. 아주 얇은 가죽인데 속살을 지키고 뼈와 힘살이 맞물려 움직이도록 북돋웁니다. 책은 매우 얇은 종이에 이야기를 담습니다. 얇고 가볍지만 삶과 살림과 사랑을 부드럽게 달래면서 이야기를 이어줍니다.


ㅅㄴㄹ


《anywhere words》

《unspolen words》(Jung A Kim, 김정아, 2017)

《착하게 살아온 나날》(조지 고든 바이런 외/피천득 옮김, 민음사, 2018.6.1.)

《Birds in a Book》(Lesley Earle 글·Rachel Grant 그림, Abrams Noterie, 201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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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마실꽃 2024.3.14.


#순천으로 #문방구마실 나온다.


시외버스에서 큰아이한테

#천막의자두가르 를 건넨다.

17살 맞은 아이랑 만화책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눈다.


#순천책집 #마을책집 인

#취미는독서 에 들러서 숨돌린다.

볕이 가득하다.


모두들 이 볕을 누리면서

새하루 노래하기를 빈다.

#나래빛 #숲노래동시 #숲노래노래꽃


버스에서 쓴 노래는 책집지기님한테

드렸다.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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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민낯 맨낯 삶낯 (2023.4.22.)

― 서울 〈숨어있는 책〉



  누구나 늘 무슨 말을 합니다. 느끼고 보고 헤아리는 하루를 말로 옮깁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배운 얼거리로 말을 폅니다. 오늘까지 익히고 다진 숨결을 말에 담습니다. 깊거나 넓게 말을 들려주는 사람이 있고, 얕거나 어설피 말을 내뱉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다릿심을 기릅니다. 아이들은 다치고 멍들면서 튼튼하게 큽니다. 어른도 넘어질 때가 있고, 자꾸 다칠 수 있습니다. 아이나 어른 모두 잘못을 숱하게 저지르면서 뒤늦게 배우게 마련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느냐 마느냐는 썩 대수롭지 않습니다. 잘못을 뉘우칠 줄 알면 되고, 허물을 곱씹으면서 거듭나려고 애쓸 노릇입니다.


  예부터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고개숙일 줄 알기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나아갑니다. 고개를 안 숙이니까, 아이에서 철딱서니없는 놈팡이로 건너가더군요.


  봄빛을 느끼는 저녁에 〈숨어있는 책〉에 찾아옵니다. 이 책도 고르고 저 책도 집습니다. 시골집에서 몇 달 동안 느긋이 읽을 책을 잔뜩 고릅니다. 시골에는 풀꽃나무에 개구리에 새에 풀벌레가 둘레에 넘실넘실이되, 둘레에 책집이 없고 ‘책읽는 이웃’도 없다시피 합니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길 뜻이 있는 분이라면, 논밭일뿐 아니라 책읽기를 하려는 마음도 품기를 바라요. 논밭일에만 온하루를 쏟지 말고, 하루 한나절씩 가만히 읽고 쓰고 새기는 삶을 짓는 꿈으로 시골살이를 하기를 바랍니다.


  돈만 벌거나, 이름만 날리거나, 힘만 부리는, 이런 바보스런 삶은 스스로 죽음길로 치달아요.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고, 생각을 짓는, 이런 어진 삶은 스스로 삶노래로 뻗습니다. 민낯이 살림낯이니 고와요. 맨낯이 숲낯이니 아름다워요. 민낯이 돈버러지라면 얼뜨지요. 맨낯이 힘바치라면 가엾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늘 스스로 새롭게 섭니다. 스스로 안 배우고 안 익히는 사람은 늘 고리타분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가 있지만, ‘아이돌봄 시늉’을 하는 철없는 이가 있습니다. 살림을 짓고 책을 읽고 풀꽃나무를 품는 어른이 있으나, ‘책읽는 흉내’에 그치는 겉발림이 있어요. 잘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찬찬히 펴면서 거듭날 일입니다. 잘못했으면 고개숙이면서 고쳐나갈 노릇입니다. 고개를 빳빳이 세울수록 쭉정이처럼 나부대다가 쓰러집니다.


  서울마실을 하며 책을 실컷 보았으니, 이제 쉬러가야겠습니다.


ㅅㄴㄹ


《식민지의 四季》(죠지 오웰/장윤환 옮김, 청람, 1980.5.10.2벌)

《굶는 광대》(프란츠 카프카/김창활 옮김, 태창, 1978.9.15.)

《傳敎大師》(竹內芳衛, 日本打球社, 1943.3.25.첫/1943.8.15.재판.)

- 書籍·文具 柳商會. 京城府明倫町二丁目一五. 電話東局 ⑤三一五番

- 일본 천태종 

《王子와 탈》(최인훈, 문장, 1980.5.5.첫/1980.7.10.재판)

《국민정신무장독본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오천석, 현대교육총서출판사, 1968.6.15.)

《朝日政治經濟叢書 6 婦人參政權の話》(朝日新聞社 政治經濟部 엮음, 朝日新聞社, 1930.11.30.)

《유니베르타스문고 1 현대물리학의 자연상》(W.하이젠베르크/이필렬 옮김, 이론과실천, 1991.12.5.)

《죽을 준비》(손철, 상아, 1989.4.20.)

《작은 시집》(김연희, 꾸뽀몸모, 2015.1.2.)

《서울에서 보낸 3주일》(장정일, 청하, 1988.8.30.첫/1988.9.20.2벌)

《조치훈 1주일 완성 최신바둑첫걸음》(조치훈, 행림출판, 1985.10.20.)

- 문경서적 책싸개 한서부 T.22-8558 양서부 T.26-5069

《과학사의 뒷이야기 3》(이준범 엮음, 삼안출판사, 1978.1.30.첫/1980.2.1.재판)

- 우주여행과 전자두뇌와 로봇이 지배하는 2001년의 과학세계를 해부하는 시리이즈

- 범우서점. 각종일반서적·학교참고서. 안양 2-7099 천주교회 옆.

《종이비행기》(편집부 엮음, 산하, 1990.1.20.)

《霧津紀行》(김승옥, 범우사, 1977.5.5.첫/1979.10.20.중판)

《분홍의 시작》(남길순, 파란, 2018.8.20.)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정숙자, 파란, 2017.6.26.)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최명진, 걷는사람, 2023.1.25.)

《발코니 유령》(최영랑, 실천문학사, 2020.11.16.)

《억울한 세금 내지 맙시다》(윤종훈, 보리, 1996.10.15.)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김기만, 지원, 1990.12.10.첫/1991.4.15.5벌)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 솔, 2000.10.5.)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신경림·이시영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5.3.30.)

《배의 歷史》(김재근, 정우사, 1980.1.25.)

《韓國文學全集 13 兪鎭午 選集》(박세준 엮음, 선진문화사, 1973.5.1.)

- 新女苑 5월호 別冊際錄

《荒無地에 뿌리를 내리고》(김용기, 노벨문화사, 1972.9.23.)

《韓國兒童文學論》(이상현, 동화출판공사, 1976.9.10.)

《나라사랑 43집 별책》(백낙준 엮음, 외솔회, 1982.6.30.)

《辭說時調全集》(김제현 엮음, 영언문화사, 1985.4.30.)

《愛國歌와 安益泰》(김경래, 성광문화사, 1978.1.20.)

《우리글 바로쓰기》(이오덕, 한길사, 1989.10.28.)

《한글의 역사와 미래》(김정수, 열화당, 1990.10.8.)

《발해사 연구 7》(장월영 엮음, 연변대학출판사, 1996.12.)

《辛亥革命史》(左舜生/정병학 옮김, 문교부, 1965.3.10.)

《Martin Chambi》(Amanda Hopkinson 엮음, Phaidon, 2001.)

《Mathew Brady》(Mary Panzer 엮음, Phaidon, 2001.)

《80년대 대표소설》(편집부 엮음, 현암사, 1989.12.15.)

《새(鳥)說話 硏究》(강신영,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1997.2.)

《아시아의 축제》(유네스코 아시아 문화센터 엮음/김유진 옮김, 일지사, 1976.11.20.)

- 우리 명숙이의 지속적인 발전을 빌면서, 롯데백화점에서 오빠와 함께 어린이날을 기념하면서 1981.5.5.

- 一九八六.十.九. 한글날 연희동에서 기문이 주려고 사다. 동화책을 보면 내 사랑하는 기림이·기문이에게 사주고 싶다.

《세계과학문고 : 끝없는 집념》(박동현·현정순 엮음,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1980.5.1.)

- 독후감은 이렇게 쓰자

- 제2회 전국학생 과학문고 읽기 운동

- 과학책 읽어 나라 힘 꽃피우자

《2016 한글을 듣다》(편집부 엮음, 국립한글박물관, 2020.12.23.)

《講談社文庫 A8 羅生門·偸盜·地獄變·往生繪卷》(芥川龍之介, 講談社, 1971.7.1.)

《哲學の人間學的原理》(チェルヌイシェフスキ-/松田道雄 옮김, 岩波書店, 1955.11.25.첫/1957.1.20.2벌)

《世界史のなかの明治維新》(芝原拓自, 岩波書店, 1977.5.20.첫/1977.7.15.2벌)

《寫眞の讀みかた》(名取洋之助, 岩波書店, 1963.11.20.첫/1964.8.10.4벌)

《유승준 사진집 INFINITY》(김중만 사진, 김영사, 2001.9.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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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고무신 (2023.12.22.)

―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큰고장과 서울에서 지낼 적에 고단하던 한 가지는 ‘신’입니다. 발에 꿰는 살림인 ‘신’은 으레 플라스틱덩이라 바람이 안 들어요. 고삭부리로 태어나 코머거리랑 살갗앓이로 고달피 어린날을 보낼 적에 ‘폴리옷’은 남이 입은 옷을 스치기만 해도 며칠씩 살갗이 빨갛게 부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슈트’라 일컫는 하늬옷을 차려야 점잖다고 여기지만, 이른바 ‘양복’ 옷감은 살갗앓이로 고단한 사람한테는 사나운 멍에입니다. 저는 ‘양복 입은 이’ 곁에는 아예 안 있으려고 합니다.


  2003년 가을부터 이오덕 어른 글살림을 갈무리하는 일을 하느라 충주 무너미마을에 깃들며 처음으로 고무신을 꿰었습니다. 고무신은 큰고장과 서울 옛저자 신집에서도 살 수 있더군요. 발가락과 발바닥이 숨쉴 틈이 많은 고무신을 만난 뒤로는 이제 한겨울에도 고무신만 뀁니다. 2003년에는 한 켤레 3000원이었고, 2023년에는 6000원입니다.


  눈덮인 광주로 살짝 마실을 나왔습니다. 고무신으로 눈길을 걷기란 만만하지 않고, 발가락도 업니다. 미끄러울수록 더 느긋이 걷고, 발가락이 얼수록 더 오래 쉽니다. 저녁에 만날 분한테 찾아가기 앞서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에 들릅니다. 호젓한 골목길을 가만히 밝히는 마을책집입니다.


  어쩐 일인지 불이 훅 나갔는데, 불빛이 없으니 한결 고즈넉이 앉아서 책을 펼칠 만합니다. 우리 시골집은 조금 어둡게 건사하기에 밤이 익숙해요. 깜깜한 책집에 앉아서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불이 없으면 별을 보면 됩니다. 불빛에 기대는 서울살림이 너무 퍼진 탓에 별과 해를 자꾸 잊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다 다르게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배우는 하루입니다. 알고 보면, 나중에 뒤돌아보면, 곰곰이 새기면, ‘잘못·말썽·사달·저지레’는 없더군요. 다 다르게 겪는 수렁이나 굴레나 차꼬이기도 하면서, 다 다르게 헤치고 견디고 넘으면서 새롭게 거듭나는 길이에요. 다만,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으면 스스로 뉘우쳐서 깨끗하게 거듭날 일입니다. 저지레를 멈추고서 사랑으로 피어나는 길을 찾을 노릇이고요.


  전라남도에서 열 몇 해를 사노라니, 이 고장 적잖은 벼슬아치하고 글바치는 몇 가지 틀에 갇히거나 가두면서 숱한 ‘잘못·말썽·사달·저지레’를 두루뭉술 감추거나 덮더군요. 배우거나 고치거나 거듭나는 분이 뜻밖에 드물어요.


  하나하나 따지자면, 전남뿐 아니라 전북도, 경남과 경북도, 서울과 경기도, 엉터리는 다 엉터리입니다. 어른은 다 어른입니다. 고장 탓을 할 일은 없습니다. 별빛을 받아들이고 말빛을 새기면서 마음을 가꿀 적에 비로소 사람다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물망초》(요시야 노부코/정수윤 옮김, 을유문화사, 2021.5.30.)

《열화당 사진문고 : 도마쓰 쇼메이》(도마쓰 쇼메이 사진, 이안 제프리·최봉림 글, 열화당, 2003.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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